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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문화정보

도시 개발에 휘둘린 세운상가의 리부팅 전시회'다시 만나는 세운상가'

by 썬도그 2015. 1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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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운상가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속칭 빨간 비디오 테이프라는 야동 비디오 테이프 판매처였습니다. 그래서 친구들이 세운상가 간다고 하면 의심의 눈치를 보였죠. 실제로 세운상가 2층에는 빨간 비디오 테이프를 파는 곳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세운상가는 용산전자상가가 생기기 이전에는 한국의 전자산업을 선도했던 곳이였습니다. 

지금도 전자 부품을 많이 파는 곳이 세운상가입니다. 조명 상가와 공구 상가가 얼기설기 엉켜있죠. 




박정희의 지시로 불도저 김현욱 전 서울시장이 만든 세운상가


세운상가를 건물 한 개만 세운상가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정확하게 세운상가 밸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운전자상가와 똑같이 생긱 건물이 기차처럼 주루룩 이어졌는데 세운상가 뒤로 대림상가, 삼풍사가 진양상가가지 이어집니다. 이 세운상가 벨리는 종로에서 충무로까지 쭉 이어져 있습니다. 

이 거대한 건물은 1966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지시로 건축가 박수근의 설계로 지어진 건물입니다. 원조 불도저 서울시장인 김현욱 서울시장은 박 전 대통령의 명령을 받들어서 일사천리하게 세운상가를 만듭니다. 세운상가는 국내 최초의 복합 상가 건물로 아래 부분은 상가로 그 윗부분은 오피스텔이나 아파트로 활용했습니다. 

1960년대 당시는 아파트도 많지 않았던 시절이라서 아파트라는 신종 주거 형태가 신기하기도 하고 미래지향적이자 편의성이 높아서 몇몇 연예인들이 이 세운상가 아파트에 살기도 했습니다. 



이 세운상가가 2009년에 일부분이 사라졌습니다. 

사라지기 전에 촬영한 사진입니다. 세운상가 가장 앞에 있던 현대 아파트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세운상가 철거 계획으로 사라지게 됩니다. 잘 모르실거에요. 이쪽에 관심 있는 분들만 관심 있지만 전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을 완전히 뜯어 고치려고 부던하게 노력했던 분입니다. 

그중 하나가 세운상가 벨리를 다 뜯어내고 거기에 남산까지 이어지는 초록길을 내려고 했습니다. 종묘에서 공원길을 걷듯 걸으면 남산에 도착하게 하는 거대한 프로젝트였죠. 이 계획을 실현 시키기 위해서 세운상가, 대림상가, 진양상가 등등과 협의를 했고 세운상가의 일부인 현대아파트를 철거합니다. 




그러나 2008년 세계 금융 위기가 발생하게 되고 이 거대한 프로젝트는 붕괴합니다. 사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세계적인 경제 부흥기 또는 서울의 부동산 광풍으로 세금을 많이 걷어 들이던 시기의 시장이었습니다. 서울시 세금중 큰 부분이 부동산 거래세인데 부동산 거래가 활발하게 일어나야 지자체가 세금을 많이 챙길 수 있습니다.

이 부동산 광풍 엔진을 믿고 과감하게 세빛둥둥섬, 고척돔구장, 그리고 이 세운 초록길 사업을 추진하려다가 모두 망하게 됩니다. 그나마 가장 덜 망한 곳이 가장 덜 개발한 세운 초록길 사업입니다. 




지금은 세운전자상가 앞부분인 현대 아파트 만 철거하고 멈춘 상태입니다. 앞 부분이 휑하니 사라졌는데 개발이 멈춘 이 공간에 벼를 심는 등 여러가지 활용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흉물스러워졌습니다. 


그런데 현대아파트 철거로 서울시가 들인 돈이 얼마인 줄 아세요? 무려 3천억 원입니다. 3천억 원을 공중 분해 해 버린 곳이 오세훈 전 서울시장입니다. 이분 요즘 또 정치판에 기웃거리던데 강남에 출마하면 또 당선 될 것입니다. 

개발이 멈춘 세운상가는 이전보다 더 을씨년스러워졌습니다. 점점 슬럼화 되어가는 세운상가. 서울시는 세운상가를 살리기 위해서 1단계로 세운상가와 대림상가를 잊는 보행로를 만들어서 '도시 재생'계획을 세웠습니다. 





