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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뷰티인사이드, 관객의 인사이드를 잡지 못하고 표피만 자극하는 영화

by 썬도그 2015. 8.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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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스크린도어 옆에 있는 큰 광고판에 여러 명의 스타급 배우들이 있고 그 한 가운데 '한효주'가 있는 영화 포스터를 봤습니다. 

무슨 영화일까? 옴니버스 영화일까? 저렇게 많은 주연급 배우들이 한 영화에 나올 수 있을까? 특히 '우에노 주리'같은 일본의 탑스타까지 출연하는데 다 카메오들인가? 그렇게 이 영화에 대한 관심은 검색을 이끌어냈습니다. 



영화 <뷰티인사이드>의 원작은 소설도 웹툰도 다른 영화도 아닌 놀랍게도 광고입니다. 2012년 인텔과 도시바는 소셜 필름 '더 뷰티 인사이드'라는 5부작 웹 영화를 제작했습니다. 이 영화는 SNS 유저들이 직접 영화 제작에 참여하는 신선한 발상으로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SNS 유저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주인공의 얼굴이 매일 바뀐다는 기발한 상상 덕분이었습니다. 



자고 일어나면 외모가 달라지는 외모 여행자

자세한 설명은 필요 없습니다. 좋은 상상, 기발한 발상은 현실성이 약해도 관객 마음속을 자유롭게 유영합니다. <뷰티인사이드>는 매일 외모가 변하는 외모 여행자가 주인공인 영화입니다. 고등학생이었던 2004년 자고 일어나니 아저씨가 되어 있는 모습에 신발도 신지 않고 엄마를 찾아갔고 엄마는 말없이 그런 주인공 아들 우진을 꼭 안아줍니다. 우진은 매일 자고 일어나면 다른 사람의 외모로 일어나게 됩니다. 어떤 연관성도 없습니다. 어느 날은 꼬마로 어느 날은 할아버지로 어느 날은 여자로 외모가 바뀝니다. 심지어는 외국인의 외모로 하루를 시작하기도 합니다. 

이후, 우진은 외부와의 관계를 끊어 버리고 방에 틀어 박혀 살게 됩니다. 그렇게 수년을 방에서 나오지 않는 감금의 삶을 삽니다. 이 놀라운 비밀을 아는 사람은 유일하게 엄마 밖에 없었는데 한 사람이 더 추가됩니다. <뷰티인사이드>의 씬스틸러를 넘어서 주연급 조연을 연기하는 우진과 어린 시절부터 절친이었던 상백(이동희 분)이 우진의 비밀을 알게 됩니다.

그렇게 우진은 엄마와 상백이라는 노를 달고 고요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우진은 뛰어난 가구 디자이너입니다. 알렉스라는 맞춤형 가구를 만드는 인기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어서 먹고 사는 데는 큰 문제는 없습니다. 다만 매일 다른 외모로 일어나니 외부 활동을 할 수 없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신발 크기를 제고 시력 검사를 한 후 그에 맞는 신발과 안경과 옷을 입고 사무실에 출근하는 것이 그의 삶입니다. 매일 외모가 바뀌니 사회 생활은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모든 것을 인터넷으로 할 수 있기에 굳이 자신의 모습을 외부에 드러낼 일도 없습니다.




그렇게 자신의 외모 때문에 갇혀 사는 삶을 사는 우진이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하는 여자를 만나게 됩니다. 그녀의 이름은 이수(한효주 분). 이수는 가구 유통업을 하는 회사의 중간 관리자로 바르고 착한 인품을 가진 여자입니다. 실크 같은 그녀의 외모와 마음에 반해버린 우진은 매일 다른 외모를 하고 그녀를 지켜봅니다. 


유리 동물 같이 잘 부서지는 삶을 살고 있는 우진은 아름다운 외모로 일어난 날 이수에게 다가가 데이트를 신청합니다. 우진은 급작스런 데이트 신청을 거부하려고 하지만 우진은 이 외모로 다시 만날 수 없기 때문에 적극적입니다. 그렇게 둘은 데이트를 하게 되고 3일 간 꿈같은 데이트를 합니다. 

우진은 자고 일어나면 외모가 변하기 때문에 잠을 자지 않으면 외모가 변하지 않는 것을 이용해서 잠을 자지 않고 이수를 만납니다. 영화는 이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를 끝까지 끌고 갑니다. 



21인 1역이라는 소재의 유쾌함과 경이로움은 좋으나.....

<뷰티인사이드>는 2개의 웃음코드가 있습니다. 하나는 포스터에 나오지 않는 친구인 상백(이동희 분)입니다. 상백은 경망스럽지만 곰살맞은 친한 친구 역 이상을 소화해냅니다. 이 영화의 웃음의 반은 상백이 이끌어냅니다. 특히, 초반 관객조차 혼란스러운 우진의 현실을 관객의 마음에 착상하는데 큰 가교 역할을 합니다. 


또 하나의 웃음 포인트는 우진 그 자체입니다. 어느 날은 핸섬보이로 일어났지만 어느 날은 대머리 아저씨로 일어난 그 외모의 간극을 통해서 웃음을 이끌어냅니다. 예를 들어 조달환의 얼굴을 보고 이수가 존댓말을 쓰자 자신의 외모가 불편하게 생겼다는 자학 개그나 아이의 외모를 한 우진과 데이트를 하는 장면 등등이 주는 유쾌함이 꽤 짜릿합니다. 

