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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버드맨의 인종비하 발언? 미국의 민족 개그에 대한 몰이해는 아닐까?

by 썬도그 2015. 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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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에 유행했던 한편 다른 나라에선....이라는 사진 개그 시리즈입니다









이 개그는 그 나라의 지형적 특징과 민족적 특징과 그 나라 사람들의 성향을 기반으로 한 민족주의 개그입니다.  한국은 스타크래프트에 열광하는 모습을 유머로 표시했네요

이걸 보고 화를 내는 분도 계실 것입니다. 한국 사람들이 모두 스타크래프트에 미쳐 날 뛰고 있다고 묘사했다고 기분 나빠할 분도 계시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웃어 넘기고 말 것입니다. 




아카데미 감독상과 작품상 등 주요상을 휩쓴 영화 버듬낸에서 엠마 스톤이 연기한 샘이 한국인이 운영하는 꽃가게에 갔다가 "꽃에서 다 x같은 김치 냄새가 난다"라는 대사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그 논란이란 인종 차별적인 대사이기 때문이죠. 
정확하게는 인종차별 대사는 아닙니다. 인종차별이란 피부나 눈, 골격 등의 외형적인 인종에 대한 비하가 인종 차별이지 김치는 인종이 아닌 한국의 식문화이기에 민족 폄하 또는 한국 식문화 폄하라고 봐야겠죠

분명 결코 듣기 좋은 대사는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가 너무 일부를 가지고 확대 해석하는 것은 아닐까요?
영화를 보지 못해서 이 대사가 대놓고 한국인을 비하할 목적으로 한 것인지 아니면 영화사 해명처럼 막장 캐릭터를 꾸미기 위한 하나의 묘사 장치인지는 영화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즉, 대사 한 부분만 떼어내서 바라보기 보다는 전체적인 맥락을 보고 판단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한 부분만 현미경처럼 들여다보고 화내는 행동을 너무나도 잘 합니다. 또한, 한번 여론이 쏠린 문제는 자신이 생각하기보다는 남이 생각한 것을 그대로 따르는 밴드웨건 효과(대세를 따르는 현상)가 강하다 보니 지금 여론은 무척 격앙되어 있습니다. 

제가 적극 해명할 입장도 그렇게 할 이유도 없지만 헐리우드 영화나 미국 드라마 등에서는 이런 다른 민족을 소재로 한 에스닉 조크(ethinic Joke)가 꽤 많이 있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네요. 

에스닉 조크란 언어나 습관을 근거로 한 문화인류학적 조크로 쉽게 말하면 특정 민족의 전형적인 모습을 개그로 만다는 것입니다. 한국으로 치자면 충청도 사람들의 행동과 말이 느리다는 것을 개그 소재로 참 많이 활용하죠 "아버지 돌 굴러와요"라는 개그가 바로 에스닉 조크입니다. 

같은 민족이지만 지역민에 행동 특징을 집어내서 개그로 만듭니다. 그러나 우리는 누구하나 그런 지역 개그에 화내지 않습니다. 미국은 수많은 민족이 모여서 만든 나라입니다. 이렇게 다양한 민족이 살다 보니 티격태격 싸우기도 하고 (갱스 오브 뉴욕처럼) 때로는 친구처럼 지내기도 합니다. 이렇게 다른 민족과 부대끼며 살다보니 민족 개그인 에스닉 조크가 무척 발달 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가장 많이 사는 이민 민족 중 하나인 아일랜드의 전형적인 특징은 '술주정뱅이'입니다. 참고로 아일랜드 사람들이 한국인들과 참 많이 비슷하다고 하더라고요. 술 좋아하고 아픈 역사도 많아서 한도 참 많은 민족입니다. 이 아일랜드인의 고주망태 습속을 빗댄 대사가 영화에서 꽤 많습니다. 

이탈리아인 중에서 최고의 바람둥이가 있다면 그가 세계 최고의 바람둥이라는 말도 대표적인 민족 개그입니다. 이런 식으로 어떤 나라나 어떤 민족의 대표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하는 개그들 하는데 유태인은 구두쇠, 독일인들은 미련둥이, 프랑스는 깍쟁이 또는 빠꼼이라는 특징을 비꽈서 유머로 만듭니다. 그나마 이 나라들은 좀 낫지 폴란드인에 대한 민족 개그는 유머라기 하기에는 좀 무례한 '멍청이'입니다. 

물론 이런 민족 성향에 대한 개그로 인해 기분이 나빠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이런 민족 개그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다 유머로 받아들입니다. 악의를 가지고 하는 것이 아닌 관계를 부드럽게 하는 윤활유로 생각하니까요. 


즐겨보는 심슨가족은 아예 이 민족개그 경연대회라고 할 정도로 대사 하나하나가 날카로운 풍자가 가득합니다. 학교에서 근무하는 스코틀랜드 관리인에 대한 민족 폄하는 도를 넘은 것이 아닐까 할 정도로 좋은 이미지 보다는 나쁜 이미지를 많이 보여주지만 스코틀랜드 사람들이 항의 했다는 소리 못들어 봤습니다. 



이 영화 참 많이들 기억하실 것입니다. 1989년에 제작 된 스파이크 리 감독의 똑바로 살아라(Do The Right Thing)입니다. 92년 L.A폭동의 도화선이 되었다는 소리가 있을 정도로 이 영화는 독설로 가득합니다. 

