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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영화 베테랑, 어이 없는 상류층을 상식의 어이를 꽂아 갈아버린 통쾌한 영화

by 썬도그 2015. 8.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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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이라고 쓰지만 부당거래2라고 읽혀지는 영화입니다. 감독과 출연 배우 대부분이 부당거래에 출연했던 배우입니다. 그러나 그 내용은 크게 다릅니다. 부당거래는 부패한 검찰과 경찰이 힘겨루기를 하는 악마와 악마의 대결을 다루었다면 영화 베테랑은 정의의 이름으로 세상을 심판하는 유쾌하고 통쾌한 영화입니다


시종일관 유쾌함이 가득했던 영화 베테랑

여름 흥행을 노리고 만든 영화 답게 영화는 아주 유쾌합니다. 영화는 시작부터 베테랑과 같은 능숙한 연출로 관객들의 웃음을 곳곳에서 터트립니다. 베테랑 연기자 황정민이 능글 맞게 차량 절도범을 일망타진합니다. 그 과정에서 베테랑 형사의 여유에서 나오는 유머가 팍팍 터집니다.

감독 류승완은 부당거래를 찍으면서 형사들의 남은 이야기와 좀 더 유쾌한 버전으로 만들고자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인터뷰에서 밝혔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는 아주 경쾌하고 날렵하게 군더더기 없이 이야기를 쭉쭉 뽑아 나갑니다. 유쾌한 유해진 대신 심각한 유해진을 배치하지만 대신 오달수와 황정민의 노련한 웃음 유발과 베테랑 감독의 능글 맞은 유머가 처음부터 끝까지 웃음의 톤을 유지합니다.


여기에 시원함을 넘어서 10년 먹은 울화통이 뻥 뚫리는 쾌감을 줍니다. 상류층인 재벌 3세를 정의라는 엔진을 가슴에 달고 무대뽀로 달려드는 열혈 형사 서도철(황정민 분)이 아무도 터치를 하지 못하는 재벌 3세 조태오(유아인 분)에 맨 몸으로 달려들어서 깨부셔 나가는 과정의 짜릿함이 영화 <베테랑>의 최고의 재미입니다. 

보다가 10년 먹은 울화통이 다 내려가는 느낌이네요. 재벌 또는 국가 권력층이라는 썩은 상류층을 타도하는 영화는 요즘 영화의 단골소재입니다. 세상의 절대악이 사라진 탈 이념의 시대에 새로운 악의 무리로 등장하는 권력층과 재벌들에 대한 국민적인 원성이 가득합니다. 영화는 악의 신진세력인 재벌을 타켓으로 두고 군더더기 없이 무소의 뿔처럼 돌격하는 서도철 형사를 통해서 큰 대리만족을 줍니다.

지금까지 나온 상류층 타격 영화 중에서 가장 힘이 있고 밀도 있는 영화가 아닐까 할 정도로 밀도 있는 스토리가 아주 매력적인 영화입니다. 


정의의 이름으로 썩은 상류층을 심판하는 서도철 형사

서도철 형사는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은 어떠한 외압에도 굴복하지 않는 정의의 사도입니다. 정의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주인공 답게 서도철이 생각하는 정의는 사회보편성을 강하게 띄고 있는 정의라서 관객들이 서도철 형사에 깊이 몰입니다. 박봉에 시달려서 전세 이자도 겨우 내는 열혈형사 서도철은 사건 처리를 도와준 화물차를 운전하는 배기사(정웅인 분)의 어린 아들로부터 전화를 받습니다.

아버지가 투신을 해서 병원에 있다는 말에 한 달음에 병원으로 달려갑니다. 이미 다른 형사들이 병원에 나와 있었고 밀린 월급을 받지 못해서 투신을 했다는 소리까지 듣습니다. 어찌보면 흔한 풍경입니다. 신자유주의 시대에 손 안대고 코 푸는 대기업의 하청의 재하청을 줘서 자신들은 뒤로 쏙 빠진 술수에 걸려든 소시민의 투신으로 비추어질 수 있습니다. 

