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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세상에 대한 쓴소리

2014년 마지막 포스팅은 세월호에 관한 남은 이야기

by 썬도그 2014.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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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말이 잘 나오지 않네요. 입으로는 하지만 마음 속으로는 잘 나와지지가 않네요. 
올해는 다른 해였습니다. 내 인생 이렇게 처함 했던 한 해는 없었습니다. 그 이유는 우리 사회의 추악한 얼굴을 직접 목격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덕담도 크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충격이 컸나 봅니다. 그래서 원래 시니컬한 성격이 더 시니컬해진 것 같기도 합니다. 



거의 다 잊으셨죠? 잊고 싶은 분들은 이미 잊으셨을테고 잊길 거부한 분들은 잊지 않았을 것입니다. 나라 걱정이 개인사 걱정보다 큰 분들은 이제 그만 좀 하자고 하는 분도 계실 것입니다. 그러나 잊으면 안 됩니다. 잊지 않기로 했잖아요. 

아직 저 차가운 물속에 9명의 실종자가 있습니다. 여전히 세월호는 인양 되어 있지 않습니다. 
아직 세월호 사고는 현재진행형입니다. 



참혹스럽습니다. 삼풍백화점 무너질 때도 성수대교가 무너질 때도 이렇게 고통스럽지 않았습니다
세월호는 너무나도 고통스럽습니다. 그 이유는 세월호 학생들과 일반인들의 죽음이 내 책임 같았기 때문입니다. 삼풍백화점, 성수대교 사고는 내 책임이 아니였습니다. 학생 신분의 나이였기에 현재의 50,60대들의 책임이컸죠. 그러나 세월호는 제가 기성 세대가 된 나이에 일어난 사고입니다



그래서 30,40대 분들이 참 많이 미안해 했고 고개를 들지 못했습니다. 가장 막중한 책임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전국의 합동분향소에는 연일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발길이 끊임 없이 이어졌습니다
시스템이 문제였습니다. 원칙을 어기고 돈독이 오른 세상이 안개 속으로 밀어 넣었습니다.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그러나 이해할 수 있는 사고가 터집니다. 

진도 관제 센터는 졸고 있었고 해경은 미군과 해군의 도움의 손길을 뿌리치고 강건너 불구경을 했습니다. 어선과 어업지도선들이 침몰하는 세월호에 달려들어서 배에서 빠져 나온 학생들을 구했습니다. 그 과정이 참혹했습니다. 이렇게 무능한 나라였나? 이렇게 멋대로인 나라였나? 이렇게 추잡한 나라였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모든 것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았습니다



세월호 사고는 사고 이후에 또 한 번 침몰합니다. 수색을 한다는 해경의 말과 달리 조명탄만 쏘고 수색 흉내를 냈습니다. 대통령은 사고 지역에 도착해서 수색 작업을 올스톱 시켰습니다. 몇몇 고위 공무원은 기념 사진을 찍기 바뻤습니다. 그렇게 사고가 사건이 되어갔습니다. 



"이게 다 세월호 때문이야"라는 말이 들려오기 시작 했습니다. 경제가 어려워 진 것이 세월호 때문이랍니다. 그 근거는 없습니다. 그냥 다 생각하기 싫은 것 짜증나는 것들을 세월호 때문이라고 하기 시작 했습니다. 마치 세월호가 우울증을 퍼 올리는 우물인 양 모든 나쁜 것을 세월호 때문이라는 말이 들려오기 시작합니다.

안산에서는 세월호 희생자를 기리는 플랜카드를 뜯어내는 자영업자가 등장 했습니다. 일베라는 벌레들이 사는 곳에서는 세월호를 조롱하기 시작 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서서히 잊혀져 갔습니다.
연일 광화문에서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이 시위를 했고 한 아버지는 끊임 없는 단식 투쟁을 했습니다. 일베충과 보수들은 아버지의 과거까지 캐면서 흔들었습니다. 그런 흔듬을 교황이 멈춰 세웠습니다. 



대통령은 언제든지 찾아오라면서 세월호 희생자 가족을 다독이던 모습을 잊고 세월호 희생자 가족을 외면 했습니다. 세월호 사고 처리 과정에서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대통령은 가장 책임 없는 행동을 했습니다. 이런 대통령을 뽑아준 50,60대들이 1년 내내 미웠습니다. 

그리고 대통령에 이어 우리도 점점 잊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4월 5월 6월 내내 우리는 잊지 말자고 외치고 잊지 말아 주길 바랬습니다
저는 저 잊지 말아 달라는 말이 슬펐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너무 잘 잊기 때문입니다. 

잊어야 합니다. 잊어야죠. 그 전에 제대로 잊어야 합니다. 제대로 잊으려면 제대로 된 반성이 선행 되어야 합니다. 충분히 우리는 반성하고 있습니까? 특히 책임감을 가장 많이 느껴야할 기성세대와 위정자들이 제대로 된 반성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2014년은 절망 그 자체였습니다. 그래서 새해는 새롭게 시작하자는 수사가 와 닿지가 않습니다.

그냥 이렇게 또 견뎌가야 하는 2015년이 될 것 같아 두렵습니다.



태극기가 혐오스럽지 않게 우리는 좀 더 반성하는 2015년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제 그만 반성해도 될 사람들은 계속 반성하며 반성해야 할 사람들은 한 번도 반성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세상이 계속 이어질까봐 무섭습니다. 

무섭지 않은 2015년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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