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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서부 개척 시대를 제대로 그린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더 웨스트

by 썬도그 2015. 7.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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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영화는 보고 싶어도 쉽게 볼 기회가 없는 영화들이 많습니다. 특히 고전 명화들은 비디오 시대보다 더 보기 힘들어졌습니다. 순 최신 영화만 다운 받을 수 있고 고전 명작들을 합법 다운로드 시장에서 쉽게 다운 받을 수가 없네요. 

그나마 EBS 같은 공중파 영상자료원 같은 곳이 있어서 고전 명작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잠시 외출한 사이에 EBS에서 '원스 어폰 어 탐인 인 더 웨스트(Once Upon A Time In The West)'를 하고 있네요. 바로 시청 모드로 전환하면서 편성표를 보니 대략 전반 부 40분을 보지 못했습니다. 

이 영화는 이상하게도 저와 잘 안맞는 지 전편 시청을 쉽게 허락하지 않네요. 한 5년 쯤 종로의 한 극장에서 이 영화가 상영하는 것을 알고 예매하고 봤는데 아뿔사. 이름이 비슷한 같은 감독의 연출작인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를 예매했네요. 뭐 영화사적으로나 인기는 아메리카가 더 있고 조막만한 TV 화면이 아닌 큰 화면으로 3시간짜리 영화를 봤었습니다.  

나오면서 알았죠 제가 보려고 했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더 웨스트'는 다음 날 상영한다는 것을요.
이 '원스 어폰 어 타임'으로 시작하는 영화 모두 이탈리아 감독인 '세르지오 레오네'감독이 연출했습니다.



미국보다 서부 영화를 더 잘 만들었던 이탈리아

미국 서부 영화는 서부 개척 시대를 담은 액션 장르 영화입니다. 요즘은 거의 나오지 않지만 70,80년대까지만 해도 심심찮게 서부 영화들이 수입해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특히 50,60년대는 서부 영화 전성기가 아니였을까 할 정도로 빼어난 명작들이 많이 만들어집니다.

그런데 이 서부 영화의 역사에서 특이한 영화들이 등장합니다. 미국 서부 개척 시대를 배경으로 한 서부 영화에 이탈리아가 끼어듭니다. 이탈리아가 무슨 연유로 미국 서부 영화를 만들기 시작 했는 지는 모르겠지만 미국인들이 만든 서부 영화보다 더 재미있는 영화들이 만들어집니다.

이런 이탈리아 자본과 감독이 미국 할리우드 배우 등을 기용해서 만든 영화를 마카로니 웨스턴 또는 스파게티 웨스턴이라고 합니다. 이 스파게티 웨스턴의 대표는 '황야의 무법자 3부작'과 '장고'나 '내이름은 튜니티'등이 대표적입니다. 

특히 황야의 무법자 3부작은 가장 명작이고 가장 인기가 많은 서부영화입니다. 이 영화를 연출한 감독은 '세르지오 레오네'입니다. 이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서부영화들은 기존의 미국의 서부영화와 달리 주인공이라고 꼭 선한 보안관 이미지가 아닌 주인공을 차악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거악 또는 최악을 제거하는 차악의 나쁜 남자 스타일 또는 상남자의 강인함과 국가와 나라와 여자나 가족을 위해 총을 쏘는 것이 아닌 오로지 돈 때문에 총을 쏘는 냉혹하지만 가장 짙은 현시적인 욕망을 잘 담았습니다.

그런데 이 '세르지오 레오네'감독은 미국 근현대사를 다룬 영화도 잘 만들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입니다. 제목 그대로 옛날옛적 미국에서 일어난 갱들의 우정과 사랑을 담은 수작입니다. 

어제 EBS에서 한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더 웨스트'는 황야의 무법자 3부작을 다 만든 후에 1968년에 제작된 영화입니다. 이전의 황야의 무법자도 남북전쟁이라는 미국의 근현대사를 살짝 담기는 했지만 정면으로 담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더 웨스트'은 미국의 굵직한 사건 대신에 서부로 향하는 철로를 깔던 말 그대로 서부 개척을 하던 그 시대를 정면으로 담았습니다. 



미스테리한 총잡이 하모니카 맨

정말 성의 없고 엉성하게 만들어진 간이역에 3명의 총잡이가 간이역을 접수합니다. 그리고 누군가를 기다립니다. 저 멀리 기차의 기적소리가 들려오고 기차가 떠납니다. 아무도 내리지 않자 3명의 총잡이는 뒤를 돌아서 역으로 가려하는데 뒤에서 하모니카 소리가 들립니다. 



