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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사진/사진전시회

일상의 달콤하고 사랑스러운 사진을 볼 수 있는''로베르 두아노 그가 사랑한 순간들'사진전

by 썬도그 2014. 5.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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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도시에는 그 도시를 카메라로 매일 담는 스트리트 포토그래퍼들이 있습니다. 한국도 있긴 하지만 서울의 일상을 꾸준하게 기록하고 전시하는 사진가를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파리에는 파리의 일상을 기록하는 스트리트 포토그래퍼가 많았습니다. 가장 유명한 사진작가는 '앙리 까르티에 브레송'입니다. 그러나 브레송은 매그넘 소속이 되어서 전세계를 다녀서 진정한 파리지엥이라고 하기는 좀 힘듭니다.

파리의 일상을 꾸준하게 기록한 사진작가로 인정 받은 사진작가는 윌리 로니스(Willy Ronis)와 로베르 두아노(Robert Doisneau)입니다. 특히 로베르 두아노는 국내에서도 많이 알려진 사진작가입니다. 

사진에 관심 있는 사람 중에서 이 사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이 사진의 정체는 몰라도 한 번 이상씩은 다들 봤을 것입니다. 팬시용품으로도 많이 활용 되었고 90년대 커피숍 붐이 일어났을때 카페의 벽면을 치장하는 사진이기도 했죠. 당시는 저도 이 사진은 누가 찍었을까?라고 하는 호기심 보다는 그냥 멋지네 정도로 봤었습니다.

그리고 사진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고 탐닉하던 2천년대 중반 이 사진이 '로베르 두아노'의 '시청 앞에서의 키스'라는 사진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 사진을 찍은 로베르 두아노 사진전이 현재 홍대 상상마당 갤러리에서 전시 중에 있습니다


춘천은 항상 봄이고 홍대는 항상 여름 같습니다. 항상 활력이 넘쳐요. 높은 건물이 있긴 하지만 3층 규모의 기찻길에 세워진 건물이 홍대가 다른 지역과의 차별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홍대는 그걸 모르나 봅니다. 점점 홍대의 맛을 느끼기 힘든 상점들만 늘어서고 있습니다. 

전 홍대의 상징물은 홍대 상상마당 건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층이 문화복합공간인데 지하는 영화관, 지상 2층에는 상상마당 갤러리가 있는데 가끔 흥미로운 전시회를 합니다. 


<로베르 두아노, 그가 사랑한 순간들> 사진전은 2014년 5월 1일부터 8월 3일까지 꽤 오랜 시간 전시를 합니다.


입장료는 5천원인데 포스터를 촬영한 사진을 제시하면 40% 할인을 받아서 3천원 정도에 입장이 가능합니다. 티켓몬스터나 다양한 방법으로 구매할 수 있는데 대략 3천원이라는 비교적 싼 가격에 전시회를 볼 수 있습니다. 아! 상상마당 홈페이지에서 구매해도 3천원입니다. 


상상마당 갤러리는 크지 않습니다. 인사동의 갤러리들 보다는 크지만 아주 크다고 할 수 없습니다. 로베르 두아노 사진은 대략 75작품이 전시되고 있습니다. 


1912년에 태어나서 1994년에 작고한 로베르 두아노는 파리지엥이었습니다. 그는 파리만을 열심히 기록 했는데 파리를 기록한 기록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로베르 두아노 사진전은 국내에서는 개인전으로는 최초입니다. 그런데 워낙 로베르 두아노 사진들을 많이 보고 사진 모듬전을 할 때 빠지지 않는 작가라서 개인전이 최초라는 것이 놀랍네요

사진들은 11 x 14 인치 정도의 사진들이고 주제는 순수, 사랑, 풍경, 인물이라는 4개의 주제로 나눠져서 전시를 합니다. 



사진들은 촬영을 허락하지만 근접 촬영은 안 됩니다

로베르 두아노 사진은 특징이 있습니다. 파리를 어떻게 바라보느냐는 전적으로 작가의 주관적인 시선입니다
그가 파리를 기록하던 시대는 주로 4,50년대 파리이고 이 시기에는 2차 대전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전쟁 시기의 파리를 암울하고 혹은 있는 그대로 기록하기도 했지만 다른 작가와 달리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웃음이 뭇어나는 일상의 찬란함을 주로 담았습니다.

사진들 대부분은 미소를 짓게 하는 사진들이 많았습니다. 


<빗속의 첼로>

로베르 두아노는 일상의 미소를 아주 잘 기록한 사진작가입니다. 그래서 그의 사진은 아주 인기가 많습니다. 개인적인 취향은 이런 일상 사진을 크게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저는 좀 더 심각하고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또는 사진으로 세상을 고발하는 다큐멘터리 성격의 사진을 좋아합니다. 그러나 이건 제 취향이지 파리를 있는 그대로 담으라고 강요하긴 힘들죠

또한, 각박한 세상을 카메라에 담는다고 해서 그 각박함 속에서 피어나는 미소가 인위적이고 인공적인 이미지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누구는 측은지심을 불러 일으키는 사진만 담지만 누구는 그 힘든 하루 하루에서도 피어나는 미소와 웃음을 담을 수도 있으니까요. 


유난히 아이들 사진이 많았습니다. 아이들의 해맑은 영혼이 그대로 담기는 사진들을 보면서 저의 입가에소 미소가 번지네요
두아노는 대비를 참 잘 활용하는 작가입니다. 위 사진처럼 모두 한 방향을 볼 때 다른 방향을 보는 일탈적인 모습들이나 2개의 상반된 이미지를 한 프레임에 담아서 자연스러운 웃음을 느끼게 합니다.

