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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사진/사진전시회

외국인의 시선으로 담은 격동의 한반도, 구와바라 시세이의 격동 한국 50년

by 썬도그 2015. 8.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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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70주년을 기념해서 여기저기서 큰 행사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사진계에서는 광복 70주년 기념 사진전이 특별하게 없네요. 몇 년 전에 6.25전쟁 60주년 기념 사진전은 대림미술관에서 있었는데 광복 70주년 사진전은 특별하게 보이지 않습니다. 

여러모로 참 아쉽습니다. 그럼에도 광복 70년 중 중요한 60,70년대 격동기를 돌아볼 수 있는 사진전이 조선일보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조선일보 미술관은 서울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물 중 하나인 성공회교회 길 중간에 있습니다.


 

조선일보 건물 바로 뒤에 있는 조선일보 갤러리는 가볼 기회도 없었습니다. 게다가 조선일보라는 거북스러운 단어가 문턱을 높인 것도 있습니다. 뭐 조선일보가 정치, 경제 쪽은 수구꼴통스런 기사와 사설을 쓰지만 정치와 무관한 문화 예술 쪽 기사는 무난하고 유용한 기사가 많습니다. 이는 한겨레나 경향 신문 같은 진보 성향의 기자들이 분발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죠. 

여하튼 덩치가 큰 신문사이다 보니 정보력이 좋아서 인지 문화 쪽 글들은 괜찮은 기사가 많죠. 조선일보 미술관도 정치 색을 띤 공간이 아니기에 좋은 전시회가 있으면 가보려고 했지만 좋은 전시회를 잘 보지 못했네요. 



조선일보 미술관에서는 2015년 8월 5일부터 11일까지 <격동 한국 50년> 구와바라 시세이 사진전을 엽니다. 
기간이 아주 짧은 것이 참 아쉽네요 



다큐멘터리 사진을 좋아하는 분들은 '구와바라 시세이' 사진작가를 잘 아실 것입니다. 한국이 좋아서 한국을 자주 취재한 일본 사진작가입니다. 1963년 다큐 사진가로 입문한 후 한일 수교도 안되어 있던 1964년 한국을 취재하기 시작합니다. 

한국은 특히 60,70년대에 크고 작은 사건 사고가 많았습니다. 특히 정부 비판의 과격 시위가 꽤 많았죠. 이 한국의 격동기에 최신식 일본 카메라로 무장한 '구와바라 시세이'는 줌 망원렌즈로 요동치는 한국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이후 한국인 아내를 만나서 결혼을 하고 난 후에도 현재도 한국을 촬영하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가 찍은 사진은 무려 10만 컷이 넘는 방대한 분량입니다. 특히 사진으로 세상을 기록하는 개념이 없던 한국에서 60,70년대에 카메라로 한국의 구석구석을 촬영 했습니다. 

특히, 특정 분야의 사진만을 찍은 것이 아닌 정치, 문화, 사회, 경제 분야에 대한 사진을 꾸준히 기록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일본인이 아닌 한국인들이 했어야 하는 작업인데 일본인 작가가 꾸준히 했습니다. 


구와바라 시세이라는 사진작가를 알게 된 것은 이 한 권의 책 때문입니다. 서울도서관에서 제목만 보고 대출해서 읽어 봤는데 사진도 선명하고 동시대의 다른 한국 사진작가보다 뛰어난 구도와 현장성이 좋더군요. 더구나 주제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소재를 촬영 했습니다. 특히, 제가 좋았던 것은 60,70년대의 격동기의 한국을 인본주의적인 시선으로 담았습니다. 정부 찬양이 아닌 정부에 저항하는 현재의 50,60대들의 혈기 왕성한 패기어린 장면들이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이후 '구와바라 시세이' 사진전을 직접보면서 한국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전시장 입구에서 사진 촬영 여부를 물었더니 사진 촬영 해도 괜찮다고하네요. 다만 복사 촬영이 아닌 스케치 정도로만 담았습니다. 현장에는 한국인 노부인도 계셨는데 '구와바라 시세이'작가님에게 00아빠라고 하는 말이 귀에 꽂히더군요.



한국을 사랑하자만 한국인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한, 그의 사진은 한국인의 시선보다는 이방인의 시선이 더 강합니다. 다만, 좀 더 과감하고 관찰자적인 시선이 많이 보입니다. 

사진들은 한국의 60년대부터 2015년까지 한국의 풍경을 담았습니다. 주로 60,70,80년대 사진들이 대부분입니다. 
흥미로웠던 사진들 중 하나는 위 2장의 사진입니다. 경기고 학생들이 교문 밖을 나가서 시위를 하려고 하자 선생님들이 교문을 막고 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선생님들은 뭘 그리 하지 말라고만 하는지 모르겠어요. 지금은 달라졌지만(말은 이렇게 하지만 크게 달라지지도 않았어요) 정부의 시선을 그대로 학생에게 주입하는 분들이 아직도 꽤 있죠. 

학 대학생인 듯한 청년은 전경에 끌려 가면서도 노트를 놓고 있지 않습니다.



사진들은 한일 수교를 반대하는 고려대학생들의 시위와 4.19혁명, 청계천변의 판자촌과 80년대 격렬 시위 등이 가장 많았습니다. 


