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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시게 아름다웠던 길상사의 연등,영가등

by 썬도그 2014.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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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이맘 때가 되면 찾아가는 사찰이 있습니다. 바로 성북동의 길상사입니다. 
길상사를 처음 알 게 된 것은 지금은 보지 않은 MBC 이야기 보따리인 '서프라이즈'였습니다. 지금은 MBC라는 방송국 자체를 무한도전(이것도 요즘 거의 안 봐요) 아예 전면적으로 시청을 하지 않기에 잘 보지 않습니다. 

그때가 MBC만을 바라보던 2008~9년 경으로 기억 됩니다.
길상사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서프라이즈가 했었습니다. 길상사는 다른 사찰과 좀 많이 다릅니다. 먼저, 산 중턱이나 정상에 있는 흔한 사찰의 위치가 아닌 고급 주택가 한 가운데 있습니다. 이 길상사는 다른 사찰과 달리 예전에 요정이었습니다. 고급 술집이었죠. 

길상사는 이런 요정을 사찰로 만든 곳입니다. 요정의 이름은 대원각, 대원각의 주인은 김영한이었습니다. 서프라이즈는 이 김영한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웠습니다. 시인 백석과의 아름다운 로맨스를 소개 했고 그때 길상사를 알았습니다.  김영한은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읽고 이 대원각 전체를 봉헌합니다. 

시가 1천억 원에 달하는 대원각을 봉헌한 김영한은 길상화라는 법명을 받게 됩니다. 다른 사찰과 참 많이 다른 곳이 길상사입니다. 이 곳을 알게 된 것이 4년 전이었습니다. 이후, 해마다 부처님 오신날이 가까워지면 이곳을 찾게 됩니다.  제가 찾는 이유는 아름다운 이야기에 홀려서 간 것은 아니고 오로지 풍경 때문입니다. 너무 아름다운 풍경을 가진 사찰이기 때문입니다. 


길상사는 성북동 고급주택가 한 가운데 있어서 그런지 마을버스가 다니지 않는 곳입니다. 평창동도 마을버스가 자주 다니지 않아서 혼난 적이 있는데 여기도 마을버스가 안 다닙니다. 그래서 항상 4호선 한성대입구역에서 내려서 길상사까지 걸어갑니다. 


길상사는 항상 연등이 아름답기로 유명합니다. 색색의 연등은 사찰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영가등 색은 모두 하얀색으로 동일합니다. 영가등은 죽은 분들의 극락왕생을 바라는 연등입니다. 올해는 유난히 이 영가등이 눈에 밟히네요. 

세월호 희생자들은 모두 극락왕생 했으면 합니다. 괴로움과 걱정과 고통이 없는 세상에 있다가 이 한국이 아닌 곳에서 다시 태어났으면 합니다. 



길상사는 여러모로 참 다릅니다. 이 성모마리아 같은 불상은 여느 사찰에서 볼 수 없는 불상이죠
왜 제가 이 불상을 성모마리아라고 했냐면 이 불상을 만드신 분이 천주교 신자이신 조각가 '최종태'가 만든 것이기 때문입니다. 천주교와 불교는 여러모로 소통도 잘하고 교류도 많습니다. 

올해는 보지 못했지만 매년 길상사 밑에 있는 성당의 수녀님들이 길상사에 오셔서 연등을 촬영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가십니다. 불상이 여자분인걸 보니 관음보살님 같으시네요. 사찰에는 많은 보살님이 있습니다. 여러 보살 중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보살이 자비로 중생을 구제한다는 관음보살입니다.  세상엔 정말 구제할 중생들이 많은데 왜 세상은 점점 탁해질까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저는 과연 세상에 신이 있고 종교가 제 역할을 다 못해서 그런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종교인이 인구의 반을 넘는다는 한국인데 왜 세상은 점점 탁해질까요?  물론, 이런 제 생각은 무지하고 무례한 생각일 것입니다. 종교 탓을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답답한 것도 사실입니다. 

특히, 이번 세월호 사고를 보면서 종교에 대한 생각은 의심을 넘어 회의까지 하게 되네요


믿고 안 믿고를 넘어서 종교에 대한 태도가 어쩌면 종교의 본질이 아닐까 합니다. 영화 '라이프 오프 파이'는 그런 종교를 바라보는 태도를 담은 영화입니다


길상사는 '맑고 향기롭게'라는 캐치프라이즈라고 하면 불경스럽고 뭐라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맑고 향기롭게'라는 문장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정말 맑고 향기로운 사찰이자 아름다운 사찰입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여기입니다. 계곡을 끼고 서 있는 의자들과  연등 그리고 바람소리 풍경소리. 이 공간이 가장 사랑스러운 공간입니다



그런데 작년에 보이지 않던 불상이 하나 있네요. 반가사유상인데 고개를 너무 90도로 들고 있어서 은은한 맛은 없습니다. 
반가사유상은 사유를 하는 그윽한 느낌이 있어야 하고 그러려면 고개가 살짝 생각하는 형태로 있어야 하는데 그런 느낌은 없네요. 

그럼에도 눈에 확 들어오는 불상인데 새소리나 바람소리를 귀담아 듣는 듯한 포즈 같기도 합니다.



길상사의 뷰 포인트는 여기입니다. 종이 있는 누각과 연등 밭이 함께 볼 수 있는 공간이죠



갑자기 비가 내립니다. 사실, 올라가기 전에 비가 한 두방울 씩 떨어져서 다음에 올까 했지만 기상청에서 구름 사진을 보니 지나가는 비더군요. 그래서 곧 그치겠지 하고 눌러 앉았습니다. 



그래도 비가 굵어지자 좀 불안하긴 하네요. 그러나 기상 위성사진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비는 곧 그쳤습니다. 





비가 그친 하늘을 보면서 연등에 불이 들어오기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스님들이 기거하는 전각에도 불이 켜지고 



꽃들도 저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사찰에 가면 흔하게 볼 수 있는 귀여운 동자승과 석가모니입니다. 


드디어 불이 켜졌습니다. 많은 시민들이 이 광경을 보기 위해서 많이들 올라오셨습니다. 


솔직히, 올해는 다른 사찰을 가볼까 했습니다. 매년 찾으니 좀 지겨운 것도 있었고요. 그러나 길상사 만큼 아름다운 연등이 있는 곳도 쉽게 찾아지지가 않습니다. 




길상사 연등이 아름다운 이유는 연등 색이 다양합니다. 붉은색, 녹색, 노란색 3가지의 색과 함께 위 사진처럼 나무 가지에 주렁주렁 알사탕처럼 엮어 놓아서 시각적인 감동이 엄청납니다. 이건 정말 직접 눈으로 봐야합니다. 아무리 잘 찍어도 사진보다 실제가 더 좋습니다





마치, 할로윈데이의 호박 같기도 하네요






구글 카메라 앱으로 촬영한 파노라마 사진인데 파노라마 사진은 스마트폰이 훨 편하고 좋네요. 










하늘에 뜬 초생달과 별 그리고 연등이 바람에 나부낍니다. 바람이 많이 불던 날, 그 바람이 세월호 희생자들의 넋이 펄럭이는 것 같아서 좀 우울하기도 했습니다.  뭘 해도 항상 마음은 세월호 사고에 머물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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