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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전작의 아우라에만 기댄 기대 이하의 영화 쥬라기 월드

by 썬도그 2015. 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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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의  한 허름한 영화관에서 본 쥬라기 공원은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스크린은 3류 변두리 극장 크기였고 시설도 좋지 못했지만 스크린 크기를 느끼지 못할 정도의 충격적인 비쥬얼과 쪼는 맛이 일품인 스릴이 가득 했습니다. 아직도 22년 전의 그 스릴과 짜릿함과 웅장함을 잊지 못합니다

어린 아이들의 친구 공룡을 스크린으로 제대로 부활 시켰습니다. 당시 쥬라기 공원의 성공은 그해 내내 현대차 몇대 파는 효과를 운운하면서 뜨겁게 달궜습니다. 그러나 이 쥬라기 공원 시리즈도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짜릿함이 사라지더니 2001년 3부에서 시리즈를 마감했습니다. 

그리고 2015년 이 쥬라기 공원이 업그레이드 되어서 쥬라기 월드로 찾아왔습니다.



쥬라기 공원 1편을 그대로 배낀 듯한 조잡한 스토리

쥬라기 공원에서 쥬라기 월드로 제목이 바뀐 만큼 규모는 좀 더 커졌습니다. 정확하게는 1992년 쥬라기 공원이 있던 그 자리에 재개장을 한 것이기 때문에 물리적 규모가 커진 것은 아닙니다. 다만, 쥬라기 공원 1편은 공룡 테마파크로 만들기 전에 붕괴가 되었다면 쥬라기 월드는 개장을 하고 하루에 최대 2만 명 정도의 관람객을 수용하는 인기 테마파크가 되엇습니다. 


거대한 수상 공룡의 워터 쇼를 보고 다양한 탈 것을 타고 쥬라기 월드 구석구석을 탐험할 수 있습니다. 보트를 타고 물가에 나온 초식 공룡을 지켜볼 수도 있고 공룡을 안고 탈 수도 있습니다. 이런 차이점이 있지만 전체적인 영화 색채는 1993년 빅히트를 친 쥬라기 공원 1편이 아우라를 적극적으로 취하고 있습니다.

먼저 '조지 윌리암스'가 작곡한 서정적인 쥬라기 공원 배경음악이 영화 초반에 깔리면서 재개장한 쥬라기 공원에 온 것을 환영한다는 메시지를 선보입니다. 이렇게 히트한 전작의 이미지를 차용하는 것은 이미 예상했던 지점입니다. 이 영화가 다시 제작된 이유가 아빠 엄마가 어렸을 때 본 쥬라기 공원을 아들과 딸의 손을 잡고 다시 보라는 프랜차이즈 영화의 술수입니다. 

재미만 있다면 이런 술수를 가볍게 미소로 넘길 수도 있습니다만 이 쥬라기 월드는 미소가 아닌 썩은 미소가 지어지네요. 먼저 이 영화는 쥬라기 공원 1편과 전체적인 스토리가 비슷합니다. 쥬라기 공원 1편에서는 사장의 손주인 두 명의 십대 소년 소녀와 두 명의 남 녀 박사가 나옵니다. 쥬라기 월드도 마찬가지입니다.  랩터 조련사인 오웬(크리스 프랫 분)과 쥬라기 월드의 최고관리 책임자인 클레어와 클레어의 조카인 10대 소년인 그레이와 자크가 나옵니다. 

이런 캐릭터의 배치와 함께 쥬라기 공원 1편의 기억 남는 장면을 오마쥬한 장면은 22년 전 추억을 되새김하게 됩니다. 여기까지는 괜찮습니다. 캐릭터 구성이 비슷하다고 영화가 똑같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전체적인 스토리가 쥬라기 공원과 비슷하고 엉성합니다. 



인젠사는 쥬라기 월드 운영을 겨우겨우 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대박을 쳤지만 점점 아이들이 공룡을 무서워하지 않고 동물원 코끼리 보듯 하니 수익율이 높지 않습니다. 그래서 보다 강력한 공룡을 만듭니다. 그 공룡은 과거에 존재했던 공룡이 아닌 여러가지 동물의 DNA를 이용해서 만든 하이브리드 공룡을 만듭니다. 

오징어의 위장술과 체온을 낮춰서 열 감지 센서에 걸리지 않고  지능도 무척 높은 괴물 공룡을 만듭니다. 이 새로운 거대하고 무시무시한 공룡을 관객에게 보여주기 전에 우리에서 탈출하면서 재앙이 시작 됩니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공룡 등장은 초반에 큰 기대를 하게 합니다. 여기에 쥬라기 공원 1,2,3편에서 크기는 작지만 뛰어난 지능을 가진 실제적인 악당인 벨로시 랩터가 악당이 아닌 친구로 등장합니다. 주인공 오웬이 벨로시 랩터를 이 랩터를 길들인 것입니다. 이런 차별성은 초반에 좋았습니다. 그러나 후반으로 갈수록 기시감이 가득한 장면과 스토리 진행은 점점 기대가 실망으로 바뀝니다.


