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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야구에 대한 판타지가 가득한 야구 영화 '꿈의 구장'

by 썬도그 2015. 9.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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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해는 좋은 영화들이 꽤 많이 쏟아져 나올 때가 있습니다. 반면 2015년 올해처럼 크게 눈에 띄는 영화가 별로 없는 해도 있죠. 올해는 연말까지 가봐야 겠지만 이렇다할 추천 영화가 많지 않습니다. 특히, 지난 여름 극장가는 고만 고만한 영화들만 있어서 아쉬웠습니다.

1991년은 달랐습니다. 터미네이터2, 로빈후드, 양들의 침묵, 미녀와 야수, 분노의 역류 등 좋은 외화들이 많이 수입 되었습니다. 이렇게 좋은 영화가 많이 수입되다 보니 놓치고 간 영화들도 꽤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꿈의 구장'입니다. 이 영화는 야구를 소재로 한 영화라서 꼭 보고 싶었지만 기회가 되지 않아서 보지 않았네요. 그렇게 20년 이상이 지났지만 마침 영상자료원에서 야구를 소재로 한 영화들을 연속 상영하기에 찾아가서 봤습니다.

 

꿈을 잃고 식물이 되어버린 아버지와와 관계를 끊어 버리다

예전에는 헐리우드 영화가 바로 국내에 상영되지 않았습니다. 보통 1년 이상 걸리는 경우가 많았죠. 스타워즈 같은 경우는 무려 3년이 지난 후에 개봉을 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이야 상상이 안 갔지만 그때는 그랬습니다. 이 꿈의 구장도 1989년에 제작된 영화지만 한국에서는 1991년 7월에 개봉했습니다. 터미네이터2가 점령한 극장가에서 고군분투 했지만 좋은 흥행 성적을 거두지는 못하고 사라졌습니다.

영화 자체는 야구 경기를 직접적으로 그린 야구 스포츠 영화는 아닙니다. 야구를 소재로 한 아들과 아버지의 반목과 화해를 그리고 있는 감동 드라마입니다. 레이(케빈 코스트너 분)은 어려서부터 야구를 무척 좋아하는 평범한 뉴욕 출신의 꼬마였습니다. 아버지가 야구 선수가 되려다가 꿈을 접어서 어려서부터 야구를 자연스럽게 가까이 두게 됩니다. 그러나 이 아버지가 야구 선수가 되려던 꿈이 깨지자 부둣가 노역을 하면서 식물처럼 하루 하루를 지냅니다.

꿈이 사라진 짐승의 울음소리를 듣지 못한 철 없는 아들은 아버지의 그런 패기 없이 화석처럼 변해가는 모습이 싫어서 아버지와 인연을 끊고 결혼을 농부가 됩니다. 아이오와에 옥수수 농장을 하면서 어린 딸을 키우면서 행복하게 삽니다. 그러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에 장례식에 갔지만 아버지를 그리워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옥수수 농장에서 일을 하는데 이상한 목소리가 환청처럼 들립니다. "그걸 만들면 그가 돌아온다"
그건 무엇이고 그는 누구일까요? 이 환청은 밤 낮으로 들려오게 되고 아내에게 이 이상한 일을 말합니다.

 

며칠 후에 똑 같은 환청이 들리는데 옥수수 밭 끝에 야구장이 잠시 나타났다 사라집니다. 레이는 그게 계시라는 것을 깨닫고 무언가에 이끌려서 그걸 만듭니다. 그건 바로 야구장입니다. 사람들은 미쳤다고 하지만 아내는 레이의 그런 무모한 행동을 이해해줍니다. 레이의 아버지처럼 레이가 식물처럼 살다가 세상을 뜨는 것보다 뭔가 저질러 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러나 이 무모함은 현실이 됩니다. 옥수수 농장 한쪽을 야구장으로 만들었으니 수익은 쫄아들고 빚은 쌓아만 갑니다. 그날도 아내가 야구장을 포기하라는 실강이를 하고 있는데 어린 딸이 밖에 누가 있다고 말합니다. 창 밖을 보니 야구 선수가 서 있습니다.

 

이 야구 선수 이름은 '맨발의 조'라는 별명이 있는 1910년대에 활약했던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조 잭슨'입니다. 타율이 무려 3하 5푼 이상을 치던 몇 안되는 야구의 신입니다. '베이브 루스'도 이 조 잭슨의 타격폼을 따라했다고 할 정도로 뛰어난 타자였습니다.

그러나 '조 잭슨'은 1919년 화이트삭스 스캔들에 휘말려 강제 은퇴를 당합니다. 그 스캔들이란 월드시리즈 결승에서 일부러 경기를 진 조작 경기에 가담했기 때문입니다. 무려 8명이 가담했고 그 중에 한 명이 조 잭슨입니다. 다만, 조 잭슨은 브로커에게경기 조작 대가의 돈을 받았지만 무려 3할 7푼의 고타율을 쳐서 경기 조작에 가담하지는 않은 것으로 생각되어집니다. 그러나 돈을 받았기에 8명 모두 영구 제명 처리가 됩니다.

