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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세상에 대한 쓴소리

광화문 유령 시위를 보다가 서글픔이 밀려오다

by 썬도그 2016. 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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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가 독재가 1명이 이끄는 전체주의 보다 좋은 점은 위험 분산입니다. 독재자가 이끄는 전체주의는 그 독재가가 엄청나게 뛰어난 능력이 가진 사람이라면 사회 발전 속도도 빠르고 사회가 윤택해지고 살기 좋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독재자가 무능한데도 무자비하다면 그 전체주의 국가는 지옥 그 자체일 것입니다. 우리는 일본제국과 2차 대전 독일과  북한 등의 수 많은 독재국가를 통해서 독재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특히, 같은 민족인 북한의 독재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손가락질을 합니다.

그런데 그런 우리는 어떤가요? 한국은 민주주의 국가입니다. 그러나 외형은 민주주의인데 그 안을 들여다보면 민주주의 국가라기 보다는 전체주의 국가가 아닐까 할 정도로 최근에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오늘 영화 '동주'를 보니 국가의 3대 요소는 영토, 국민 그리고 주권이라고 하더군요. 대한민국은 영토, 국민은 있지만 이 주권이 있는 나라인지 의심스럽습니다.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서 나온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대한민국 주권은 정부로부터 나오는 것 아닐까요? 제가 이런 생각을 하는 이유는 대한민국 주권을 가진 국민이 자기 주장을 하려고 하면 경찰이 하지 못하게 막고 있습니다. 

제21조 

①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②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
③통신·방송의 시설기준과 신문의 기능을 보장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
④언론·출판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 언론·출판이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한 때에는 피해자는 이에 대한 피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출처 : http://www.lawnb.com/lawinfo/contents_view.asp?cid=5EB6CC3A84724A139A604AF7BE4F7238|J21|K

청와대 앞, 국회의사당 앞과 같은 국민들의 민의를 가장 잘 드러낼 공간에서 원천적으로 시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한국과 비슷한 나라가 있습니다. 바로 스페인입니다. 스페인은 여러모로 한국과 비슷합니다. 높은 청년 실업률 긴 독재 기간 그리고 우파가 정권을 잡고 있는 등이 참 비슷하죠. 그리고 주요 공공건물 앞에서 시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에 2015년 4월 스페인 시민단체는 공공건물 주변 시위를 금지하는 정부에 항의하기 위해서 홀로그램 집회 일명 유령 집회를 해서 전세계에서 스페인을 손가락질 하게 만들었습니다. 얼마나 집회, 결사의 자유가 없으면 유령들이 시위를 할까? 했습니다.


그리고 어제 자랑스러운(?) 한국에서도 세계 2번 째 유령 시위가 열렸습니다.


엠네스티 한국지부는 한국의 인권 상황의 추락과 집회,결사의 자유가 없음을 알리기 위해서 유령 시위를 시도했습니다. 오후 8시 30분부터 9시까지 약 30분간 진행했습니다. 광화문 광장 끝 쪽에서 했습니다. 


현장에는 시민들은 거의 없고 약 200여명의 기자들이 가득찼습니다. 


행사는 간단했습니다. 투명한 천을 놓고 뒤에서 빔 프로젝터로 시민들과 함께 만든 영상물을 투사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주변에는 경찰들이 무전기를 들고 수시로 무전을 하더군요. 경찰은 이 유령시위가 문화제로 신고 되었기 때문에 구호를 외치는 등의 행위를 하면 집시법 위반으로 잡아들일 생각이라고 하더군요. 그러나 제가 지켜보니 구호 외치는 사람들은 없었고 유령들만 구호를 외쳤습니다



유령들을 잡으려고 해도 실제가 아닌 허상이기에 경찰들은 이들을 체포할 수 없습니다.



만약 이들을 체포한다면 국제적인  웃음거리가 될 것입니다. 한 페이스북 이웃은 이거 계속되면 다음에는 경찰도 물대포 쏘는 홀로그램 만들면 대박 웃길 것이라고 하더군요. 같이 웃었지만 농담이 실제가 되는 일이 많이서 길게 웃지는 못했습니다.

워낙 한국 경찰들은 상상력이 뛰어나잖아요. 



이렇게 아무런 마찰 없이 기자들만 가득한 상태로 행사는 끝이 났습니다. 시민보다 기자가 더 많은 행사는 영화 시사회나 연예인 발표회 말고는 없는데 기자들만 가득했습니다.








그런데 전 이 퍼포먼스를 보면서 서글픔이 밀려오더군요. 고통 받는 사람들이 자기 고통을 입 밖으로 낼 수 없는 세상이 너무나 서글펐습니다. 민주주의가 독재국가보다 나은 점은 다양성입니다. 여러가지 의견과 주장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느리게 가도 옳은 방향으로 갈 수 있습니다.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하고 소수 의견이라고 묵살하지 않고 참고하며 때로는 양보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천천히 가는 것이 민주주의의 힘입니다. 그러나 한국은 먹고사니즘이라는 유일한 철학으로 경제발전을 방해하는 모든 목소리를 불도저로 밀어 버리고 있습니다. 참으로 천박한 나라입니다. 이런 천박함을 이제는 많은 나라들이 알고 있습니다.



집회와 시위를 맘대로 할 수 없는 나라. 이게 한국입니다. 그래서 유령들이 시위를 했습니다. 그런데  집에 와서 보니 경찰은 이번 시위를 체증한 후 미신고 집회로 처벌 여부를 검토중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개탄스럽네요. 이젠 유령도 체포할 기세입니다.

차라리 체포 했으면 좋겠습니다. 체포해서 스페인도 하지 않았던 일을 해서 전 세계가 한국 경찰의 수준과 천박함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만약 이 유령 시위를 경찰이 체포한다면 전 세계 화제가 되고 전 세계 언론이 비웃음을 가득 줄 것입니다. 국격은 물론 지하를 뚫고 내려갈 것입니다.  한국 경찰의 수준을 가늠하는 리트머스 용지가 될 것입니다. 이런 나라에서 사는 것이 참으로 부끄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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