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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책서평

새로운 도서정가제가 정착되려면 선행 되어야 할 3가지

by 썬도그 2014. 5.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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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서점이 거의 다 사라졌습니다. 그나마 남아 있는 곳도 중고등학생 참고서를 주로 파는 곳이지 성인들을 위한 일반 서적을 전문적으로 파는 동네 서점은 거의 다 사라졌습니다. 동네 서점이 사라진 이유는 간단합니다. 책 가격이 비싸기 때문입니다. 쇼루밍이라고 해서 동네 서점에서 책을 들쳐보고 온라인 서점에서 보다 싸게 사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동네서점은 점점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쇼루밍족은 아니더라도 다른 제품과 달리 책들은 굳이 종이책을 들쳐보지 않아도 그냥 인터넷에 올라온 서평이나 책 내용이나 유명 베스트셀러 저자의 책이라면 그냥 사는 사람들이 많아서 한 푼이라도 더 싼 온라인 서점에서 사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온라인 서점은 기본적으로 오프라인 서점보다 10% 이상 저렴했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2천년대 초의 온라인 서점인 알라딘이나 예스24에서는 신간 서적을 20%~30% 싸게 판매 했고 그 모습에 비싼 컴퓨터 서적을 동네 서점이 아닌 온라인 서점에서 샀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온라인 서점의 과도한 할인에 동네 서점이 계속 죽어 나가자 도서정가제 개정안을 만들었습니다
그 개정안은  신간(출간 된지 18개월 미만인 책) 서적은 최대 10% 할인을 해주고 구간인 출간 된지 18개월이 넘은 서적은 할인 폭의 제한이 없었습니다.  신간은 말이 10%였지 마일리지 같은 것을 따지면 대략 20% 할인이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구간입니다. 
출간된 지 18개월이 된 서적은 반값에 팔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요즘 같이 화제가 되는 책이 거의 없는 시대에 18개월이라는 시간은 긴 시간이 아닙니다. 평소에 읽고 싶었으나 책 가격 때문에 비싸서 읽지 못한 책은 구간이 되길 기다렸다가 사서 보던지 아니면 중고서점에서 중고책으로 사서 읽거나 도서관에서 대여해서 봤습니다.


신간 구간 구분 없이 마일리지 포함 최대 15% 할인을 할 수 있는 신 도서정가제



그러나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적용되던 도서정가제는 새로운 도서정가제로 판올림을 할 예정입니다. 지난 4월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새로운 도서정가제는 신간과 구간의 구분을 없애버렸습니다. 그리고 신간 구간 모두 마일리지 포함 최대 15%만 할인을 해주는 내용이 주요 골자입니다.

쉽게 말하면 신간 구간 구분 없이 모든 새책은 기본 10% 이상 할인할 수 없고 마일리지 포함해서 최대 15% 이상 할인을 해줄 수 없습니다. 이렇게 도서정가제가 변한 이유는 동네 서점을 살리기 위함입니다. 

현재는 온라인 서점과 오프라인 동네 서점은 경쟁이 될 수 없을 정도로 가격 경쟁력 차이가 있었습니다. 1만원 이상이면 온라인 배송도 무료인 온라인 서점은 싼 책 가격을 무기로 큰 인기를 끌고 있었는데 앞으로는 신간이건 구간이건 10% 밖에 할인을 못하게 되니 동네 서점은 큰 힘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된 곳은 온라인 서점이 아닌 책을 구매하는 소비자입니다. 
소비자들이 가장 큰 피해자가 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신간 구간 할 것없이 10% 할인 이상을 해주지 않으면 가뜩이나 비싼 책 가격 때문에 책 사길 부담스러워 하는 사람들에게는 비싼 책을 돈 다 주고 사야 하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출판사들은 온라인에서 10~30% 할인할 것을 예상하고 책 가격을 비싸게 해서 파는 것도 있었습니다. 
앵커 효과라고 해서 책 가격을 올려 놓고 할인을 해서 팔아서 마치 할인을 많이 받고 사는 착각을 주게 하는 것이죠. 