 

이 조 잭슨이 유렁처럼 마운드에 서 있습니다. 너무 놀란 레이와 아내는 그 모습에 미소를 짓습니다. 그렇게 조 잭슨은 야구장에 나타나서 야구 경기를 합니다. 이번에는 그 화이트삭스 팀에서 제명당한 야구에 한이 맺힌 승부 조작한 팀원들까지 데리고 아와서 야구를 하죠. 이렇게 옥수수밭을 밀어 버리고 만든 아름다운 이 야구장에 밤낮으로 유령들이 야구를 합니다.


 

이때 두번 째 환청이 들려 옵니다 "그의 고통을 덜어줘라" 영화는 이렇게 환청으로 계속 스토리를 이어갑니다. 영화가 이렇게 뜬금없는 환청으로 계속 이어지니 영화 스토리 자체는 아주 성깁니다. 짜임새도 그닥 높지 않습니다. 게다가 흑인 소설가의 캐릭터는 자기 역할이 없다고 한탄하듯 실제로도 별 느낌이나 감동을 주는 캐릭터도 아닙니다. 잉여 캐릭터라고 할까요?

여기에 어린 딸이 계시 및 훈시를 하듯 말하는 전형적인 선한 아이의 계시는 지금 기준으로는 무척 식상한 설정입니다.
전체적인 스토리 자체는 좋다고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런 스토리의 약점을 이 영화는 오로지 판타지라는 직구 하나로 관객을 요리해 나갑니다.

 

먼저. 꿈의 구장은 말 그대로 꿈결 같은 구장입니다. 살면서 수 많은 야구장을 봤지만 이 야구장처럼 환상적인 야구장은 없습니다. 제가 이 영화를 보고 싶었던 것은 케빈 코스트터 때문이 아닙니다. 옥수수 팬스가 있는 모습 하나만으로도 환상적입니다. 이런 야구장에서 빠다 한 번 휘둘러 보는 것이 소원이네요.

 

 

 

 

 

사진출처 : http://www.fodmoviesite.com/25thanniversary/

구글 검색을 해보니 놀랍게도 이 꿈의 구장이 아직도 운영중이네요. 야구가 국기인 국가 답게 많은 팬들이 이 영화를 기리고 있고 영화의 내용처럼 많은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는다고 하네요. 영화가 현실이 되었네요. 작년에는 영화 개봉 25주년 기념으로 케빈 코스트너가 다시 꿈의 구장에 서서 공을 던졌다고 합니다.

네 맞아요. 이 영화는 성긴 스토리가 아쉽긴 하지만 야구 판타지를 제대로 담은 영화입니다. 그래서 이 영화를 기억하는 사람이 많고 저도 영화를 보면서 스토리의 부실함이 그렇게 걸림돌이 되지 않더군요. 왕년의 스타들이 다시 그라운드에 나와서 야구를 하는 모습만 봐도 우리는 얼마나 흐뭇할까요? 최동원 선수가 공을 던지고 장효조 선수가 공을 치는 그 그라운드를요

 

 

 

꿈의 구장에 띄는 선수들은 없습니다. 왕년의 유명 선수만 뛰는 것은 아닙니다. 메이저리그 무대에 한 번도 서지 못한 한을 가진 선수들도 꿈의 구장에서 공을 던집니다.

 

그 중의 한 명이 아버지입니다. 젊은 시절 뉴욕 양키즈 선수가 되려던 꿈을 이루지 못한 아버지는 실의에 빠져서 삽니다. 그런 실의에 빠진 모습을 이해 못하던 아들은 아버지를 비난하고 그를 떠납니다. 젊은 시절의 아버지의 유령과 만난 두 부자는 한 번도 하지 못한 캐치볼을 합니다.  많은 야구 영화를 봤지만 이렇게 감동스러운 장면은 영화 '내츄럴'에서 주인공이 조명탑을 맞추는 대형 홈런을 치고 그라운드를 도는 그 장면 이후로 가장 감동스러웠습니다.

 

특히나 아버지 역을 연기한 없습니다. 특히 아버지 역을 연기한 '드와이어 브라운'은 핸섬한 얼굴이 빛을 발하네요. 석양이 지는 옥수수밭 야구장에서 야구를 하는 그 풍경 하나 만으로도 이 영화는 아름다운 영화입니다. 야구로 성공하지 못하고 좌절한 야구인들에 대한 헌사 같다고나 할까요? 수 많은 인기 야구 선수들이 있지만 꿈을 이루지 못하고 좌절한 야구 선수가 더 많습니다. 그 야구 선수들의 열정에 기립 박수를 쳐주는 영화입니다.

그걸 만들면 그가 온다. 여기서 그는 아버지입니다. 스포일 수 있지만 밝히는 이유는 영화 초반만 봐도 대충 누구인지 대부분이 알 수 있습니다. 알고 봐도 이 영화는 꽤 감동적인 영화입니다.

별점 : ★★★☆
40자평 : 야구의 꿈을 접은 야구 선수들과 야구팬들을 위한 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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