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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책서평

(서평)편의점 사회학. 공기와 같은 편의점에 대한 꼼꼼한 이야기가 가득한 책

by 썬도그 2015. 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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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은 구멍가게를 밀어내고 전국 방방곡곡에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비싼 가격이 흠이지만 대신 쾌적한 공간과 다양한 물건을 진열하고 판매해서 많은 사람들이 이용합니다. 물건만 파는 것이 아닌 편의점 택배도 있고 공과금 납부 및 현금을 인출할 수도 있고 한끼 식사를 간단하게 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저도 이런 뛰어난 편의성 때문에 자주 애용합니다. 
도서관에 갔다가 흥미로운 책 제목이 있어서 냉큼 집어 들었습니다. 그리고 쭉 넘겨보니 편의점에 관한 다양한 정보와 이야기가 있네요. 


편의점 사회학이라는 책은 편의점에 대한 백과사전식 다양한 정보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입니다. 
따라서 편의점에 대한 궁금한 점이나 역사와 유래와 시장 점유율이나 가장 많이 팔리는 제품 등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정보 내용들이 2012년에서 멈춰서 최신 정보가 없는 것은 좀 아쉽긴 하네요.  책 내용 중에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소개하겠습니다. 

2012년 말 현재 전국에는 편의점이 무려 2만 4559개가 있습니다. 정말 동네마다 1개 씩 있는 편의점의 역사는 어떻게 될까요? 편의점은 미국에서 먼저 생겨났습니다. 1927년 미국 텍사스 주 댈러스 소재 사우스랜드 제빙 회사가 얼음을 이용해서 신선 제품을 팔기 시작 합니다. 우유나 빵 그리고 달걀 같은 신선제품을 얼음을 이용해서 기온이 낮은 창고에서 보관한 신선 제품을 판매했는데 이게 대박이 납니다. 사람들은 이 신선제품을 사기 위해서 이 제빙 회사 창고를 찾았고 회사는 점점 점포수를 늘렸습니다. 여기서 알 수 있듯 편의점은 냉장고와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냉장고가 발명 된 후 편의점은 거대한 냉장고를 배치해서 다양한 음식과 식품과 통조림 등을 판매하면서 큰 인기를 얻습니다. 이 사우스랜드 제빙회사는 1946년 아침7시부터 밤 11시까지 문을 연다는 뜻의 세븐일레븐으로 상호를 바꿉니다. 그리고 현재 우리 주변에 가장 흔한 편의점 상표가 됩니다. 이 세븐일레븐은 현재 미국이 아닌 일본이 인수한 일본 기업이 되었습니다. 

그럼 한국 편의점의 역사는 어떻게 될까요?
한국에 편의점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82년 입니다. 롯데쇼핑이 서울 중구 신당동에 개점한 '롯데세븐'이 최초의 편의점입니다. 그러나 당시 국민 소득 수준이 낮아서 편의점 문턱이 높게 느껴져서 망했습니다. 그러다 다시 등장한 것이 1989년입니다. 1989년 10월에 한양유통이 서클케이 1호점을 원효동에 1990년 10월 보광이 훼미리마트 1호점을 가락시영점에 11월에는 미원통상이 미니스톱을 1호점을 목동에 12월에는 엘지유통이 엘지25 1호점을 경희대 점에 각각 개점하고 1991년 2월에 동양마트가 바이더웨이 1호점을 신촌에 엽니다. 



1989년은 1988년 서울올림픽으로 인해 세계화의 물결이 막 태동하던 시절입니다. 특히 89년 부터 해외여행 자유화가 시행되면서 유럽 배낭 여행을 떠나는 학생과 직장인들이 생겨나던 시절입니다. 매년 9%에 가까운 고도성장을 통해서 경제도 활력이 넘쳤고 소비 지향점인 삶이 크게 확대 됩니다. 

