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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세상에 대한 쓴소리

사람이 쓰러져 있어도 모른체 지나가는 방관자 효과를 직접 경험하다

by 썬도그 2014. 3.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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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경에 읽었던 <스키너의 심리상자>는 우리 일상에서 벌어지는 수 많은 인지부조화와 사회병리적인 상황과 사람의 심리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한 아주 좋은 책입니다. 이 책에는 <방관자 효과>라는 단어를 소개하는 일화가 있습니다. 


책임감이 분산 되는 방관자 효과

<스키너의 심리상자>에 담긴 방관자 효과에 대한 일화를 먼저 소개합니다.
1964년 3월 13일 금요일 뉴욕 퀸즈 지역에서 제노비스라는 여자가 일을 마치고 새벽 3시에 귀가하다가 아파트 앞에서 무참히 칼에 찔리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제노비스는 고통의 단말마와 함께 살려달라고 외칩니다. 이 소리에 새벽에 깬 아파트 주민들은 불을 켜고 제노비스를 내려다 봅니다. 도와달라는 소리는 계속 되었지만 제노비스는 그대로 사망하고 맙니다. 

몇몇 주민들이 불을 켜고 사태를 파악했지만 단 한명도 경찰에 신고를 하지 않았고 그 때문에 제노비스는 고통 속에서 죽었습니다. 단 한명이라도 경찰이나 911에 신고를 했으면 제노비스는 죽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단 한명도 신고를 하지 않아서 제노비스는 죽었습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말이 돼?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가끔 이런 사건들이 꽤 일어납니다.
중국에서도 많이 일어나지만 한국에서도 일어납니다. 2010년 6월 17일 서울 잠실에서  인도의 한 국제고등학교에서 알게된 선후배 사이인 유학생 3명은 입대 환송회를 하다가 귀가 하던 20대 행인과 어깨를 부딪혔고 이 사소한 시비 때문에 3명은 20대 행인을 집단 폭행 했습니다. 

행인은 쓰러졌고 이들은 택시를 타고 달아납니다. 주변에 다른 행인들이 있었는데 이 행인들 중 아무도 신고를 하지 않았습니다. 가해자들은 경찰에 붙잡혔는데 이들은 인터뷰에서  "옆에 계신 분들이 신고 할것라고 생각했어요"라는 말을 했습니다. 

왜 이러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책임의 분산 효과 때문입니다. 저 사람이 신고하겠지, 혹은 누군가가 신고하겠지라고 생각들을 합니다. 이는 행인이 많으면 많을수록 분산 효과가 더 커집니다. 혼자 지나가다가 쓰러진 사람을 발견하면 "내가 신고 안 해서 죽으면 내 책임이 될 수 있겠네"라는 생각이 들게 되지만 수 많은 사람이 지나다니면 누군가가 하겠지 난 갈길 가야겠다라고 생각하죠. 

이걸 바로 <방관자 효과>라고 합니다. 



<직접 목격한 방관자 효과>

좁은 인도를 내려가고 있었습니다. 짐을 내리고 싣는 트럭이 인도를 막아서 짜증내하며 차도로 내려 갔다가 뒤에서 버스가 빵빵 거려서 더 짜증나 있었는데 김밥집 앞에 모자를 쓴 한 30대나 되는 남자가 큰 대자로 누워있었습니다. 보아하니 낮술을 먹고 쓰러진 듯 하더군요. 

그래서 저도 처음에는 지나쳤습니다. 그런데 혹시, 취객이 아닌 병 때문에 쓰러진 사람이라면 사람의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고 취객이라도 해도 날이 쌀쌀해서 입이 돌아갈 수 있는 등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고 생각해서 가던 길을 멈췄습니다. 

그리고 지켜보니 사람의 왕래가 많은 곳이라서 그 앞을 단 30초 안에 10명이 지나갔지만 그 누구도 쳐다만 볼 뿐 신고를 하지 않더군요. 핸드폰을 꺼내서 신고를 하려고 했는데 마침 형광조끼를 입은 의경 3명이 제 앞을 지나가더군요. 누가 신고 했구나!라고 생각하고 가려는데 의경 3명은 편의점으로 들어갑니다. 

아! 신고를 한 게 아니구나라고 판단이 들었고 편의점에서 나오는 의경에게 저기 바로 앞에 쓰러진 사람이 있다고 알려줬습니다. 의경 3명은 다가가더니 이리저리 살피면서 경찰차를 불렀습니다. 5분도 안 되어서 순찰하던 경찰차가 도착했고 경찰 2분이 일으켜 세우더군요.


일으켜 세우니 정신이 드는지 기우뚱 거리면서 일어납니다. 섣부르게 판단해서는 안 되겠지만 취객 같아 보이네요. 그래도 움직이시니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제 가던 길을 갔습니다. 

약 3분 간 의경들이 나오길 기다리면서 지켜 봤고 한 30명에 가까운 행인들이 지나갔지만 그 어느 누구도 핸드폰으로 신고를 하지 않더군요. 말로만 듣던 방관자 효과를 직접 보니 좀 씁쓸하네요. 사람 심리가 그렇다고 하니 다음부터 이런 상황이면 적극적으로 신고를 했으면 합니다

참고로 <스키너의 심리상자>에서는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지나가는 사람에게 도와주세요!라고 하기 보다는 거기 청바지 입은 아가씨 저 좀 도와주세요!. 거기 모자 쓴 아저씨 저 좀 도와주세요라고 한 사람을 지목해서 도와달라고 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한 사람을 지목하게 되면 분산 된 책임이 한 사람에게 집중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이 생각보다 꽤 많이 보게 됩니다. 지하철 역에서 쓰러져 자는 사람이나 길에서 쓰러져 있는 사람들, 특히 밤에는 취객이겠거니라고 생각하고 지나가는데 취객이라도 경찰에 신고를 해주세요. 혹시 모르잖아요. 사람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행동이기도 하니까요.  신고했다고 경찰이 잡아먹지 않습니다. 남이 하겠지가 아닌 내가 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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