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글과 말과 영상으로 알려주어도 그때는 이해하지 못하다가 때가 되면 저절로 알게 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엄마 속을 그렇게 썩이던 딸이 결혼 후 아이를 낳아서 엄마가 되어서 자신의 딸이 자신의 속을 썩일 때 어렸을 때 엄마가 마음 아파했던 것을 생각합니다. 엄마 마음은 엄마가 되어봐야 안다고 하죠. 

어렸을 때 왜 어른들은 나만 보면 장난감이 아닌 돈을 줄까?라는 의문이 있었습니다. 그 풀리지 않던 의문은 내가 어른이 되고 조카나 아는 분의 자녀를 볼 때 나도 모르게 지갑에서 돈을 꺼내서 용돈하라고 주는 것을 보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인생이란 그런 것 같습니다. 아무리 옆에서 말해주고 알려줘도 내가 그 상황이 되어야만 오롯하게 이해되나 봅니다. 그래서 부모마음은 자식이 알기 힘들고 그 자식이 부모가 되었을 때 이해하게 됩니다


섬에 살던 노부부의 동경 상경기. 동경가족

고향인 섬에 살던 노부부는 자식들이 사는 도쿄에 도착합니다. 도쿄에는 의사인 장남 코이치와 미장원을 운영하는 둘째 딸 시게코와  그리고 연극무대 설치 일을 하는 미덥지 못한 막내 쇼지가 살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역귀성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렇다고 명절이라서 이 노부부가 도쿄에 온 것은 아닙니다.  도쿄에서 먹고 살기 바쁜지 고향에 오지 않기도 하고 은퇴 후에 섬에서 부인과 함께 지내던 노부부는 친한 친구의 장례식에 참석하러 왔다가 4박 5일간 자식들의 집에서 잠시 숙식을 해결하려고 합니다.

자식들은 이 부모님의 급작스런 방문이 반갑기도 하지만 동시에 부담스러워합니다. 왜냐하면 섬 생활과 달리 도쿄에서의 삶은 그렇게 넉넉한 삶이 아닙니다. 마치 부모님을 처리하기 불편한 존재로 여깁니다. 물론, 앞에서는 그런 내색을 전혀하지 않습니다. 


첫날 부모님을 모시고 도쿄 구석구석을 소개하고 함께 보려고 했던 의사인 첫째는 출발 전에 긴급 환자 호출로 갑자기 왕진을 가버리고 부모님은 그렇게 하루를 공칩니다.  둘째 딸 집에서 기거하던 둘째 날도 비가 와서 도쿄 관광을 하지 못합니다.

이에 막내 쇼지가 누나의 부탁으로 부모님을 모시고 도쿄 관광을 합니다. 
쇼지는 부모님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어머니는 무척 좋아하는데 교사 출신의 전형적인 꼰대 스타일의 꽉막힌 아버지를 무척 싫어합니다.  그날도 예상했던 일이 터집니다.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데 아버지가 막내 쇼지가 지 앞가름도 못하는 모습이 못마땅한 듯 연극무대 설치일을 하는 모습에 먼 미래를 보지 못한다면서 쓴소리를 합니다. 부모님 잎장에서는 죽을 때 까지 자식 걱정을 하기 마련이죠.  그러나 그걸 듣는 쇼지는 괴로워 미칠 지경입니다. 

이러니 쇼지는 아버지를 만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도 만나도 긴 대화를 하지 않습니다. 이런 서걱거림을 해결해주는 것은 항상 어머니였습니다. 어머니는 물과 기름 같은 막내와 남편을 잘 조율해줍니다. 