90년대초부터 강남 졸부들과 오렌지족이 등장등 사회 전반적으로 소비지상주의가 만연한 시기에 구멍가게의 낡고 눅눅한 느낌을 버리고 모공까지 보일듯한 밝은 조명아래 다양한 식료품과 일상용품을 24간 내내 파는 획기적인 판매점으로 90년대 초반 빅히트를 합니다. 1992년 인기 드라마 질투에서는 편의점에서 데이트를 하는 두 주인공의 모습은 미국 대도시의 느낌도 나게 했죠. 지금 생각하면  편의점 데이트가 돈 없는 청춘들의 약식 데이트 같아 보이지만 당시는 외식하는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이렇게 한국은 1990년 1991년 사이에 무려 500%의 점포 증가율을 보이면서 편의점 공화국이 됩니다. 참고로 편의점이 가장 많은 나라는 일본, 한국, 대만으로 동 아시아 국가들이 편의점이 많습니다. 유럽은 노동 문화가 24시간을 허용하는 문화가 아니라서 드럭스토어가 편의점과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편의점은 빅3가 꽉 잡고 있습니다. 2012년 말 기준으로 훼미리마트에서 상호를 변경한 CU가 7945개로 32.3% 점포 점유율을 보이고 있고 세븐일레븐(바이더웨이 포함)이 7202개로 29.3%, GS25가 7138개로 29.1% 점유율 보이고 있습니다. 

이 빅3의 상호명에 대한 유래도 재미있습니다. 
GS25는 24시간 + 1시간으로 투철한 서비스 정신을 담았습니다. 2+5 = 7(행운)이라는 의미도 있다고 하는데 이건 좀 억지 같네요.  CU는 Convenience Store for You(당신을 위한 편의점)의 약자인데 See You 발음과 비슷한 것도 있습니다. 



세븐일레븐이 가장 흥미로웠는데요. 세븐일레븐을 자세히 보면 ELEVEn에서 n이 대문자가 아닌 소문자입니다. 
왜 그런것일까요?이는 여러가지 설이 있습니다. n이 부드럽게 보인다는 이유도 있고 ELEVEN이 명사이기 때문에 상표 등록하기가 힘들어서 규정에 따라서 마지막 철자 N을 소문자 n으로 바꿔서 등록했다는 소리 등등이 있습니다. 

편의점은 어느 지역이 가장 많을까요?
당연히 서울이 가장 많겠죠? 그런데 실상은 서울은 5663개로 2위 1위는 경기도로 무려 5708개나 있습니다. 요즘은 경기도 인구가 더 많고 인구 비례에 따라서 많습니다. 그 다음이 인천으로 1185개나 있습니다. 인천도 꽤 많네요. 서울에서도 강남 3구가 가장 많습니다. 강남구가 623개로 다른 지역보다 무척 많네요. 

이런 유형학적인 이야기를 지나서 '편의점 사회학'은 소비주의 사회의 첨병이라는 제목 아래 한국 사회에서 어떻게 편의점이 성장하고 자리매김하고 어떤 위치이자 존재인지까지 소개하고 있습니다. 편의점을 쇼핑의 맥도날드화라고 소개하고 있는데 이는 아주 적절한 표현입니다. 맥도날드는 햄버거 제조부터 청소와 손씻기까지 모두 메뉴얼화 해서 표준화 된 맛과 정형화된 모습을 보입니다. 이게 프랜차이즈 회사의 장점이자 단점입니다. 어딜가나 실패하지 않는 표준의 맛을 제공하지만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기 위해서 자동차를 몰고 가지 않습니다. 편의점도 마찬가지죠. 편의점에서 기대하는 것은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항상 기대하는 그 만큼의 서비스와 품질과 제품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런 편의점도 최근에 많이 변하고 있습니다. 매장도 커지고 있고 어떤 곳은 회의실을 갖춘 곳도 있더군요. 카페 형태의 편의점도 봤고 다른 매장과 협업을 하는 형태도 점점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편의점은 외국에서 들어온 문물이지만 20년이 지나다보니 토착화 한국화 하고 있습니다. 

