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리뷰/영화창고

탐정 더 비기닝. 유머와 추리가 대충 잘 섞인 추석 대목용 영화

by 썬도그 2015. 9. 26.
반응형

짬뽕도 먹고 싶고 짜장면도 먹고 싶은 한국 사람들의 큰 난제를 해결한 것이 짬짜면입니다. 그냥 둘을 한 그릇에 담아서 먹으면 되는 것을 우리는 수십 년 간 고민했습니다. 영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추리 형사물도 보고 싶도 코미디도 보고 싶으면 둘을 섞어서 만들면 됩니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장르를 한 영화에 섞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위험한 상견례2'는 코미디와 추리물을 섞다가 잘못 섞어서 이상한 맛을 내고 망했습니다.

2가지 맛을 내려면 정교한 시나리오와 연출과 연기가 필요합니다.  영화 '탐정 더 비기닝'은 코미디와 추리물을 섞은 영화입니다. 일단 재료는 좋습니다. 성동일이라는 탄탄한 연기력의 중견 배우와 예전의 인기보다는 못하지만 여전히 한류 스타의 역할을 하고 있는 권상우라는 두 배우의 재료 자체는 좋습니다. 여기에 1,000대 1의 시나리오 공모전을 뚫고 당선된 어느 정도 검증된 시나리오도 준비 되어 있습니다. 감독은 2010년에 째째한 로맨스를 연출한 김정훈 감독입니다. 감독이 좀 걸리긴 하지만 요즘 한국 영화들은 감독 이름값으로 보기에는 워낙 제작사 입김이 강해서 그 감독만의 독특한 색채가 잘 느껴지지 않습니다.

 

 

경찰의 꿈을 접은 깐족이 주특기인 애 아빠와 외강내유한 열혈 형사가 만나다

경찰의 꿈을 포기한 애 아빠 강대만(권상우 분)은 형사 친구를 둔 덕분에 경찰서에 들락거리면서 사건 훈수를 둡니다. 방화범이 잡혀오자 방화범이 아니라면서 그 이유를 논리적으로 지적합니다. 이런 똥파리 같은 강대만을 짜증내 하는 강력반 형사인 노형사(성동일 분)은 똥따리를 쫓듯 나가라고 합니다. 그러나 강대만은 이런 구박에 굴하지 않고 친구를 핑계로 경찰서를 기웃거립니다. 

어떻게 보면 민폐 캐릭터인 강대만이 경찰서에 기웃거리는 이유는 경찰이 되고 싶었지만 무릎이 다쳐서 신체검사를 통과하지 못해 경찰의 꿈을 접었기 때문입니다. 비록 경찰이 되지 못하고 만화방 주인이 되었지만 프로파일러 인터넷 카페를 운영하면서 경찰이 되지 못한 한을 풀고 있습니다.  


강대만은 노형사에게만 구박 당하는 게 아닙니다. 학습지 선생님을 하면서 맞벌이를 하기 시작한 아내(서영희 분)에게도 시쳇말로 '개까임'을 당합니다. 전형적인 자기 앞가름 못하는 찌질남, 무능남이 강대만입니다. 탐정이 되고 싶은 남편의 아내여서 그런지 몰라도 남편의 수상한 행동 하나 하나를 엄청난 촉으로 알아채고 단도리(?)를 칩니다. 

이렇게 살벌한 아내를 두고 살면서도 자신의 꿈인 경찰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경찰서를 기웃거립니다. 
이렇게 찌질한 나날을 보내던 강대만은 자신의 형사 친구가 아는 형수님의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잡혀가자 본격적으로 탐정 활동을 합니다. 자신의 친구는 절대로 살인을 하지 않는 친구라면서 진범을 찾기 위해 만화방을 비워가면서 탐문 수사를 합니다.그런데 이 탐문 수사의 동선에 노형사가 걸립니다. 


노형사는 강대만에게 "무슨 똥파리와 사람이 힘을 합치냐"면서 강대만을 타박하지만 강대만이 건네는 추리가 꽤 날카롭습니다. 대놓고 타박을 하지만 강대만의 주장이 여느 무능한 형사보다 뛰어난 식격임을 안 노형사는 거부할 수 없는 동거를 하게됩니다. 그렇게 노형사는 애 아빠 강대만과 한 팀을 이루게 됩니다. 


상충되는 두 캐릭터의 묘한 화음에 잔웃음 계속 터지다

영화 초반은 쉴새 없이 잔웃음이 터집니다.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캐릭터가 함께 동거를 하면서 펼쳐지는 차이와 동질감에서 낄낄거림을 유발합니다. 예를 들어 집에서 설겆이를 전담하는 강대만에게 남자가 무슨 설겆이를 하냐면서 타박하던 노형사가 노형사의 평소 모습을 강대만의 아내인 학습지 교사에게 들켜서 아내에 쥐어산다는 설정 등은 잔 웃음을 자아내게 합니다. 

