스페이스22는 이제 강남의 새로운 아지트가 되었습니다. 강남 갈 일 있으면 약속 전에 또는 약속 후에, 볼일을 다 본 후에 꼭 들리는 곳이 되었습니다. 일부러 찾아가기에는 강남역이라는 지옥문과 같은 곳이라서 꺼리지만 가야할 일이 생기면 '스페이스22'를 꼭 들리고 있습니다. 



더운 날씨 덕분에 '스페이스22' 휴게실에 앉아서 커피를 홀짝 거렸습니다. 사진 보는 것도 일이라서 좀 쉬어야 합니다. 



3개의 사진잡지가 나란히 놓여 있네요. 3개를 빠르게 넘겼는데 포토닷 3월호 내용에 좋은 글들이 많네요. 특히, 한 평론가의 한국 사진계를 정조준한 날카로운 비판에 연신 마음으로 박수를 치면서 읽었습니다. 한국 사진 평론가들의 권력에 대한 비판이 아주 좋네요.



몸을 일으켜서 사진들을 둘러 봤습니다. 사진전 이름은 <빈 방>이었습니다. 사진작가 조현택의 사진전이네요. 
빈방이라는 사진에는 빈방이 아닌 뭔가가 가득 채워져 있었습니다. 이게 뭐지?라는 의문을 가지고 계속 둘러 봤습니다. 



빈 방은 빈 방인데 그 방에 사진이 비추어져 있네요. 빔프로젝트를 이용한 건가? 그런데 문이 부자연스럽네요. 자세히 보니 사진이 뒤집어져 있습니다. 그럼 저 방에 가득 비춘 사진은 사진이 아닌 원래는 거꾸로였다는 건가?

그때 알았습니다. 핀홀 카메라처럼 암막을 드리우고 작은 빛구멍을 내서 외부 풍경을 암막이 드리운 어두운 방에 드리우게 했네요. 이는 '카메라 옵스큐라'의 방식을 차용한거네요. 고백하자면 잘 몰라서 홈페이지 전시 서문을 보고 알았습니다. 

이런 방식의 작업은 해외 작가가 하는 것을 봤습니다. 그분은 그냥 외부 풍경을 호텔이나 방 안에 넣는 것으로 끝이 났는데 조현택 사진작가는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서 의미를 좀 더 강하게 넣었습니다. 그 의미란 빈 방을 빛으로 가득 채운 것입니다. 



<빈 방>은 주인이 떠난 빈 집입니다. 철거할 집의 문패인 붉은 락카칠로 '철거'라고 써진 집을 찾아서 들어가서 암막을 설치하고 사진을 촬영했습니다. 빈 집의 빈 방에 비추어진 저 화려한 색은 집 바깥의 풍경입니다. 

집 주인들은 여러가지 사정으로 집을 떠난 분들이죠. 작가 조현택은 전남 나주와 광주 일대의 빈 집들을 촬영했습니다. 
서울은 보기 힘들지만 지금 지방은 시골을 떠나는 분들이 계속 늘고 있다고 하죠. 3년 전에 떠난 여수 여행에서도 작은 섬에 도착하니 빈 집들이 꽤 있더라고요. 

사람이 떠난 집은 바로 늙어 버립니다. 그래서 집은 사람이 살아야 늙지 않고 생기를 유지합니다. 그 생기 잃은 방에 들어가서 바깥 풍경의 온기를 넣어주는 작업이 바로 이 <빈 방>사진전입니다. 설렁설렁보다가 큰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작가님 대단한 생각을 하셨다라는 생각이 계속 드네요. 사실, 이 사진전의 기술들은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카메라 옵스큐라'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한데 놀랍게도  빈 방에 온기를 가득 넣었네요.





2개의 이미지가 겹칩니다. 쓸쓸한 빈방과 따스한 온기 가득한 바깥 풍경.  이 대조적인 이미지를 한 장의 사진으로 담으니 여러 상념이 쏟아져 나옵니다. 




