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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사진/사진에관한글

한국 사진계의 추악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최민식 사진상

by 썬도그 2015. 7.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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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의 사진으로 사람 마음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는 마력과 같은 사진의 매력에 푹 빠져서 사진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사진 동아리에서 풀지 못한 사진에 대한 목마름을 이 블로그에 저장하고 수집하고 소개하길 어언 8년이 되어가네요. '사진은 권력이다'라는 블로그 이름 빨로 거품이 있지만 그 거품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진에 대한 흥미는 사진계까지 자연스럽게 알게 되더군요. 제가 느낀 한국 사진계는 제 예상과 달리 한국 사회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미술계 같은 경우는 순수할 것만 같았는데 오히려 구시대적인 인맥과 학맥이 똬리 틀고 있어서 가끔 역한 냄새가 나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미술에 대한 관심은 많이 떨어지고 사진전만 주로 봅니다.사진계도 미술계 못지않게 학맥, 인맥이 강한 생태계를 갖고 있더군요. 다만 미술계보다 진입 장벽이 낮다 보니 끈끈함이 미술계보다는 약합니다. 끈끈함이 약하다는 것은 서로를 건강하게 견제하고 비판할 수 있다는 소리이기도 합니다. 디씨 문화가 좋은 것은 탈권위적이라는 것입니다. 디씨에서는 친목을 도모하거나 권위를 내세우다가 권위를 탈탈 털리죠. 한국이라는 권위주의와 군대문화와 유교가 결합한 강력한 상명하복과 점점 또렷해져 가는 계급사회에서 제대로 된 비판과 견제와 합의가 나오기 쉽지 않습니다. 계급이나 먹이사슬의 최고 위치에 있는 사람의 시선과 말 한마디가 바로 그 사회의 룰이 되니까요. 이는 예술계라도 다르지 않습니다.

오히려 다수가 아닌 소수이다 보다 오히려 더 강력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수많은 예체능계의 입시비리와 줄 서기 문화 등등을 보면 오히려 예술계가 더 구린 듯합니다. 그나마 좀 나은 것이 사진계입니다. 사진계는 사진학과 출신이 아니라도 사진을 할 수 있고 무슨 자격증이나 누가 인정해 줘야 작가로 데뷔하는 시스템도 없는 아주 낮은 문턱 때문에 많은 사진작가들이 사진전을 펼칩니다. 그러나 풍요 속의 빈곤이라고 할까요? 아주 유명한 사진작가는 많지 않습니다. 특히 대중들의 인기를 받는 사진작가는 연예인 프로필 사진을 찍어주는 상업사진가들이 더 인기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사진작가가 있습니다 바로 최민식 사진작가입니다. 

B급 사진작가 최민식 그러나 대중은 그를 A급으로 인정하다

한국 사진계의 추악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최민식 사진상

사진평론가 박평종이 쓴 <사진가의 우울한 전성시대>에는 최민식 사진작가를 B급 사진작가라고 분류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감수성이 대중의 보편취향과 잘 앉아 떨어진다고 그 작가가 A급이라고 할 수 없다고 합니다. 좀 쉽게 말하면 최민식 사진작가의 사진은 감성에 호소하는 사진들이 대부분이라는 소리입니다. 이런 지적은 공감합니다. 우리가 좋아하는 최민식 사진작가의 사진들은 측은심과 추억 또는 그 시대의 사람들의 표정을 담긴 했지만 그 사람 너머의 세상의 구조적인 문제까지 담지는 않습니다. 어제  제가 보는 최민식 사진작의 시선을 지적하는 댓글이 있었습니다. 최민식 사진작가는 '밑바닥 삶에 대한 동정이나 호기심이 아닌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에 대한 분노와 고발'을 사진에 담았다고 알려주셨습니다. 그게 최민식 사진작가의 공식적인 시선일지는 모르겠지만 사진들을 보면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에 대한 고발보다는 오로지 사람들의 형상만 담았습니다. 그래서 전 B급 사진작가라는 지적은 합당하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B급이 무슨 A급 아래에 있는 사진이라고 보이지도 않습니다. 사진의 예술적 가치로만 보면 B급일지 몰라도 기록이라는 또 다른 시선으로 보면 최민식 사진작가의 사진은 우리 현대사를 산 민초들의 삶의 풍경을 담았기에 사료적으로 무척 높은 가치가 있습니다. 뭐 초상권 문제가 있긴 하지만 먼 훗날에 최민식 사진작가의 사진은 더 큰 인기를 얻을 것입니다. 
최민식 사진작가는 평생 사람만 찍었습니다. 오로지 사람에 천착했기 때문에 우리는 그를 휴머니스트 작가라고 칭송하고 있습니다. 서슬퍼런 군부독재 시절에도 가톨릭 계열의 분도출판사의 도움으로 휴먼이라는 사진집을 꾸준하게 낼 정도로 사진에 대한 깊은 소명의식으로 한국인의 표정을 닮았습니다. 

