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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사진/사진에관한글

흑백 필름 촬영 인화를 고집하는 대학 사진동아리들, 이제는 변해야 하지 않나?

by 썬도그 2014. 8.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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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 사진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가장 짜릿했던 것은 사진 출사가 아닙니다. 사진 출사는 그냥 놀러 나가는 기분만 들었죠. 
정작 제가 사진 동아리에서 가장 큰 기쁨을 얻은 곳은 밝은 방이 아닌 어두운 방인 암실이었습니다. 암실에서 배운 현상 인화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사진의 즐거움이었습니다.

특히 인화액에 담근 인화지 위로 스물스물 흑백 이미지가 물안개처럼 피어 오를 때는 짜릿함 그 자체입니다. 
하나의 세상이 완성 되는 느낌 깊은 산고 끝에 얻은 자식 같은 느낌이 바로 사진 인화의 매력입니다. 

그러나 요즘은 시대가 달라졌습니다. 

디지털 카메라가 주류가 되고 필름 카메라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매니아층으로 불리게 되면서 암실 문화가 사라졌습니다. 암실에서 필름케이스 까서 현상하고 인화하는 그 매력은 사라졌고 이런 모습을 안타까워 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정확하게는 암실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암실과 같은 작업을 하는 사진 후보정 작업이 있기 때문입니다. 약품 냄새 나지 않고 조물락 조물락 거려서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암실에서 하는 사진 프레임 조정 및 닷징과 버닝을 포토샵에서 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암실은 사라지긴 했지만 암실에서 했던 프로세서는 밝은 방으로 나와서 컴퓨터로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디지털 카메라가 몰고 온  국민 취미 '사진'

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디지털 카메라 시장이 활성화 되지는 않았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사진은 대부분 필름을 사용하는 필름 카메라가 주류였습니다. 

필름 카메라 시절에 사진은 고급 취미였습니다. 돈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사진도 어떤 기념일에나 찍는 것으로 인식했죠. 필름 카메라는 유지비가 참 많이 들어갑니다. 먼저 필름을 사야 했고 필름을 넣고 찍은 사진을 인화하려면 또 돈이 들어갑니다. 이렇게 돈이 계속 투입 되기에 사진을 취미로 하는 분들은 많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시대가 변해서 필름이라는 개념이 사라진 디지털 카메라가 나왔습니다. 디지털 카메라는 필름 카메라의 해상력에는 미치지 못해도 필름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필름 값이 안 들어갔습니다. 또한, 현상 인화를 하지 않고 바로 모니터로 확인할 수 있고 필요한 사진만 인화할 수 있는 자유로움을 선사했습니다.

이 디지털 카메라는 사진을 국민 취미로 만들고 있고 은퇴 후 가장 많이 하는 취미 활동이 등산과 사진이 되기도 합니다. 사진은 특히 노인 분들이 취미로 하면 아주 좋은 취미이기도 합니다. 

저는 필름 카메라로 사진 취미를 시작 했습니다. 사진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사진을 참 많이 찍고 다녔는데 대학을 졸업 한 후에는 사진을 찍지 않았습니다. 사진 찍기 위해서 들어가야 돈도 돈이지만 사진을 찍고 인화까지 해서 사진첩에 넣고 보기에는 여러가지 제약이 있었습니다. 학교 다닐 때야 동아리실에 암실이 있고 인화기가 있어서 대형 인화를 할 수 있었지만 졸업 후에는 그게 불가능하니 자연스럽게 사진과 멀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제가 다시 사진을 취미로 하게 된 것은 디지털 카메라를 구입하고 나서입니다. 2004년 경 10배 광학줌이 되는 하이앤드 카메라를 시작으로 사진을 다시 찍기 시작했고 본격적으로 구색을 갖추고 출사를 다닌 것은 2008년 니콘 D40이라는 DSLR을 구입하면서 사진을 취미로 하게 됩니다.

이렇게 다시 사진을 취미로 하게 된 결정적 이유는 디지털 카메라입니다. 


디지털 카메라 전성시대에도 필름 카메라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필름 걱정 안 해도 되고 바로 모니터로 볼 수 있어서 인화도 필요 없고 필요한 사진만 포토 프린터로 인화하면 되는 편의성과 실용성이 최강인 디지털 카메라가 필름 카메라를 밀어내기 시작했고 이제는 필카를 보기 힘들 정도가 되었습니다. 막강했던 필름 제조사들은 하나 둘 씩 다 사업을 접거나 망하고 있습니다. 

