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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론 서바이버, 전우애와 인간애를 잘 버무린 디테일이 좋은 영화

by 썬도그 2014. 3.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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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극도로 싫어하고 혐오하지만 밀리터리 액션물은 좋아합니다. 아이러니하다고 할까요? 밀리터리에 대한 관심은 어렸을 때부터 있었지만 전쟁에 대한 참상을 나이 들어서 많이 알게 된 후 전쟁 자체는 극도로 싫어합니다. 그러나 밀리터리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많습니다. 특히 전쟁 무기인 전투기나 소총, 전차등의 군수 물품에 대한 관심은 아직도 많네요.

아마도 대한민국 남자라면 밀리터리에 대한 관심이 누구나 다 관심을 가질 것입니다. 요즘은 군대를 예능 소재로 다루는 프로가 인기가 많을 정도로 전국민이 군대에 대한 거부감보다는 친근감을 보이고 있습니다. 제가 가장 기억에 남고 좋아하는 밀리터리 영화는 '발지 대전투'이고 그 다음이 '라이언 일병 구하기'입니다. 그 다음을 꼽으라면 미드 '밴드 오브 브라더스'입니다. 

특히, 라이언 일병 구하기나 밴드 오브 브라더스는 전쟁을 미화하고 우리편이 최고다라고 말하기 보다는 대의를 위해서 자신의 생명까지 희생하면서 모습은 인간애까지 느껴지게 합니다. 전쟁은 위정자나 시대적인 흐름에서 일어나지만 군인들이 총을 들고 자신의 목숨을 걸고 지키는 모습 뒤에는 국가도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옆에 있는 동료와 내 뒤에 있는 가족들을 지키기 위함일 것입니다. 

이런 대의 앞에서 자신을 산화하는 밀리터리 영화들은 큰 감동을 줍니다. 가끔 군 홍보영화 같은 영화 즉 80년대의 우리는 절대 선이고 적은 악마로 묘사하는 배달의 기수 같은 드라마나 영화들은 21세기에는 통하지 않습니다. 

이런 모습을 잘 알고 있기에 군대를 다룬 영화들은 최근에 우리는 절대 선이고 적은 뿔난 악마로 그리지 않습니다. 영화 '론 서바이버'는 이런 흐름을 잘 알고 있는 영화입니다.


'군대 홍보 영화인 줄 알았던 론 서바이버' 

'론 서바이버'는 지난 겨울 전 세계를 강타한 '겨울왕국'의 흥행 1위를 끌어내린 영화입니다. 이 영화가 조만간 한국에서 개봉할 예정입니다. 남들보다 아주 빠르게 먼저 이 영화를 볼 기회를 가졌습니다. 

'론 서바이버'는  2005년 6월 아프카니스탄에 파견된 미국 최정예 부대인 '네이비 씰' 대원들의 생존기를 다룬 영화입니다. 
저는 아프카니스탄 전쟁을 좋게 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무리하게 아프카니스탄을 침공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침공까지는 이해를 합니다. '빈 라덴'이라는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인 탈레반 소탕을 위한 침공인 것은 이해하지만 무고한 민간인들을 많이 희생한 전쟁이기 때문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소련도 아프카니스탄의 험준한 지형과 탈레반의 게릴라식 전투로 두 손을 들고 나왔고 미국도 최근에 손을 털고 나온 전쟁이기도 하죠. 

오늘 CGV에서 하는 '제로 다크 서티'가 빈라덴 사살 작전을 다룬 영화이고 이 영화는 당위성이 아주 좋긴 하지만 아프카니스탄에서 많은 전투를 하고 많은 미군과 아프카니스탄의 많은 민간인이 희생 당했지만 '빈 라덴' 하나 죽는다고 탈레반이 와해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 때문에 이 아프카니스탄의 전쟁을 탐탁치 않게 봅니다. 

그래서 우려도 많았습니다. 론 서바이버가  미국님 만만세! 또는 람보 같이 적들은 무식하고 뿔달린 우매한 종족이고 영웅에 가까운 미군의 활약상을 다룬 영화라고 지레짐작을 했습니다. 이 짐작은 영화 초반에 더 크게 증폭합니다. 영화는 시작하자마자 '네이비 씰' 대원들의 혹독한 실제 훈련 장면을 보여줍니다. 해병대의 이가 갈리는 혹독한 훈련 이상을 하는 미해군 소속의 특수부대 '네이비 씰'의 토 나오는 훈련 장면을 볼때 까지는 군 홍보 영화구나 생각 했습니다. 

그러나 영화를 다 보고 나서는 그런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 론 서바이버는 제 생각과 다르게 군대 홍보 영화도 아니고 미군님 최고!라고 외치는 영화가 아닌 전우애와 인간애를 절묘하게 버무린 꽤 잘 만들어진 밀리터리 영화였습니다. 


2005년 레드 윙 작전을 영화로 만든 '론 서바이버'


영화가 시작되면 블랙호크 헬기에 후송되는 마커스 러트렐 하사관(마크 윌버그 분)의 모습이 보입니다. 총상과 큰 상처를 입은 마커스는 심폐 소생술까지 받습니다. 그리고 영화는 3일 전으로 타임 워프를 합니다.