그런 생생한 표정을 본 대중들은 최민식 사진작가를 칭송하고 비록 예술적 가치가 높지 않지만 대중들은 그의 사진을 사랑하게 되고 그를 A급 사진작가로 생각하게 됩니다. B급이면 어떻고 A급이면 어떻습니까? 최민식 사진작가가 담은 그 인간을 바라보는 따스한 시선이나 가치만 잊지 않으면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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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식 사진상에 대한 잡음들

한국 사진계의 추악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최민식 사진상

최근 페이스북 타임라인에 최민식 사진상 공모전에 대한 쓴소리가 잡음처럼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냥 무시했습니다. 흔한 뒷담화 정도로 생각했는데 꾸준하게 여러 사람이 올리는 모습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는데 그 이야기를 풀어 보겠습니다.

먼저 이 최민식 사진상은 최민식 사진작가가 돌아가신 후 최민식 사진작가의 인본주의를 기리기 위해서 만든 사진상입니다.협성문화재단이 적극 후원하면서 이갑철 사진작가를 1회 수상자를 배출하고 2015년 올해 2회를 맞이했습니다.

지난 4월부터 5월까지 최민식 사진상 공모전을 개최했습니다. 사진상은 전업사진가에서 선정하는 본상과 저 같은 아마추어들이 참가하는 특별상이 있습니다. 올해 본상에 참여한 작품은 1,235 작품이고 특별상에는 2,258 작품이 출품을 했습니다. 

정말 많은 사진들이 공모전에 출품되었네요. 그리고 얼마 전 2회 최민식사신상 수상자로 최광호 사진작가의 '숨의 풍경-천제'가 수상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 2회 수상작에 대한 쓴소리들이 날아들기 시작하네요

먼저 쓴소리에 앞장선 사람은 사진비평가이자 부산외대의 이광수 교수의 글입니다. 
글 전문은 신미식 사진가의 블로그에 올라와 있습니다.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sapawind&logNo=220409839071

비판의 내용은 크게 2회 수상작이 과연 최민식 사진가가 지향한 인본주의 사진이 맞냐!라는 것입니다.'숨의 풍경-천제'는 태백산에서 하늘에 제사를 드리는 천제를 촬영한 사진입니다. 분명, 최민식 사진작가의 사진 스타일과 아주 다른 스타일의 다큐 사진입니다. 그렇다고 최민식이라는 이름이 들어갔다고 무조건 최민식 사진작가처럼 스트리트 포로그래퍼 스타일의 다큐 사진에만 상을 줘야 하는 것도 속 좁은 시선 같아 보입니다. 그냥 다큐멘터리 사진으로 확장해서 본다면 이광수 교수의 인본주의 사진이 맞느냐? 는 물음 및 지적은 공감이 가지 않습니다.

이렇게 장르를 구분하게 되면 사진상은 한 장르의 사진만 응모하게 되고 결국은 다른 사진상들처럼 사멸하게 될 것입니다. 
이라크 전쟁터를 촬영한 사진은 전쟁 사진인가요? 인본주의 사진인가요? 이렇게 같은 사진도 보는 시선에 따라서 달라지기 때문에 어떤 장르의 사진만 받아야 한다는 생각은 최민식 사진상 대신 최민식 길거리 휴먼 사진상으로 바꿔야 할 것입니다.

허술한 사진공모전 운영은 개선해야 할 부분

한국 사진계의 추악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최민식 사진상

                                                                      <사진작가 최민식 >

그러나 최민식 사진상 공모전 운영에 대한 지적은 공감합니다. 
2014년 최민식 사진상은 미발표작으로 한해서 수상을 한다고 제한을 두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이 미발표작이어야 한다는 제한이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공모자들은 전 해년도의 관습에 따라서 미발표 작은 출품하는 공모자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2015년 2회 수상작은 2009년 강원다큐멘터리 사진사업의 지원금을 받고 발표한 2010년 작품이었습니다.

이를 모르고 미발표작만 공모한 사진가와 사진작가들은 비난을 했습니다. 분명 이 부분은 최민식 사진상 공모전 운영국이 잘못했습니다. 이전 해와 달라진 공모전 내용을 확실하게 적어 놓아야 했습니다. 발표작, 미발표작 모두 포함이라고 한 줄만 써넣으면 되는데 이런 문구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공모전을 꼼꼼하게 물어보지 않고 미발표작만 출품했다고 비난하는 행동도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저는 매년 3~4개의 사진공모전에 사진을 공모합니다. 제가 도전할만한 분야만 공모하고 대부분 입선도 못합니다. 그럼에도 공모전 기준이 애매한 부분이 있으면 바로 전화를 걸어서 문의를 합니다. 아마추어인 제가 이렇게 하는데 사진을 좀 더 진중하게 하는 분들이 전화 한 통 걸지 않고 공모하는다는 것이 좀 이해가 안 가네요. 