지금도 전국 곳곳에서 머리에 빨간 띠를 두르고 시위를 하는 사람들 얼마나 많습니까?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종북좌빨, 또는 때쟁이라고 부르고 애써 외면하죠. 배기사도 그랬습니다. 배기사도 하청 업체 직원입니다. 그러나 어느 날 문자 한통으로 일자리에서 짤리는 것도 서러운데 밀린 월급 450만원을 받겠다고 원청 업체인 신진그룹 앞에서 시위를 합니다.

이를 본 신진그룹의 재벌 3세인 조태오(유아인 분)을 배기사를 불러서 몰상식을 넘어서 아들이 보는 앞에서 배기사에게 심한 모멸감을 줍니다. 그 모멸감에 투신을 한 사건으로 종결 되면서 수사는 조용히 종결 되려고 합니다. 여기에 도의적으로 신진그룹에서 나와서 위로비로 많은 돈을 줍니다.

그런데 이 사건에 뭔가 냄새가 납니다. 어린 꼬마인 배기사의 아들은 서도철 형사에게 아빠가 맞았다고 말합니다. 이후 서도철은 재벌3세인 조태오의 뒤를 캐기 시작합니다. 



이후 영화는 흔한 스토리로 진행됩니다. 재벌 3세 약쟁이 조태오를 잡으려는 서도철과 그런 서도철의 혈기를 외압으로 누르려는 조태오의 힘겨루기가 시작됩니다. 후반에 약간의 반전이 있지만 스토리는 복잡하지 않고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합니다. 그러나 이 영화의 스토리가 강한 향을 내뿜는 이유는 비정상이라고 느껴질 정도의 서도철의 바른 성품 때문입니다. 


얼마나 바른지 돈으로도 가족을 통한 회유에도 통하지 않습니다. 이런 모습은 류승완 감독 부부의 강직한 성품과도 연결 된다고 느껴질 정도로 우직스럽습니다. 오히려 이런 우직함이 비현실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시대의 영웅상을 서도철 형사가 잘 그려냅니다. 

정의감만 있고 능력이 없었다면 세상의 비정함을 담으면서 영화가 끝이 났겠지만 이 영화 속 서도철은 정의감도 투철하지만 능력도 출중합니다. 그래서 베테랑이라고 하잖아요. 베테랑 형사 서도철은 조태오라는 망나니를 잡기 위해서 자신의 경험을 몽땅 투자해서 조태오를 옥죄어 갑니다. 

영화 대사 중에 가장 통쾌해서 현웃이 터졌던 장면은 외국 바이어와 영어로 회의를 하는 조태오가 씩씩 거리며 서 있는 서태오에게 "이러시면 이 외국인들이 한국을 어떻게 보겠어요"라는 말에 서도철이 "x같이 보겠지 x신아!"라는 말에 그냥 웃음이 터지고 말았네요. 정말 내가 썩은 지도층과 상류층에게 죽기 전에 꼭 한 번 해보고 싶은 대사였습니다. 

이렇게 서도철은 정의의 이름으로 돌진하고 돌격합니다. 


비열한 재벌 3세를 잘 연기한 유아인

영화 <베테랑>은 상당한 밀도를 가진 영화입니다. 군더더기 없는 장면들이 계속 나오면서 웃겨줄 땐 웃겨주고 싸울 땐 화끈하게 싸워줍니다. 이런 밀도를 형성하게 한 배우는 황정민과 유아인입니다. 특히 유아인은 첫 악역이라고 하는데 악역 전문 배우가 아닐까 할 정도로 눈을 희번덕 거리면서 뽕쟁이 재벌 3세의 역을 아주 잘 합니다. 조태오의 비열함과 돈으로 사람을 사고 팔 수 있다고 생각하는 돈의 노예가 된 모습을 제대로 담습니다. 

