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각기동대에 대한 내 충정심을 표현하기 위해서 술이 취한 상태에서 친구가 새겨 듣건 말건 큰 소리로 "인간이라는 정체성은 무엇이냐?"라고 물었습니다. 친구는 어벙벙한 당연한 표정을 지었고 전 그 표정을 받아서 일장 연설을 했습니다.

인간의 정체성은 이 졸렬한 생김새가 아닌  내가 너라고 할 수 없는 다른점이자 차별성이자 변별력이자 유일성을 가진 
내 기억라고 설파했죠. 기억만으로는 인간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기억은 하드 드라이브가 더 정확하게 기억합니다. 인간이란 기억 + 자의식입니다. 자기 자신을 자기가 인식하는 고차원적인 인식 능력을 갖추어야 인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공각기동대는 내 기억을 HDD같은 디지털 저장 장치와 내 자의식을 집어 넣을 수 있는 전자 두뇌의 시대를 그리고 있습니다. 이 전자두뇌 시대에는 육체는 하나의 허물일 뿐입니다. 로봇의 육체에 인간의 전뇌가 결합되면 그게 신인류이자 전자 인간이 되는 것이죠

또한, 영상의 문제까지 공각기동대는 다루고 있습니다. 로봇의 꿈은 인간이고 인간의 꿈은 로봇입니다. 로봇은 인간처럼 생각하길 바라고 인간은 로봇처럼 영원하게 살고 싶어합니다. 그래서 수 많은 영화들이 인간과 닮은 로봇을 그리면서 인간의 영생의 꿈을 꾸고 있습니다. 여기에 인간이 가장 바라는 인간의 원형질을 로봇에 씌워서 착한 인간의 영혼을 담은 로봇을 통해서 로봇에게서 인간성을 느끼게 하는 영화들을 만듭니다. 대표적인 영화가 터미네이터2와 A.I죠. 

서두가 길었나요? 그럴 수 밖에 없습니다. 제가 이런 인간의 근본적인 질문을 담는 로봇 영화를 좋아합니다. 
특히, 인간을 투영하는 로봇 영화들을 보면서 눈물을 많이 흘리기도 했죠. 


엑스마키나.  진일보한  인공지능 로봇에 대한 이야기

전 세계에서 한국에서 가장 먼저 개봉하는 엑스 마키나는 꽤 관심을 가지고 있던 영화였습니다. 인공 지능과 로봇에 대한 관심이 꽤 많거든요. 그렇다고 리모콘으로 조종하는 장난감 같은 휴머로이드 같은 것은 관심이 없습니다. 제가 관심 있는 것은 스스로 판단하는 로봇입니다. 휴머로이드보다는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더 크죠

혹시 심심이 아세요?
2천년대 초반에 메신저가 막 유행하고 msn인 메신저를 점령하던 시절로 기억되는데 심심이라는 인공지능 대화봇이 있었습니다. 이 심심이는 사람이 아닌 프로그램인데 내가 질문을 하면 사람처럼 답변을 합니다. 그게 신기해서 여러가지 질문을 하면서 물개 박수를 치던 생각이 나네요. 그런데 어려운 질문을 하면 몰라요! 가르쳐주세요라고 하는 모습에 인공물로 인식하고 흥미가 팍 떨어졌습니다. 

영화 <엑스마키나>는 로봇 영화보다는 이 인공지능에 대한 영화입니다.
영국 영화 <어바웃 타임>으로 세계적인 스타가 된 돔놀 글리슨이 연기하는 칼렙은 블루북이라는 검색엔진 회사를 다니는 프로그래머입니다. 무려 94%라는 검색 점유율을 보이는 블루북은 현재의 구글과 같은 기술 선도적인 기업이자 세계적인 기업입니다. 그런데 칼렙이 어느 날 회사에서 주최하는 이벤트에 당첨이 되어 블루북을 만든 블루북의 정신적 지주이자 주인이자 회장인 네이든(오스카 아이삭 분)을 1주일 간 만나러 갑니다. 
부품 꿈을 안고 헬기를 타고 대자연 풍광을 지나서 네이든 회장이 기거하는 별장 같은 곳에 당도하죠. 


네이든 회장은 칼렙을 편하게 맞이 하지만 칼렙은 비밀기지 같은 공간과 네이든 회장의 카리스마와 의뭉스러움에 주눅이 듭니다. 딱 1주일 간 같이 있는데 첫날부터 여기서 본 것들에 대한 일체의 발설을 하지 말 것을 종용하는 계약서를 쓰던가 아니면 1주일 내내 당구나 치면서 삐대다가 떠나던가를 결정하라고 합니다. 

