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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월드

카카오 점령군 다음이라는 간판을 걷어찬 씁쓸한 풍경

by 썬도그 2015. 9.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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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해도 잘 안 되고 맥아리가 없어 보이는 다음에게 활력소 또는 자극제가 되길 바랬습니다. 
그런데 제 바람은 크게 빗나갔습니다. 자극제가 아닌 숙주를 잡아 삼키는 바이러스였다고 생각되어지네요


2014년 10월 다음 + 카카오 합병은 카카오의 우회상장일 뿐 상생은 없었다


다음 최세훈 대표와 카카오 이석우 대표가 손을 잡고 환하게 웃고 있습니다. 두 회사 직원들은 밤새도록 파티를 하면서 미래를 논했습니다. 이 두 회사의 합병은 세간의 큰 화제가 되었고 저 또한 좋게 바라봤습니다. 공룡 네이버를 잡기 위해서는 쌍발 엔진이 더 추진력이 좋으니까요. 

그러나 항간에는 이 합병의 진짜 모습은 두 회사의 상생이 아닌 카카오의 우회상장이라는 소리가 많았습니다. 그 말이 합당한 것이 합병 내용을 들여다보면 카카오가 다음을 인수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로는 그 모습이 통쾌하기도 했습니다. 왜냐하면 2010년 이후 다음은 좀비처럼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상태로 지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올 초부터 이상했습니다. 상생을 하겠다는 두 회사가 이상하게도 다음 쪽 서비스만 계속 종료 시키는 것입니다. 
마이피플이야 카카오톡과 겹치니까 종료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지만 다음 클라우드 종료는 배신감을 느낄 정도였습니다. 정말 올해 10개가 넘는 서비스를 다음은 종료했습니다. 분명, 장사가 안되는 서비스를 종료하는 것이 당연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음 클라우드나 다음 키즈 등 당장 수익이 없어도 꾸준히 사랑 받는 기반이 되는 서비스를 종료하는 것은 고객에 대한 생각은 전혀하지 않는 무례한 행동 같아 보입니다. 반면, 카카오쪽은 계속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 했습니다. 사진SNS 서비스 플레인이나 브런치는 카카오 쪽에서 선보인 서비스입니다. 

특히 브런치는 블로그 서비스와 겹치는 부분이 있고 외국 서비스 미디엄을 그대로 배낀 듯한 서비스이지만 그냥 밀어부치고 있습니다. 제가 보기엔 플레인은 길어야 2년 브런치는 길어야 3년 안에 서비스 종료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이렇게 카카오쪽은 계속 키우면서 다음 쪽은 서비스를 종료합니다. 이런 모습을 보고 있으니 카카오 바이러스가 다음 숙주를 이용해서 자신의 세력을 키우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항간에는 카카오 점령군이라는 소리가 있죠. 물론, 카카오쪽은 극구 부인하고 내부 갈등은 없다고 손사래를 칩니다. 그러나 외부에서 보이는 현재의 다음카카오는 카카오 점령군이 다음의 고혈을 빨아 먹고 자신만 챙기는 바이러스 같은 존재로 보입니다. 

그리고 그 첫 점령 미션인 사명 변경까지 할 예정입니다. 그 미션은 다음카카오에서 카카오로 변신하는 것입니다. 
단지, 회사 이름만 바뀌고 포털 다음과 기타 서비스나 인력은 그대로라고 합니다. 그러나 회사 이름은 그 회사의 정체성입니다. 단순히 회사 이름만 바뀌는 것이 아닙니다. 

어제 SNS에서 다음카카오에서 다음을 떼고 카카오로 사명을 변경하는 모습에 안타까움과 아쉬움을 나타내는 글들이 많았습니다. 저 또한, 다음을 많이 비판했지만 그건 다 관심을 기반으로 한(네이버는 사용도 안 하고 관심도 없어서 비판도 안해요) 했습니다. 애증의 다음이지만 이렇게 이름이 사라진다는 사실에 기분이 썩 좋지 못하네요. 



추진력이 약한 기업 '다음'


다음은 1997년 5월 한메일넷이라는 이름으로 포털 서비스를 시작합니다. 당시는 막 인터넷이 보급되던 시절이라서 이렇다 할 포털이 있지 않았습니다. 야후가 유일하게 검색 엔진을 무기로 포털 사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모뎀을 이용해서 인터넷을 했고 문명의 이기를 소수가 즐기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렇다할 메일 서비스들이 없었습니다. 메일 서버를 회사에서 구축하는 것도 쉽지 않던 시절 한메일이라는 웹메일이 등장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메일 서비스를 이용했습니다.

