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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옛날 영화를 보다

중국 사회를 정물화로 담은 듯한 지아 장커 감독의 '스틸 라이프'

by 썬도그 2015. 10.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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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과 보존, 이건 인간이 이 지구상에서 사라지기 전까지 계속 해야 하는 줄다리기입니다. 개발을 하면 할수록 자연은 파괴되고 보존을 하면 할수록 우리의 삶은 편리함에서 멀어집니다. 그래서 자연이 가득한 농촌은 개발을 그렇게 원하고 개발이 과도하게 집행된 도시는 자연을 심기 위해서 베란다에 화초를 키우고 공터나 옥상에 텃밭이나 화초를 키웁니다. 

지금 한국은 환경부가 있어서 개발과 보존의 조율을 하고 있는 나라 같지만 그 조율이 어긋난 것이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사업이었습니다. 과도한 개발로 인해 자연은 복원 능력을 상실하고 매년 녹조라떼가 둥둥 떠 다시는 죽음의 강이 되어라고 있습니다. 이런 모습은 70,80년대나 가능한 풍경인 줄 알았는데 21세기 한국에서도 가능한 세상이네요. 


정성일 영화평론가가 추천한 영화 '스틸 라이프'

스틸 라이프를 포털에서 검색하면 여러 개의 영화가 검색이 됩니다. 이중에서 2006년 중국의 6세대 감독인 '지아 장커' 감독의 스틸 라이프가 제가 본 영화입니다. 포털에 검색을 할 때는 아예 '지아 장커의 스틸 라이프'로 검색하는 것이 더 빠릅니다.  이 영화를 보게 된 이유는 오로지 '정성일'평론가의 강력 추천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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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월정액으로 끊은 유플릭스에 이 영화가 있네요. 화질은 SD화질이라서 조악했지만 스토리가 좋은 영화라고 생각해서 무던하게 봤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 풍경이 장관입니다. 어쩜! 저런 수려한 풍광이 다 있을까? 할 정도로 아주 빼어난 풍경이 펼쳐집니다. 지아 장커 감독이 이 영화이 배경이 된 싼샤댐 공사지에 다큐를 촬영하러 갔다가 산샤의 넋을 나가게 하는 화려한 풍광에 반해버립니다. 그런데 이 화려한 풍경이 홍수가 자주 일어난다는 이유로 산샤댐을 지으면 사라진다는 소리에 황망해하죠. 지아 장커 감독은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대신에 3일 만에 영화 시나리오를 쓰고 영화 '스틸 라이프' 촬영에 들어갑니다.


산밍(한 산밍 분)은 장강을 따라서 흐르는 배를 타고 펑지에에 도착합니다. 펑지에에 산밍이 온 이유는 16년 전에 딸과 함께 떠난 아내 때문입니다. 아내가 떠나기 전에 남긴 주소 하나를 들고 찾아온 펑지에에 내리자마자 조폭과 같은 마술 사기단에게 호된 신고식을 받습니다. 


아내가 남긴 주소에 도착해보니 마을은 사라지고 큰 강물만 흐릅니다. 이유를 물어보니 TV도 안 보냐면서 쌴샤댐 공사 때문에 
마을이 수몰 되었다는 당혹스러운 답변이 돌아옵니다. 산밍은 아내의 오빠를 찾아가서 아내가 어디에 있는 지를 묻지만 강 건너편으로 갔다면서 몇달 후에 올 것이라면서 데면데면 합니다. 
몇 달 후에 돌아 올 것이라는 소리에 산밍은 펑지에 철거 작업을 도우면서 아내가 돌아 올 때 까지 기다립니다. 


그리고 갑자기 주인공이 교체됩니다. 장강 건너편으로 강을 내려다 보는 션홍은 2년 전부터 연락이 되지 않는 남편을 찾아 이 펑지에에 옵니다. 션홍은 남편의 군대 동기와 연락이 닿아 남편을 함께 찾습니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하면 두 남녀 주인공이 동병상련을 매질로 사랑으로 연결되는 뻔한 러브 스토리라고 짐작할 것입니다. 아닙니다. 이 영화는 그런 사랑 타령 영화가 아닙니다. 따라서 그냥 주인공이 2명일 뿐 두 주인공은 만나지 않습니다. 다만, 한 공간을 같은 시간대에 함께 할 뿐이죠. 



