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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책서평

한국인을 잘 모르는 이만열씨가 쓴 '한국인도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

by 썬도그 2016. 4.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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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대한 객관적인 시선이나 색다른 시선을 유지하려면 한국인이 아닌 외국인의 시선으로 본 한국에 관한 책이나 영상을 많이 봐야 합니다. 그들의 시선이 정답일 수는 없지만 우리가 당연시 하는 그러나 불합리하거나 반대로 너무나 아름답거나 전 세계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한국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 때는 국뽕이었습니다. 한국의 것을 사랑하고 한국을 자랑스럽게 여겼습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 들수록 한국이라는 나라는 참 기이하고 괴이한 일들이 많이 일어나는 나라입니다. 한국이라는 마취에 풀리니 당연해 보이는 것들이 이상하게 보였습니다 .싸가지 없다면서 후배들 단체 기합을 주는 모습도 술을 물처럼 마시는 모습도 야근을 밥먹듯히 하는 모습도 조금 멀리서 떨어져서 보니 이상한 풍경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준거집단에 대한 비판을 하지 않는 것이 정의라고 가르치는 고등학교 선배들의 모습을 보면서 이래서 한국이 부정부패가 만연하고 끼리끼리 다 해먹다는 소리가 생겼구나를 느꼈습니다. 그냥 나라 전체가 군대 같은 나라가 한국입니다. '병역국가 코리아'가 가장 적합한 말입니다.

그럼 외국인들은 한국을 어떤 시선으로 볼까요? 크게 2가지입니다. 한쪽은 한국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쪽이고 또 한쪽은 한국 만만세 쪽이죠. 한국이 최고에요!라고 외치는 쪽은 각종 방송에서 인기 패널로 이리저리 불려다니면서 연신 한국 따따봉을 외칩니다. 

반면, 한국에 대한 과격하고 신랄한 비판을 하면 집단 구타를 당하거나 발언권을 잘 주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가장 인상 깊었던 '한국까' 외국인은 '스콧 버거슨'입니다.  지금은 한국을 떠난 듯한데 그가 한국에서 남긴 책은 한국에 대한 각성제라고 할 만큼 한국에 대한 따끔한 비판이 가득합니다.

'발칙한 한국학', '대한민국 사용후기'는 꼭 읽어 보라고 추천을 드리고 싶네요. 최근에야 한국을 광적으로 좋아하는 '국뽕'이라는 단어가 나왔습니다. 이런 단어가 나왔다는 것은 한국 안에서도 한국 예찬을 비판하는 시선이 강해졌다는 것이죠. 외국인들에게 밑도 끝도 없이 'Do you know 싸이?' 묻는 한국과 자신을 동일시 하는 얄팍한 시선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그럼 한국을 칭송하는 외국인들은 누가 있을까요? 뭐 대표적인 사람은 '로버트 할리'겠죠. 그외에도 미수다 출신 외국인들도 있을테고요. 그런데 '미수다'는 아주 중요한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미수다' 이전에는 외국인이 방송에서 한국 비판을 거의 하지 못했습니다. 이전에는 한국 방송에서 외국인들은 '외국인 노래자랑' 역할만 했었습니다. 그런데 한국말을 능숙하게 하는 외국인들이 한국의 좋은 점, 나쁜 점을 적나라하게 말하니 엄청나게 쇼킹했습니다. 지금은 '비정상회담'이 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외국인들이 한국을 비판만하고 칭찬만하는 극단적인 시선이 아닌 칭찬과 비판을 동시에 하는 시대가 되었네요. 



외국인과 한국인의 시선으로 쓴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

제목만 봐도 느낌이 옵니다. 한국을 너무나도 사랑하는 외국인이 쓴 책 같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외면했다가 혹시나 하고 열어 봤습니다. 저자는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입니다. 한국인 아내와 결혼한 분으로 생각보다 나이는 젊은 1964년생입니다. 