또한,  2회 수상작가인 최광호 사진작가의 천제라는 작품이 2009년 강원다큐멘터리 사진사업에서 지원금을 받은 작품이라서 순수하지 못하다는 시선이 사진계의 일반적인 시선이라면 사진계는 참 속 좁은 동네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아니 상금을 받았다고 다른 사진전에 출품할 수 없다고 사진상을 주는 재단에서 말하지 않는데 외부에서 왈가왈부하는 것은 좋은 모습으로 보이지 않네요

이런 시선이면 대종상에서 대상 받은 영화는 청룡영화제나 다른 영화 시상식에 출품할 수도 없겠네요. 여러 상을 동시에 받을 수 있는 거지 지원금 받고 안 받고 가 뭐 그리 중요합니까? 자비 들여서 찍은 사진은 순수하고 외부의 지원이나 후원금을 받은 사진은 안된다는 것은 고리타분한 생각 같습니다.

 

멘토가 멘티에게 사진상을 주는 듯한 꼴불견 

한국 사진계의 추악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최민식 사진상

글 후반에는 심사위원이 멘토고 멘토가 고은사진아카데미 출신의 제자인 멘티에게 특별상을 2명에게 줬다는 지적은 몇 번을 읽었네요. 어떻게 이게 가능한가요? 뭐 사제지간지만 공정한 룰에 따라서 골랐다면 심사위원인 스승이 공모자인 제자에게 상을 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오이밭에 가서는 신발끈을 고쳐 매지 말라고 했듯 잡음이 낄 수 있는 요소가 있다면 제자들에게 공모전 출품을 하지 말거나 심사위원직을 맡지 말았어야 합니다. 아마추어에게 주는 특별상 6명 중에 2명이 제자라는 것은 아무리 달리 생각해도 비판을 넘어 비난받아야 할 부분입니다. 뭐 자세히 모르니 더는 말을 못 하겠지만 공정성에 큰 흠집이 난 것 같네요. 

흥미로운 것은 2015 최민식 사진상 심사의원은 이상일(고은 사진미술관 관장), 송수정(사진기획자), 박상우(중부대 교수/사진이론가)는 2014년에 아르코미술관에서 한 

 미술관 속사진페스티벌에서 모두 봤던 분들입니다.

 이분들이 심사위원으로 다시 모였네요. 이 미술관 속사진페스티벌은 사진 워크숍도 진행했는데 사진에 대한 여러 담론을 진중하게 들을 수 있어서 지금도 그 강연을 최고의 강연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강연에서 한국 사진페스티벌과 사진공모전이 너무 발달한 한국 사진문화를 비판했던 분들이 오히려 이런 사진상의 심사위원이 되어서 다른 사진가와 사진작가들의 비난을 받고 있네요

사진공모전만 발달한 한국 사진계의 씁쓸한 단면을 드러낸 최민식 사진상

한국 사진계의 추악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최민식 사진상

정말 많습니다. 정말 많아요. 지자체마다 사진공모전 하나씩 있는 것 같고 축제마다 사진공모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사진공모전이 과할 정도로 많습니다. 사진공모전은 심사위원이라는 절대 권력자가 사진을 고르는 방식이기 때문에 어떻게 골라내던 볼멘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수상작만 위너고 탈락한 사람은 다 루저가 되는 승자독신 제도이죠. 그렇게 때문에 항상 잡음이 존재합니다. 그래서 이번 최민식 사진상 잡음도 그냥 그런 잡음으로 보이기도 합니다만 고은사진미술관 아카데미 출신의 아마추어를 특별상을 준 것에 대한 충분한 해명을 하지 않는다면 이 잡음은 잡음을 넘어 3회 최민식 사진상을 어둡게 만들 것입니다. 

이게 다 공모전만 발달한 기형적인 한국 사진문화의 폐해이죠. 사진 공모전을 둘러싼 잡음은 항상 있을 것입니다. 문제는 그 잡음이 사진상을 건강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면 그 잡음을 끌어안고 가야 하지만 합리적 비판이 아닌 비난으로 흐른다면 한국 사진계는 공멸의 길을 걸을 것입니다.

사진 좋아하는 아마추어로 요즘 한국 사진계를 보면 한국 사회의 병폐인 줄 서기 문화와 간판 문화만 가득한 모습으로 비치어지네요. 이게 다 구심점이 없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 같기도 합니다. 한편으로는 구심점이 없기 때문에 더 크게 썩지 않는 것이 위안이라면 위안이겠죠. 

최민식 사진작가는 남들이 뭐라고 하든 말든 사진계가 B급으로 보던 말던 그냥 꾸준히 자기 길을 갔습니다. 살아생전 많은 말을 하고 책도 냈지만 결국 남는 것은 글이 아닌 사진입니다. 사진작가는 사진이 말입니다. 부디 누가 찍었느니 어느 대학 출신이라느니 누구랑 친하다더니 하는 그런 식의 사진 외적인 것에 휘둘리지 않고 오로지 사진 자체로만 승부하는 한국 사진계가 되었으면 합니다.

잘 알지도 못하는 놈이 주제넘게 긴 글을 썼습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제 주관이니 참고만 하셨으면 합니다. 

7월 15일 현재 해명이 나왔습니다. 참고하세요.  http://photovil.hani.co.kr/44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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