먼저 이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 영화는 화면 구성과 음악을 빼 놓을 수 없습니다. 특히 서정적인 멜로디와 박진감 넘치는 멜로디를 모두 잘 만드는 세계적인 영화음악가인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황야의 무법자에서는 휘파람 소리를 영화 음악으로 사용해서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꽉 박히게 합니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더 웨스트'에서는 하모니카가 휘파람을 대신합니다. 눈매가 매서운 '찰스 브론슨'이 처량한 하모니카를 불자 3명의 총잡이는 뒤를 돌아봅니다. 3대 1이라서 하모니카맨이 불리할 것 같지만 속사 권총으로 3명을 모두 쓰러트립니다.

이 첫 대결 장면은 영화사에서도 꽤 유명한 장면입니다. 그러나 그 총격 장면만이 유명한 것은 아닙니다. 하모니카맨이 도착하기 전에 3명의 총잡이가 보여주는 아무런 대사 없는 건조한 이미지는 유명한 시퀀스입니다. 특히 날아다니는 파리의 연기가 아주 빼어납니다. 첫 시퀀스 보면서 이 영화는 파리도 연기를 하네? 라는 놀라움으로 봤던 기억이 나네요



개인의 복수가 주된 줄거리 같지만 서부 개척 시대의 사회상을 제대로 담은 빼어난 스토리

영화는 하모니카맨이 주인공으로 삼고 있는 듯 하지만 크게 보면 하모니카맨은 하나의 재미를 투입한 캐릭터 같을 뿐 실제적인 주인공은 보자마자 반해버릴 정도로 빼어난 외모를 지닌 '클라우디아 카르디날레'가 연기한 미망인 '질'입니다. 
기차역에서 프랭크와의 만남을 기대했던 하모니카 맨은 프랭크가 보낸 부하 3명과 만나게 됩니다. 부하 3명을 가볍게 쓰러트리고 하모니카맨은 프랭크를  찾아 떠납니다. 

이 프랭크(헨리 폰다 분)는 악당입니다. 철도 거상인 모튼의 행동대원이라고 할 수 있죠. 철도 거상인 모튼은 서부로 향하는 철도를 까는 철도 재벌입니다. 그런데 이 모튼은 제돈을 주고 땅을 매입한 후 철도를 까는 정당한 방법 대신 돈을 아끼기 위해서 프랭크를 보내서 땅을 강제로 빼앗거나 협박을 해서 저렴하게 빼앗는 일을 합니다. 

점점 프랭크는 자신의 위상을 키우고 직접 총을 쏘기 보다는 부하들에게 피를 묻히는 일을 시키고 자신은 뒤에서 뒷짐만 지는 관리자가 됩니다. 그리고 자신이 모시는 모튼과도 주인과 종이 아닌 파트너로 위치가 급속하게 올라가게 됩니다. 그날도 프랭크 부하들이 기차가 지나갈 곳에 땅을 사서 역을 만들 계획을 하고 있는 아일랜드인인 브렛 맥베인 일가를 총으로 집단 사살을 합니다. 

그런 것도 모르고 맥베인과 1달 전에 결혼 한 창녀 출신의 질 맥배인(클라우디아 카르디날레 분)은 죽은 남편과 가족 일가를 보면서 눈물을 흘립니다. 


엔니오 모리꼬네의 아름다운 선율이 담긴 질의 테마를 잠시 들어보세요. 여성의 아리아는 슬프면서도 정말 아름답습니다.



질의 가족을 모두 죽인 프랭크 부하들은 탈옥한 총잡이 샤이엔(제이슨 로바즈 분)가 맥베인 일가를 죽였다고 누명을 씌워버립니다. 프랭크 부하들이 질의 남편을 죽인 이유는 단순하게 싸게 그 마을 또는 일가가 소유한 부동산을 소유함이 아닌 그곳에 있는 지하수 때문이기도 합니다. 증기기관차는 증기로 움직이기 때문에 물이 있어야 합니다. 맥베인의 집이 있는 그곳에 지하수가 있기 때문에 큰 돈을 벌 수 있습니다. 문제는 프랭크 일가를 싹 죽였는데 뒤늦게 도착한 맥배인 부인이 마을에 도착하면서 미망인이자 새로운 상속자가 나타나게 됩니다. 



