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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세상에 대한 쓴소리

안산 단원고등학교 앞 세월호 희생 학생을 위한 과자 제단

by 썬도그 2014. 6.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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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한 달이 지났네요. 지난 5월 10일 안산에서는 거대한 울음이 모였습니다.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식이 안산의 번화가 공원에서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제가 이 글을 한 달이 지난 지금 소개 하는 이유는 다분히 의도적입니다. 만약 5월 10일 무렵에 소개 하기 보다는 세월호 사고를 잊을 만한 때에 소개 하는 것이 더 좋겠다고 생각 했습니다. 그리고 오늘이 그 날입니다. 왜! 하필 월드컵에서 한국 경기가 있는 날 소개하냐고 묻는다면 먼저 '일부러'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네! 일부러 오늘 소개 하고 싶었습니다.
단, 저는 세월호 희생자들이 아직 바닷 속에 실종 상태로 있는데 무슨 월드컵 응원이라고 나무라는 행동을 좋게 보지 않습니다. 응원을 하는 것은 그 사람의 자유입니다. 또한, 응원을 한다고 세월호 희생자를 잊은 사람이라고 단정 지을 수도 없습니다. 그리고 응원 안 한다고 세월호 희생자를 생각하고 안산 합동 분향소에 가는 것도 아닙니다.

흑백 논리로 세상을 단죄 하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 아이에게 물어보고 엄마가 좋아!라고 하면 아빠는 안 좋은거야?라고 말하는 이분법 적인 생각은 오히려 세월호 사고에 대한 반감만 일으킵니다. 월드컵 응원도 하고 세월호 희생자도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사람입니다. A를 좋아한다고 B는 왜 싫어하는데!라는 흑백논리는 세월호 사고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전 페이스북에 월드컵 응원 글을 한 줄도 쓰지 않겠지만 다른 분들의 응원 메시지에 타박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런 기분 좋은 날(?) 그들을 다시 한 번, 적어도 이 글을 읽는 시간 만이라도 잠시 생각 해주셨으면 합니다


지난 5월 10일 안산 합동 분향소에서 출발한 약 1~2만명에 달하는 시민들의 행렬은 안산 중앙 공원으로 향했습니다. 가까운 거리는 아닙니다. 한 3~4km나 되는 먼 거리입니다. 이날은 유난히 아이 손을 잡고 행렬에 참가하는 시민들이 많았습니다. 



화랑 유원지를 끼고 돌아서 시내로 시내로 향했습니다. 



세상은 내 생각과 같지 않은가 봅니다. 이 긴 추모 행렬 때문에 도로가 통제 되자 몇몇 운전자들은 경찰에게 욕을 하면서 항의를 합니다. 좀 야속하고 야속합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배웁니다. 사람 쉽게 안 변하고 세상 쉽게 안 변한다.

추모하는 성품을 가진 사람이 추모하고 추모 안 할 성품을 가진 사람은 추모 하지 않습니다. 
뭐 영화 한편으로 책 한 권으로 인생이 바뀌었다는 말! 다 거짓말입니다. 내가 변할 의지가 있었는데 그 책과 영화가 마중물이 된 것이지 영화가 책 한 권이 한 사람을 확 바꾸지 못합니다. 


행렬은 어디로 향하는지 솔직히 모르고 따라 갔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흐느껴 웁니다. 그리고 그때 알았습니다. 



여기가 안산 단원고라는 것을 흐느낌으로 알았습니다. 



단원고 앞에는 과자 제단이 있었습니다. 누가 갖다 놓은 지는 모르지만 수 많은 과자와 사연이 적힌 포스티잇이 가득 했습니다. 




국화 보고도 울컥 하지 않았는데 이 과자 제단을 보고 울컥 하게 되네요. 누군지는 모르지만 누군가의 고운 마음씨가 여기에 놓여져 있네요



저 하늘에서도 이 사연들을 다 읽었으면 합니다. 
제가 다음 생을 믿지 않는 사람이지만 이번 세월호 사고 때문에 다음 생과 신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솔직히 세상이 너무 야속합니다. 선거 결과를 보고 야속 했고 세월호 사고 때는 펑펑 눈물까지 흘리던 라디오DJ들이 이제는 깔깔거리고 대한민국을 외칩니다. 네! 위에서도 적었지만 타박하고 나무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야속함이 드는 것도 어쩔 수가 없네요

제가 즐겨 듣는 FM영화음악 DJ는 여전히 세월호 사고 이야기를 합니다. 세월호 사고 났을 때도 긴 한숨조차 안 내고 담담하게 전하던 DJ는 감정 기복 없이 길고 길게 세월호 이야기를 합니다. 저도 그 DJ처럼 길고 길게 이야기 하겠습니다. 




잘될거야, 고마워, 사랑해라는 코크의 문구가 마음에 맺힙니다. 



다 타버린 양초의 흐느낌 위로 과자 제단이 아이들의 떠나가는 길에 길게 깔려 있는 듯 하네요. 


세월호 사고로 대한민국이 바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부정적인 생각이라고 저도 생각하고 싶지만 이런 일이 한 두번 일어났어야죠. 매번 일어나고 일어나고 일어납니다. 반성은 없고 제대로 된 사과도 없습니다. 이번 세월호 사건도 제대로 사고 처리가 될 것 같지 않습니다. 30년 넘게 살아보면 이 사고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학습효과로 잘 알게 됩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더 미안합니다. 


어제도 배가 선수만 남기고 다 가라앉았는데 해경은 마치 구경하는 듯한 말투로 말하는 영상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수 많은 음모론만 떠 오르고 희생자들은 가라 앉았습니다. 




아이들이 웃고 떠들던 학교는 이제 정적이 흐릅니다. 
이런 사고를 쉽게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명령이 아닌 부탁입니다. 그게 남은 우리들이 해야 할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 합니다. 



이 날의 슬픔은 후대에게 넘겨주지 않으려면 후대가 울어야 할 눈물을 우리가 다 흘려야 합니다.
그게 이 나라에서 어른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아이들에게 할 용서구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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