쥬라기 공원에서 인간의 욕심으로 공룡이 탈출하고 그 공룡 때문에 인간이 큰 피해를 받는 모습이나 미친 과학자가 등장하는 모습과 하이브리드 신종 공룡과 주인공 4명이 대결하는 장면 등등은 기시감을 충분히 느끼게 해줍니다. 문제는 그런 기시감을 잘 이용하면 22년 추억을 퍼올릴 수 있는 마중물이 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기시감이 달콤한 추억의 부스러기가 되려면 93년의 쥬라기 공원에서 보여주지 않는 특별한 것이 있어야 합니다. 


특별한 것이 있긴 합니다.  쥬라기 공원 1,2,3편에서 핵심 악당인 벨로시 랩터가 오웬이라는 조련사에 의해 하이브리드 신종 공룡을 잡는 양몰이 개처럼 이용하는 모습은 약간 신선합니다. 그러나 이 모습도 터미네이터2에서 1편의 악당인 T-101이 2편에서는 주인공인 존 코너의 보디가드가 되는 설정이 있었기에 크게 신선한 것도 아닙니다. 이거 말고는 전작의 흐름과 영화는 비슷하게 흘러갑니다. 

쥬라기 공원과 비슷하게 흘러가도 쥬라기 공원을 못 보거나 안 본 분들에게는 짜임새만 있다면 스토리가 큰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쥬라기 월드는 할리우드 영화의 병폐인 주인공에만 초점을 맞춘 공감대 떨어지는 스토리로 진행됩니다. 옆에서 익룡에게 관람객이 공격을 당하는데 자신의 조카들만 챙기는 쥬라기 월드의 고위 관리자인 여주인공 클레어와 오웬의 행동은 이해를 할 수 없습니다. 남녀 주인공은 자기들끼리만 서로 구해주면서 미소를 짓습니다. 마치 쥬라기 월드 관람객은 하나의 부속품 처럼 여기는 모습은 이 영화의 유일한 매력인 공룡들은 놀이기구가 아닌 생명체라는 시선마저 무색하게 합니다. 


자연의 순리를 어기는 인간의 우둔한 행동을 비판하는 모습은 그런대로 받아들일만 합니다. 여기에 한국 정부를 연상케 하는 인젠사의 무능한 초기 대응은 쥬라기 월드가 예상치 못한 현실 비판적 시각까지 담깁니다. 그러나 공룡도 하나의 우리와 동일한 생명체라는 시선을 끝까지 가져가지 못하고  악당 공룡이 사라지고 우리는 살았다며 미소 짓는 모습은 살짝 역하기 까지 합니다. 




김빠진 사이다 같은 놀라운 비쥬얼 충격과 스릴이 사라진 쥬라기 월드

쥬라기 공원이 성공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중 으뜸은 비쥬얼입니다. 스톱모션 공룡만 보던 관객들이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한 놀라운 공룡의 영상을 보고 깜짝 놀랬습니다. 비쥬얼 쇼크라고 할 정도로 쥬라기 공원은 공룡들을 스크린으로 완벽하게 환생시켰습니다. 그러나 그 놀라운 비쥬얼 쇼크는 세월이 흘러 흔한 풍경이 됩니다. 

쥬라기 월드는 쥬라기 공원이 보여준 비쥬얼 쇼크가 없습니다. 새로운 앵글이나 구도나 영상 스킬도 없습니다. 심하게 말하면 쥬라기 공원에서 나아진 것이 거의 없습니다. 이건 예상했습니다. 요즘은 웬만한 CG아니면 충격 먹을 일도 없습니다.


그런데 스릴도 없습니다. 
쥬라기 공원에서는 관객들이 소리를 지르는 장면이 있습니다. 쥬라기 공원 관제센터 건물 식당에서 두 10대 소년 소녀가 랩터를 피해 도망가는 장면에서 관객들은 소리를 지를 정도로 쪼는 맛이 있습니다. 손에 힘이 들어갈 정도로 연출을 잘 했습니다. 그러나 쥬라기 월드는 쪼는 맛이 거의 없습니다. 예상 가능한 흔한 장면들과 다른 영화에서 붙여 넣기 한 듯한 모습만 보입니다. 흔하고 예상 가능한 액션과 스토리는 이 영화에 대한 기대치를 점점 낮추게 하더니 영화 클라이막스 장면도 예상 가능한 액션으로 마무리합니다. 



기대치를 낮추고 보면 그런대로 시간 죽이기는 가능한 쥬라기 월드

쥬라기 공원과 비교하면 많이 모자른 영화입니다. 그러나 기대치를 한 참 낮추고 보면 그런대로 할리우드 영화의 미덕인 2시간 정도의 시간을 때울 수 있는 킬링 타임용 영화로는 괜찮습니다. 제가 워낙 쥬라기 공원을 재미있게 봐서 비교를 하다 보니 혹평을 계속 했는데 쥬라기 공원을 지우고 보면 그런대로 볼만은 합니다. 

그럼에도 추천하기는 힘든 영화입니다. 초반의 톤을 끝까지 유지하지 못한 것이 아쉬운 영화입니다.

별점 : ★★☆

40자평 :  프랜차이즈 영화도 요리사가 달라지면 맛이 이렇게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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