공포의 세운상가 2층은 어떻게 변했을까요? 세운상가의 빨간 비디오 테이프 파는 곳이 이 계단을 오르면 나왔습니다. 어떻게 아냐고요? 고2때인가 친구와 근처 아세아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길을 잘못 들었다가 여기저기서 호객의 소리가 들리더군요

뭐 뻔하죠. 학생! 좋은 거 있어! 처음에는 무슨 말인가 했는데 금세 깨달았죠. 아! 여기가 그 유명한 거기구나. 그리고 고개를 푹 숙이고 걸었습니다. 뭐 나중에는 욕설까지 날아오더군요. 워낙 험한 곳이기도 했고요. 뭐 세운상가에서 구한 빨간 비디오 테이프를 집에서 틀었더니 전원일기가 나왔다는 유머가 있을 정도로 이곳은 유명합니다. 아마도 응답하라 1988에서도 한 번은 나올걸요

지금이야 온라인으로 조달이 가능한 시대죠. 맞아요. 인터넷 시대가 되면서 세운상가가 직격탄을 맞습니다. 아니 그 이전에 세운전자상가는 80년대에 용산전자상가가 들어선 후 중심축이 용산으로 기울면서 쇠태해가기 시작합니다. 

당시 정부는 서울 도심에 전자상가, 공구상가와 조명상가와 철공소들이 밀집해 있는 이 공간을 분쇄하고 싶었습니다. 서울 도심에 공장은 아니지만 이런 흉물(?)스러운 곳이 있다는 것을 용납하지 못했죠. 그래서 뭐든 보기 안 좋은 것은 교외나 서울 변두리로 보냈습니다. 그래서 용산전자상가와 시흥공구상가가 생기게 됩니다. 

그러나 철공소와 전자상가와 조명상가와 공구상가는 하나의 유기체입니다. 따라서 독립적으로 존재하기 보다는 함께 있을 때 시너지 효과가 나옵니다. 예를 들어서 철공소에서 케이스를 제작한 후에 공구상가에서 공구 몇 개를 사고 전자 부품을 함께 살 수 있어서 제품 생산을 하는 분들에게는 몰려 있는 것이 좋습니다. 한 곳에서 다 해결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걸 다 떨어트려 놓으면 모두 돌아 다니려면 하루가 걸립니다. 이런 것을 간과하고 떨어트려 놓으려고만 했으니 그게 효과가 있겠어요. 이게 다 무능한 공무원들의 정책 때문입니다. 





세운상가 2층은 변했습니다. 빨간 비디오 테이프 대신에 도청, 몰카, 몰카 탐지기, 위치 추적기 같은 것을 많이 파네요. 공통점은 은밀한 것을 판다는 것은 비슷하네요. 도청기 몰카 탐지기 같은 것을 일반인들이 거의 사지 않죠


비아그라와 흥분제까지 판매하네요.  재미있네요. 여전히 은밀한 것들을 팔고 있는 모습이요. 





2층 정확하게는 3층 플로우 워크 부분만 저런 것을 팔지 안에 들어가면 여느 전자 상가와 다를 것이 없습니다. 이 세운상가는 주로 노래방 기기를 많이 팔더라고요. 



다시 만나는 세운상가 전시회

서두가 길었네요. 이 세운상가를 재조명하는 전시회가 11월 13일 오프닝을 시작으로 27일까지 열립니다. 그 오프닝을 지켜봤습니다. 





세운상가 5층에서 전시를 하는데 5층까지 세운상가를 지나서 나오면 전시 공간이 펼쳐집니다. 이곳은 국내 최초의 오피스텔 건물이 있는 곳입니다. 안에 들어서니 1980년대의 가장 흔한 유희 도구였던 아케이드 게임기가 보이네요. 

돈을 넣고 보글보글 엄청했죠. 이 아케이드 게임기는 세운상가에서 일본의 게임 보드판을 수입한 후 개조해서 판매했습니다. 
당시는 세운상가가 컴퓨터와 아케이드 게임 보드판으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것도 작품이더라고요. 



세운상가는 천장이 불투명 소재로 되어 있습니다. 중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저 불투명한 아크릴판 같은 곳을 통과한 빛이 낮에 실내를 밝혀줍니다. 이런 중정 개념을 여간 보기 힘든데 1960년대에 이런 중정 개념을 넣었네요. 건축가 박수근이 야심차게 만들어서 그런지 외벽은 칠이 벗겨지지만 안에는 탄탄해 보였습니다. 



몇몇 전시 작품들이 보이는데 금천예술공장에서 본 작품들이 보이네요. 크게 흥미가 가는 작품은 없네요



그나마 흥미가 가는 것은 세운 레코드 콜렉션입니다. LP와 CD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LP는 사더라도 틀 턴테이블이 없어서 구매할 수도 없네요. 