이는 pc가 보급 되면서 타자기가 사라진 것과 비슷한 모습이죠. 
그럼에도 이 디지털 카메라 시대에 필름 카메라를 고집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소수이기 때문에 그들을 우리는 필릌 카메라 매니아라고 부릅니다. 

솔직히 필름 카메라를 고집하는 분들을 디지털 카메라 사용자들이 보면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왜 그런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필름 카메라를 사용할까? 하지만 이건 옳고 그름의 문제 정답 오답의 문제가 아닌 취향의 문제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불편하고 유지비도 많이 들어가는 타자기로 원고를 쓰는 소설가를 보고 왜 타자기로 치세요? PC가 편하고 좋은데요!라고 말은 할 수 있어도 타자기로 원고를 쓰는 소설가를 손가락질 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타자기가 주는 감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필름 카메라를 수년 간 써본 입장에서 필름 카메라의 매력을 적어보자면 가장 먼저 필름 카메라는 디지털 카메라가 따라오지 못하는 색재현력이 뛰어납니다. 디지털 카메라가 좋아졌다 좋아졌다 하지만 필름은 해상도도 아주 뛰어나지만 색재현력도 뛰어나서 보다 풍부한 색감을 느끼게 합니다.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의 풍광에 감동한 분들이 많은데 그 이유는 이 영화가 놀랍게도 필름을 이용해서 촬영한 영화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다른 영화에서 느낄 수 없는 뛰어난 풍광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필름 카메라는 여전히 디카가 언젠가는 뛰어 넘겠지만 풍부한 색감을 담을 수 있습니다. 특히 대형 인화를 해야 하는 사진작가들은 필름을 고수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여기에 또 하나의 매력은 사진 찍는 과정에 있습니다
디카야 사진 찍고 바로 사진 확인하고 지우거나 보관을 합니다만 필카는 이게 불가능 합니다. 사진이 잘 찍혔는지 이상하게 찍혔는지 알 수 없습니다. 천상 보려면 사진 현상 인화까지 해야 합니다. 아주 불편하고 불편하죠. 이 불편함이 주는 매력을 느끼는 분들이 필름 카메라를 사용합니다.  물론, 디지털 카메라 애호가 입장에서는 납득도 안 되고 설득도 안 되는 매력이지만 그들은 그걸 느끼기에 필름 카메라 아니 필름 사진의 프로세서를 즐깁니다. 이건 정답/오답의 문제가 아닌 취향의 문제라서 손가락질 할 수 없습니다. 

타자기로 소설을 써야 잘 써진다는 소설가에게 왜 구닥다리로 사세요! 할 수 없듯이요.



흑백 필름 사진을 고수하는 대학 사진동아리들

대학 연합사진동아리 사진전을 감상했습니다. 많은 대학동아리의 사진들을 만나 볼 수 있었서 좋은 시간이 되었습니다. 
대학 사진동아리들을 하나씩 읊으면서 보고 있는데 아직도 꽤 많은 대학교들이 흑백 사진을 고집합니다.

몇년 전에 성균관대 사진 동아리 전시회를 인사동에서 봤는데 그때도 흑백 사진을 전시하더군요. 
단순히 흑백 사진만을 전시하는 것은 아닙니다. 흑백 필름으로 사진을 찍고 흑백 인화기에서 인화를 해서 전시를 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좀 놀랬습니다. 이미 디지털 카메라 시대로 넘어가고 심지어 필름을 고수하던 사진작가들도 디지털 카메라의 장점과 어느 정도 필름 카메라 못지 않는 사진 품질에 끌려서 디지털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학 사진동아리들은 꽤 많은 학교가 흑백 필름 사진을 고수하고 있네요. 왜 흑백 필름을 고수하는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흑백 필름으로 사진을 찍고 그걸 현상 인화하는 과정의 재미를 느끼기 위함이라면 이런 방식을 고수하는 것을 말리고 싶지도 않고 오히려 경험의 확대 차원에서 추천하고 싶긴 합니다

하지만. 흑백 필름 촬영 현상 인화를 대학 내내 해 보고 20년이 지나서 돌이켜보면 그때의 경험이 지금 제가 사진을 취미로 하는데 큰 도움이 된 것은 없습니다. 다만, 필카때 조급해 하지 않고 신중하게 사진을 찍던 습관이 디카에서는 헤프게 찍는 모습만 빼고는 필름 카메라로 촬영, 인화, 현상의 과정이 현재의 내 사진에 도움이 되는 것이 없습니다. 