아직도 기억나네요. 후배들과 메일로 편지 주고 받았던 일들이 떠오르네요. 그렇게 한메일은 웹메일 서비스로 시작했고 1998년 12월 한메일넷으로 포털 서비스를 시작합니다. 당시는 현재처럼 뉴스 기사도 없고 검색 기능이 있긴 했지만 아주 약했습니다. 

이런 한메일넷이 카페 서비스를 하면서 대박을 냅니다. 지금은 카페 서비스도 네이버에 따라 잡힌 상태이지만 다음은 카페라는 커뮤니티 서비스를 통해서 고속 성장을 하고 2000년대 초 국내 최고의 포털 사업자가 됩니다. 그러다 전지현을 모델로 쓴 파란 모자의 네이버가 한게임과 손을 잡고 진군을 하면서 모든 부분에서 네이버에 따라 잡힙니다.

재미있는 것은 네이버는 한게임의 실탄 지원으로 고속 성장한 회사입니다. 당시 한게임은 고포류라는 고스톱 포커 게임으로 큰 돈을 벌고 있었고 이 한게임의 자금력으로 네이버가 괄목할만한 성장을 했습니다. 이 한게임의 대표가 현재 다음카카오(곧 카카오로 변경되지만)의 실세인 김범수 의장입니다. 





그렇게 검색 점유율에서도 카페 서비스에서도 모든 서비스에서 네이버라는 공룡에 밀린 다음은 2008년 타도! 네이버를 외치면서 검색 점유율을 끌어 올리기 위해서 네이버 검색 팀장까지 영입하면서 큰 도전을 합니다.

저도 당시 테스터에 참여하면서 다음의 검색 점유율 성장을 지켜봤습니다. 2008~9년 한 때 검색 점유율 30%에 근접하고 다음이 인수한 티스토리가 거대한 성장을 하자 네이버가 겁을 집어 먹었던 모습이 생각나네요. 그러나 다음은 그 특유의 약한 추진력으로 더 전진을 하지 못하고 중력에 의해다 추락합니다. 현재는 검색 점유율 20%대로 고착화 되어 있고 검색에 큰 투자를 하지도 않고 있습니다. 

2010년 이후 다음은 모바일이 미래다라고 외치면서 모바일 사업을 먼저 벌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서비스가 뒤늦게 서비스한 네이버에 따라잡힙니다. 이는 네이버가 과점유를 한 이유도 있고 다음이 갈팡질팡 한 것도 많습니다. 많은 사업을 벌였지만 그걸 가꾸고 추진하는 힘이 딸리다보니 이것저것 건들여 놓은 사업은 많은데 대부분은 성과를 얻지 못했습니다.

예를 들어 다음 게임이 새롭게 출발하면서 '플래닛사이드2'라는 해외 인기 게임을 퍼블리싱 할 때 다음은 초기에 대대적인 PC방 프로모션을 해야 함에도 대충주의로 일관하다가 유저들의 성화가 있자 뒤늦게  PC방 프로모션을 합니다. 이미 유저들은 다 떠난 상태에 뒤늦게 대응하는 늦장 대응을 보면 다음의 정신상태(?)를 알 수 있습니다. 이뿐이 아닙니다. 다음 사전의 에러를 지적했지만 6개월 만에 개발자가 인지를 하고 좀 더 좋은 서비스로 돌아오겠다면서 사라져 버렸습니다.

무능력해 보였습니다. 다음은 정말 무능력해 보였습니다. 그래서 화가 났습니다. 위기의식은 없어 보였습니다. 


그럼에도 다음만 쓰는 이유는 참 착한 기업이기 때문


능력은 뛰어나지 못합니다. 문제 인식력도 추진력도 약합니다. 제주도에서 말타고 노는데 빠진 것 같을 정도로 뭘 해도 참 느렸습니다. 그럼에도 전 다음을 가장 애용하고 지금도 다음이 메인페이지입니다. 가끔 네이버 첫 화면을 보면 이질감을 느껴서 다시 다음으로 돌아옵니다. 

이렇게 쓴소리를 하지만 다음만 이용하는 이유는 다음이 참 착한 기업입니다. 
다음의 다음(多音), 즉 많은 소리를 듣는다는 뜻입니다. 세상의 모든 소리를 귀담아 듣고 담겠다는 뜻이죠. 그래서 다음은 예전부터 세상의 목소리인 사람들의 주장을 담은 그릇을 발달시켜왔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아고라이고 다음블로거뉴스였습니다. 

