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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영화 그녀, OS와의 사랑을 통해서 실제와 가상의 사랑의 간극을 담은 수작

by 썬도그 2014. 6.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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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항상 그래왔습니다. 실제 물리적의 크기로 존재 하지 않는 세상에서 총을 쏘고 칼을 휘두르고 우주선을 타고 다니는 게이머들을 보면 어른들은 가상의 세계에 빠진 모습에 혀를 찹니다. 또한, 한 번도 본적이 없는 사람들과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또는 블로그나 카페를 통해서 대화를 하는 모습이 진짜는 아니라고 생각을 합니다.

또한, 젊은 사람들도 온라인 세상을 탐닉하다 보면 이 세상은 실제 세상이 아닌 하나의 가상 공동체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이게 다 인터넷이라는 세로운 가상 공간이 만들어낸 풍경입니다. 그러나 이런 가상 공간은 인터넷과 컴퓨터가 없던 시절에도 있었습니다.

언어가 생긴 이후에 인간은 구라라는 가상의 세계를 만들어서 사람들을 즐겁게 했습니다. 소설이나 지어낸 이야기도 다 가상입니다. 그런 구라의 세상, 혹은 가상의 세상과 실제는 항상 공존해왔습니다. 따라서 인터넷과 컴퓨터가 만든 가상의 세상이 마치 인간 답지 않는 공간, 혹은 실존하지 않는 공간이라고 보는 시선은 고리타분하고 꼰대의 시선일 뿐입니다.

우리는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받는 상처가 실제 상처가 될때 이렇게 말합니다.
"인터넷 세상은 뭐 다를 줄 알았는데 오프라인과 똑같구나"
네. 똑같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인터넷에서 말하고 대화하고 페이스북에서 말하고 대화하는 사람들은 얼굴만 안보이지 다 사람들이 하는 말과 글을 하는 것이고 인터넷은 그런 말과 생각을 구체화하고 전달하고 담는 도구일 뿐입니다. 

오프라인에서 받은 상처나 온라인에서 받는 상처나 동일합니다. 다만, 온라인은 오프라인보다 좀 더 잔혹한 말들을 쉽게 하죠. 얼굴이 안 보이기 때문에 심한 말을 직설적으로 합니다. 이게 긍정적인 면으로 보면 직언을 할 수 있는 문화를 이끌어 내지만 상대방에 대한 배려심 없는 말들은 오프라인보다 더 큰 상처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여하튼 간에 우리는 가상의 공간인 인터넷을 하고 있고 그 공간에 있는 99%는 실존하는 인간들이 하는 말과 글들입니다. 
그런데 인간과 동일한 인격체를 가진 인공의 존재가 나와 대화를 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운영체제와 사랑을 빠진 한 남자라는 황당한 소재를 담은 영화 그녀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가장 관심이 갔던 작품은 작품상을 받은 노예12년이 아닌 각본상을 받은 her였습니다. 영화 .존 말코비치 되기'를 연출한 '스파이크 존즈' 감독이 직접 시나리오를 쓴 이 영화는 다소 황당한 소재를 담은 영화입니다.

한 중년의 남자가 컴퓨터 운영체제와 사랑을 빠지는 내용을 담은 영화인데 이 당혹스러운 소재가 너무 끌렸습니다. 왜냐하면, 근 미래에 컴퓨터 프로그래밍이 발달하면 그럴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황당한 소재를 한 영화에 대한 호평이 여기저기서 들려왔습니다. 

이 호평과 예고편 영상의 아름다운 모습에 개봉한지 1주일이 다 지나서 뒤늦게 보게 되었습니다. 
영화는 시작하자마자 테오도르(호아킨 피닉스 분)의 얼굴이 클로즈업 된 채로 관객을 향해서 사랑의 세레라데를 말합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이 남자 많아야 40에서 50대로 보이는데 50년 전부터 사랑한다는 말을 합니다.

응? 뭐지? 테오도르는 사랑의 편지를 대신 대필하는 손편지 대필 작가입니다. 
고객들이 자신들의 시시콜콜한 이야기와 속마음을 전해주면 그걸 토대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의 편지를 대신 써주는 것이죠. 이 직업도 좀 황당합니다만 예전엔 대필 편지를 써주는 친구들이 있긴 했습니다. 


