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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세상에 대한 쓴소리

공간의 낭비 같았던 한글 박물관. 왜 만든걸까?

by 썬도그 2014. 1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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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족이 만든 발명품 중에 가장 위대한 것이 한글이 아닐까 합니다. 세계 최초로 금속 활자를 만들었다고 떠들고 있지만 그 금속활자를 이용해서 책을 대량 생산하는 인쇄 인프라는 만들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진정한 금속활자는 고려의 직지심경이 아닌 독일 쿠텐베르크가 만든 금속활자가 진정한 금속활자입니다.

그러나 한국 특유의 민족주의 성향으로 직지심경을 세계 최초 금속활자라고 여전히 학교에서 자랑스러운 한국의 발명품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전 한글 말고는 한국의 위대한 발명품은 별로 없다고 봅니다. 한국은 창의적인 나라가 아닌 응용 기술과 기존 기술을 상품화 하거나 다른 나라가 먼저 만든 것을 보다 싸고 좋게 만드는 것을 잘 하는 나라죠. 

TV, 라디오, 자동차, PC, 모니터 죄다 일본이나 미국에서 만든 기술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기술을 이어 받아서 세계 1위 생산국가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우리를 제대로 바라보는 능력이 없나 봅니다. 너무 과장해서 보는 것은 아닐까 하네요

그럼에도 세종대왕이 만든 한글은 위대한 발명품입니다. 그래서 그런가요? 이 한글을 테마로 한 한글박물관이 지난 9월 말에 생겼습니다. 


한글박물관은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옆에 있습니다. 
1호선 이촌역에서 내리면 지하 길이 있고 이 길을 따라서 중앙박물관에 갈 수 있습니다. 



박물관 나들길은 약 300미터로 아주 깁니다. 이 길을 따라 걸으면 바로 국립중앙발물관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쪽 옆에 국립한글박물관이 있네요



국립중앙박물관 앞 호수는 항상 평온함을 전해 주네요. 



아주 유명한 서울의 뷰포인트죠. 저 멀리 남산을 조망할 수 있는 곳. 파란 하늘을 담기에 가장 좋은 곳이기도 합니다. 높은 건물이 전혀 걸리지 않아서 좋아요



한글박물관으로 가는 길에는 석탑들이 곳곳에 있습니다.


마치 석탑들의 무덤 같은데 이게 일제가 전국의 쓸만한 석탑을 분해해서 여기저기 쌓아 놓았다가 놓고 간 걸 추려 모았습니다. 사찰 등지에 있던 석탑인데 여기서 썩고 있네요


한글박물관 입구에는 통 유리로 된 공간이 있습니다. 안에 테이블과 의자가 가득하네요. 강의실이나 공부방이나 시청각 자료실로 활용 될 것 같기도 하고요. 



외부에는 한글 관련 전시물이 있습니다. 



건물 자체는 상당히 우람하고 기품이 있습니다. 마치 아가리를 형상화 한 듯 하네요. 계단으로 오를 수 있지만 에스컬레이터도 있습니다. 편의시설은 잘 갖춰 놓았네요

한글박물관은 연면적 1만1322세제곱 평방미터으로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입니다. 2011년부터 자료를 수집해서 총 1만여 점의 자료가 있는데 이중에 기증자료 7,500여점이 있고 구입자료  2,500여 점이 있습니다. 


개장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고 수요일과 토요일은 오후 9시까지 야간개장을 합니다
일요일은 오후 7시까지 하네요 매주 월요일 휴관입니다. 



토요일 오후에는 문화행사를 수시로 하는데 아이드을 위한 공연이 대부분이네요. 


계단을 통해 올라간 2층은 카페테리아가 있고 


반대편에는 상설전시실이 있습니다


상설전시관에서는 한글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한글이 있기 전에는 우리 조상들은 한문을 사용했습니다. 그러나 한문과 한국어의 어순은 다릅니다. 
한국어는 동사가 맨 뒤에 나오는데  중국어나 영어는 동사가 앞에 나옵니다. 이 어순에 한문을 차용해서 쓴 것이 이두입니다. 
실용문에서 주로 많이 사용했습니다. 


향찰은 신라에서 만든 것으로 한자를 빌려서 우리말을 표기하려는 표기법입니다. 



구결은 한문을 읽을 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그 음을 표기한 것이라고 할 수 있죠. 아무튼 한자는 표의문자라서 글자를 봐도 읽을줄도 모르고 어순도 우리와 달라서 참 불편한 문자였습니다. 뜻을 압축하는 압축력은 뛰어난데 배우기 아주 힘들죠. 

게다가 어순도 우리와 달라서 더더욱 배우기 힘들었어요. 그래서 백성들은 한자를 읽을 줄 몰랐습니다. 이런 모습을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에서 잘 보여줍니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든 후에 모든 백성들이 쉽게 한글을 배우고 되었습니다. 이게 아주 큰 업적입니다. 



그러나 상설전시관은 한글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는 없었습니다. 한글이 위대한 발명품이긴 하지만 그 발명품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한글 창제 과정을 좀 더 많이 소개 했으면 했지만 한글박물관은 전시 자체가 성의가 많이 보이지 않네요





타자기 전시는 그런대로 넘어갈 만 하나


큰 의미 없는 디스플레이는 공간의 낭비 같아 보입니다.


한글 게임을 하는 공간도 있고


한글 조형물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재미가 없습니다. 박물관은 딱 초등학생 수준으로 만들어야 많이 팔린다고 하죠. 실제로 박물관을 많이 가는 연령대는 10대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학생들의 단체 관람 때문입니다. 그래서 전체적인 콘텐츠 수준이 낮네요. 



남북한같은 뜻 다른 말 비교는 꽤 좋네요.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공간의 낭비가 아닐까 할 정도로 콘텐츠들이 부실합니다. 


가운데 중정을 두어서 나무를 심어 놓았는데 저 공간은 관계자만 들어갈 수 있는 공간입니다



3층에는 기획전시실이 있는데 예술가들이 한글을 테마로 한 작품들이 전시 되어 있었습니다. '세종대왕, 한글문화 시대를 열다'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예술작품들은 그냥 그렇네요. 복합문화공간으로 꾸며 나간다고 하는데 그런 목적이라면 한글박물관이 아닌 그냥 공연 전시관으로 운영하면 어떨까 하네요.







어린이들을 위한 한글 놀이터나 외국인을 위한 한글배움터 등이 마련 되어 있는데 정작 일반인들이 한글을 제대로 배우는 공간은 없네요. 솔직히, 한글의 복잡한 맞춤법을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습니다. 일반인들을 위한 배려는 많지 않습니다.


지하에는 도서관이 있습니다. 


도서관은 개관한 지 얼마 안 되서 그런지 책도 많지 않습니다
전체적으로 공간의 낭비 같았습니다. 국립한글박물관 문영호 관장도 한글이 우수하긴 하지만 독자적인 박물관이 가능한가에 대한 많은 고민이 있었다고 하네요. 

고민할 만 하죠. 한글 하나로 이 거대한 공간을 다 채우기 힘듭니다. 차라리 중앙박물관 한켠을 한글관으로 만들어서 한글의 역사과 창제 과정 등을 담으면 어땠을까 하네요. 뭐 여러가지 전시를 하고 잘 활용하면 뭐라고 할 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많이 걱정스럽네요. 특히 조달청에 등록된 한글박물관 건립 기본 계획과 크게 다른 점도 아쉽습니다. 지금으로는 또 하나의 예산 낭비 같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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