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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사진/사진에관한글

사람이 변하면 풍경도 변한다. 배지환 사진전 <길 위에 서다>

by 썬도그 2016. 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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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잘 변하지 않습니다. 특히 나이 들수록 잘 변하지 않죠. 이는 심리학 용어로 현상유지효과이기도 하지만 그 동안 자신이 살아온 경험이 가장 합리적이고 옳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신의 가치관을 계속 유지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남 이야기도 잘 안 듣게 되고 자기 이야기만 줄기차게 합니다. 

그러나 변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큰 사고를 당하거나 큰 사건을 경험하게 되면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지게 됩니다. 또한, 세상의 시선도 변하게 되죠. 


인사동 갤러리 나우에서는 2월 24일에서 3월 1일까지 '길 위에 서다 - 배지환 개인전'이 열립니다. 잠시 들려봤습니다. 



사진들은 평범한 시골 거리 사진입니다. 이런 사진은 사진전 서문을 읽어봐야죠.
사진전 서문은 진동선 사진평론가가 썼네요.  그리고 작가의 글도 있었습니다. 사진을 찍게 된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읽어 봤습니다.

아버지가 요양 중인 지리산 호스피스에 가던 길에서 이 거리를 발견합니다. 그리고 사진을 찍기 시작합니다. 배지환 작가님이 어떤 사진을 찍어 왔는 지는 모르겠지만 아버지가 요양하는 그 과정에서 변화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2011년 2월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약 1년 동안 병간호를 하면서 잠시 동안 사진가의 본분을 잊고 살았던 배지환 사진작가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2년이 지나서 그 병간호 길에 만난 이곳을 카메라를 들고 다시 찾습니다. 그리고 이 동네를 관찰하기 시작합니다. 



무엇이 작가를 다시 불러 들였을까요? 아마도 전 마음의 변화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사람은 같은 사실과 진실 그리고 사물도 보는 시선에 따라 달리 느껴집니다. 군대에서 휴가 나오면 거리는 온통 군인만 가득한 것으로 보입니다. 작가님에게도 그렇게 보이지 않았을까요?

아프신 아버지에 대한 정이 거리의 삶과 풍경이 느리고 사뭇치게 다가왔을 것 같습니다. 저도 며칠 전에 충무로 대한극장 옆 길을 걷다가 고등학교 때 어머니가 암 수술 때문에 잠시 입원했던 병원을 봤습니다. 순간 그 골목 풍경들이 눈 앞으로 다가오더군요. 



낡은 건물, 세월을 가득 담은 건물들이 아버지의 얼굴처럼 느껴지지 않았을까요? 배지환 작가님의 이런 이야기가 공감을 못 받을 수도 있습니다. 또한, 사진만 놓고 보면 아무런 감정이 돋아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즉 보편적인 감상인 스투디움이 아닌 개인적인 감상과 감정인 품쿠툼일수도 있죠. 그러나 저에게는 스투디움이었습니다. 아마 많은 분들도 비슷한 감정을 느끼게 될 것 같네요.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배지환 사진작가의 감정이 저 사진에 박혀 있을 듯 하네요. 그래서 이 '길 위에 서다'에 박힌 감정들이 나와 사진작가님과 다른 감정일 수도 같은 감정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각자의 푼쿠툼을 끌어낼 듯 하네요 전 바로 위 사진에서 한참을 머물렀습니다.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어렸을 때의 기억이 살며시 떠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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