첫째 아들과 둘째 딸은 돈을 모아서 전망 좋은 호텔을 예약하고 부모님을 모십니다. 거대한 대관람차가 보이는 도쿄의 호텔방은 황홀한 전망을 제공하지만 이 화려함이 이 노부부에게는 이물감이 느껴집니다. 덕분에 한 숨도 자지 못하고 호텔에서 나옵니다. 그렇게 급작스럽게 호텔에서 나와서 둘째 딸 집에 갔더니 딸은 오늘은 안 된다면서 죄송하다면서 다른 잠자리를 찾아봐야 한다고 통보를 합니다. 이에 어머니는 막내 쇼지네 집에 가고 아버지는 동료의 장례식에 갔다가 친구네 집에 자기로 합니다. 



막내 쇼지네 집에서 자게 된 도착한 어머니는 깜짝 놀랍니다. 방이 지저분할 줄 알았더니 아주 깔끔합니다. 마치 우렁각시가 있는 듯 깔끔한 집안 모습에 크게 놀라죠. 쇼지는 밥을 먹으면서 살짝 우렁각시의 존재를 말하려고 하는데 마침 쇼지의 애인인 노리코가 집에 옵니다. 

어머니께 소개한 노리코는 어머니가 너무 마음에 들어합니다. 이는 노리코도 마찬가지입니다. 친절하고 상냥하신 어머니의 기품에 노리코도 반해버릴 정도입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단 몇시간 만에 딸과 어머니 같은 사이가 됩니다. 같이 쇼지의 흠을 보기도 하면서 친해지죠. 



그렇게 어머니는 쇼지의 집에 자면서 쇼지와 오랜만에 행복한 밤을 보냅니다. 막내 쇼지도 어머니의 따뜻한 밥과 옛 이야기를 하면서 행복한 밤을 지냅니다. 




자식 자랑이 남은 삶의 낙인 우리네 아버지 어머니와 죄인 같은 우리들의 가족 풍경을 그대로 담다

1954년 일본의 명감독이자 세계적인 감독인 '오스 야스지로'의 <동경이야기>를 리메이크한 영화 <동경가족>가족이라는 애증의 관계를 담은 영화입니다. 오래된 영화라서 스토리는 복잡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세상은 변해도 세대간의 반목과 부모님이 자식을 보는 시선과 자식이 부모님을 보는 시선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이 <동경가족>은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보는 부모와 자식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먼저 꼰대 같은 아버지가 의사인 장남을 자랑스러워하고 모습과 세상 물정 모르고 미래에 대한 계획도 제대로 세우지 않고 사는 듯한 막내에 대한 괄시를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자식이 1명 있는 집안은 그렇지 않지만 자식이 2명 이상 있는 집안은 꼭 1명은 찬밥 취급을 받는 사람이 있습니다. 

다른 형제보다 못한 능력 때문에 스스로 위축이 되지만 그걸 아버지들은 더 못마땅해하죠. 문제는 이런 것을 남의 삶의 낙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자식에 대한 미움은 더 커갑니다. 아버지는 건강 때문에 술을 끊었는데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함께 선술집에서 술을 합니다. 거기서 자식에 대한 서운한 감정이 폭발합니다.  남들 앞에서는 자식이 잘나가는 기업 부장이라고 소개하지만 실제로는 지지리 못난 놈이라고 말하는 아버지의 친구, 그래도 의사 아들이 있는 너는 행복하지 않느냐고 부러워하죠. 이에 아버지는 그렇지도 않다면서 자신도 자식 때문에 걱정이 많다고 합니다. 

이런 자식 자랑은 노년의 삶을 사는 우리네 부모님들의 주전부리를 넘어서 삶의 전부인 듯 합니다. 둘러보세요. 자식 농사 잘 지은 부모들은 껄껄거리면서 배두들기며 다니고 자식 농사 망친 부모들은 모임에 가면 꿔다 놓은 보릿자루보다 못한 모습으로 있다가 아무말도 못하고 집으로 옵니다. 이는 한국과 일본이 공통된 모습입니다. 왜 우리네 부모님들은 자신의 현재의 삶 보다는 자식의 삶을 자신의 삶으로 착각하고 살까요? 이는 자식이 하나의 삶 자체로 존중하기 보다는 자식이 자신의 소유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신의 삶을 망치자 가족과 함께 동반 자살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습니다. 

