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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세상에 대한 쓴소리

육체 노동을 하는 이케아 코리아 점장에 신선한 충격을 받다

by 썬도그 2015. 9.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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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이케아 광명점을 가끔 찾아갑니다. 거리가 멀지 않아서 운동 삼아서 잠시 들렸다 오곤 합니다. 특별히 뭘 사러 가기 보다는 새로 들어온 제품이 있나 구경 가는 것도 있고 돌아 다니다 필요한 물건을 사서 돌아오곤 합니다. 많은 언론들이 이케아가 가구 공룡 업체라서 한국 가구업체들 망할 것이라는 호들갑을 떨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이케아는 가구 보다는 일상용품 같은 완성품에서 더 큰 매출이 일어납니다.

이케아 코리아

제가 지금까지 경험해 본 바로는 몇몇 가구는 정말 저렴해서 깜짝 놀랄 정도지만 대부분은 가격이 그렇게 싸지가 않습니다. 더구나 조립을 직접 해야 하고 조립하다 망가지거나 포기한 분들이 발생할 정도로 조립이 아주 쉬운 것은 아닙니다, 저도 의자 하나 조립하다가 열 받아서 반품할까 하는 생각까지 할 정도인데요.

그래서 전 이케아 가면 가구는 잘 안 보고 일상용품 쪽을 기웃거립니다. 일상용품에는 정말 이 가격에 나올 수 있나? 할 정도로 초저가 제품들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가구 구경 하러 갔다가 일상용품 사서 돌아오는 분들이 많다고 하죠.

이케아 코리아

그중 하나가 향초입니다. 작년에 향초하고 랜턴을 하서 겨우 내내 따스하게 보낸 기억이 나네요. 겨울에 방에 향초 켜놓고 있으면 분위기도 있고 쾌쾌한 냄새도 제거해서 좋습니다. 가끔 환기만 해주면 꽤 좋은 아이템이죠. 가격 싸기로 소문난 다이소보다 더 싸니 얼마나 싼지 좀 이해가 되실 것입니다. 향초밭에서 향기를 맡고 있는데 스웨덴 국가대표 복장 같은 이케아 직원 복장을 한 분이 옆으로 지나갑니다.

이케아 코리아

바로 제 옆에서 향초 박스를 몇 개 까더니 배치를 합니다. 분주하게 일을 하는 모습이 이런 일을 많이 해본 솜씨입니다. 정말 남자보다 빠르게 움직이면서 빠르게 작업을 하십니다.

그런데 한국 직원이 아닌 노란 머리의 스웨덴 직원입니다. 그리고 깜짝 놀랐습니다. 이분 언론에서도 많이 봤고 개장 첫날 입구에서 손님들에게 한국말로 인사를 하던 아주 높은 분입니다. 검색을 해보니 놀랍게도 이케아 광명점 점장이신 '세실리아 요한슨'입니다.

상상이 가시나요? 세계에서 가장 큰 이케아 매장인 이케아 광명점 점장이 육체 노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한 두번 해 본 솜씨가 아닙니다. 무례하지만 이 모습이 너무 신기해서 사진 촬영을 했습니다. 자체 블러가 되어서 얼굴이 선명하게 찍히지 않았지만 점장이 틀림없습니다. 이런 이케아의 문화는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이케아 코리아

독일 기자가 쓴 '이케아, 불편을 팔다'는 공룡 가구업체인 이케아의 명암을 꼼꼼하게 담은 책입니다. 이 책에서 이케아는 수평적 문화가 있어서 점장이건 사원이건 철저하게 수평적 관계망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책에는 나와 있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지위고하를 따지지 않고 동량의 노동을 한다고 하네요.

잘은 모르지만 이케아는 많은 직원들이 고객들과 함께 이동을 합니다. 대부분은 물량 재고 체크를 하고 모자른 제품을 채워 넣는 역할을 합니다. 물론, 고객에 물어보면 친절하게 알려주죠. 하지만 먼저 다가서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이케아 직원들 방해(?)를 받지 않고 마음껏 둘러보고 체험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몇몇 매장처럼 고객 뒤를 따라다니면서 불편하게 하는 문화가 없습니다.이케아, 불편을 팔다라는 책에서는 이케아에서는 육체 노동을 많이 하는데 여자 직원이라고 나이 많은 지원이라고 힘든 일을 덜하지 않는다고 하네요. 왜냐하면 힘든 노동은 다양한 편의 도구를 여자 직원도 편하게 활용할 수 있게 제공해서 모든 직원이 동일한 일을 한다고 적혀 있는 것을 읽은 기억이 나네요.

