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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세상에 대한 쓴소리

태어나지 말아야 할 곳에서 태어난 고척돔구장

by 썬도그 2015. 1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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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거품이 좀 빠져야 합니다. 프로야구 선수들의 도박 사건이나 음담패설은 정말 듣기 거북하네요. 
이게 다 프로야구가 인기가 너무 많은 결과가 아닐까 합니다. 관중이 많이 찾아오니 자기들이 슈퍼스타로 착각하고 있어요. 

전 야구 마니아지만 내년에는 야구를 끊거나 줄이려고 노력해볼 생각입니다. 

프로야구가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한결 같이 인기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2000년대 초반은 텅빈 야구장이 일상이었죠. 그러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야구팀이 우승을 하고 WBC에서 일본을 꺾는 등 파란을 일으키면서 여성 관중을 끌어 모았습니다.

때마침 DMB로 4개 구장 경기 모두를 볼 수 있는 인프라가 좋아진 것도 한 몫 했습니다. 이렇게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로 자리매김한 야구. 그 최고 인기 스포츠라는 후폭풍으로 만들어 진 것이 있었으니 그게 바로 '고척 돔구장'입니다


고척돔구장은 국내 최초의 돔 야구장입니다. 배구나 농구는 코트가 작기 때문에 당연히 실내 체육관으로 만들지만 야구는 축구장과 함께 경기장이 무척 큽니다. 그래서 돔 구장으로 만들기 힘들죠. 그래서 야구인들은 돔구장을 만들어달라고 줄기차게 요구했습니다. 그래서 고척돔구장이 탄생했으면 얼마나 좋으련만.. 이 고척돔구장이 태어난 과정은 그게 아니였습니다.

집에서 걸어서 1시간 거리에 있는 고척돔구장을 걸어서 찾아가봤습니다.
구일역이 가까워지니 드디어 고척돔구장이 보이네요




태어나지 말아야 할 곳에 태어난 고척돔구장



고척돔구장은 태어나지 말아야 할 곳에서 태어났습니다. 고척돔구장이 있던 자리는 이전에는 나대지 또는 패자제 집하장으로 쓰던 곳으로 무척 협소한 공간이었습니다. 

이 공간에 고척돔구장을 우겨 넣는 것은 무리수였죠. 야구장 같이 많은 사람이 들어오는 공간을 만드려면 교통편이 좋아야 합니다. 사람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한다고 하지만 아기가 있거나 나이가 많은 분들이 있는 가족들은 차로 이동하는 게 편하거든요. 그래서 충분한 주차장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낮에도 막히는 경인로 인근에 떡 하니 만들더군요.

게다가 대중교통편도 좋지 못합니다. 구일역에서 한 20~30분 걸어가야 하거든요. 
그런데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여기에 야구장을 만들 생각을 합니다. 어느 정도 이해는 합니다. 사실, 이 고척돔구장은 원래는 고척 하프돔 또는 고척 야구장으로 지어질 예정이었습니다. 동대문 야구장을 대체해야 할 야구장을 만들어 달라는 야구인들의 목소리를 반영해서 동대문 야구장을 대체할 아마츄어 전용 야구장을 고척동에 짓습니다. 그게 지금의 고척돔구장입니다. 

아시겠지만 지금 동대문 야구장은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인 DDP가 올라가 있죠. 
고척동 야구장은 아마츄어 야구장으로 만들어졌으면 거의 문제가 없었을 것입니다. 청룡기나 봉황기 같은 전국대회 고교야구를 하는 데는  문제가 없죠. 요즘 고교야구 인기도 없어서 교통 문제도 크지 않고요. 

그런데 갑자기 고척 야구장을 돔구장으로 변경을 합니다. 이 변경을 지시한 사람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으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 야구팀이 우승을 하자 그 우승 버프를 받아서는 갑자기 돔구장 건립을 추진합니다. 


