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콘크리트입니다. 매마른 콘크리트의 딱딱함 그 자체입니다. 사람들 사이에 부드러움보다는 날 선 경계와 무관심이 가득합니다. 이런 메마른 도시는 그 도시에 사는 사람들 마음까지 메마르게 합니다. 


그러나 이런 딱딱한 마음을 가진 도시도 가끔 웃게 하는 존재들이 있습니다. 귓가를 스치는 바람, 아침 출근길에 들여오는 까치소리 안개 사이로 보이는 도심의 불빛이나 계단 사이에 핀 작은 식물들. 나이 들수록 푸른 식물들이 너무 사랑스럽습니다. 매년 겪는 겨울이지만 겨울의 잿빛이 내 모습과 비슷해서 그런지 점점 무채색 겨울이 싫어지네요

반면, 봄에 피는 작은 새싹들은 마치 우리 어린아이들 같아서 너무 사랑스럽고 귀엽습니다. 몇 년 전 봄 계단에 핀 작은 꼬꼬마를 촬영했습니다. 



보도블럭 사이에 피는 잡초들도 카메라 손길이 참 자주 가네요. 정말 얼마 안 되는 틈에 씨가 떨어지고 그 씨가 뿌리를 내리고 푸른 줄기와 잎을 하늘로 내보냅니다. 그러나 사람들의 많은 발에 밟혀서 납작해졌네요. 이런 보도블럭 사이에 핀 잡초들을 보면 강한 생명력을 느낍니다. 

이 미물도 살려고 이렇게 발버둥 치는데...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삶은 본능 같습니다. 그리고 명령 같습니다. 살라는 명령을 받은 생명체. 그 최전선에 잡초들이 있는 것 같네요. 











저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진작가가 있습니다. 바로 박김형준 사진작가입니다. 박김형준 사진작가는 여덟 번째 개인전인 <A Crack_틈> 사진전을 통해서 틈 사이에서 피어나는 작은 생명체를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이 사진들은 거대한 카메라가 아닌 아이폰이라는 작은 카메라로 담았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사진을 전시하는 사진작가는 꽤 있습니다만 흔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과감하게도 박김형준 사진작가는 스마트폰으로 촬영했습니다. 아무래도 소재가 소재이니만큼 일상에서 발견하는 작은 아름다움은 휴대성이 좋은 아이폰이 더 좋긴 하겠네요.

전작인 <A Wall_벽>의 연장선상에 있는 시리즈인 <A Crack_벽>은 담벼락에 핀 생명을 담고 있습니다. 담벼락이라는 수직적인 선이 계속된느 곳에서 가끔 보면 녹색 생명체가 피는 것을 보고 신기하다고 생각했는데 이걸 놓치지 않으셨네요. 기와 틈으로 자라는 잡초도 얼마나 많은데요. 그래서 서촌 같이 한옥이 많은 동네에 가면 기와 틈으로 자란 녹색 생명체를 가끔 볼 수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흔한 소재입니다. 누구나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소재이죠. 그러나 담벼락에 핀 작은 생명을 오래 보고 카메라에 담기는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런 존재에 존재감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죠. 대부분이 그렇게 생각 합니다만 이 박김형준 사진작가는 담았습니다. 그가 이 사진을 담을 수 있었던 이유는 박김형준 작가가 주로 촬영하는 피사체에서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박김형준 사진작가는 철거민 문제나 젠트리피케이션 문제 등을 꾸준하게 촬영하고 사진으로 담고 있는 사진작가입니다. 
페이스북 이웃이기도 해서 박김형준 사진작가의 마음 씀씀이를 자주 어깨 너머로 보고 있습니다. 도시의 거대한 그림자 밑에서 사는 도시 빈민과 재개발 문제에 초점을 맞추는 감수성과 담벼락에 핀 생명체를 담는 시선은 연결되어 있습니다.

박김형준 사진작가는 여기에 색다른 시선도 붙였습니다. 벽이라는 공간은 풀이 자라기 힘든 공간이지만 오히려 벽이 물을 모아주고 바람도 막아주고 볕의 온기를 모아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역발상도 생각했네요. 그러고 보니 벽이라는 공간 인간이 만든 벽이라는 존재가 시련의 공간이 아닌 상부 하는 관계로 보이기도 하네요

도시의 딱딱한 삶 속에서 한 줄기 웃음 같은 존재를 사진으로 담은 사진전 <A Crack_벽>사진전이 곧 다가옵니다.


1월 22일부터 2월 10일까지 평창동 이정아 갤러리 3전시실에서 전시를 합니다. 관심 있는 분들 찾아가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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