삼각김밥이나 컵라면, 만두, 햇반 등 전형적인 한국식 식단을 갖추고 식당 대체제 역할까지 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편의점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제품은 뭘까요? 단연코 1위는 담배입니다. 그래서 담배값 오르면 편의점 매출이 준다는 소리가 있고 실제로도 줄고 있다고 하죠. 담배 사러 갔다가 음료수나 껌이라도 사서 나오는데 담배값이 오르니 아예 편의점에 안 가버립니다. 담배는 39.1%로 편의점 매출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합니다. 


그 다음이 음료나 가공식품으로 19.1%, 빵이나 아이스크림은 12.5%, 맥주나 소주는 7.8%이니다. 도시락이나 즉석 제품은 6.8%이고 스낵이나 초콜렛 같은 과자는 6.2%입니다. 현재 편의점은 한국의 20,30대 젊은이들이 간단한 식사를 해결하는 곳으로 많이 애용하는데 이런 풍경은 점점 더 심해지고 있습니다. 한창 먹을 나이에 가장 싼 음식으로 식사를 하는 모습이 어제 오늘의 모습이 아니지만 간식으로 먹는 것이 아닌 식사로 컵라면과 삼각김밥을 먹는 젊은이들을 보면 측은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나 이는 중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2007년 이후 3년 동안 즉석 음식의 최대 구매층은 30,40대 남성 고객이었다고 하네요. 경제 불황의 여파가 20대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네요

2012년 편의점 판매 순위 50대 제품을 보면 
1위가 카스큐팩 1.6리터, 2위가 카스 500ml 캔, 3위 바나나맛 우유, 4위 카스 355ml, 5위 참이슬, 6위 헛개컨디션 등등 바나나맛 우유만 빼고 온통 술입니다. 술과 담배의 천국 편의점? 스트레스 해소처가 편의점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편의점은 점점 푸드점화 되어가고 있는데 이는 최저임금 노동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네요. 편의점 매출이 가장 많이 나오는 시간은 오후4시부터 자정까지입니다. 주말에는 심야 시간대 매출도 높습니다. 아무래도 술 먹고 편의점에서 속 좀 풀고 들어가기 때문이 아닐까 하네요. 

책은 후반에 가장 궁금했던 편의점 알바생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2011년 고용노동부 청소년 아르바이트 실태에 따르면 응답자의 40.2%가 폭언을 들었고 성폭행이나 성추행 및 폭행도 있었다고 합니다. 아주 열악한 근로 환경이죠. 

이 편의점에서도 알바들은 배가 고프면 유통 기한이 지난 삼각김밥을 취향에 맞는 컵라면에 곁들여 먹곤 했다. 점주에게는 제일 저렴하고 알바들에겐 가장 든든한 식사 방식이었다. 나는 왕뚜껑이라는 컵라면을 즐겨 먹었는데, 라면을 먹을 때면 늘 그 컵라면의 옛 CF가 떠오르곤 했다. 무술을 잘한다고 소문난 탤런트가 나와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이렇게 말하는 장면이었다. ":왕입니다요!"

김영하 소설 중 일부

편의점 알바들은 식사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유통기한이 지난 김밥과 컵라면을 먹습니다. 이는 점주들이 강요하는 것이 아닌 알바 스스로가 그런 식으로 지출을 줄이고 있습니다. 이것도 또 하나의 눈칫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저자는 이런 사회적 약자들이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인지하고 이를 변혁하고자 하는 집합적 노력으로부터 점차 멀어지고 있다고 안타까워합니다. 전체적으로 이 책은 편의점이라는 곳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일들을 다각도로 조명한 말 그대로 편의점이 하나의 나라이자 하나의 세계라는 담론화 시키는 책으로는 꽤 좋은 책입니다. 다만, 여러가지 자료들만 취합해 놓은 백과사전 류 같은 느낌이라서 기대했던 것 이상의 내용은 없네요. 

편의점을 둘러싼 사회 전반적인 시선이나 시스템을 좀 더 심도 있게 담았으면 했는데 그런 모습은 많이 보이지 않네요. 또한, 저작의 주장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주장을 인용하는 듯한 느낌도 있고요. 그럼에도 편의점을 자주 애용하는 우리들이 가볍게 읽어 볼만한 내용들이 꽤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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