테오도르는 이혼을 앞두고 있습니다. 자신의 욕심 때문이라고 자책하면서 이혼 서류에 싸인 하는 것을 망설이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아내와 함께 성장한 시간들이 눈에 자꾸 어른거리기 때문입니다. 그 시간들을 삭제 해야 하는 아픔을 견딜 수 없기 때문에 우유부단한 성격과 함께 이혼 서류에 싸인을 3달 째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내 없이 혼자 사는 외로움을 가상의 연인들인 전화 폰팅을 통해서 해소해보려고 하지만 진짜 사랑이 아니기에 허무함만 밀려옵니다. 그러다 OS1이라는 운영체제 광고를 보게 되고 컴퓨터에 OS1을 깔게 됩니다.


 OS1은 컴퓨터 프로그램입니다. 한마디로 인공지능인 봇(BOT)입니다. 그런데 그냥 봇과 달리 사람과 거의 흡사합니다. 쉽게 말하자면 매트릭스 같은 존재죠. 몸은 없지만 시공간을 뛰어 넘어서 존재할 수 있고 정보를 엄청나게 빠르게 습득합니다. 책 한권을 0.02초 만에 읽고 수 많은 정보를 빠르게 취합니다. 그럴 수 밖에요. 인터넷이 OS1의 지능입니다.

OS1은 인사를 하자마자 사만다라고 자신을 소개합니다.
영화는 테오도르와 이 사만다의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메일을 읽어주고 불 필요한 이메일을 정리해주며 편지 교정을 해주며 궁금한 것을 사만다에게 말하면 사만다는 다 말해줍니다. 사만다는 단순히 정보의 집합체가 아닌 감정을 느끼는 인격체입니다. 심지어 인간이라는 생명체가 가진 직감도 느낍니다. 몸만 없을 뿐이지 사만다는 사람과 동일합니다. 


초특급비서이자 좋은 말벗 그리고 지치지 않고 항상 대기하고 있는 사만다는 테오도르 입장에서는 최고의 연인이자 파트너입니다. 


몸이 없는 사랑에 대한 물음을 하는 영화 그녀(her)

테오도르는 사만다와 항상 연결할 수 있는 단말기를 셔츠 윗주머니에 꽂고 사만다에게 바다를 보여주며 사람들을 보여주면서 연인처럼 지냅니다.  이 사랑의 과정은 몸만 없을 뿐이지 실제 연인들의 겪는 질투와 시기 애 닳음 등등 거의 동일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오히려 이 똑똑한 연인인 사만다의 매력에 테오도르는 심하게 빠집니다.

그러나 사만다는 자신이 몸이 없기 때문에 같이 잠자리를 하지 못함을 안타까워하고 화를 냅니다. 영화는 이런 몸이 없는 존재와 사랑을 할 수 있을까? 라는 물음을 진중하게 합니다. 아주 깊숙하게 파지는 않지만 살면서 한번 이상은 해보는 질문을 사만다를 통해서 합니다. 우리는 사랑을 할 때 상대의 몸을 사랑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 존재 자체를 사랑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 영혼을 사랑하는 것이지 항상 묻곤 합니다. 이게 분리 되는 사랑은 불행하거나 사랑이 아닙니다. 그러나 사만다는 어쩔 수 없이 몸이 없는 존재이고  몸이 없는 존재와 사랑이 가능할까?에 대한 이야기를 영화 그녀는 보여줍니다.



실제와 가상의 사랑을 담은 영화 그녀

영화 그녀(her)가 담은 주제는 실제와 가짜 또는 가상의 사랑에 대한 주제를 담고 있습니다. 테오도르의 삶은 온통 가상 또는 가짜입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존재하지 않는 그러나 존재하는 존재인 사만다와 수다를 떨고 다른 사람의 삶을 읽고 사랑을 대신 써서 보내주는 사랑의 편지 대필작가로 삽니다.  퇴근 후에는 가상의 공간인 게임 공간에서 사만다와 함께 미션을 해결합니다

운영체제인 사만다, 대필 편지 작가, 게이머 이게 테오도르의 삶이고 모두 실제가 아닌 가상의 존재 혹은 가짜의 존재와 함께 사는 실제 테오도르의 삶입니다. 테오도르는 사만다의 사랑하지만 동시에 사랑을 하면 할수록 가상의 존재임을 지각하게 됩니다. 로봇이 인간과 닮으면 우리는 그 로봇을 좋아하지만 너무 닮아버리면 혐오감을 유발합니다. 테오도르는 사만다와 가까워질수록 사만다의 존재를 인식하게 되고 자신의 사랑 방정식에 넣으려고 합니다. 그러나 사만다는 테오도르가 원하는 존재로 존재할 수 없습니다.