중국 인민들의 고달픈 삶을 덫칠하지 않고 그대로 담다

영화의 배경은 쌴샤댐이 완공되기 3년 전인 영화의 제작시기인 2006년입니다. 2006년이라고 하지만 주인공의 행색이 거지꼴입니다. 잠바떼기를 벗자 난닝구 같은 옷이 나오는데 그 추례함이 거지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남루한 행색 때문에 초반엔 좀 불편했습니다. 아무리 중국이 가난하다고 해도 저렇게 가난할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주인공만 그런 복장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쌴샤댐 건설로  수몰 되어가는 마을에서 철거 작업을 하는 인부들도 산밍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마치 한국의 60년대 풍경을 보는 느낌입니다. 가난이 뚝뚝 묻어 나오는 풍경과 허물어져가는 철거 건출물이 묘한 조화를 이룹니다. 



이런 가난한 풍경은 중국 영화에서 보기 힘든 모습입니다. 아시겠지만 한국이 닮고자 하는 세계 최고의 검열국가인 중국 정부는 이런 지아 장커의 시선이 무척 불편했고 그래서 중국내 영화 상영을 중지시킵니다. 

중국은 여전히 가난한 사람들이 많이 살고 평균 소득이 낮은 나라지만 그런 가난함을 밖으로 드러내는 것을 무척 부끄러워하는 나라입니다. 마치 한국이 88올림픽을 할 때 도시 빈민들을 포크레인으로 찍어서 교외로 강제 이주 시키는 모습과 크게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그래서 전 이 영화가 좋았습니다. 중국 인민들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에는 중국의 가난만 담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빈민들의 폭력이나 자본가에 빌붙어서 사는 사람들이나 빈부의 격차를 잘 보여줍니다. 누구는 해머로 일일이 집을 부수는데 자본가는 폭파 공법으로 한 방에 큰 건물을 날려 버립니다. 여기에 여자를 돈을 주고 사는(산밍은 아내를 펑지에에서 돈을 주고 샀음)모습까지 중국 정부가 극히 싫어하는 그러나 중국의 현실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담습니다. 


무너져 가는 가정과 황폐한 인민들의 삶과 달리 거대한 쌴샤댐을 짖고 거대한 다리를 만드는 중국 정부와 자본가 사이의 괴리감이 참혹함 감정까지 느끼게 합니다. 중국은 발전하지만 중국인들은 삶이 철거되고 파괴되는 느낌 속에서 개인이 국가의 불쏘시개라는 생각이 무척 많이 드네요. 




장강이 흐르는 경이로운 풍경 속에 흐르는 인민들의 삶

이 영화를 유플릭스에서 SD화질로 봤습니다.  조악한 화질이었지만 조악한 화질을 뚫어버리는 것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이 영화의 배경이 된 펑지에의 절경입니다. 장강이 유유히 흐르고 3개의 협곡이 있는 이곳은 중국 화폐에 담길 정도로 빼어난 경치를 자랑합니다. 이 절경을 보고 '지아 장커' 감독은 원래의 목적인 다큐멘터리 촬영을 접고 영화로 이 풍광을 담습니다. 

영화는 다분히 중국 정부 비판적인 시선을 담고 있는데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2,000년 세월과 사람이 만든 이 아름다운 풍광을 싼샤댐으로 단 2년 만에 날려 버리는 인간의 탐욕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이런 모습은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녹색 성장을 외치면서 4대강 사업을 한 이명박 정부의 행패를 보면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이런 절경을 배경으로 인민들의 고달픈 삶을 그려냅니다.  이 영화 '스틸 라이프'에 나오는 인물들은 아주 따뜻한 사람들만 담기는 것은 아닙니다. 서로 사기쳐서 벗겨 먹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는 흔한 우리 주변의 이웃을 그대로 묘사합니다. 하지만 그 사기꾼 행색을 하고 있는 그 이면을 영화는 보여줍니다. 아내의 안부도 제대로 전해주려고 하지 않던 아내의 오빠도 여관비 바가지를 쓰려던 여관 주인도 동네 젊은 조폭도 주인공 산밍의 거대한 산과 같은 우직함에 무너집니다. 삶은 피폐하지만 딸을 만나려고 하는 그 원초적인 감정이 모든 것을 녹여냅니다. 



