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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서울여행

중고 전문점으로 변하는 듯한 용산전자상가

by 썬도그 2014. 1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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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분들이 백화점에 가면 눈이 즐겁듯 남자들은 (일반화는 좀 힘들긴 하지만) 용산전자상가에 가면 기분이 아주 좋아집니다. 자주 모이는 친구 8명 중 딱 한 명만 빼고 술자리에서 PC 이야기를 새벽까지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지금이야 다들 먹고 살기 바뻐서 만나기도 만들고 만나도 PC이야기 보다는 스마트폰 이야기를 가끔 주로 합니다. 

용산전자상가는 80년대 종로 세운상가의 대체지역으로 발전하기 시작했습니다. 세운상가가 포화 상태가 되어서 정부는 용산에 있는 청과물 시장을 가락동 청과물 시장으로 옮기고 그 자리에 용산전자상가를 만듭니다. 용산전자상가는 신혼 부부들이 가전제품을 장만하고 10,20대들이 조립 컴퓨터나 컴퓨터 부품을 사던 곳으로 큰 성장을 했고 가장 활황기였던 90년대 말 2천년대 초에는 엄청난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쇠락해가는 왕조의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다나와 같은 인터넷 가격 비교 사이트가 일반화 되면서 용산에 가기보다는 집에서 클릭 몇번으로 제품을 구매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여기에 용팔이라고 불리는 악덕 용산전자상가 상인들이 유명했죠. 

"손님 맞을래요?" 기사가 잘못 된 기사라는 말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기사가 오류가 있다고 해도 내가 경험한 용산전자상가(특히 터미널 상가)의 폭언에 가까운 말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네요.  이리저리 살펴보다 안 사면 가! 새끼야라고 했던 그 용팔이가 아직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용산전자상가의 몰락에 많은 사람들이 아쉬워하면서도 동시에 용산에 대한 악감정도 드러내고 있습니다. 


며칠 전 집에 있는 PC가 4GB라는 초라한 메모리로 근근히 돌리다가 작업에 방해가 될 정도로 느려지자 열이 받아서 메모리를 사러 용산에 갔습니다. 윈도우7 64비트로 운영체제를 바꿔 놓길 잘 했네요. 지나가는 길이라서 오랜만에 용산전자상가에 가봤습니다

여전히 타이어 타는 냄새나는 긴 구름다리가 있네요. 여긴 누가 설계했는지 여름에는 고무가 뜨거운 온도에 녹아서인지 고무 냄새가 가득합니다. 


용산은 여러가지로 참 씁쓸하네요. 대규모 개발 사업을 벌이다가 주저 않은 공간이 휑하게 있네요. 오세훈 서울 시장 시절 이곳에 한강물을 이용한 수변 도시를 만들 거대한 생각을 했는데 다 물거품이 되었습니다. 개발 지상주의가 만든 무덤 같네요. 

앞으로 용산 개발은 힘들어 보입니다. 이명박 오세훈이 서울을 얼마나 망쳐 놓았는지 우리는 똑똑히 봐야 합니다. 


2천년대 초 용산역은 간이역사 수준에서 백화점이나 대형 쇼핑몰을 낀 흔한 복합 역사가 되었습니다. 이런 복합역사 유치 붐이 참 많았죠. 저는 저런 역을 끼고 있는 백화점과 대형 쇼핑몰을 별로 좋아 하지 않습니다. 역에서 내려서 쇼핑하고 밥먹고 집으로 오는 콘베이너 밸트 삶 같아서요. 



구름다리를 건너서 계단을 내려오비 모든 것을 막아서 한쪽으로 인도를 하네요. 



공용주차장은 택배 트럭이 점령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온라인 쇼핑몰이 진리죠. 그 온라인 쇼핑몰 때문에 용산전자상가는 무너졌습니다. 


터미널 전자상가 건물은 사라졌고 이 자리에 호텔이 올라선다고 합니다. 
영화 '용의자'가 이곳에서 카체이싱을 벌였는데 이제는 다 추억이 되어버린 공간이네요. 하지만, 좋은 추억은 없기에 사라졌다고 아쉽다는 생각은 안듭니다. 터미널전자상가에서 워크맨 샀다가 욕을 하는 상인들. 참 개념들도 없었죠. 무슨 조폭들도 아니고 왜 그렇게들 장사를 했을까요? 물론, 싸잡아서 욕하는 것이 좋지 못하지만 저만 이런 경험을 한 것이 아닙니다. 

