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리뷰/영화창고

드라마 미생, 원작의 감동을 이어 받은 우리 시대의 슬픈 자화상

by 썬도그 2014. 10. 20.
반응형

페이스북에서 미생 미생하기에 미실 동생 이야기인가?
미생이라는 단어를 몰라서 처음에는 머뭇거렸지만 포털 다음에서 연재하는 윤태호 작가의 웹툰 미생을 보고 단박에 빠져들었습니다. 



웹툰 미생은 원 인터내셔널이라는 종합상사 안에 일어나는 회사내의 갈등과 직장생활의 고초와 보람을 밀도있게 그린 웰 메이드 웹툰입니다. 하루 중 가장 많이 지내는 직장이라는 곳을 병풍으로 그리지 않고 그 직장자체를 심도있게 밀착취재한 느낌 그 자체였고 때문에 많은 직장인들이나 직장생활을 앞둔 분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이 미생의 뛰어난 이야기에 언제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들이 많았습니다. 
저 또한 영화로 만들기는 힘들지만 공중파 드라마로 나왔으면 했지만 공중파는 재벌 2세의 사랑 놀음이나 막장드라마가 아니면 만들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압니다. 드라마 유령같은 특수직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는 한국에서는 보편적인 인기를 구가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모든 세대에게 인기가 있어야 수지타산이 맞기 때문에 보편적인 인기 요소를 다 넣아야 하기에 그 드라마가 그 드라마 같은 특색은 없지만 재미는 있는 드라마가 대부분입니다. 마치 요즘 한국 영화가 재미있을만한 요소를 다 투입해서 그런대로 볼만은 하지만 영화관 문을 나서면 그 재미가 다 지워지고 날아가버리는 기획영화와 같은 느낌입니다. 

그래서 미생이 드라마로 만들어지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대중적인 인기도 중요하지만 마이너이기에 제작이 가능한 tvN에서 지난 주부터 방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드라마 미생, 원작의 재미를 그대로 담다

 올해 본 드라마가 딱 하나가 있느데 그건 바로 응답하라 1994입니다. 이 드라마는 매회 폭풍적인 인기를 구가하면서 전국을 들썩이게 했습니다. 저도 매일 본방사수를 했던 드라마이기도 합니다. tvN에서 했던 응답하라 1994 이후 다시 드라마를 전혀 보지 않다가 올해 두번 째로 본 드라마가 공교롭게도 tvN의 미생입니다. 

공중파 자체를 잘 보지 않기도 하지만 공중파 드라마에 대한 식상함이 많아서 앞으로도 공중파드라마는 잘 보지 않을 듯합니다. 솔직히 공중파 드라마 다 뻔하잖아요. 그리고 막장도 엄청나게 많습니다. 

매주 금,토요일 오후 8시 40분에 방영하는 총 20부작인 드라마 미생은 원작 웹툰을 극화한 드라마입니다. 솔직히 걱정도 많이 되었습니다. 원작 웹툰이 워낙 심도 깊고 밀도가 높아서 만화로는 보기 좋을 수 있지만 호흡조절이나 소화하는 속도를 조절할 수 없는 드라마 체질상 원작의 느낌을 제대로 구현하기 힘들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러나 이런 제 기우는 기우로 끝이났습니다. 

1화를 보자마자 드라마의 재미를 위해서 바둑부분을 줄이고 원작의 느낌을 훼손하지 않는 수준에서 윤색한 극본이 참 마음에 들더군요. 전혀 다른 이야기가 들어가면 좀 인상을 썼을텐데 원작을 그대로 살리고 있습니다. 연출 극본 모두 좋지만 가장 좋은 것은 배우들이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주인공 장그래를 연기하는 임시완은 장그래를 그대로 드라마로 옮겨온 듯한 느낌입니다. 임시완은 요즘 가장 뜨는 연기돌입니다. 임시완은 포털 다음이 만든 모바일 드라마 미생에서도 장그래 역할을 했던 아이돌 가수이자 배우입니다.
그런데 모바일 드라마 미생에 이어서 tvN에서도 주연을 맡았네요. 모바일 드라마는 짧아서 폭발적인 연기력을 느끼지는 못했는데 드라마 미생에서는 장그래 그 자체를 옮겨온 듯한 느낌입니다. 
고졸 낙하산이라는 서러움을 표현한 1,2화에서는 정말 밥 한끼 사주고 싶을 정도로 처절한 회사생활의 서러움을 잘 담고 있습니다. 