이는 로베르 두아노가 따스한 성품을 가진 사람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로베르 두아노 사진은 꽤 많습니다. 레지스탕스의 저항 하는 모습도 카메라에 담고 뒷골목의 추레한 사진도 찍긴 했지만 이번 전시회에서는 그런 사진은 다 제거 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온통 따스한 사진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는 사진만 전시를 했는데 누가 셀렉팅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다분히 의도적인 셀렉팅으로 보여지네요. 


이 문장이 로베르 두아노 사진의 정체성을 보여주네요

"나는 삶 그 자체를 찍기보다 내가 원하는 삶의 모습을 찍는다"
로베르 두아노가 원하는 삶이란 바로 그래도 세상은 살만한 곳이다라는 시선이 아닐까 하네요


그래서 유난히 키스 사진도 많이 보이네요 특히, 오페라역의 연인이라는 사진은 정말 아름다움이 가득한 사진입니다. 



로베르 두아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파리 시청앞에서의 키스'는 붉은 색 배경지 위에 혼자 덩그러이 놓이는 호사를 누립니다. 많은 분들이 이 앞에서 사진을 찍더라고요

초 치는 이야기지만 이 사진을 우리는 다큐 사진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진은 다큐 사진은 아닙니다. 사진만 보면 노천 카페에서 두아노가 키스를 하는 연인을 몰래 촬영한 듯한 사진입니다. 그러나 이 사진은 연출사진입니다. 두아노는 연출 논란에 함구하고 있다가 여러 추궁에 나중에 연출을 했다고 고백을 하죠

사진 속 여자는 연극학교 학생이었던 프랑스와 보르네고  남자는 당시 남자친구였던 자크 까르토입니다. 
로베르 두아노는 미국 라이프지에서 파리의 일상을 사진으로 담아서 보내달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파리의 일상을 기록하다가 젊은 연인에게 다가가서 모델료를 지급하면서 포즈를 취해 달라고 요청을 합니다. 그리고 그 사진을 찍어서 라이프지에 보내죠. 라이프는 이런 사실을 모른채 잡지에 실었고 나중에 큰 인기를 끌게 됩니다.


모델료는 돈이 아닌 이 사진을 프린팅 해서 줬는데 이 사진을 간직하던 보르네는 이 사진을 경매로 팔아서 2천만원 이라는 큰 돈을 받게 됩니다. 좀 김이 빠지나요? 김이 빠지더라도 제대로 알 것은 제대로 알아야죠.  환상 깨지 말라고 하는 분들도 있지만 이 사진이 연출 사진이라고 해도 좋은 사진임에는 틀림 없습니다.

비록 연출이라는 실망감이 있지만 연출임을 알고 봐도 좋은 사진입니다. 그 이유는 이 사진은 뛰어난 구성력과 구도가 있습니다. 아무리 연출한다고 해도 이렇게 잘 연출하기도 힘들죠. 



그렇다고 두아노 사진 대부분이 연출은 아닙니다. 대부분은 몰래 촬영한 스냅사진이고 저 사진이 아니더라도 두아노 사진들 중에는 뛰어난 사진들이 많습니다.



전 이 사진도 좋더라고요. 결혼식 사진인데 결혼식 사진을 찍는 사진사 뒤에서 사진을 연속으로 촬영합니다. 결혼식 사진을 찍고 나서 하객들이 서서히 빠져 나가고 카메라만 덩그러이 있는 모습까지 담았는데 결혼의 환희와 고요함과 적막함 또는 쓸쓸함이 보여집니다



두아노는 당시 교류를 하던 예술가들의 사진도 참 많이 찍었습니다. 




두아노 사진을 보다보면 두아노가 얼마나 유머러스한 사진작가인지 알 수 있습니다. 착시 현상을 이용한 이런 사진들은 두아노의 주특기죠. 피카소 앞에 있는 빵이 마치 손가락처럼 보이는데 이런 사진들이 꽤 많습니다.



<성가시게 하는 비둘기. 1964>

가장 인상 깊었던 사진은 이 사진입니다.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는데 한 꼬마 아이 머리 위에 비둘기가 앉아 있습니다. 아이는 이 비둘기가 아주 짜증 났을 것입니다. 그런데 너무나 재미있는 사진이네요. 



사진전은 천천히 둘러보면 한 20~30분 정도 볼 수 있습니다. 해학이 넘치는 사진들이 많아서 보다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날선 사회 비판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지 않았다. 일상을 향해 보내는 흥겹고도 재미있는 시선만이 필요했다 라는 전시 도록의 말처럼 로베르 두아노는 일상의 찬란함을 기록했고 때문에 그의 사진이 여전히 사랑 받고 있는 듯 합니다.

한국도 이런 사진작가가 있었습니다.
골목길 풍경을 수십년 넘게 촬영 했던 '김기찬' 사진작가의 사진과 로베르 두아노 사진은 참으로 비슷합니다. 
제가 글 초반에 서울을 기록한 사진작가가 없다고 했는데 그 말은 취소하겠습니다. 한국에는 김기찬 작가가 있었습니다. 
다만, 이 복잡한 현재를 담는 사진가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이건 파리도 마찬가지겠죠. 

로베르 두아노 사진전은 작은 미소를 짓게 하는 사진전입니다. 
두아노가 파리를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봤듯 관객들은 두아노 사진을 통해서 일상에서의 찾은 보물에 찬란한 미소 한조각을 베어 물고 나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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