담배, 술, 차, 사탕

황폐하고 각박한 세상은 서로를 감시하고 밀쳐냅니다. 그러나 가난한 삶 속에도 온기는 피어납니다. 이 영화는 형식적 파괴도 꽤 많이 보입니다. 느닷없이  자막으로 담배, 술, 차, 사탕으로 표시합니다. 

이 4개의 공통점은 뭘까요?
이 4개의 공통점은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것입니다. 조폭 청년과 담배를 나누고 철거 인부들과 술을 나누고 차를 나누고 사탕을 나눕니다. 이런 나눔이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세상. 세상에 군불을 때는 인간의 온기라고 영화는 말하고 있습니다. 공평하게 가난한 세상 뭐든 생기면 나누던 습속을 우리는 이미 5~80년대까지 잘 경험했습니다. 지금이야 이웃이란 층간 소음의 주범이라고 생각하는 세상이 되었지만요


이건 실제가 아닌 허상이야!

현실과 닮은 모습이 많이 보이면 우리는 그걸 다큐멘터리라고 합니다. 맞는 말이긴 하지만 정확한 것은 아닙니다 다큐멘터리도 허상이 많이 들어갑니다. 다큐멘터리 감독이 보고 싶은대로 편집할 수도 그런 부분만 많이 담아서 다큐 감독이 원하는 방향으로 세상을 보여주는 것도 어떻게 보면 허상입니다. 

우리의 주관들이 다 허상이죠. 그래서 내가 경험한 것은 리얼이고 내가 경험하지 않는 것은 환타지라고 하잖아요. 
영화를 보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중국 인민의 현실을 담은 영화라고 생각하면서 보는데 저 멀리 U.F.O가 나타나더니 쑥 사라집니다. 

헐~~ 대박! 순간 뭐에 한 대 얻어 맞은 느낌입니다. 다큐로 보다가 SF 영화적 소재가 등장하니 뜬금 없었습니다. 내가 잘못 봤나 했는데 영화 후반에 괴상하게 생긴 건물이 로켓처럼 하늘로 날아 오릅니다. 그때 알았죠. 이게 감독의 의도라는 것을요



지아 장커 감독은 이렇게 말하고 싶었나 봅니다. 이건 다큐 형식이지만 실제는 아니고 그냥 영화일 뿐이야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죠. 그러나 그걸 실제로 믿고 싶은 것도 관객의 맘입니다. 


제가 실제라고 생각하는 중국의 삶은 이 영화가 그리고 있는 황폐한 인민들의 삶과 거대한 구조물과 공장과 건축물을 만드는 중국 정부가 공존하는 모습입니다. 개인은 그냥 일개미일 뿐 그 개인 개인이 존중 받고 사는 것 보다는 거대한 집단의 한 점일 뿐입니다.

픽셀 인간들. 우리는 큰 모니터를 구성하는 하나의 픽셀일 뿐입니다. 픽셀 하나 나갔다고 모니터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닙니다. 또 다른 픽셀로 바로 교체가 되기 때문에 개인은 그냥 흐르는 강물처럼 바로 잊혀지는 존재들입니다. 영화 '스틸 라이프'는 소시민들이 어떻게 살아가는 지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지를 다 담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는 별 내용도 없고 별 거 없는 영화지만 그 여백이 많은 부분 마음을 흔들어 놓네요. 자연과 인간과 정부라는 3개의 협곡이 만나서 큰 물줄기를 만드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세상이지만 우리가 사는 이 세상, 특히 중국과 일본, 한국은 정부라는 협곡이 가자는 대로 자연과 개인의 협곡이 따르는 형세입니다. 


국가의 망령에 따라서 흐르는 개인들의 죽어버린 삶. 부속품 같은 삶과 자연 마저도 하나의 도구려 여기는 천박한 자본주의가 넘치는 중국 그리고 한국을 생각하게 하는 영화입니다. 제가 과해석 한 것도 있겠지만 가볍게 볼 만한 영화가 아님은 틀림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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