이케아 코리아

다시 이케아 광명의 스웨덴 여성 점장 이야기를 해보죠. 이 거대한 매장의 캡틴인 점장이 직접 물건을 세팅하는 모습이 한국에서는 가능할까요? 절대 불가능한 이야기입니다.한국 같으면 점장이 이동하면 수행 비서 여러 명이 병풍처럼 따라 다니지 않을까요? 점장이 매장을 둘러보면 직원들이 홍해 갈라지듯 직원들이 몸가짐을 다시 하고 공손한 표정을 하고 서 있지 않을까요?

이케아 코리아

최근에 읽고 있는 책 '한국인은 미쳤다'는 LG전자의 전 프랑스 법무장인 '에리크 쉬르데즈'가 한국 대기업의 권위주의적인 문화를 신랄하게 비판을 한 책입니다. 책 내용 중에 가장 황당했던 에피소드는 서울에서 고위 임직원이 갑자기 프랑스에 들린다고 하자 그 임직원이 들리는 가전 양판장에 사정 사정을 해서 구석탱이에 진열 중인 LG전자 제품을 매장 전면과 주요 동선에 배치를 했습니다.

그런 의전 문화를 에리크는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어차피 당시 프랑스 시장에서 LG전자는 큰 인기 브랜드가 아니였고 그걸 그 고위 임직원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사실을 알면서도 의전을 위해서 LG전자 제품을 전면에 배치하는 구태의연한 귄위주의적인 발상에 혀를 찹니다. 에리크는 포털 다음의 히트작인 뉴스펀딩을 통해서 자신의 경험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케아 코리아

정말 미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몇일 전에 했던 EBS 다큐프라임에서는 한국의 권위주의 문화의 병폐를 소개했습니다. 집단 구타를 당해서 죽은 윤일병 사건을 재조명하면서 한국 특유의 권위주의가 키워내는 괴물들의 세상을 집중 조명했습니다. 한국은 유교 사상과 군대 문화가 교묘하게 섞이면서 귄위를 지닌 사람을 무조건 우러러보고 따르는 집단 문화가 있습니다. 방송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한국은 신분 제도가 사라진 나라지만 신분 의식이 만연한 나라"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맞습니다.

한국은 신분 제도는 없지만 신분 의식이 무척 강력한 나라입니다. 흔히 말하는 갑과 을이 바로 신분 의식을 달리 표현한 말이죠. 귄위를 가진 사람은 아랫 사람을 몸 종 다루듯 하고 자신의 권위를 따르길 강요합니다. 마치 나라 전체가 군대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군대도 안 갔다온 청소년과 20대 초반의 또래 문화에서도 군대의 문화는 만연합니다. 귄위주의가 만연하면 을이나 아랫사람은 자기 의견을 제대로 말하지 못합니다. 1990년대 중반에 발생한 괌에서 추락한 칼기 추락사건도 한국 특유의 귄위주의 문화가 큰 역할을 했다고 하죠. 아랫사람이 자신의 의견을 제대로 피력하지 못하는 문화, 자신의 의견이 있지만 말해서 뭐하나라는 자기검열을 자연스럽게 하는 나라가 한국입니다.이런 귄위주의가 만연한 나라에서 무슨 창조가 나오고 창의가 나오겠습니까?

지금까지 한국의 고속 성장에는 군대 문화가 도움이 된 것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목표점이 확실하고 방향이 정해진 길이라면 다른 사람 의견 무시하고 그냥 우두머리 말을 따르기만 하면 됩니다. 한국은 지금까지 미국이나 특히 일본의 경제 성장 과정을 그대로 따라하면서 고속 성장을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따라 잡을 목표점이 사라졌습니다. 어디로 가야할 지 방향을 잃어버렸습니다. 우리의 롤 모델인 나라들이 모두 저성장 국면에 접어 들었고 한국도 저성장 국가가 되었습니다. 살다 살다 미국보다 경제성장률이 낮은 한국에서 사는 날도 다 있을 정도로 한국의 경제 성장률은 미국보다 낮습니다. 이렇게 어디로 가야 할 지 모를 때는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들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놈의 권위주의는 남의 귀를 들을 수가 없습니다. 특히 아랫사람의 충고를 듣는 것은 가오가 떨어진다고 생각하죠

