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도 흔하지 않았고 사진은 고귀하던 시절 사진은 권력이라는 힘에 끌려가는 자석처럼 권력자들을 필요 이상으로 많이 담았습니다. 평소에 하지도 않는 행동을 국민들 앞에서 하면서 기념 사진을 찍듯 선행을 하는 위정자는 그렇게 사진을 남용했습니다. 그렇게 사진을 권력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이유는 그렇게 연출된 상황이던 말던 국민들은 사진을 보면서 그 위정자를 평가했습니다. 사진에 속아 넘어가는 우민들이 가득하니 권력에 기댄 사진은 점점 더 늘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진들은 기록물로 잘 보관되고 있습니다. 권력이 없는 국민들은 누가 기록 했을까요? 스스로 기록하지 않으면 기록이 없었습니다. 스스로 기록하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졸업식이나 기념일이나 여행 등의 달뜬 날에만 서로를 기록했습니다. 이렇게 특정한 날에만 찍거나 여행을 가서 찍는 기록물은 오롯한 내 모습이 아니였습니다. 남이 우연히 담은 내 모습이 진짜 내 모습이 아닐까요 그게 과장되지 않는 내 일상의 기록일 것입니다.


강남 테헤란로 뒤로 저녁 해가 떨어지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보다가 강남역에서 내려야 하는데 역삼역에서 내렸습니다. 그러나 다시 강남역으로 가는 전철을 타지 않고 역삼역에서 내렸습니다. 강남은 역삼역에서 강남역까지 가까운 편입니다. 



강남역은 정말 가고 싶지 않은 역입니다. 지옥철을 많이 경혐했지만 강남역은 최악입니다. 특히 오늘 같은 불금이나 주말에는 구역질이 날 정도 미어터지죠. 그럼에도 강남을 찾은 이유는 사진전 때문입니다.

사진작가 권태균 1주기 추모 사진전인 <노마드>가 지난 1월 4일부터 오늘 2월 20일까지 전시하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가지 못했습니다. 강남역이기 때문입니다. 보통의 사진전은 인사동이나 서촌이나 삼청동 인근에서 열립니다. 그런데 이 사진전은 특이하게도 강남역에서 열리네요. 강남역에는 놀랍게도 사진 미술 대안공간인 스페이스22가 있습니다. 땅 값도 비싼 곳인데 그것도 22층이라는 스카이라인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최고층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갤러리 구경도 할 겸 찾아가 봤습니다. 


권태균 사진작가 잘 모릅니다. 작년에 작고 하셨고 1주년 기념이라고 하지만 작녁까지도 잘 몰랐습니다. 사진전도 별로 안 하셔서 더 모를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찾은 이유는 인터넷 뉴스 기사와 페이스북에 권태균 사진작가의 사진들이 절 움직이게 했습니다. 이런 사진작가도 있었구나!라는 감탄사입니다. 


스페이스22는 생각보다 넓은 갤러리였습니다. 약 50 ~60점의 사진을 전시해도 넉넉한 공간입니다. 22층 전체를 사용하고 있어서 아주 큽니다. 스페이스22 이야기는 잠시 후에 다시 하고요. 



권태균 사진작가의 사진들은 대부분 80년대 초중반의 사진들입니다. 서울도 있지만 대부분은 남부 지역입니다. 전라도, 경상도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촬영한 사진들입니다.  1980년대는 어떤 시대일까요? 한국의 1980년대는 산업화가 성숙 단계에 접어든 시기였습니다. 

70년대 경제 발전이 산업화를 이끌면서 삶의 방식이 점점 서구화 되었습니다. 근대와 현대가 공존하던 시기였습니다. 그래서 시골에서는 갓 쓴 할아버지와 양복 입은 사람이 공존하던 시기였습니다. 시골에 사는 여학생들이 버스를 타고 구로공단에 취직을 하던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공장이 죽순처럼 쏟아 오르면 농촌 인력들이 공산품을 만드는 공장 노동자가 되던 시기엿죠.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스펙트럼이 다양했던 시기입니다. 갑작스러운 고속 성장으로 인해 사회 갈등도 많은 시기이기도 했죠. 이 80년대의 고속 성장 속에 많은 옛 것들이 처단 당했습니다. 구태스럽거나 과거의 상징이 되는 것들은 과학의 힘으로 분쇄하던 시기였습니다. 