감히 말하지만 아이돌 가수 중에 가장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임시완이 아닐까 합니다. 특히 앞으로 임시완은 가수보다는 배우로 전업하는 것이 더 낫겠다 싶을 정도로 뛰어난 연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임시완만 보였다면 제가 극찬을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오과장을 연기하는 이성민의 호통도 보기 좋습니다. 특히, 엘리트 여전사 느낌인 안영이역을 한 강소라는 싱크로율 120%입니다.  강소라라는 배우가 아니면 다른 배우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연기와 싱크로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기에 장그래의 사수인 김대리를 연기하는 김동식의 자연스러운 코믹연기는 원작보다 더 좋습니다. 솔직히 이 미생은 웃음끼는 거의 없는 원작 때문에 코믹적인 요소를 넣기 힘듭니다. 그러나 이걸 김대리를 연기하는 김동식이 넣고 있습니다. 밉살스러우면서도 따스한 성품 그리고 코믹연기까지 원작 이상을 보여주는 배우가 김동식입니다. 


지난 주까지 1,2회를 했습니다. 2회만에 이런 극찬을 하는 것이 좀 오버 같기도 합니다만 1,2부의 퀄리티를 유지한다면 이 드라마 응답하라 1994를 잇는 tvN의 또 하나의 대박 드라마가 될 것입니다. 

저를 포함 많은 사람들이 장그래가 회사에 적응하지 못하고 겉도는 모습에 공감의 눈물을 짓고 있습니다. 저도 사회 초년병 시절의 모습이 장그래에 투영되면서 눈시울이 붉어지네요. 



악습인 것을 알면서 너도 당해보라고 하는 한국 사회

제가 울분이 터진 것은 한국 사회의 악습 때문입니다. 회사는 결과라고 말하는 오과장 말대로 회사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좋은 결과만 내놓으면 된다는 식의 매정한 곳입니다. 그래서 회사 생활하면서 깊은 관계를 만들기 힘듭니다. 뭐 편견일 수 있지만 회사라는 자체가 끈끈한 것 같으면서도 회사를 떠나면 또 그렇게 뒤도 안돌아보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런 숨막히는 회사, 생활 매일 매일 질식사 할 것 같은 회사 생활을 곁가지가 아닌 정면으로 다룬 드라마가 미생입니다. 
그거야 어쩔 수 없죠. 이익을 추구하고 모든 회사가 이익을 추구하는 무한 경쟁의 룰 속에서는 그런 결과만 중요시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지만 그 결과만 치중하는 회사 생활에서는 수 많은 악습이 있습니다. 

그 악습은 너무 많아서 헤아릴 수 없지만 대표적인 것은 내부의 적입니다. 회사생활이 힘든 것은 경쟁회사 때문이 아닙니다. 내부의 적이 너무나도 많다는 것입니다. 직원들끼리 수근거리는 것 엄청나게 많고 3명 이상 모이면 파벌이 생깁니다. 이런 파벌 속에서 편견이 생깁니다. 

장그래는 낙하산이라는 오물이 묻어 있습니다. 낙하산은 지탄 받아야 마땅하죠. 그러나 결과만 중요하다면 능력을 보고 판단해야지 낙하산이라는 이름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됩니다. 드물겠지만 낙하산이지만 능력 좋은 사람들도 있거든요. 실제로 제가 경험한 낙하산 중에는 낙하산이라는 따가운 시선때문에 그만 뒀지만 일은 잘 하던 직원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다른 직원들은 그런 거에 관심 없었어요. 낙하산이라는 주홍글씨만 쳐다보다가 능력은 안 보고 스스로 나가게 왕따를 시키더군요

이런 악습은 한 두개가 아닙니다. 자신이 초년병 시절에 상관들이 잘 알려주지 않아서 고생 고생한 기억이 있다면 신입직원이 들어오면 자신의 노하우까지는 아니더라도 친절하게 알려주면 좋잖아요. 그런데 안 알려줘요. 그렇게 고생한 기억으로 대리달고 과장달고 차장 달면 자기가 똑같은 행동을 해요. 이런 악습은 한국 사회 전체에 퍼져있습니다. 군대 악습보세요. 제대로 해결 된 것이 있나요? 악습이라고 느끼면 자기가 높은 자리에 올라가면 고쳐야죠. 그걸 본전 생각난다면서 그대로 끌고가요. 

악습을 마치 소중한 전통이라고 잘못 알고 있어요. 드라마 미생은 이런 것까지 보여주진 않지만 얼마나 회사생활이 힘든지, 왜 힘든지 외부보다는 내부의 적이 얼마나 많은지를 잘 보여줍니다. 드라마 미생, 원작의 느낌을 충실하게 담은 웰 메이드 드라마입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