이런 강한 가족에 대한 삶의 링크는 좋은 방향으로 흐를 수도 있지만 반대로 자식들의 삶을 오히려 방해하고 망치기도 합니다. 지난 달에 한 심리학 책의 저자와의 대화의 자리에서  다른 형제보다 못한 자신에 대해서 부모님의 시선 때문에 울분을 토로하는 분이 있었습니다.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이 있습니다. 장남이라는 손가락은 아무리 미운 짓을 해도 장남이라고 챙겨주는 것이 많죠. 영화에서 아버지는 전형적인 가부장적인 가족형태를 유지하는 꼰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그런 꼰대 아버지와 자식간의 간극을 메꾸는 역할을 어머니가 합니다. 

이런 부모와 자식간의 시선의 차이와 간극은 1950년대나 2015년이나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는 오래된 영화를 리메이크 했고 그래서 스토리 자체는 박진감이 거의 없습니다. 그냥 우리의 일상을 그대로 박제해 놓은 듯한 느낌입니다. 그러나 우리 자신을 보는 거울 같은 영화라서 영화 보는 내내 우리를 돌아보게 하는 장면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이런 영화의 전체 줄거리는 1967년에 제작된 한국 영화 <팔도강산>과 상당히 유사합니다. 김희갑, 황정순이 부모님으로 출연해서 전국 팔도에 사는 자식들이 사는 곳을 찾아가서 자식들의 집에서 하룻밤을 지내는 내용인데 <동경이야기>의 아류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식들이 모두 잘 살아서 편하게 팔도유람을 하는 줄 알았는데 영화는 그렇게 밝은 영화는 아닙니다. 겨우 입에 풀칠을 하는 자식도 있고 큰돈을 버는 자식도 있는 등 빈부의 차이가 많이 나는 자식들을 보면서 영화 내내 긴 한숨이 나옵니다. 자식 걱정은 부모라는 인생이 짊어져야 할 마지막 과업 같기도 하네요

전 이런 노년의 삶이 솔직히 맘에 안 듭니다. 왜 자신의 삶을 살지 못하고 자식의 삶을 자신의 삶으로 생각하고 남은 여생을 사나요? 자신의 삶이 분명 있는데 왜 자식 걱정만 하고 사는지요. 그래서 자식 농사 잘 지은 사람들은 희색이 만연하고 반대로 자식 농사 못지은 노부부는 죄인처럼 지냅니다. 이는 그 부모의 자식들에게까지 전염됩니다. 

최근에 개봉한 영화 <장수상회>에서 이혼과 일찍 사별한 완벽하지 못한 삶을 사는 자식들이 죄인처럼 나오는 모습은 참 마음에 들지 않더군요. 인생이라는 것이 다 자기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닌데 그걸 왜 죄스러워 할까요?

"자식은 부모 뜻대로 안돼"
<동경가족>에서 아버지는 자식은 부모 뜻대로 안됀다고 한숨 섞인 말을 합니다. 이는 진리입니다. 아무리 내가 원하는 자식으로 키우려고 해도 그건 과욕입니다. 결국은 부모 뜻대로가 아닌 자식 뜻대로 살게 되니까요. 자식이 자신의 아바타가 아님을 아버지는 영화 말미에 깨닫습니다. 부모 뜻대로 안 되는 것을 미리 좀 알고 자식 뜻대로 살게 하는 것이 현명한 노년이 아닐까요?



삭막하고 바쁜 도시의 삶과 농촌의 풍요로운 삶

영화는 은유적인 장면의 거의 없습니다. 그냥 흐름대로 따라가다보면 슬프기도 하며 화가 나기도 하며 반성하게 됩니다. 
우리가 흔하게 했던 무신경하고 이기적인 행동이 부모님에게 비수가 되는 모습을 보면서 반성하게 되고 살아 있을 때 잘해드리라는 마르고 닳도록 듣는 말도 다시 눈으로 목격하게 됩니다. 