여기에 홈런 공이 장외로 나가면 주차장이 아닌 일반 도로여서 홈런 공으로 인해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과 결정적으로 고척돔구장 바로 위를 지나가는 국내와 국제선 비행기들의 비행기 소음도 문제가 되었습니다. 

야구 경기 하는데 심판의 콜 싸인을 못 듣거나 소음 때문에 경기가 방해 되면 안 되잖아요. 그런데 고척돔구장 바로 위로 김포공항으로 향하는 여객기가 5분 마다 1대 씩 지나가니 야구를 제대로 하겠어요. 누가 여기에 야구장을 지을 생각을 했고 허가를 냈는지 정말 멍청한 공무원들입니다.

이렇게 2008 베이징 올림픽 야구 우승, 여객기 소음, 홈런볼 안전사고가 결합 되어서 고척 돔구장이 지어집니다. 

그래 짓기로 했다고 칩시다. 반대 의견이나 모든 의견 묵살하고 불도저처럼 밀어 부치기로 했다고 인정한다고 칩시다. 그럼 고척돔구장 짓기 전에 대중교통편이나 관중을 위한 편의 시설을 미리 만들어 놓았어야죠.  고척돔구장과 가장 가까운 전철역은 구일역입니다. 구일역은 서울 아니 전국 지하철역에서도 가장 독특한 역입니다. 

원래 이 역은 없던 역이었는데 수십 년 전에 새로 생긴 역입니다. 구로에서 인천행 전철이 지나가는 역으로 공중에 떠 있는 듯한 모습입니다. 가끔 수원행이 아닌 인천행 탔다가 구일역에서 내린 적이 있는데 정말 크기도 작고 시설도 좋지 못합니다. 이 구일역에서 고척 돔구장을 가려면 빙 둘러서 가야 합니다.  그 길이 무려 20분 정도 걸어가야 합니다. 

이런 불편을 막기 위해서 서울시가 뒤늦게 구일역에서 바로 고척 돔구장으로 가는 길을 만들고 있습니다. 미리 미리 좀 하죠. 뭐 그래도 아직 야구 경기가 본격 시작 되는 것이 아니기에 올 겨울내에 완공하려나 봅니다. 


이렇게 구일역에서 새로 만들어지는 계단을 타고 내려오면 안양천 자전거도로가 나오는데 저길을 쭉 걸어가면 고척돔구장이 나옵니다. 


보통은 저 구일역으로 나와서 


3명이 지나가기도 좁은 이 길을 쭉 지나서 


고척교를 건너야 고척돔구장이 나옵니다. 그나마 고척교는 확장 공사를 해놓았네요. 그럼 뭐합니까? 아까 그 굴다리가 좁아서 병목 현상을 일으키는데요


고척돔구장을 안양천 자전거도로에서 올라가봤습니다.


진입계단이 아닌 경사로로 만들었네요. 


올라서니 큰 공터가 있네요8. 저 끝에 테이블도 있고요. 이 공간은 잘 만들어 놓았네요. 학생들 스케이트 보드 타는 곳으로 활용되고 있네요. 



그러나 1층을 내려다 보니 한숨이 나오네요. 정말 작디 작은 공간이 있네요. 방송중계차가 서 있습니다. 




막 야구 경기가 끝났는지 관광버스가 서 있습니다. 관광버스 4대가 들어서니 1층 공간이 꽉 찹니다. 정말 작디 작네요. 이렇게 작은 구장은 처음 봤습니다. 목동야구장, 잠실야구장과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입니다. 


좁은 것은 또 있습니다. 고척돔구장 자체도 아주 작습니다. 좌석 안내도만 봐도 뭔가 많이 허전하죠. 보통은 좌석이 야구장을 감싸는데 좌/우가 지우개로 싹 지운듯한 모습입니다.