여기에 거대한 조선소나 60년대 농촌 풍경 그리고 80년대 명동 거리 등 그 시대의 공기를 그대로 느끼게 하는 다큐 사진들이 많았습니다. 쭉 보다 보니 격동의 지난 50년을 담은 주마등을 보는 듯하네요



민초들의 고생스러운 모습들은 최민식 사진작가의 사진과 비슷하지만 좀 더 박력이 있고 힘이 있습니다. 



사진들을 보면서 느낀 것은 일본인이라는 제 3자의 시선이라서 그런지 어떤 목적에 따라 촬영한 사진이 아닌 그 공간의 느낌을 그대로 담으려는 듯한 모습이 보입니다. 



가장 흥미로웠던 사진들은 '구와바라 시세이'작가가 촬영한 박정희부터 박근혜 현 대통령까지 촬영한 대통령들 사진입니다. 썬글라스를 좋아한 박정희와 한복이 일상복이었던 육영수 여사의 모습이 묘한 대조를 보이네요. 



물태우라고 불리우던 노태우와 3김 정치를 상징하는 여의도 광장의 사진도 있네요. 전 이때의 정치인들이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때 정치인들은 염치라도 있었습니다. 잘못한 일은 부끄러워할 줄 알았던 정치인들이 많았고 정치 풍자가 많았던 시절이었죠

그런데 지금은 국회의원이 성폭행을 해도 여당 대표가 사과도 안하고 나라 경제 박살 내고도 청년 실업 팔아서 노동 탄압이나 하고 메르스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도 없고 국정원이 전국민을 상대로 해킹의혹이 있어도 반성도 없습니다. 참 몰염치한 인간들이 국회와 정부 곳곳에 있는 현재가 더 짜증나네요. 현재의 정치인과 고위공직자들은 파렴치한들이 가득합니다. 

염치를 모르는 세상, 부끄러움을 모르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부끄러움을 아는 정치인들은 거의 다 사라지고 염치도 모르는 날파리 같은 인간들이 권력의 단맛에 취해서 권력을 준 국민들을 쫄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다 선거 때만 되면 굽신 거리죠. 그러나 그런 정치인을 뽑은 우리이기에 누워서 침뱉기입니다



흥미로운 사진들은 또 있습니다. 일본인이라는 신분을 이용해서 90년대 초에 사할린으로 건너가서 조선인들을 만납니다. 일제는 사할린에 무려 7만 명에 달하는 조선인들을 강제로 보낸 후 사할린 광산에서 군수 물자를 생산하라고 합니다. 해방 후에 이 사할린에 간 사람들은 소련과 한국이 국교가 단절 된 상태라서 한국에 오지 못하고 사할린에서 살게 됩니다.

그러다 90년대 초 소련과 한국이 국교가 생긴 후에 한 아들이 사할린에 묻힌 아버지의 무덤에서 오열을 합니다.


구와바라 시세이는 90년대 초에 북한도 갑니다. 북한 평양에서 평양 거리를 촬영합니다. 어찌보면 이 '격동 한국 50년' 사진전이 '광복 70주년'의 유일한 유의미한 사진전이 아닐까 합니다. 

아! 하나 더 있네요. 현재 갤러리 류가헌에서 하고 있는 군 위안부 할머니들을 사진으로 담은 안세홍 사진작가의 '겹겹, 지울 수 없는 흔적' 사진전입니다. 여기도 가봐야 하는데 시간이 나질 않네요. 조만간 들려야겠습니다. 자세한 정보는  http://juju-project.net/ 에서 볼 수 있습니다. 제작년에 봤는데 사진들이 더 늘었고 범위도 커졌습니다. 


월남 파병의 시기도 볼 수 있었습니다. 



아주 좋은 사진전입니다. 한국의 지난 격동의 50년을 남과 북 그리고 사할린까지 담은 큰 규모의 사진전입니다. 저야 본 사진들이 꽤 많아서 빨리 보고 나왔지만 처음 보는 분들은 눈길을 끄는 사진들이 꽤 많을 것입니다



일본인 사진작가지만 그 어떤 한국 사진작가보다 뛰어난 사진을 남긴 다큐멘터리 사진작가입니다. 특히 60년대 한국을 담은 사진들은 국가에서 수집해서 영구 보관 시켜야 할 사진들이 많습니다. 

이 사진전은 사진전문 출판사인 눈빛에서 주최를 했습니다. 눈빛은 한국 사진 출판의 버팀목이자 대들보입니다. 정말 고마운 출판사입니다. 구와바라 시세이 작가는 여러 사진집이 한국에 나와 있습니다. 




딱 한가지 아쉬운점은 갤러리 조명이 너무 샛노란색이라서 사진들이 누렇게 떠 보입니다. 제가 화이트밸런스를 조정해서 소개했지만 갤러리에서는 누런 빛이 눈쌀을 지뿌릴 정도더군요. 비단 이 사진전 뿐 아니라 많은 사진전들이 조명을 왜 노란색 계열로 사용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게 사진에 덜 피해를 주는 것이라면 제가 이해해야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주광색 등이 더 보기 좋지 않을까요? 또한, 요즘은 자연 채광을 이용하는 갤러리도 늘고 있더라고요. 

8월 11일까지 전시를 하니 후딱 보셔야 할 것입니다. 게다가 무료 전시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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