소비자가 가장 큰 피해자가 되고 이는 출판업계도 예상하고 있습니다. 당장은 소비자가 가장 큰 피해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 이 신도서정가제의 2차 피해자는 출판사와 동네 서점 그리고 온라인 서점 모두에게 피해가 갈 것으로 생각됩니다.

왜냐하면 비싼 책 가격 때문에 책을 구매하기 보다는 동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보거나 꼭 소유하고 싶은 책은 동네 서점이 아닌 헌책방이나 중고서점을 이용하는 소비자가 늘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저 같아도 새로운 도서정가제로 인해 온라인 서점과 동네 서점에서 구매하는 책 가격이 비슷하니 동네 서점에서 책을 구매하기 보다는 책을 아예 구매하지 않고 빌려 보는 쪽이나 중고서점을 이용하는 방향으로 바꿀 생각입니다. 

신 도서정가제가 제대로 정착되려면 선행 되어야 할 3가지 

새로운 도서정가제에 대한 거부감은 호전 반응일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은 소비자들이 비싼 책을 비싸게 사는 느낌이 들어서 소비자들에게 큰 피해가 가지만 이 신 도서정가제가 잘 정착 되면 책 가격은 자연스럽게 내려갈 것입니다. 

그러나, 전 그런 장미빛 전망을 기대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통사와 스마트폰 제조업체의 결계를 보면서 배운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자연스럽게 책 가격을 출판사들이 내렸으면 좋겠지만 책 가격은 쉽게 내려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러다 가뜩이나 도서 인구가 줄었는데 앞으로는 책 가격이 비싸서 그나마 몇 안 되는 도서 인구가 더 줄까 걱정이네요. 

새로운 도서정가제가 정착하려면 출판, 유통업체도 변화가 있어야 합니다. 그 변화가 없으면 고통을 분담하기 보다는 소비자에게만 고통을 요구하는 모습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 새로운 도서정가제가 제대로 정착 되려면 선행 되어야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1. 책 가격을 내려라


요즘 책 가격은 가볍게 1만 5천원이 넘습니다. 
이 가격은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사람들에게는 비싼 가격입니다. 물론, 출판사들의 사정 잘 알고 있고 가격 지적은 합당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만 저는 책 가격을 다양하게 가져갔으면 합니다. 

예를 들어서 종이 책 가격이 비싸다고 느끼는 소비자에게는 전자책을 동시에 출간해서 가격에 대한 부담을 낮추거나 문고판이나 재생용지 등의 종이의 질을 낮춘 책을 동시에 출간 해서 다양한 가격 선택권을 소비자에게 줬으면 합니다. 

물론, 문고판 따로 일반 판형 따로 찍는 것은 영세한 출판사에게 바라기 힘들지만 베스트 셀러인 경우는 문고판 등을 적극 활용해서 가격을 낮추면서 동시에 휴대성은 좋게 하는 책을 만들었으면 합니다.  책 가격도 내리지 않고 책 가격에 대한 선택권도 없다면 독서 매니아들은 책 구매가 아닌 대여 쪽으로 이동할 것입니다.


2. 영양가 없는 자기계발서와 힐링 도서는 이제 그만


서점에 가면 놀라는 것이 있는데 어떻게 이런 쓰레기 같은 책이 나올 수 있지? 라는 책들이 꽤 많습니다. 
특히 영양가 없는 자기계발서와 닥치고 힐링을 외치는 책들이 그렇습니다. 자기계발서를 제가 혹평하는 이유는 성공한 사람이 나는 이렇게 성공했으니 너도 나 처럼 해봐라 식의 본질은 거의 없고 현상만 가득 담은 책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저자가 성공한 이유는 저자이기 때문에 성공한거지 그걸 모든 사람이 따라 한다고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좋은 내용도 있습니다만 그 책에 있는 내용 대부분은 나이들면 저절로 알게 되는 것들입니다. 그 책 사서 읽을 시간과 돈이 있으면 주변에 아는 좋은 어른이나 선배를 만나서 술 자리를 하면서 이야기를 듣고 항상 곁에 두는 것이 더 좋습니다. 그게 책 보다 더 향기나고 효율적이며 가치가 있습니다. 