유일하게 눈여겨 볼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은 바로 막내 쇼지가 부모님을 모시고 도쿄 관광버스를 타고 도쿄 관광을 하는데 쇼지는 매일 보는 풍경이라서 눈을 감고 졸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도쿄타워를 대신하는 거대한 전파탑인 스카이트리를 보고 놀라워하죠. 이는 도쿄가 일상인 삶과 도쿄가 일탈인 삶에 대한 조우입니다. 도쿄를 여행의 장소로 온 부모님과 도쿄에서 터를 잡고 사는 자식들의 어긋난 시선을 한 시퀀스에서 보여줍니다.

영화는 섬에 사는 부모의 삶과 도시에 사는 자식들의 삶이라는 공간의 차이를 세대의 차이와 함께 그 물리적 공간의 차이로도 설명하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큰 아들이 섬에서 의사로 살았으면 하지만 자식들은 그런 고루한 농촌의 삶을 거부합니다. 이런 자식들의 삶을 아버지는 무척 섭섭해 합니다. 또한, 부모님을 모시기는 하지만 정성을 다해서 모시는 것 같지도 않습니다. 앞에서는 반가워하지만 지체되는 시간이 길수록 자신들의 바쁜 삶에 영향을 주자 털어내려고 합니다. 

반면, 시골 집 이웃에 사는 여중생인 유키는 이 할아버지 할머니와 살갑게 지냅니다. 자식 이상으로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죠. 아버지는 시골이 불편해도 이웃간의 정도 있고 공동체적인 흐뭇함이 가득하다면서 도시의 바쁜 삶을 나무라고 받아들이지못합니다. 


밀물과 썰물처럼 가족은 항상 그 자리에 있다

2시간 30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에도 영화 보는 내내 한 번도 한눈을 팔지 않았습니다. 로맨스가 있는 것도 액션이 있는 것도 스토리의 긴박함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일상을 그대로 담아서 지루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영화 속 이야기가 내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깊은 공감은 이 영화의 장점이자 매력입니다. 
시간은 흐르고 세월은 쏜살같이 지나가지만 항상 붙여넣기 같은 우리의 삶은 세대를 이어서 전해집니다. 그래서 우리네 부모님들의 삶과 우리의 삶은 반목을 거듭하지만 이 반목은 되물림이 되어서 내가 부모가 되면 우리 자식과 대립하게 됩니다. 

문제는 우리가 우리의 삶을 스스로 돌아보는 마음 속에 거울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렸을 때 부모의 아바타 같은 삶, 부모가 이루지 못한 삶을 자식이 이루어야 한다는 강박으로 스트레스 받고 살았던 내가 결혼을 하고 낳은 자식에게 아버지와 어머니가 한 행동을 똑같이 하고 있는 모습을 우리는 잘 알지 못합니다. 

그런 분들에게 추천하는 거울 같은 영화가 이 <동경가족>입니다.
영화는 썰물처럼 사라지는 가족이 있는가 하면 밀물처럼 그 빈자리를 매꾸는 사람이 있다면서 흐뭇한 표정을 짓게하고 끝이 납니다.  같은 피와 다른 피가 섞여야 건강한 가족이 되듯,  가족이라는 구성체에 대한 속 깊은 이야기가 잔잔하게 펼쳐지는 영화입니다. 추천하는 영화 <동경가족>입니다. 가족을 이해하는 긴 여정이 될 것입니다. 


40자평  : 세월은 흘러도 부모와 자식간의 갈등과 살가움은 변하지 않는다
별점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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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xuronghao.tistory.com BlogIcon 공수래공수거 2015.04.23 08: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한국과 일본이 다르지 않는..
    이런 류의 영화를 좋아하기도 합니다
    기억했다가 한번 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