영화는 3개의 가상 세계를 차분하고 유머러스하면서 깊은 은유로 담고 있습니다. 
먼저, 게임의 가상 세계에 몰두하고 있는 테오도르를 보여주면서 그 세계에 몰두할수록 외로움을 느끼는 테오도르를 보여줍니다. 어쩌면 우리가 게임에 집착하고 몰두하는 모습은 현대인들이 그만큼 외롭다는 반증이기도 할 것입니다. 또한, 영화 내내 도시의 직선을 계속 보여주면서 직선이 가득한 도시의 외로움도 담뿍 담아서 보여줍니다. 

 또 하나의 가상은 대필작가의 직업을 통해서 보여줍니다. 다른 사람의 삶을 들여다보고 그 사람의 삶을 대신하는 듯, 사랑편지를 대신 써주는 모습을 통해서 대필 해서 전달하는 사랑이 실제의 사랑과 얼마나 다르고 허무한 지를 묵묵히 보여줍니다. 요즘은 사랑도 메신저로 시작하고 메신저로 헤어진다고 하는데 이런 것도 하나의 사랑의 신풍습이라고 하지만 올곧은 모습은 아닙니다. 직접 눈을 보면서 사랑을 하고 눈을 보면서 헤어지자고 해야죠. 

그리고 마지막 가상은 실제 사랑을 인정하지 않고 가상의 사랑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테오도르가 아내가 헤어진 이유는 아내의 실제를 인정하지 않고 테오도르가 바라는 아내를 원하는 집착 때문입니다.
실제의 아내를 인정하기 보다는 내가 원하는 아내의 모습에 실제 아내를 우겨 넣으려고 하는 집착이 파국을 맞이하게 되죠.

실제로 연인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싸움을 하는 경우가 이 간극 때문입니다. 실제의 연인이나 아내의 모습은 절대로 인정하지 못하고 자신이 원하는 아내나 연인의 모습이라는 가상의 이미지를 만들어서 그 이미지처럼 되라고 윽박지릅니다. 이 실제와 가상의 간극에서 많은 상처와 고통이 생깁니다.

어쩌면 영화 그녀는 이 사랑의 간극을 표현하기 위해서 가상의 존재인 사만다를 소재로 택한 것 같다는 생각이듭니다.

영화 '그녀'는 내가 상상하는 그런 사랑은 세상에 존재 하지 않는다고 꾸지람을 하는 듯 합니다. 내가 상상하는 사랑과 실제의 사랑의 간극이 커질수록 사랑의 고통은 커진다고 사만다를 통해서 말해줍니다.  가장 현명한 사랑 해법은 실제하는 존재 그 자체를 인정하고 이해하는 것에서 부터 실제 사랑이 시작 된다고 사랑스러운 목소리로 말하고 있습니다.

'호아킨 피닉스'의 명연기와 '스칼렛 요한슨'의 허스키하면서도 섹시하면서도 여자친구 같은 목소리와 소프트 필터를 낀듯한 다정다감한 색감이 가득한 따스한 영화입니다. 왜 이런 영화가 19금인가 했는데 영화에서는 가장 섹시한 배드씬 장면이 나옵니다. 생각보다 표현 수위가 높아서 살짝 놀랐는데 그건 아마도 사만다가 야동을 너무 많이 본 듯 하네요

추천하는 영화입니다. 특히, 사랑에 대한 진중한 물음을 하는 영화 좋아하는 분들 사랑 때문에 힘들어하는 분들에게는 하나의 지침서가 될 만한 영화입니다. 다른 사람과 달라서 사랑한 사람을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다고 싸움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사만다가 전해 달라네요

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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