이런 쓰레기 같은 책을 뒤적이다보면 현기증이 납니다. 
문제는 이런 쓰레기 같은 책이 계속 나오고 있는 이유는 우리들이 그런 서적을 원하기 때문이고 출판사는 돈 되는 힐링 서적이나 자기계발서를 끊임없이 내는 것입니다. 다양한 서적을 소개하기 보다는 돈 되는 책만 만드는 모습은 독서 매니아층을 얇게 만들 뿐입니다. 

이 새로운 도서정가제가 정착되려면 책의 다양성과 영양가 있는 책들이 많이 나와야 합니다

3. 동네 서점을 가는 즐거움이 있어야 한다

동네 서점이 거의 다 사라지긴 했지만 찾아보면 또 동네 서점은 생각보다 근거리에 있습니다. 문제는 동네 서점에 가면 온통 중고등학생 참고서 뿐입니다. 이러다 보니 동네 서점에 가지지가 않습니다. 신 도서정가제는 동네 서점을 살리기 위한 도서 정가제입니다. 그렇다면 동네 서점이 가장 큰 혜택을 받을 것입니다. 책 가격도 내려가고 가격도 온라인 서점과 비슷하다면 동네 마실 나갔다가 책 들쳐보다가 한 권 사서 집으로 돌아 올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동네 서점들은 온라인 서점보다 책을 다양하게 보유할 수 없습니다. 그게 가장 큰 단점이긴 하지만 큰 문제는 아닙니다. 찾는 책이 없으면 서점 주인에게 부탁을 하면 바로 갖다 놓으면 되니까요. 

요즘은 동네 서점이 어떤지 모르겠지만 동네 서점의 매력을 다시 찾아야 합니다.
자주 찾는 동네 서점은 서점 주인에게 어떤 책이 좋은지 물어보고 책 내용이 어떤지 서로 대화를 나누다가 보면 책 큐레이션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마치 예전에 비디오 가게에 가서 액션 영화 중에 추천하는 영화가 뭔가요?라고 묻던 것처럼 동네 서점에서 책을 소개 받거나 단골로 만들면 새로운 서적이 나오거나 추천할 만한 책이 나오면 문자나 방문 시에 이야기를 해줄 수도 있습니다. 

이런 사소한 것들이 동네 서점을 향기 나게 하고 자주 찾게 만듭니다. 또한, 책을 편하게 읽을 공간을 작게 나마 마련하는 것도 동네 서점을 자주 찾게 만드는 방법 중 하나 일 것입니다. 

이런 것들이 선행 되지 않고 신간과 구간을 폐지하고 무조건 새책 가격을 10% 이상 할인 할 수없게 한다면 소비자들은 가뜩이나 책 말고 읽을 것도 볼 것도 체험할 것이 무궁무진한데 굳이 책을 구매하지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독서층을 더 얇게 만들거나 아니면 책을 구매 보다는 대여하는 쪽으로 쉬프트가 될 것입니다. 
고통은 무조건 소비자에게 떠 넘기는 모습으로 비추어지지 않으려면 동네 서점과 출판사 모두 소비자를 위한 행동들을 해주길 바랍니다. 

곧 아마존이 한국에 진출합니다. 아마존이 진출하게 되면 종이책 보다는 전자책 시장에 큰 변혁이 일어날 것입니다. 모든 출판사들은 이 다가올 충격에 대비해야 합니다. 그 전에  새로운 도서정가제가 연착륙할 수 있게 출판계가 각고의 노력을 더 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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