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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세상에서 가장 느린 첩보 스릴러 영화 '모스트 원티드 맨'

by 썬도그 2015. 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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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을 판단할 때 그 사람의 이미지를 보고 모든 것을 판단합니다. 그 사람의 실제가 2라면 나머지 8은 내 상상과 경험 그리고 편견으로 8을 채워버립니다. 그래서 내가 채워 넣은 8과 실제 그 사람의 모습이 다르면 실증을 내고 화를 내고 짜증을 냅니다. 

사람만 그럴까요? 직업도 그렇죠. 우리가 어떤 직업을 접하는 기회는 많지 않습니다. 책이나 뉴스 등을 통해서 일부만 보고 모든 것을 판단하죠. 경찰은 무술을 잘 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제로 무술 잘하는 경찰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총을 소지하고 다니지만 총을 잘 쏘는 경찰도 많지 않을 것이고요. 물론, 일반인보다는 잘 쏘겠지만 우리가 영화에서 보듯 백발백중이고 강도를 단 한 방에 쓰러트리거나 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스파이들은 어떨까요? 맨손으로 벽을 타고 올라서 침입하고 쉽게 사람을 홀리거나 납치하고 구금하거나 뛰어난 무술과 비밀 병기로 적진을 휩쓸고 다닐까요? 007같은 첩보원은 세상의 많지 않습니다. 또한, 그런 첩보원이 있다고 해도 혼자서 테러리스트나 목표물을 제거할 수 없습니다. 

영화 모스트 원티드 맨은 존재하나 존재하지 않는 첩보원들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담은 영화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느린 첩보 영화 '모스트 원티드 맨'

정말 느립니다. 느려도 너무 느려요. 아무리 영화가 재미 없어도 씹는 재미로 영화를 보는 스타일인데 순간 순간 조는 저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 만큼 이 영화는 엄청나게 느립니다. 우리가 아는 007처럼 비밀 병기가 나오는 것도 섹시한 본드걸이 나오는 것도 그렇다고 눈요기꺼리인 카 체이싱이 나오고 폭발씬이 나오고 암살자가 등장하는 등등이 전혀 없습니다.

따라서 굉장히 지루합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런 만들어진 스파이의 이미지가 아닌 실제 스파이들이 어떻게 테러를 막는 지를 진중한 눈빛으로 담고 있습니다. 영화의 주인공은 군터 바흐만(필립 세이무어 호프만 분)으로 법으로 해결하기 힘든 일들을 처리하기 위해서 신분과 존재가 인정되지 않는 첩보팀을 운영하는 팀장입니다. 

딱 봐도 액션을 하기에는 몸도 나이도 많아 보입니다. 군터(필립 세이무어 호프만)는 액션으로 테러리스트를 몸으로 막는 것이 아닌 오로지 끄나플 전략으로 테러을 막습니다. 


예를 들어 테러리스트로 예상되는 인물이 있다. 그럼 그 주변 인물 중에 한 명의 약점이나 여러가지 방법으로 포섭을 합니다. 그리고 그 끄나플에게 테러리스트로 예상되는 사람을 감시하게 합니다. 또한, 여러가지 연관이 전혀 없는 것 같은 사건을 뛰어난 통찰력으로 큰 그림으로 보다가 두 연관이 없는 사건의 연관성을 알아보고 두 사건을 엮습니다. 

실제로 스파이들이 하는 행동이라고 할까요? 실제로 첩보 활동을 하는 분들은 이렇게 진득하게 기다리고 기다리면서 사건을 조율해간다고 하죠. 그래서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초반은 지루합니다. 연관이 없는 사건이 나열 되면서 지루합니다. 체첸에서 불법 입국한 체첸 청년을 미국 정보국과 독일 정보국 사이에 알력 다툼을 하는데 군터가 이끄는 정보국 팀에게 3일 정도의 시간을 할애합니다. 그리고 그 3일 안에 체첸 청년과 테러의 연관성 및 다른 테러 조직과의 연관성을 증명해야 합니다.

이 과정이 제 궤도가 오르기 전까지 지루하고 지루합니다. 
그런데 1시간이 지난 후부터 영화는 급물살을 타게 됩니다. 연관이 없는 사건들의 연관성이 드러나면서 묘한 쾌감을 제공합니다. 영화는 대 테러 작전을 하는 첩보원들의 모습을 씨줄로 각국 정보국 사이의 알력 다툼을 날줄로 섞어서 실제 테러 작전을 하면서 일어날 만한 이야기를 진솔하게 펼칩니다. 


보라고 추천하기는 힘든 영화이지만 힘이 있고 묵직합니다. 그럼에도 제가 본 이유는 작년에 작고한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 때문입니다. 화면으로 본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은 많이 아픈듯한 초췌한 모습이었습니다. 그 모습이 실제 첩보원의 얼굴 같아 보이기도 하더군요. 여기에 레이첼 맥아담스와 윌렘 데포 같은 조연을 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첩보 영화의 실제 모습을 보여준 호프만, 그의 마지막 여정을 함께 한 것 같아 마음이 아프네요. 많은 사람들이 그를 원하지만 더 이상 스크린에서 볼 수 없네요. 색다른 첩보물을 원하는 분들에게는 괜찮은 영화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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