이 철도 개발에 따른 맥베인 부인 질과 개인적인 복수를 꿈꾸는 하모니카맨 그리고 기차라는 달팽이를 끌고 긴 철로의 흔적을 남기고 다니는 철도 재벌인 모튼과 모튼이 고용한 총잡이 프랭크, 그리고 탈옥범인 샤이엔이 얼키고 섥히는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서부 개척 시대를 이전의 서부 영화들은 보안관과 현상범 구도나 현상범꾼이나 기병대와 인디언의 구도로만 그렸다면 이 영화는 서부 개척을 하는 그 과정을 와이드 스크린으로 담습니다. 특히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열차 선로를 놓고 있는 인부들이 이 가득한 열차 선로 공사에서 인부를 싣고 도착하는 증기기관차의 모습이나 새로운 선로를 까는 모습은 어느 서부 영화도 볼 수 없는 모습입니다. 

여기에 서부 개발의 추악한 이미지나 자본주의의 추악함까지 적절하게 잘 그려내고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 여주인공 질은 아주 큰 의미가 있습니다. 창녀 출신이라서 사회의 밑바닥 계층에 있었지만 아일랜드인을 만나서 신분 상승을 꿈꿨지만 남편이 죽으면서 다시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질은 삶을 주체적으로 살기 노력했고 한 남자의 여자가 아닌 대지의 여신이 되어서 철로 공사를 하는 인부들에게 물을 제공하는 여신이 됩니다.

보통의 서부 영화라면 하모니카맨과 키스 찐하게 한 번하고 잘먹고 잘살았다 식으로 끝나는데 이 영화는 로맨스 보다는 좀 더 큰 그림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액션은 별로 없지만 시종일관 긴장감이 가득한 뛰어난 연출력

서부 영화 하면 명사수들의 결전이 가장 핵심적인 액션입니다. 또한, 자잘한 또는 거대한 액션이 가득합니다. 그런데 이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더 웨스턴'은 생각보다 액션이 많지 않습니다. 황야의 무법자보다 더 없습니다.

첫 시퀀스에서 3대 1 대결과 중간 중간 액션은 있지만 대규모 총격씬은 없습니다. 오히려 총격 장면이 끝난 후의 시체들의 모습만 보여주기도 하죠. 영화 마지막 대결 장면도 싱거울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가 지루하냐? 전혀 지루하지 않습니다. 팽팽한 긴장감을 영화 내내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대규모 총격 장면은 없지만 흥미로운 총격 장면과 함께 대규모 전투 장면보다 더 쫄깃하고 짜릿한 대결 장면을 빼어나게 연출을 합니다.

특유의 익스트림 클로즈업 장면을 수시로 사용해서 관객들이 두 건맨의 거대한 눈을 통해서 팽팽한 긴장감을 느끼게 합니다. 여기에 와이드 스크린으로 광활한 서부의 장면 그 자체가 청량감을 줍니다. 특히 하모니카맨은 왜 프랭크를 찾아 다니는지를 영화 내내 숨기고 있다가 마지막 장면에서 관객에게 보여줍니다. 


대사 한 마디 없이 빼어난 도식화 된 화면 하나로 이 하모니카맨과 프랭크의 관계를 한 장면으로 보여줍니다. 요즘 영화들이 재미 없는 이유가 영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장면도 말로 다 설명하기 때문이라고 하죠. 좋은 영화들은 영화의 핵심 표현력인 음악과 영상 이 2개로만 대사를 대신할 수 있습니다. 

요즘 영화들은 너무 말이 많아요. 



80년대 TV에서 이 영화 보고 다음 날 친구와 함께 찬손 브른손 형님 이야기를 1시간 이상 했던 기억이 나네요
미남은 아니지만 마초의 향기가 풀풀나는 찰슨 브론슨과 함께 바른 사나이 이미지가 강력했던 헨리 폰다를 푸른 눈을 가진 악당으로 변신 시킨 이미지 비틀기가 눈에 확 들어오네요

보통은 찰슨 브론슨이 악당으로 헨리 폰다가 주인공으로 나와야 하는데요. 두 주인공과 감독까지 이 세상에 없지만 그들이 남긴 유산은 다음 세대를 흔들어 놓습니다. 요즘은 왜 이런 감독을 만나기 힘들까요? 제가 나이들어서일까요? 아니면 세상이 변했는데 제가 변하지 않아서일까요? 품격이라는 말은 이런 영화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합니다. 


빼어난 은유와 미국 서부 개척 시대를 그린 풍경화 같은 영화입니다. 영화 중간에 동양인들이 빨래 노동을 하는 모습이 보이던데 실제로 이 미국 서부 개척 시대에 철로를 깐 사람들 중에 중국인들이 많았다고 하네요. 서부 개척 시대의 정글과 전진을 잘 그려낸 수작입니다. 

별점 : ★
40자평 : 옛날옛적 서부 개척 시대를 풍경화로 담아낸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웨스트 영화음악 듣기 : https://www.youtube.com/watch?v=u0S9e6ITZF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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