1964년생이면 50대 분이시네요. 중국과 일본에 관한 학위도 있는 분으로 동북아시아 3국에 관심과 지식이 많은 분입니다. 
이분이 본 한국은 어떤 곳일까요?

1장은 '나는 왜 대한민국을 주목하는가?'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안타까워 합니다. 한국이라는 국가적 이미지가 없기 때문에 해외에서 한국 상품이 제값을 받지 못한다고 한탄을 합니다. 여기서부터 역시!라는 말이 절로 나오네요. 한국인도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이라고 해서 한국인들이 놓치고 있는 한국의 정신이나 전통이나 뭐 이런 것을 소개할 줄 알았는데 서두에  한국적 이미지가 없어서 한국 공산품이 제 값을 받지 못한다고 한탄을 합니다.

한국이 무슨 공산품도 아니고 한국 공산품이 해외에서 제값 못 받는다고 한탄을 하는 것 자체가 전형적인 국뽕의 이미지입니다. 여기서 책을 덮으려고 했습니다. 국뽕의 글이 가득할 것 같아서 덮으려고 했지만 그래도 뭔가 있겠지 하고 계속 넘겼습니다.


들어볼만한 내용이 좀 나오면서 계속 넘겼습니다. 먼저 한국이 중국, 일본, 미국, 러시아라는 세계 최강국 틈바구니에 살고 있어서 스스로 자존감이 없는 모습을 비판합니다. '새우 컴플렉스'에 걸려서 한국인 스스로 자존감이 없다고 지적을 합니다.


그 결과로 나온 것이 1950년대 한국 전쟁 직후 아프리카 수단보다 못살았다가 현재는 선진국이 된 한국의 경제발전만을 전 세계인들에게 자랑을 한다고 합니다. 저자는 한국은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것이 아닌 고려와 조선이라는 유구한 역사를 가진 나라이고 그 역사가 옛것으로 묶어서 버리고 타파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는 것을 안타까워합니다.

저자는 한국의 훌륭한 전통을 현대에 접목하라면서 선비정신, 사랑방, 예학, 주자학을 꺼내듭니다. 
이런 모습은 새로운 모습은 아닙니다만 요즘 조선시대를 헬조선이라고 부르기 바쁜 모습에서 신선한 시선임은 틀림 없습니다. 분명, 조선의 훌륭한 제대와 배울 점이 꽤 많지만 한국은 조선시대와의 단절로부터 출발한 나라입니다. 특히, 박정희 전 대통령은 조선 시대의 관습을 철폐하고 옛 것을 무조건 지우기 바빴죠. 

옛 골목과 전통시장에 관한 글은 꽤 솔깃한 부분이 많네요.

한국인들은 자기 주변의 나무나 꽃들을 자기 책임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잘 돌보지 않는다. 도시 환경 개선을 위해 나무를 심는 사업을 벌이지만 가로수가 방치 속에 그냥 죽어가는 일도 일어난다. 낡은 집에 사는 한국인들은 페인트를 칠할 생각이 별로 없다. 몇 년 안에 철거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실 옛날 골목은 아주 재미있는 관광지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서울에서 북촌 정도만 제외하면 옛 골목들은 외국인들에게 더러운 환경으로 보인다. 

<한국인도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 88페이지 중에서>

생각해보면 우리는 자신들의 동네를 가꾸지 않습니다. 특히, 아파트 공화국이 된 후 아파트 주변을 가꾸려고 하지 않죠. 아파트나 연립주택은 잠만 자는 공간으로 여기고 동네 주변을 돌아보지도 가꾸려고도 개선하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관계된 공무원이나 통장 같은 분들만 신경쓰죠. 이러니 서울 곳곳의 동네가 별볼이 없습니다. 그냥 그런 주택가죠. 