따라서 제 개인적인 취향이자 생각이지만 흑백 필름을 꼭 배워야 하나?라는 의문이 크게 드네요. 
특히, 현상 과정은 재미도 없고 지루하기만 하고 약품 냄새만 쩐 기억에 확 지우고 싶을 정도입니다. 유일하게 좋아던 것은 인화 과정이고 지금도 그 인화과정의 따스한 추억은 아주 많네요. 



단순히 전통이라는 이유로 흑백 필름 사진을 찍는 것은 반대한다

대학 사진동아리들이 흑백 필름 사진 프로세서를 유지하는 이유가 좀 더 많은 경험을 전수하기 위함이라면 비판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타성에 젖어서 선배들이 했으니 우리도 하고 미래의 후배들도 흑백 필름 사진 방식을 전수한다면 전 반대입니다. 

타자기의 매력이 있다는 것은 알겠지만 PC가 있고 스마트폰이나 아이패드로 문서를 작성하고 글을 쓸 수 있는데 힘들게 불편하고 유지비도 많이 들어가는 타자기 치는 방법을 고집하는 모습은 전 반대입니다. 대학 사진동아리들이 어떠한 이유로 계속 흑백 필름 사진을 고집하는지는 자세하게 알 수 없지만 넌지시 들어보면 디지털 카메라로 넘어가는 동아리도 있고 병행하는 동아리도 있는 등 현재는 과도기 같은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이런 논의는 2014년에 하기엔 아주 많이 늦은 느낌도 듭니다. 
병행하는 것이 좋긴 하겠지만 오히려 양쪽을 다 하는데 대한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가는 것도 있을 것입니다. 


제가 비판하는 것은 그것입니다. 흑백 필름 사진을 하는 명백한 이유가 없고 있다고 해도 그 타당성이 떨어진다면 과감하게 암실을 폐쇄하고 그 자리에 디지털 사진의 프로세서인 PC를 놓고 포토샵 후보정 기술을 알려주고 전수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요?

여전히 포토샵 후보정을 꺼려 하는 분들이 많은데 수정이 아닌 보정은 흑백 필름 프로세서에도 필수적으로  하는 과정이었습니다. 따라서 단지 PC로 한다고 사진 작업 하는 것 같지 않다고 느낄 지는 몰라도 정작 디지털 사진 후보정을 제대로 하는 분들도 많지 않습니다. 


제 경험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흑백 필름 프로세서를 다 경험하고 디지털 사진을 하면서 느낀 것은 흑백 필름 프로세서의 경험이 의미가 있고 추억이긴 하지만 디지털 사진을 하는데 암실의 현상 인화 과정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는 아예 다른 프로세서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암실의 현상 인화 과정을 모른다고 디지털 사진을 다루지 못하는 것도 아니고 그걸 알 필요도 없습니다. 
이는 필름 카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필름 카메라 못 다룬다고 디지털 카메라 못 다루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스틱을 운전하는 운전자가 오토 차량을 좀 더 쉽게 운전할 수는 있어도 오토 차량을 몰던 사람이 스틱 차량을 운전 못하듯 디지털 카메라만 다루던 사람이 필름 카메라를 던져주면 필름 끼는 방법도 모를 것입니다. 

하지만 필름 카메라를 사용할 일이 없고 대부분의 차량이 오토로 나온다면 필를 카메라 조작법을 배울 필요가 없습니다.


흑백 사진을 고수하는 수 많은 대학동아리들이 왜 흑백 필름 사진을 배우고 전수하고 고수하는지 진중하게 따져 봤으면 합니다. 위에서도 말 했듯 흑백 필름 사진 프로세서를 경험케 해서 보다 사진에 대한 경험을 넓게 해준다는 목적이라면 흑백 필름을 알려주는 것도 좋은 일입니다.

다만, 제 경험상으로는 꾸준하게 사진을 취미로 하게 하려면 디지털 카메라 쪽으로 전환해서 디지털 카메라와 디지털 사진 프로세서를 좀 더 적극적으로 알리고 전수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디지털 카메로도 흑백 사진을 할 수 있기도 하죠. 

결과만 보고 하는 이야기지만 대학 사진동아리들이 너무 보수적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좀 더 전향적으로 디지털 카메라로 전환하는 것은 어떨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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