오늘까지 제 70회 청룡기 고교야구를 하네요. 원래 여기 주인은 아마츄어인 고등학생이나 대학생 것인데 아시겠지만 넥센이라는 프로팀이 홈구장으로 활용한다고 하네요. 그럼 목동구장에서 아마츄어들이 경기를 하나요?


전체 조망을 봐도 고척돔구장은 딱 야구장만 겨우 들어선 느낌입니다. 야구장 뒤에 초등학교와 고등학교가 있고 길 건너에는 동양공전이 있습니다. 즉 하교 시간에는 미어 처진다는 소리죠



실내로 들어가 봤습니다. 청룡기가 배출한 스타들의 사진이 있네요. 


1층 아니 2층 복도는 크지도 적지도 않네요



고척돔구장을 들어가 보니 시원스러운 풍경이 보이네요. 그런데 보자 마자 느낀 것은 너무 작다입니다. 


홈플레이드 뒤편은 테이블석이 있는데 여기 상당히 비쌉니다. 프로야구 경기는 어떨지 모르지만 쿠바와 한국대표팀 친선경기는 외야가 1만8천원이나 하네요. 잠실 야구장이 9천원인 것으로 기억하는데 2배나 비쌉니다. 내야는 3만원 정도 하고요. 

구로구 주민은 50% 할인해주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아마도 목동구장보다 더 비싼 가격으로 책정될 듯 하네요.



지난 한국 vs 쿠바 경기에서 야구 선수와 코치들이 덕아웃에 지붕이 없다는 것을 지적했는데 그건 개선했네요. 덕아웃에 지붕이 없으면 관중들이 음료수나 오물을 덕아웃에 투척 할 수 있는데 그건 개선했네요. 그러나 불펜 투수들이 몸을 푸는 곳이 지하에 있다는 것은 문제가 되겠네요




참 말 많은 외야 좌석입니다. 외야 좌석을 보면 중간에 틈이 있는 것 같지만 저 붉은 칠을 한 좌석이 하나입니다. 중간에 빈것처럼 보이는 곳은 사람이 지나다니는 공간이 아닌 봉이 나와서 띄워 놓은 것이고요. 무려 20개의 좌석이 한 몸으로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한 가운데 앉은 사람이 화장실 가려면 10명이 일어서거나 불편해 해야 합니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돔구장 천장입니다. 한국 선수들이 외야 플라이가 뜨면 돔구장 천장이 하얀색이라서 공 색깔과 비슷해서 공 잡기가 힘들다고 하더군요. 누가 설계했는지 정말 개판으로 했네요

일본 돔구장도 하얀색으로 된 곳이 꽤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은 돔구장 천장을 어둡게 해서 공과 대비되게 했습니다. 그런데 낮경기 할 때는 야외 채광이 되는지 천장이 너무 밝네요. 야간 경기도 문제가 있다고 하는데 어떻게 개선할지 모르겠네요. 





여러모로 보나 구장이 참 작습니다. 보통 내야와 외야끝에 3층 이상으로 쌓아 올려서 많은 관람객이 볼 수 있게 하는데 보시면 1루라 3루쪽 끝은 아예 관중석이 없습니다. 


아직 매점도 입점하지 않았네요



2200억원이 들어간 고척스카이돔. 시민 세금으로 만들어진 공간이지만 여러모로 참 볼품없는 돔구장이네요. 이게 다 오세훈 전 시장이 만든 업적이죠. 교통편도 jtbc가 취재한 내용을 보니 예상대로 교통 대란이 일어나네요. 



고척돔구장이 아닌 고척똥구장이 되지 않으려면 서울시의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네요. 그러기에 애초에 아마 야구장으로 만들던가 아예 저 자리에 야구장 지을 생각을 말아야죠. 아니 여객기가 5분 단위로 지나는 자리에 무슨 야외 경기장을 지을 생각을 다 합니까? 정말 관련 공무원과 오세훈 전 서울 시장은 평생 욕을 먹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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