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88'의 주요 정서는 골목과 이웃입니다. 골목을 따라 흐르는 이웃이라는 물줄기는 이웃이 점점 사라지는 2015년 현 세태의 각박함을 은근히 비판하고 있습니다. 골목은 그렇게 사람들의 마음이 자유롭게 들락거리면서 교류의 물줄기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아파트 공화국이 되어서 옆 집에 누가 사는 지도 큰 관심이 없습니다. 오히려 층간 소음 낸다고 서로 고성을 지르기도 하죠.
골목이 사라지고 있고 더 많이 사라질 것입니다. 그래서 골목은 더 희소가치가 올라가서 더 사랑 받을 것입니다. 서울에 골목이 많은 곳이 있습니다. 바로 인사동과 삼청동과 북촌 한옥마을입니다.
인사동은 종각역에서 탑골 공원을 끼고 들어갑니다. 그런 대로로 들어가는 길도 있지만 위 사진처럼 골목을 통해서 갈 수도 있습니다. 인사동 주변은 개발 제한 구역이라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여전히 한옥 지붕을 한 단층 건물이 빼곡합니다. 그 한옥 건물들은 아기자기한 골목을 끼고 있습니다.
이 골목은 옛 골목길의 정서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비가 오는 날이면 운치가 더 좋죠.
이 골목은 종로 일대에 대나무처럼 올라 선 정크스페이스와 다릅니다. 대형 빌딩들을 렘 콜하스는 사람들이 흐르지 않는 공간이라고 해서 정크스페이스라고 명명하고 신랄하게 비판을 했습니다.
생각해보면 대형 빌딩 안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은 빌딩 밖으로 나오질 않습니다. 식다고 휴식도 모든 것을 빌딩 안에서 해결하죠. 이게 몸이 편할 수 있을 지 몰라도 영혼에는 쉽게 피로감을 느끼게 합니다. 그러나 골목은 탁한, 실내 공기가 아닌 하늘이 만들어준 공기가 흐릅니다.
계절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골목, 그 인사동의 여러 골목을 다니다보면 계절의 변화를 그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제가 자주 가는 '경인 미술관'은 제가 추천하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햇살 좋은 날에는 야외 테이블에서 차 한 잔 할 수 있고 비가 오는 날에는 안에서 향기 좋은 차 한잔을 할 수 있습니다.
비를 피하는 고양이도 만날 수 있죠
인사아트센터도 추천할 만한 공간입니다. 여기는 갤러리가 여러 개가 있어서 다양한 전시회를 볼 수 있습니다. 건너편 쌈짓길도 추천하는 곳입니다.
최근에는 2층 한옥 건물도 생기더라고요. 2층 한옥이 없는 이유가 온돌을 놓을 수 없어서인데 요즘은 전기 또는 가스로도 난방을 하기에 요즘 지어지는 새로운 한옥은 2층 건물도 많더라고요.
인사동 쌈짓길은 처음 생겼을 때는 많은 비난을 받았습니다. 전통의 거리이자 골동품 거리에 서양식 건물이 들어서니 주변 상인들의 비난이 심했죠. 그러나 지금은 인사동의 아이콘이 되었습니다. 쌈짓길은 인사동의 실핏줄 같은 골목을 그대로 재현한 형태입니다. 길을따라 걷다보면 어느새 꼭대기 층까지 오를 수 있습니다.
이런 골목이 많은 인사동은 골목을 돌 때 마다 새로운 이야기를 전해주는 듯합니다.
인사동을 지나 풍문여고 길로 쭉 올라가면 삼청동이 나옵니다. 삼청동도 골목이 꽤 많습니다. 인사동에 없는 계단도 많죠. 2007년도에 처음 가봤는데 지금은 예전 보다 상업적인 거리로 변한 것은 아쉽지만 그럼에도 골목과 계단은 그대로 존재하기 때문에 골목을 걷는 재미가 있습니다.
삼청동 끝에는 삼청공원이 있는데 이 삼청공원에는 아름다운 숲속도서관이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개방되어 있는 아름다운 도서관입니다.
그러나 스타벅스 같은 프랜차이즈점들이 계속 늘어나네요. 그럼에도 여느 스타벅스 보다 아름다운 곳이기도 합니다.
삼청동 골목길을 따라 동쪽으로 가면 가회동 한옥마을이 나옵니다. 가회동 한옥마을은 평일에는 중국인 관광객으로 주말에는 20,30대 데이트족들로 꽉 찹니다. 이게 다 서울에 살지만 서울에서 느낄 수 없는 골목이 있기 때문입니다. 골목은 우리에게 더불어 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 더불어 사는 지혜를 '응답하라 1998'이 전해주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