이 고속 성장의 시기에 민초들을 카메라에 담은 사진작가가 지금 과천 현대미술관에서 전시하고 있는 육명심 사진작가입니다. 육명심 사진작가의 백민(관직이 없는 백성) 시리즈는 80년대의 민초들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육명심 사진작가는 전국의 민초들을 정면을 바라보게 하고 촬영을 했습니다. 전형적인 유형학적인 사진이죠. 아마도 '아우구스트 잔더'에 영향을 받은 듯합니다. 증명사진처럼 80년대를 증명하려는 모습이죠. 


비슷한 시기에 권태균 사진작가는 남부를 돌아 다니면서 같은 민초들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육명심 사진작가가 잔더의 사진과 비슷한 느낌이 난다면 권태균 사진작가의 사진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사진의 느낌이 강합니다. 사진들을 보면 무슨 큰 의미가 있지도 포즈를 취한 사진도 거의 없습니다. 카메라를 의식하는 듯하면서 안 하는 그냥 평범한 일상을 담았습니다. 

길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들을 카메라에 담았다고 합니다. 그말이 맞습니다. 사진들을 보면 어떤 특정한 주제가 도드라지는 것도 아니고 형식의 운율이 느껴지는 것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로베르트 드와노'같이 유머가 느껴지는 사진도 많지 않습니다. 어떤 공통점도 느끼지 못하겠습니다. 그렇다고 기록사진이라고 분류하기에도 애매한 참 묘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분류 될 수 없음이 오히려 정체성이 되어버리는 경우를 봤는데 그런 비정형성이 정체성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길에서 만단 도포 자락 휘날리며 걷는 노인의 뒷모습과 광주리를 이고 있는 두 아이의 엄마가 늠름하게 서 있네요. 사진 배치도 멋스럽네요. 




이런 사진을 보면 유형학적인 사진처럼 느껴지지만 느슨한 표정들이 좀 다릅니다. 그러고보면 사진속 인물들의 표정들이 일상의 포습처럼 잔 미소가 살짝씩 보입니다. 


위 사진은 은마아파트를 촬영한 사진입니다. 저 뒤에 은마 아파트가 보이네요. 강남 허허벌판에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거대한 성채처럼 서 있네요. 80년대라는 순간을 우연히 잡은 사진들이 참 많이 보이네요. 80년대 다큐 사진들이 서울 같은 대도시를 주로 담았다면 권태균 사진작가의 노마드 사진전은 지방의 소소한 일상을 잡아냈습니다.

최근들어 이 80년대 풍경들을 전시하는 사진들이 늘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취미 또는 여러가지 목적으로 촬영했으나 전시되지 못한 사진들이 세상에 점점 나오네요. 그 시가가 흥미롭게도 한 세대 전인 80년대입니다. 아버지 세대들의 추억이 깃든 사진들이 개인 금고에서 세상으로 쏟아져 나오는 듯하네요. 


아! 스페이스22라는 대안공간 소개를 더 하자면 뒷편에는 이렇게 다과를 즐길 수 있는 휴게소가 있습니다. 커피머신도 있는데 커피 한 잔에 500원 밖에 안 합니다. 사진전도 보고 커피도 마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강남 풍경을 내려다 볼 수 있는 것도 작은 특권이죠.


반대편에는 유리창이 있는데 번잡한 강남사거리를 내려다 볼 수 있습니다. 


유동 인구가 엄청난 강남 사거리. 이렇게 내려다 볼 수 있는 뷰 포인트도 제공하는 스페이스22입니다. 새삼 이런 곳을 만든 관장님이 누군지 궁금해지네요. 사진전도 많이 하고 사진 강의도 많이 하는데 앞으로는 더 경청해서 들어야겠습니다.




한국 사진출판계를 이끄는 눈빛출판사가 어김없이 등장하네요. 한국에서 눈빛출판사가 없었다면 한국의 사진집 8할은 사라졌을 거란 생각도 드네요. 워낙 다양하고 방대한 사진집을 출간합니다. 



스페이스22에서 오늘까지 전시하는 권태균 노마드 사진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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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역삼동 825 미진프라자빌딩 22층 | 스페이스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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