LG전자는 조직에 문제가 있습니다. 20세기나 통하던 공장장 마인드를 가진 총수 일가들의 안이한 상황 판단이 문제입니다. 20세기나 통하던 돌격 앞으로! 전술을 계속 쓰고 있습니다. 이는 삼성전자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나 다른 분야도 아닌 IT분야는 하루 하루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정글입니다. 그런데 재벌 총수의 판단만으로 사업이 획획 바뀌는 독재자 스타일의 경영은 위험성이 무척 높습니다. 물론, 좋은 방향을 잘 잡는다면 독재자 스타일이 속도를 내는데는 좋지만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안개 정국에는 독재자 스타일은 대형 사고를 낼 수 있습니다. 이게 바로 한국 기업의 심각한 문제인 오너리스크입니다.이러니 외국인들이 한국 대기업에 큰 투자를 하지 않죠.

이케아 코리아

이케아 광명 외국인 점장이 직접 매장에서 물건을 나르는 모습을 보면서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되네요. 한국 안에 스웨덴 기업 문화를 심고 있는 듯한 이케아. 이런 이케아 같은 회사가 한국에도 많았으면 합니다.

LG전자의 전 프랑스 법무장인 '에리크 쉬르데즈'의 책은 재미만 보면 크게 재미있는 책은 아닙니다. 다만, 한국 재벌 회사의 치졸함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는 좋은 책입니다. 한국인은 정말 일에 미친듯 하네요. 세계 최고의 노동강도지만 노동생산성은 OECD에서도 꼴찌 수준이니까요. 노동생산성이 낮으니 오래 일하는 악순환이 계속 됩니다.
쉽게 말하면 "빡세게 오래 일하고 돈은 많이 벌지 못한다"는 소리입니다. 언제 우리는 유럽처럼 크리스마스 휴가로 2~3주씩 쓰고 오전 9시에 출근해서 오후 6시 전에 퇴근해서 저녁을 집에서 먹을 수 있을까요?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의 기업문화를 고쳐나가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 안의 꼰대기질이 너무나 많습니다.

"본전 생각 난다"는 말로 대변되는 기득권 문화와 권위주의 문화가 너무 뿌리 깊게 박혀 있네요

이케아 코리아

이건 좀 다른 이야기지만 이케아 광명점 식당에 가면 전원 콘센트가 몇 개 있습니다. 노트북이나 태블릿 또는 스마트폰을 충전할 수 있는 곳인데 놀랍게도 전원 콘센트 옆에 USB포트도 있네요.

이거 정말 별 거 아닙니다. 그러나 고객의 고충을 귀담아 듣기에 고객의 불편함을 조금이라도 낮추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닐까요. 외장 배터리를 많이 쓰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방에 USB 케이블을 넣고 다닙니다. 그런 분들도 사용할 수 있게 USB포트가 달린 전원 콘센트를 만들어 놓았네요.

이케아 코리아

좀 있으면 이케아가 한국 진출한 지 1년이 되어가네요. 정말 많은 한국 언론들이 근거 없는 비난을 하고 비판을 했습니다. 여전히 이케아가 한국에서만 비싸게 판다는 기사에 홀린 분들이 많습니다.한국 언론들은 몇몇 제품이 한국 매장에서 비싸게 파는 모습을 마치 전체 제품이 모두 비싸다는 듯한 어조의 뉴스를 많이 생산했죠. 그러나 실제는 다릅니다. 비싼 것도 있지만 한국 매장만 싼 제품도 있거든요정말 내가 사는 이케아 제품이 전 세계 이케아 매장과 한국 매장이 얼마나 가격 차이가 나는 지는 호갱노노 사이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한국도 이케아처럼 수평적 생태계가 구축된 회사들이 많아졌으면 합니다. 언제까지 회사가 군대 같은 룰로 움직여야 합니까? 그러니 맨날 회사가 지겹고 스트레스 천국이고 짜증나고 열받죠. 그 받은 열을 술과 담배로 푸니 몸이 축나죠. 무슨 나라가 스트레스라는 8기통 엔진으로 돌아가는 듯해요. 자신의 스트레스는 남에게 풀려고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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