그러나 영화는 총 123명과 배우 21명이 연기하는 우진에 대한 피로도가 후반으로 갈수록 심해집니다. 21역의 남녀 주연급 배우들을 볼 수 있는 흥미로움은 중간 중간 흥미를 펌핑질 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그런 반복되는 재미는 점점 줄어들게 됩니다. 


신선한 소재를 사랑 놀음에만 허비하는 기승전연애의 진부함

한국 드라마의 고질적인 병폐는 기승전연애입니다. 이 영화도 상투성을 그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영화는 시작한 후 20분이 지나가 본격적인 사랑 이야기를 펼칩니다. 사랑 이야기를 펼치는 것은 관객에 대한 예의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진이 매일 다른 외모로 일어나는 극심한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매일 변하는 몸과 변하지 않는 영혼의 간극을 잘 녹여내면 관객들이 우진의 고통스러운 삶에 좀 더 집중하면서 외모 보다는 마음이 인간의 정체성이구나를 느끼게 할 수 있을 듯 한데 이런 모습이 잘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그런 외모가 변하는 것을 통한 '나'라는 정체성을 돌아보게 하는 장치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이수가 우진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그 과정을 통해서 우진을 이해하는 과정을 그런대로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마치 소설 유리동물원의 다리를 저는 로라가 유리동물을 모으는데 유니콘이라는 현실세계에 없는 동물을 로라가 학창시절 흠모했던 짐이 뿔을 뿌려트려서 평범한 말로 만들어주듯이 이수는 우진을 판타지계의 유니콘이 아닌 일상계의 평범한 말로 만들어줍니다. 


영화는 이 두 사람만이 사는 유리궁전을 만들어서 행복하고 아름다운 장면을 줄기차게 보여줍니다. 문제는 마치 영화가 아닌 연극처럼 두 사람의 사랑 놀음에 너무 집중해서 보여줍니다. 영화가 유기적으로 보여지려면 밀땅을 잘 해야 합니다. 줌 아웃했다가 줌인했다가 밀고 당기고를 잘 해야 하는데 영화는 이수와 우진의 사랑이 시작되자 줌인으로 쭉 클로즈업으로만 담습니다. 이래서 영화는 중간중간 흥미를 유발하려고 노력을 하지만 연극처럼 정형화된 무대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이러다 보니 영화는 점점 동음이어가 아닌 이음동어가 되어서 지루하게만 느껴집니다. 매일 다른 외모를 가진 우진만큼 참 다양한 의미를 집어 넣을 수 있음에도 오로지 한 여자의 지고지순함을 비추는 도구로써만 존재하는 우진의 모습에 관객들의 마음은 감동을 착상하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괜찮았던 장면은 우진이 자신을 이수에게 보여줄 때마다 이성이 아닌 동성의 우진이 전하는 모습은 꽤 보기 좋네요. 우에노 주리와 한효주가 일본어와 한국어로 대화를 하는 장면은 꽤 오래 기억남을 만한 장면입니다. 여성 배우가 3명이 나오는데 모두 아주 중요한 역할을 잘 해줍니다. 


겉모습이 다가 아니라고 말하지만 겉모습만 담은 영화 <뷰티인사이드>

오래될수록 더 품격이 느껴지는 영원함을 느끼게 하는 원목 가구처럼 사람도 외모라는 표피가 아닌 그 안에 있는 나이가 들수록 깊어지는 영혼이 사람의 정체성이라고 말하는 제목을 가진 <뷰티인사이드>는 제목과 다르게 표피만 흐릅니다. 이수가 겪는 고통과 갈등이 후반에 펼쳐지긴 하지만 그 고통이 큰 설득력을 가지지는 못합니다. 왜냐하면 관객은 이수가 겪는 매일 외모가 변하는 애인을 둔 경험을 해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대사들도 너무 가벼운 대사들만 이어지네요. 필요 이상의 감성적이고 오글거리는 대사와 CF 감독 출신이 보여주는 포근스럽고 사랑스러운 영상은 여성 관객들에게 흥미를 유발하지만 표피만 흔들 뿐입니다. 

깊이가 부족했습니다. 조금만 다듬고 비틀면 외모지상주의를 비트는 블랙코메디를 담을 수 있는데 오로지 사랑이야기의 도구로써 역할만 하네요. 무엇보다 우진이라는 주인공이 매력이 그렇게 있지 않습니다. 변하는 외모만큼이나 집중할 수 없어서 오로지 한효주만 보이는 영화입니다. 한효주 원톱 영화라고 해야 할 정도로 오로지 한효주가 혼자 우진을 감당하는 모습이 오히려 이 영화의 최대 단점이 아닐까 합니다. 

외모는 달라지지만 같은 사람이자 같은 영혼을 지닌 사람이고 느껴지게 할 장치를 마련하긴 했지만 크게 와 닿지는 않네요. 
영화 <뷰티인사이드>는 그럭저럭 볼만합니다. 유머도 많고 아름다운 선남선녀 주인공이 만들어내는 달달함도 많습니다. 그러나 감정의 진폭은 거의 없어서 지루함도 있습니다.

쾌감은 표피만 자극하고 그 안에 있는 영혼까지 흔들지는 못하네요. 외모 여행자의 아내 같은 영화입니다. 


별점 : ★
40자평 : 이렇게 좋은 소재를 이렇게 사랑으로만 허비하다니 관객의 속을 파고들지 못하는 외모 여행자의 아내 같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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