흑인이 이탈리아 피자 가게에서 이탈리아 인들을 마늘냄새나고 노래도 못하면서 노래만 좋아하는 인간들이라고 독설을 하자 이탈리아 사람은 금사슬을 철렁거리며 프라이드 치킨만 먹어서 허벅지가 굵어서 뛰지도 못한다고 흑인을 멸시합니다. 

영화 자체가 서로 디스하는 내용이 대부분인데 여기서 푸에르토리코인들이 한국인을 비하합니다. 통일교에 대한 내용도 나오고 일벌레인 한국인들을 비하하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영화 속 한국인은 유태인에게 독설을 합니다. 영화는 이렇게 소수민족끼리 서로 으르렁 거리는 꼴 같지 않은 상황을 지적하는 블랙 코메디로 어느 나라도 이 영화 속 대사를 가지고 뭐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단 , 한국만 빼고

한국에서는 이 영화가 개봉하지 않았던 이유가 이 한국인을 비하한 대사 내용을 언론에서 크게 부풀리면서 한국에서는 제 기억으로는 몇년 후에 비디오로만 살짝 나왔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이외에도 한국인을 비하하는 내용은 할리우드 영화에서 꽤 많습니다. 

미국인들이 평균적으로 보는 미국에서 사는 한국인 또는 한국계 미국인들의 전형적인 이미지는 마트나 세탁소 꽃가게 같은 소매업을 하는 일벌레입니다. 이런 전형적인 이미지는 현재까지도 크게 변하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전형적인 사고는 보기 좋지 않습니다만 우리들도 흔하게 하는 사고 방식이기도 합니다. 충청도 출신이라고 하면 꼭 그렇지 않은데 충청도라서 느리게 행동한다고 은연 중에 생각하잖아요. 한국인들이 주류가 되면 이런 시선은 좀 더 다양하게 바뀔 것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소수민족이기 때문에 다양한 모습 보다는 전형적인 모습으로만 비추어지고 있네요

어쩌겠습니까? 미국인들의 평균적인 시선이 그런데 우리가 그걸 바꿀 힘도 바꿀 이유도 없습니다. 
버드맨 이야기를 좀 더 해보죠. 영화를 보지 못해서 뭐라고 단정 짓지는 못하겠지만 먼저 김치가 냄새가 난다는 말은 맞는 말입니다. 엘레베이터에서 김치 냄새나면 우리도 인상을 쓰지 않나요? 점심 시간이 아닌 다른 시간이나 식당이 아닌 장소에서 김치 냄새가 나면 그게 결코 향긋한 냄새는 아닙니다. 

우리조차도 김치 냄새가 좋지 못하는 것을 잘 알지 않아요? 그런데 있는 그대로 김치에서 냄새가 난다는 것은 잘못된 표현은 아닙니다. 김치는 실제로 냄새가 나니까요. 다만, 냄새가 심하지만 맛은 좋죠. 물론, 버드맨의 대사 자체는 향기롭지도 않고 그 대사만 때어 내면 민족 개그라고 하기에도 너무 과한 대사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이 민족 개그인 에스닉 조크도 잘못하면 주먹을 부르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맥락을 봐야 할 것입니다.  막장 캐릭터가 하는 막장 대사라면 그게 큰 의미는 아닐 것입니다. 참고로 버드맨에는 영어 못하는 일본인 기자나 몽고인에 대한 비하도 있다고 하는데 전체적으로 동양인에 대한 안 좋은 시선을 가진 캐릭터가 있나 보네요

또 하나 생각해 볼 것은 우리가 김치에 대한 맹신주의가 너무 과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한국에서 가장 환영 받는 외국인은 백인에 한국어 잘하고 김치도 잘 먹는 외국인이라고 하죠. 김치 먹고 맛있써요~~라고 해주면 한국인들은 대환영을 합니다. 여기에 개고기 예찬까지 하면  주민등록증이라도 하나 만들어줄 기세죠.  이렇게 김치를 종교처럼 받드는 모습이 과하다 보니 그냥 지나가는 대사로 한 듯한 대사에도 우리가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아닐까요?

우리가 김치입니까?
김치, 백두산, 독도에 대한 외국인의 시선이 조금이라도 날이 서 있으면 왜 우린 그걸 견디지 못하는 것일까요?
좀 더 여유를 가지고 보면 별것도 아닌 것을 너무 과도하게 반응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진짜 비하는 90년대에 한국에서 섹시 마일드라는 샴푸 광고 찍고 미국 토크쇼에서 이름도 기억 안나는 동양의 한 나라에서 샴푸 광고 찍었다고 말한 '맥 라이언'이 한 행동이 비하입니다. 결국 한국 여론에 굴복하고 광고주의 압력 때문에 동양식 인사로 사과를 했는데 이런 경우가 아니라면 영화 속에서 한국인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것에 너무 일비일희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여전히 할리우드 영화에서 한국인은 지나가는 배역 이상을 차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한국 경제력이 높아져서 할리우드가 제작 단계부터 신경 쓰는 영화가 늘어나고 점점 한국인들을 연구하고 생각하고 고려하는 영화들이 나오고 있긴 하지만 그냥 큰 신경을 쓰지 않고 평소에 하던대로 에스닉 조크(민족 개그)를 툭툭 던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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