어두운 내면의 밝은 추억 같기도 하고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느낌도 듭니다.  추억이라는 것도 중첩의 이미지죠. 추억은 그냥 막 떠오르기도 하지만 비슷한 사물과 인물을 보고 옛 생각이 떠오르죠. 그런 마중물 같은 이미지가 바깥 풍경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방이 하나의 추억을 담는 스크린 또는 떠난 주인들의 마음을 투영하는 듯합니다. 



조현택 작가는 <빈 방>에 남겨진 물건들을 수집했습니다. 그리고 그 일부를 이렇게 전시를 했습니다. 다 사연이 있는 물건들이지만 집을 떠나면서 버리고 간 물건들이네요. 평소에는 다 소중한 물건이지만 떠날 때는 가치 판단을 해야 합니다. 가져갈 것과 버릴 것. 그 버릴 것들이 여기 '스페이스22'에 모셔져 있네요. 유심히 봤습니다. 




피식 피식 웃음이 나오네요. 버려질만하니까 버려진 것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80,90년대 이미지를 간직한 키치들이 가득하네요. 한 가운데 있는 여자는 서기입니다 2000년에 오비라거 걸 모델을 했군요. 

최근에 본 섭은낭에서도 미모는 여전하더라고요. 



기타를 보니 추억이 올라오네요. 중학교 때 별로 치고 싶지도 않은 기타를 선물해준 어머니. 사달라는 것은 사주지 않고 왜 나에게 기타를 선물해줬는지 모르겠네요. 뭐 있으면 좋긴 하지만 결국 기타를 한 2달 치다가 그만두고 외삼촌이 가져갔습니다.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 기억도 안 납니다. 아무튼, 기타만 보면 돈 아깝다는 생각이 먼저 드네요. 저 기타 주인은 무슨 사연이 있을까요? 하기야 요즘 기타치는 사람도 많지 않긴 하죠. 기타 옆에 있는 조형물은 80년대, 90년대 거실을 장식하던 하나의 도구였어요. 지금은 다 촌스럽다고 버리는 것들이죠




학생에게 좋은 명언은 다 모여 있네요. 학생주문백과서 같기도 합니다. 
저도 뭐 저런 문구 몇 개 적어서 공부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왜 그리 아득바득 공부 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공부가 인생의 전부가 아닌 것도 알게 되었고 인생은 운칠기삼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운도 중요하지만 노력으로 기를 최대치인 3까지 끌어 올려아 확률이 높다는 것도 알죠. 

열정과 노오오오력으로도 안 되는 세상에 얼마나 많은 청춘들이 좌절하는데요. 그럼에도 오늘도 청춘 강의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로 시작하는 희망가를 노래부르는 강연자의 강연에 감동받겠죠. 그래봐야 현실은 바뀌지 않습니다. 희망이란 몰핀을 잠시 맞을 뿐이죠. 

그럼에도 제가 해주고 싶은 말은 그냥 즐기라는 것입니다. 어두운 미래에 투자하지 말고 현재를 즐기면 그 즐긴 현재가 쌓여서 삶이 되니까요. 그러면 그 즐긴 하루 하루가 쌓여서 즐거운 삶이 됩니다.  (언제나 명랑한 사람이 되자). 이 말은 저에게 하는 말 같네요. 

갤러리 한 쪽 벽의 망치가 신기했습니다. 빈 집에서 가져온 망치들이라고 하네요. 망치들을 많이 버리고 가나 보네요. 



스페이스22에서 내려다 본 '테헤란 밸리'는 '빈 방'이 하나도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공실률도 높고 저 안에 사는 사람들 대부분은 마음에 큰 '빈 방'이 있을 것 같네요. 매일 매일 으르렁거리고 경쟁하고 마음을 다 보여주고 살지 않는 직장인들. 

과정 보다는 결과를 놓고 쪼아대고 힐난하고 닥달하는 사람들 돈 때문에 웃고 우는 사람들. 그 삶이 행복할까요? 
조현택 사진작가의 <빈 방>사진전은 이번 주 토요일인 4월 9일까지 스페이스22에서 전시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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