한 마디로 자정능력이 없는 상인단체였죠. 


여기저기 택배 상자를 싣는 모습이 많이 보입니다. 용산전자상가도 온라인 쇼핑 시대를 대비하고 있고 실제로 많은 상점들이 용산 근처의 오피스텔에서 온라인 쇼핑만 전담하는 곳이 많아졌습니다.



터미널 전자상가는 사라졌어도 터줏대감이자 메인이라고 할 수 잇는 선인상가는 건재합니다. 


놀랐습니다. 평일임에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고 빈 점포들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예전의 그 활기가 그대로 있습니다. 
다만, 달라진 것은 신제품보다는 노트북 수리나 중고 노트북과 중고 모니터 중고PC등 중고 제품들을 판매하는 곳이 눈에 많이 들어옵니다. 


조립PC를 만드는 곳도 있지만 그렇게 많지는 않습니다. 




또 달라진 것이 있다면 커피숍들이 꽤 보인다는 것입니다. 편의 공간도 좀 생겼고요



예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습입니다. 신제품을 판매하기 보다는 중고 제품쪽에 주력하는 모습이 좀 더 보일 뿐이네요
메모리 가격을 물어 봤습니다. 온라인에서 알아본 가격과 크게 다르지 않네요. 가격적인 매력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다만, 발품을 많이 팔수록 가격은 조금씩 다릅니다.




선인전자상가 앞 마당은 토요일마다 벼룩 시장이 열렸고 발 디딜틈도 없이 사람으로 빼곡했었습니다. 지금은 그 호시절은 다 지나갔습니다.



용산은 난개발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서울의 한 가운데 있는 지형적 조건이 최고인데 가장 황폐해 보입니다. 여기에 미군용산기지가 떡하고 막고 있죠. 조선말기부터 청나라군. 일본군에 이어서 전통적으로 외국군대 주둔지가 용산입니다. 



선인상가 앞 도깨비 종합상가는 좋은 기억이 많습니다. 소모품과 공CD를 많이 쌌던 곳이죠. 



특히, 8호 공CD는 애용을 했었습니다. CD-R를 엄청 샀던 곳인데 여기가 좋은 점은 가격도 싸고 뻑난 CD 가져오면 무조건 1대1로 교환해줬습니다. 지금은 CD 문화도 사그라들고 있습니다. 이제는 스트리밍 시대이자 웹하드 시대가 되었습니다. 외장하드가 CD-R시장을 다 먹어 버리고 있습니다. 



도깨비 종합상가의 현재 모습입니다. 대부분의 점포가 철수를 했습니다. 


한켠에 몇몇 가게가 영업을 하고 있지만 찾는 사람이 없습니다



플레이스테이션4 광고가 그나마 용산의 마지막 걸개그림 같아 보입니다. 저기서 첫 디지털 카메라를 샀는데 그때도 바가지를 썼던 기억이 남아 있네요. 


선인상가 옆 나진전자상가입니다. 여긴 주로 도매를 하는 곳인데 여기도 풍파를 맞았습니다. 모뎀이라는 단어가 90년대에 멈춘 모습입니다. 


상점들도 많이 철수 해서 이빠진 듯한 모습입니다. 



여기도 여기저기 빈 상가가 보입니다.



복도에 가득 쌓인 박스들이 보입니다. PC방이나 회사 등에 대량으로 공급하는 모습 같아 보이네요



변화가 극심한 서울이지만 용산전자상가는 80년대에 고속 성장 후 정체 된 느낌입니다. 




전자타운이라는 문구가 지나가는 사람을 내려다 봅니다.
호시절이 지나간 용산, 그럼에도 여전히 한국 가전의 메카입니다. 오프라인 시장들이 온라인으로 변신하고 있고 세상의 변화에 순응하면서 여전히 존재 가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예전만 못하지만 그럼에도 다 사라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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