휴가 같은 이벤트를 기대 했는데 일하러 온 느낌의 칼렙. 칼렙은 프로그래머 답게 호기심에 네이든 회장이 개발하고 있다는 인공지능체이자 로봇 연구를 같이 돕기로 합니다. 칼렙은 비밀 유지 계약서를 쓰자마자 인공지능을 가진 휴머노이드인 에이바를 만나게 됩니다. 


에이바(AVA)는 휴머노이드의 외형에 걸음 걸이나 행동 방식까지 인간과 똑같습니다. 에이바가 옷을 입고 가발을 쓰고 있으면 영락없이 인간의 외모입니다. 이런 뛰어난 외모와 움직임보다 에이바가 놀라운 것은 인공지능입니다. 

지금까지 인공지능체를 담은 영화들은 농담을 하지 못하거나 모든 것을 수치적으로 계산하는 부자연스러운 모습으로 그려졌습니다. 스타워즈의 A2D2나 C-3PO또는 터미네이터가 대부분이었죠. 그나마 진일보한 인공지능체를 다룬 영화는 스필버그 감독의 2001년 작 A.1나 리들리 스콧 감독의 블레이드 러너가 전부였습니다. 

<엑스 마키나>의 에이바는 A.I나 블레이드 러너처럼 인간과 비슷한 인격을 가진 인공지능체입니다.
칼렙은 네이든 회장을 도와서 이 에이바의 인공지능을 측정하는 일을 합니다. 칼렙은 총 7번의 에이바와의 대화를 통해서 이 에이바의 인공지능이 얼마나 인간을 닮았는지를 측정하고 그걸 네이든 회장에서 보고 하면 됩니다. 그렇게 에이든과 칼렙의 7번의 유리벽을 둔 테스트가 시작 됩니다. 


인간다움이 뭘까? 인간의 생각도 프로그래밍이 된 것이 아닐까?

감옥에 갖힌 죄수를 7번의 면회를 통해서 인간임을 판별하는 인공지능 판별사 칼렙은 에이든과 대화를 통해서 오히려 자신을 의심하게 됩니다. 에이바가 너무나 뛰어난 인공 지능체이고 인간이 묻고 답하는 존재가 아닌 에이바가 칼렙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칼렙의 임무는 이 에이바라는 인공 지능체가 정말 인간과 동일한지를 측정하는 것이니 너무나 인간과 닮아서 자신도 인공지능체가 아닌지 의심까지 할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 에이바가 칼렙을 유혹하기 시작합니다. 
로봇 주제에 인간을 유혹한다? 밀당이라는 고도의 인간 전술까지 구사하는 에이바. 이에 칼렙은 네이든 회장에 따집니다. 혹시 남자 사람을 꼬시는 것도 프로그래밍 했나요? 이에 네이든 회장은 의미심장한 말을 합니다.

"우리 인간이 이성을 좋아하는 것도 프로그래밍 된 것이 아닐까?"
이 말은 이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입니다. 우리의 생각들도 어떻게 보면 DNA에 의한 프로그램에서 나온 생각과 의식 아닐까요? 아무 것도 배우지 않은 상태에서 왜 남자는 여자를 좋아할까요? 왜 여자는 남자를 좋아할까요? 누가 가르쳐주지 않았는데 왜 우리는 이성에게 끌리는 것일까요? 이는 학습이 아닌 프로그램의 결과물로 행하는 행동이 아닐까요? 에이바가 이성을 꼬시는 것을  프로그래밍 했냐는 네이든을 향한 칼렙의 질문은 우리 자신에게 할 질문이기도 합니다. 



네이든 회장은 이런 무거운 질문을 관객에게 합니다. 
우리의 생각과 행동은 학습의 결과일까요? 본능일까요? 그 본능은 저절로 생기는 것일까요? 조물주의 프로그래밍일까요?
<엑스마키나>는 이런 흥미로운 주제를 던져주면서 호기심과 흥미를 계속 던져줍니다. 상당히 심오한 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엑스 마키나>는 이 소재를 길게 가져가 주제로까지 연결 시킵니다. 