그러나 삼청동과 가회동은 다릅니다. 지금은 관광객이 너무 몰려와서 상업지구가 되어버린 느낌이지만 2007~2009년 경까지만 해도 예쁜 화분이 거리에 놓여 있던 꽤 아름다운 동네였습니다. 자신의 집 앞을 쓸고 꾸미는 분들이 많아서 같은 한국이지만 이국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저자는 한국의 전통시장이 위생적으로 깔끔하지도 깨끗해 보이지도 않는다면서 현대화라는 이름 아래 아케이드 공사만 하는 것으로 관광객이 찾아 오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서양의 시장처럼 다양성과 위생과 청결함과 주인의식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이런 부분은 참 공감이 갑니다.


또한, 추석을 세계화 하자는 주장이나 아시아의 프로방스로 발전할 한국 농촌에 대한 문제의식도 좋습니다. 한국인들은 새것에 대한 숭상이 너무 심하다고 지적을 합니다. 한국 문학을 세계에 널리 퍼트리자는 글도 괜찮습니다. 한국 문학이 세계적이지 못한 것은 조악한 번역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최근에 해외에서 큰 인기를 끈 소설가 한강의 소설도 번역가와 수시로 연락하면서 뉘앙스를 잡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하네요. 일본은 '국화와 칼'과 '쇼군'이라는 책이 일본 문화 전도사 역할을 했는데 한국은 그런 책이 전혀 없다고 지적합니다.



그러나 책 전체적으로 문제점이 있습니다. 저자는 한국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문제의식은 좋으나 그걸 풀어내는 해결책 제시가 미흡하고 공감 못하는 내용이 꽤 있습니다. 또한 두루뭉수리한 내용 그리고 실현 불가능한 저자만의 공상과 같은 글들이 많이 보입니다. 

예를 들어서 5장 챕터 4의 '천 년을 이어갈 서울의 아름다움을 창조하라'에서는 1,000년을 이어갈 랜드마크 건물을 만들자고 외치면서 구체적인 내용을 적고 있지 않습니다. 또한, 전체적으로 외국인의 시선으로 본 한국의 겉모습만 본 모습도 많습니다. 저자의 말대로 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다만 그렇게 변하지 못한 이유를 저자는 잘 모르는 듯합니다.

한국인도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이 아닌 한국인을 잘 모르는 이만열(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씨 같네요. 
책 후반에는 다소 당혹스러운 글들이 보입니다. 

6장 7장 '한국은 세계적 나비 효과의 진원지'에서는 한국 젋은이의 행동 하나 하나는 전 세계에 큰 여파를 끼칠 수 있다고 합니다. 아니, 알바해서 근근히 먹고 사는 한국의 20대인데 무슨 전 세계에 영향을 줍니까?  저자는 동남아시아나 중앙아시아 청소년들이 한국 드라마나 영화 속 한국 젊은이를 보고 배운다는 말을 하는데 그 젋은이가 젊은 배우를 말하는 건가요?

후반으로 갈수록 글이 이상해집니다. 한국의 장점에 대해서 공감가는 내용도 꽤 있긴 합니다. 예를 들어서 한국은 단 시간내에 고속 성장을 한 나라이기 때문에 한국처럼 단 시간에 고속 성장을 하고 싶은 개발도상국의 롤모델 역할을 한다는 점은 공감이 갑니다만 너무 현실과 동떨어진 주문을 하는 모습은 아쉽기만 하네요

특히, 한국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문제와 여러가지 갈등은 간과하고 너무 몽상가처럼 글을 써내려갑니다. 
책장을 처음 넘길 때의 그 느낌이 책장을 덮을 때 다시 나오네요. 국뽕 저자가 쓴 한국의 향한 용비어천가 같다는 느낌으로 마무리 되네요. 중간 중간 솔깃하고 들어볼만한 의견은 있지만 전체적으로 좋은 책은 아닙니다. 

꼭 읽고 싶으시면 이 책과 함께 '스콧 버거슨'이 쓴 '발칙한 한국학'이라는 책을 함께 읽어 보면 괜찮을 듯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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