다만, 너무 과열된 연기만 보다 보니 후반에는 냉각제를 넣어주고 싶더군요. 좀 더 건조함을 가미했다면 냉혈한의 면모까지 보여줬을텐데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럼에도 아주 핏이 잘 맛는 옷을 입은 재벌 답게 유아인의 자기 역할을 잘해줍니다. 

다만, 이 영화는 형사팀 위주로 다루고 있는데 다른 형사 팀원들이 병품처럼 그러지는 것은 좀 아쉽습니다. 영화의 주제가 팀웍이 아니긴 하지만 다른 팀원들을 좀 더 역할 분담을 해줬으면 어땠을까 하네요?


그러나 액션은 약하고 건조한 영화 <베테랑>

류승완 감독하면 스토리보단 깨고 부수는 액션 영화의 장인이라는 말이 떠오를 정도로 액션에 일가견이 있는 감독입니다. 영화 <베테랑>은 생각했던 것보다 액션이 많지 않습니다. 아니 액션 분량은 꽤 되지만 액션들이 그닥 매력적이지 못합니다. 유쾌한 액션 장면이 많긴 하지만 액션의 규모 자체가 크지 않습니다. 

영화 클라이막스에 7,000만원 자리 머스탱을 몰고 명동 추격신을 하는 장면은 창의적이긴 하지만 긴 액션이 아니라서 짜릿함까지는 느껴지지 않습니다. 액션을 기대했던 분들은 실망할 수 있습니다. 대신 스토리가 깔끔하고 통쾌합니다.



어이 없는 상류층을 상식의 어이를 꽂아 갈아버린 영화 <베테랑>

유명 연예인과의 환각 파티와 돈으로 연예인를 사고 파는 듯한 행태, 사장실에서 밀린 월급을 받으러 온 사람에게 야구 빠따를 때린 재벌가, 아들이 주점에서 맞았다고 화가 난 재벌 회장이 주점 직원을 끌고가서 폭행한 사건, 총리가 사용해야 한다면서 구민들이 쓰는 엘레베이터를 못쓰게 막은 최근의 사건

영화 <베테랑>속 유아인이 연기한 조태오의 모습은 창작물이 아닙니다. 현실 세계 그것도 한국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입니다. 단지 조태오는 그런 실제 사건을 그대로 재현했습니다. 그런 조태오의 쓰레기 같은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손가락질 합니다. 하지만 영화 밖에 똑같은 사건을 만나면 우리는 재벌을 옹호하고 때쟁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죠. 보상금을 저렇게 많이 받았으면 그냥 넘어가지 왜 시위를 하냐고 따지는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영화 속 조태오는 한 명이지만 현실의 조태오는 수십 아니 수백만 명 아니 수천만 명일 것입니다. 
배기사는 돈 보다 인간 답게 사는 세상을 원했습니다. 그러나 조태오는 그런 세상을 어이가 없는 세상이라고 말합니다. 

"맷돌를 돌리려면 어이라는 막대기를 꽂아야 해요. 그런데 맷돌을 돌리려고 하는데 어이가 없으면 맷돌을 돌릴 수가 없어요. 그걸 보고 우리는 어이가 없다라고 말해요"

조태오는 밀린 월급을 달라는 배기사에서 어이가 없다라고 말합니다. 
이에 열혈형사 서도철은 땅에 떨어진 상식이라는 어이를 꽂아서 썩은 상류층을 맷돌에 넣고 갈아 버립니다. 
액션은 좀 아쉽지만 통쾌함을 넘어 짜릿한 한 방이 있는 영화입니다. 돈에 환장한 세상을 시원하게 갈아 마신 영화 베테랑입니다. 서도철은 관객에게 이런 메시지를 던집니다

"쪽 팔리게 살지 맙시다" 여기서 쪽이란 상식이자 정의입니다.

별점 : ★★☆
40자평 : 상식이란 어이가 빠진 세상에 상식이란 어이를 꽂고 썩은 상류층을 갈아버린 통쾌한 영화 베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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