상당히 과학적이고 진일보한 A.I에 대한 묘사. 그러나 저예산 영화의 한계도 보이다

이런 SF 영화의 두 개의 미덕은 뛰어난 특수 효과와 자유로움에서 나오는 자유로운 스토리입니다. 
먼저 특수효과는 에이바에게 집중 투자를 합니다. 에이바라는 휴머노이드의 움직임은 인간 그자체입니다. 아마 여배우가 좌표가 박혀 있는 쫄쫄이 복을 입고 연기를 한 듯 합니다. 얼굴을 제외한 모든 부분이 로봇의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이 생경스럽고 놀랍게 미끈한 점은 있지만 너무 인간다워서 오히려 너무 건성으로 묘사한 것 같다는 느낌까지 들더군요. 어느 정도 로봇의 행동 방식인 딱딱 끊어지는 듯한 느낌이 나야 하는데 그냥 인간 그자체의 움직임이다 보니 오히려 성의가 없어 보였습니다. 
여기에 액션도 없고 비밀기지 같은 곳에서만 영화가 다루어지다보니 스케일도 작습니다. 저예산 영화의 티를 팍팍 내줍니다. 그럼에도 인간과 닮은 인공지능체에 대한 묘사력을 끌어 내는 힘은 좋네요


흥미로웠던 개념은 에이바라는 인공지능의 운영체제는 구글을 패러디한 듯한 블루북이라는 검색엔진 자체가 운영체제라는 것과 CPU같은 전자 방식의 하드웨어가 아닌 유기체와 닮은 젤웨어라는 하드웨어로 에이바라는 로봇을 작동하는 것등은 꽤흥미로웠습니다. 여러가지로 깊이 있는 과학적인 대사 등은 공학도들에게 흥미를 유발합니다



인간의 종족 특성을 배운 에이바. 인간을 비웃다

에이바가 인간과 닮은 인공 지능체인지를 판별하는 판별사로 고용된 듯한 칼렙의 이야기가 이 영화의 주된 줄거리입니다. 
그런데 과연 인간다움이 어떤 것일까요? 인간과 닮은 에이바. 정말 인간다움이 무엇일까요? 영화는 인간이 동물에서 볼 수 없는 종족 특성을 보여주면서 끝을 향합니다. 그 특성은 스포이기 때문에 밝힐 수 없습니다. 다만, 힌트를 주자면 '철학자와 늑대'라는 책에서 늑대에서 볼 수 없으나 인간에게서 볼 수 있는 특징이 힌트입니다.

이 결말은 여느 평이한 결말과 다르긴 하지만 추즉이 어려운 것은 아닙니다. 저는 중반 이후에 결말을 맞췄지만 결말을 맞췄다고 기분이 좋기 보다는 입에서 쓴 맛을 느끼면서 나왔습니다. 우리 인간이 바라는 인간과 실제 인간의 괴리감이라고 할까요?

전체적으로는 작은 영화의 티가 확 나는 영화이고 보라고 추천하기에는 좀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확실한 질문 하나는 던져주는 영화네요. 스토리가 구멍이 숭숭 뚫려 있긴 하지만 주제 자체가 굵어서 우리를 되돌아 보는 거울과 같은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로봇을 통한 인간의 추악함을 보여주는 영화 엑스 마키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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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luckydos.com BlogIcon 럭키도스™ 2015.01.26 09:4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영화 땡기네요.~ 제가 사는곳에 개봉하는지 확인을 해보고 봐야겠습니다.~

  2. Favicon of http://abampere.tistory.com BlogIcon 정선일 2015.05.30 00:0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리뷰 잘 읽었습니다.
    방금 영화를 보고 부족한 이해를 찾고있었는데 딱이네요.

  3. 글쎄요 2015.07.08 05: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리뷰지만, 저와는 생각이 조금 다르신 것 같아 몇자 남깁니다.

    저예산의 한계라고 하신 것을 저는 아주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만일 이 시나리오에 할리우드의 대자본이 돈을 쓷아 부었다면 절대로(!) 이런 멋진 작품이 나오지 못했을 겁니다. 그리고 로봇의 움직임을 언급하신 부분은 편견이 아닐까요? 가령 리들리 스콧 감독의 뛰어난 SF인 '블레이드 러너'의 로봇(안드로이드)들은 에이바보다 훨씬 더 부드럽게 움직입니다.

    작은 영화라 추천을 하기가 아쉽다고 하셨는데, 오히려 이런 작은 영화들을 더 추천해야 하지 않을까요?

  4. 글쎄요 2015.07.08 23: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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