그나마 CD는 살만한데 요즘 CD듣는 사람도 없고 CD가 크기도 크고 해서 끌리지는 않네요




워크숍도 하고 있는데 바느질 회로로 만드는 달빛 액세서리 체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전체적인 전시회나 구성은 괜찮은 것 같지만 흥미를 유발 시키는 것은 많지 않네요. 아무래도 전문 갤러리가 아닌 독특한 공간에 전시를 하는 것이라서 그런지 몰입도는 떨어졌습니다. 다만, 이 공간. 중정이 있는 이 세운상가 공간은 국내에서 정말 보기 드문 공간입니다.





예전 구로공단 벌집 같은 모습도 느껴지고요. 이런 독특한 건물 구조는 영화의 배경이 되기도 했습니다. 강동원 주연의 초능력자와 김기덕 감독 피에타에도 이 곳이 영화에 담겼습니다.




이게 다 중정 효과죠. 그런데 저 지붕을 가까이서 가서 보니 그냥 플라스틱 지붕이네요. 




오락기는 100원을 넣고 실제로 플레이를 할 수 있었습니다. 1991년도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스트리트 파이터2. 얼마나 인기가 높았는지 복합상영관처럼 오락실 한 라인 전체가 스트리트파이터2가 깔려 있기도 했습니다. 





6층에는 오픈식 기념으로 빈대떡과 주먹밥 그리고 오뎅 국물을 무료로 먹을 수 있었습니다. 막걸리도 주던데요. 비도오고 여러가지로 운치 있게 세팅을 했네요





전 전시회보다는 이 세운상가 건물 자체가 하나의 에술 작품 같았습니다. 그래서 출사 지역으로도 인기가 높습니다. 





세운상가 맞은편에는 종묘가 있습니다. 고궁은 정말 알록달록한 다양한 나무들이 있습니다. 여기서 보는 경치가 정말 좋죠. 




그러나 옥상은 막혀 있었습니다. 옥상을 개방하지 않는 이유는 음주 흡연과 사진 촬영 때문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조망이 좋기 때문에 사진 촬영을 하러 많이 오는데 안전 사고 때문에 막아 놓은 것 같네요. 이해는 합니다. 그러나 서울시가 1년에 분기별로 아니면 1주일 정도 전면 개방해서 야경 촬영을 할 수 있게 개방하는 행사를 하면어떨까 하네요. 특히 종묘 쪽은 조망이 꽤 좋거든요. 

그 마저도 현대 아파트 철거로 사라졌습니다. 




세운상가 뒤쪽 풍경도 좋습니다. 똑 같이 생긴 대림상가가 보이네요. 무질서한 서울시, 이게 바로 서울의 진면목입니다. 힐난의 소리는 아니고 그게 서울답다고 느껴집니다. 계획하지 않아서 아름다운 무계획과 무질서함이 오히려 더 사람 사는 느낌이 듭니다. 



오프닝 행사가 시작 되었네요



박원순 서울 시장이 나와서 세운상가를 위한 선물을 가져왔다면서 세운상가에 큰 투자를 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구체적인 말은 안했지만 2층 플로우 워크를 대림상가와 연결해서 공중 보도를 만들 계획인가 봅니다. 이 계획은 찬성하지만 2층 고가도로 같은 그 곳의 상점들이 성인 취향적인 상가들인데 어린아이들 데리고 보도를 걷고 싶게 만들지 걱정도 동시에 되네요

잘 해결하겠죠. 박원순 시장님을 믿으니까요



세운상가 키드인 남궁연이 나와서 세운상가에 대한 토크쇼를 했습니다. 세운상가는 80년대 국민학생이나 중학생들은 한 번은 꼭 와야 했습니다. 왜냐하면 5석 라디오 키트를 조립하기 위해서는 그 키트를 사러 여기까지 와야했죠. 학교 앞 문방구에서도 판매하고 있지만 가격이 세운상가가 더 쌌습니다.

제가 전자공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도 바로 그 5석 라디오 키트를 만들면서였습니다. 뭐 제가 만든 라디오는 소리가 안나서 망쳤지만 다이오드와 저항, 콘텐서와 가변 저항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약속이 있어서 다 보지 못하고 나왔습니다. 세운상가 1층에는 또 다른 전시회가 있네요





을지로 라이트웨이 2015라고 하는데 조명상가와 연계해서 행사를 하나 보네요. 여기도 자세히 보지 못하고 지나쳤습니다.




예술대학 학생들과 상인이 함께하는 행사 같네요. 다음에 시간 날 때 자세히 보고 싶네요

다시 만나는 세운상가 전시회는  http://seoulpowerstation.org/schedule/ 에서 자세히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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