지금은 사라진 다음블로거뉴스지만 이 플랫폼은 다음이니까 할 수 있었던 서비스입니다. 이 좋은 서비스를 몇몇 운영자의 판단착오로 날려먹었지만 그 자체는 무척 좋았습니다. 다시 부활 시켰으면 합니다. 현재는 뉴스펀딩이라는 기발한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다양한 소수의 목소리를 네이버는 죽어도 하지 못합니다. 네이버라는 기업의 마인드는 그런 것에 관심 없습니다. 

오로지 달달하고 귀여운 것들에만 집중하고 세상 시끄러운 정치, 사회 이야기를 무척 싫어합니다. 그래서 지난 2008년 광우병 사태 때 광우병 관련 기사를 메인 화면에서 밀어내자 많은 비판을 받았고 네이버는 해명을 하면서 뒤늦게 촛불 집회 코너를 만드는 추잡스러움을 선보였습니다.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네이버라는 기업은 돈에만 관심 있지 사회에 대한 기여나 이바지하는 것은 큰 관심이 없습니다. 

반면, 다음은 미디어다음이라는 뛰어난 세상을 보는 시선이 있습니다. 공중파 3사나 거대한 언론사가 보도하지 않는 아이템을 발굴하고 좋은 기사는 중소 언론사의 기사라고 해도 메인페이지에 적극 노출 시켰습니다. 지금도 이런 따스한 시선, 소수의 목소리를 담는 시선은 유지하고 있고 그 모습 때문에 다음을 애용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이웃에 사는 공부는 못하지만 마음은 따스하고 착한 이웃집 친구 같습니다. 많은 소리를 듣는다는 뜻의 다음을 카카오가 걷어차버렸습니다.


카카오의 실제 주인인 김범수 의장

카카오는 다음 대표 최세훈과 카카오 대표 이석우 모두 물러나고 30대의 새로운 CEO인 임지훈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습니다. 30대라는 새파랗게 젊은 CEO가 거대한 인터넷 기업을 운영하는 모습이 파격이라고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러나 그걸 그대로 믿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 카카오를 주물럭 거리는 실세는 김범수 전 한게임 대표입니다. 

임지훈 대표는 속된 말로 바지 사장일 뿐이고 중요 결정은 막후에서 조정하는 김범수 전 한게임 대표입니다. 제가 한게임을 내세우는 이유는 김범수 의장이 다음을 숙주 삼아서 카카오를 키운 뒤 네이버와 대결을 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여지기 때문입니다. 카카오는 미래 성장 가치가 뛰어난 회사이지만 솔직히 따지고 보면 이 회사가 큰 수익을 내는 회사가 아닙니다. 포털 서비스같이 캐시카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오로지 모바일 게임 유통플랫폼 하나에서 수익을 내고 있을 뿐입니다.

그 마저도 최근에는 카카오의 높은 수수료 때문에 이탈하는 게임회사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는 앞으로도 더 심화될 것입니다. 카카오의 미래는 밝지 않습니다. 많은 벤처기업들을 인수하고 있지만 정말 미래가 밝은 벤처기업은 많지 않습니다. 

반면, 다음은 성장세가 주춤하고 있지만 포털 다음에서 광고만으로도 매년 수백억의 꾸준한 수익을 내고 있는 안정적인 회사입니다. 그런데 무능해도 꾸준히 밥벌이를 하는 가족을 구박하고 천둥벌거숭이처럼 이것저것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물론, 사업의 다각화는 괜찮아 보입니다. 그러나 운수업 쪽도 파이가 크지 않고 한계가 보입니다. 다음카카오택시가 대박이 났다고 하지만 수수료가 없으니까 많이 이용하지 수수료 받기 시작하면 이탈하는 택시 기사님들 많을 것입니다. 카카오 쪽으로만 사업을 집중하기 위해 다음을 불쏘시개로 이용하는 듯한 느낌입니다.

전 이 카카오라는 회사를 좋아할 수가 없습니다. 지금까지 카카오의 성장을 위해서 고혈을 빨리는 다음 같아 보입니다. 그게 다음의 무능의 대가라고도 생각 되어지지만 너무 한다는 느낌이 많네요. 상생의 깃발은 사라지고 카카오 점령군이 다음을 먹어 삼키고 있네요. 그럼에도 다음의 뉴스 색깔이나 포털 다음이 가진 정체성까지는 건드리지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네요

다음은 무능해도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기업입니다. 그런데 이 기업의 이름을 지워버린 것은 크게 잘못한 행동입니다. 
카카오에게 없는 팬덤도 있습니다. 카카오 점령군의 2차 미션은 뭘까요? 카카오 점령군이 무섭게 느껴지네요. 이 공포감을 없애려면 카카오가 다음의 신규 서비스를 선보이던지 기존의 서비스를 관리한다는 느낌을 줘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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