이런 자잘한 웃음은 두 캐릭터의 상충되지만 아내에게 쥐어산다는 공감대가 형성대면서 시종일관 웃음을 유발합니다. 
이 부분은 추석 영화로서 이 영화를 합격권 안에 넣고 싶습니다. 코믹쪽으로만 본다면 추석 영화의 미덕을 제대로 이해한 모범생 같은 영화입니다. 특히, 영화 말미에 까메오로 등장하는 오정세의 등장은 이 영화에서 가장 고주파의 웃음을 유발합니다. 전체적으로 유머를 유지하고 있지만 추리쪽으로 가면 살짝 삐그덕 거립니다. 


 

물과 기름 같이 섞이지 못했던 코미디와 추리

영화 후반은 웃음기를 줄이고 본격 추리를 펼쳐 놓습니다. 강대만의 추리와 노형사의 촉으로 형사 친구의 누명을 벗겨주기 위해 동분서주 하면서 사건의 실체에 접근합니다. 이 추리 과정이 상당히 엉성합니다. 3건 이상의 이전의 살인 사건을 통해서 추리를 하는데 무슨 소리인지 관객에게 바로 이해하기 힘든 구조로 합니다.

영화 후반에는 그 복잡함을 단박에 정리하는 놀라운 추리로 설명을 자연스럽게 하지만 그 전에 펼쳐지는 추리가 쉽게 이해되지도 편하게 와닿지 않습니다. 따라서 '탐정 : 더 비기닝" 후반에는 살짝 맥이 빠지면서 동시에 재미도 확 빠집니다. 


다만, 영화 후반 20분에 모든 이해 안 가는 것들이 다 설명되어지기 때문에 찝찝하게 영화관을 나서지는 않습니다. 다 보면 이해가 가지만 그 추리를 푸는 과정이 매끄럽지는 못하네요. 영화 전체는 물과 기름처럼 코미디 장면에서는 코미디만 추리 장면에서는 추리만 생각하는 물과 기름이 불리 된 듯한 모습으로 펼쳐집니다.

2014년에 개봉한 "끝까지 간다"는 한 장면에 코믹과 액션과 스릴을 잘 섞었습니다. 그 색다름이 낯설기도 했지만 신선함으로 많은 영화관계자에게 호평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이 '탐정 : 더 비기닝'은 그런 것이 없습니다. 여기까지 코믹, 여기부터 스릴 넘치는 탐정물이라고 칸막이를 치고 진행을 하는 점은 꽤 아쉽네요



 잘 섞인다는 느낌은 적습니다. 또한, 후반의 추리 부분은 성긴 모습이 많아서 집중하기 힘듭니다. 스토리가 전체적으로 합이 잘 맞는다는 느낌은 없습니다만 그런대로 보는데 큰 지장은 없어 보입니다. 워낙 요즘 한국 영화에 대한 기대치가 바닥이라서 이 정도면 넘어갈 정도는 됩니다. 그럼에도 아쉬운 부분은 명색이 탐정이라는 액션이 느껴지는 제목을 쓰면서 액션이 거의 없다시피 할 정도로 적습니다. 왜? 80년대 드라마에서나 쓰던 블루스크린을 치고 운전을 하는 모습을 줄창 선보였을까요? 요즘은 관객들의 눈썰미가 좋아서 저게 직접 (비록 트레일러에 올려서 찍는 거지만) 촬영한 건지 블루 스크린을 치고 합성한 건지 대번에 압니다. 그런데 탐정 더 비기닝은 액션 장면도 아니고 그냥 도로 주행 장면까지도 블루 스크린에서 촬영하는 무성의함을 보입니다. 


 영화는 2편을 예고하면서 끝냅니다. 흥행 성적에 따라서 2편이 나올 것 같네요. 2편이 나오는 것을 환영하지만 1편처럼 죽도 밥도 아닌 어쩡쩡함을 버리고 죽에 밥을 말아 먹는 적극적이고 과감한 모습을 보이던가 좀 더 인기 있는 코믹물로 만들었으며 합니다.

그런대로 추석 시즌에 볼만한 가벼운 영화입니다. 성동일의 외강내유한 이율배반적인 캐릭터와 소심하고 찌질한 캐릭터에 최적화된 권상우 그리고 열혈 아내로 등장한 서영희의 캐미가 돋보입니다.

40자평 : 웃음 반, 스릴반 짬짜면 같은 추석 맞춤 영화 
별점 :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