3일전 마커스, 머피 중위(테일리 키취 분)와 매듀 등의 네이비 씰 대원들의 한가로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들은 미국에 있는 가족들과 인터넷으로 연락을 하면서 정의를 구현하는 군인의 모습이 아닌 직업 군인 답게 돈을 벌어서 아내에게 아라비아 종 말을 사주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전쟁도 하나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미군들의 시선을 여과 없이 보여줍니다. 여기서 부터 이 영화가 미국에 대한 혹은 미군에 대한 찬양을 담은 영화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4명의 대원은 치누크 헬기를 타고 레드 윙 작전에 투입됩니다. 이 4명의 네이비 씰 침투조는 며칠 전 20명의 해병을 죽인 알카에다 지도자인 산중의 호랑이라는 별명을 가진 '아흐메드 샤'를 찾아서 사살하는 명령을 받고 침투를 합니다. 

아흐메드 샤를 정찰하고 확인이 되면 추가 병력을 요청해서 사살하는게 레드 윙 작전의 목적입니다. 그렇게 산을 넘어서 탈레반 마을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산 중턱에 거점을 만들고 '아흐메드 샤'를 발견하고 본부에 무전을 때리려고 했지만 통신이 좋지 못해서 사살 명령을 받지 못합니다. 이때 양을 치는 아프카니스탄 주민 3명을 만나게 됩니다.

이 4명의 대원은 갈등하게 됩니다. 이 3명을 잡아 놓긴 했지만 살려주면 이 주민들이 탈레반에게 바로 보고를 해서 자신들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면서 죽이거나 여기에 묶어 놓고 가자고 말하는 팀원과 민간인을 학살하면 CNN에서 떠들 것이고 도의적으로 그럴 수 없다면서 풀어주자는 의견으로 갈립니다. 이에 머피 중위는 본부와의 연락을 통해서 결정을 하려고 하지만 통신이 되지 않습니다. 머피 중위는 명령은 투표가 아니라면서 풀어주는 쪽으로 판단을 내립니다. 


머피 중위가 풀어주라고 판단한 이유는 작전 취소를 본부에 알리고 헬기로 구조 요청을 하면 절차대로 무사 귀환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머피 중위가 판단한 산 정상은 산 정상이 아니였고 그곳에서도 위성전화와 무선통신이 되지 않아서 본부에 구조 요청을 하지 못합니다. 이때부터 이 영화는 액션 영화로 돌변합니다.  풀어주었던 양치기들이 마을로 내려가서 수백명의 탈레반을 끌고 올라왔기 때문입니다. 


규모의 미학이 아닌 디테일한 전투 장면이 가득한 '론 서바이버'

탈레반 수백명 vs 네이비 씰 대원 4명의 전투는 이 영화의 주요 액션 장면입니다. 
액션 영화라고 하기 보다는 실제 있었던 일을 재현했기에 드라마라고 봐야 하겠네요. 숲에서 싸우는 전투씬은 아주 리얼하고 디테일합니다. 소총과 저격총 RPG라는 견착포와 수류탄이 난무하는 전장터는 실제 전장터를 그대로 재현한 듯, 뛰어난 디테일을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4명의 대원들이 탈레반에 쫒겨서 바위에서 굴러 떨어지는 장면은 대충 구르는 것이 아닌 구르면서 바위나 나무 등에 부딪히는 모습이 고개를 돌리고 싶을 정도로 생동감 있게 그립니다. 

또한, 전투장면은 FPS 게임을 연상케 하는 1인칭 시점도 수시로 보여줍니다. 아무래도 전투씬 자체가 큰 규모가 아니라서 디테일에 크게 신경 쓴 듯 합니다. 4명의 대원은 고립무원에서 악전고투를 합니다. 그 과정이 핏빛 얼굴에 가득 담깁니다. 이런 와중에도 자신 보다는 동료들의 안위를 걱정하는 모습은 이 영화의 큰 주제입니다. 



전우애와 인간애가 씨줄과 날줄이 되는 영화 '론 서바이버'

이 영화는 군 홍보영화 같이 시작했지만 주제는 전우애와 인간애입니다. 뭐 그것도 군 홍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영화를 끝까지 보면 군 홍보영화라는 느낌은 많이 지워집니다. 전쟁터에서 병사들이 주저하다가  총을 쏘는 이유는 집에 있는 가족과 민족과 국가를 위해서가 아닙니다. 바로 옆에 있는 전우가 죽으면 그때 총을 들게 됩니다.

이 영화는 그런 전우애를 깊게 다루고 있습니다. 온 몸에 총알 투성이지만 자신보다 동료의 안위를 먼저 생각하는 모습을 영화 내내 보여줍니다. 


이 악전고투의 전투가 이영화의 초반을 장식합니다. 전투 규모는 크지 않지만 4명의 대원간의 끈끈한 전우애가 영화 내내 눈을 돌릴 수 없게 만듭니다. 특히 카메라 워크가 대단히 좋네요. 특별한 기교를 부리지 않고 실제 치누크와 블랙호크 아파치를 띄워서 촬영한 점도 눈 여겨 볼만 합니다. 보통 이런 규모 있는 강습 장면은 CG로 처리할 수도 있지만 미군에서 적극 협조 했는지 실제로 촬영을 했더라고요.  전투 장면은 최근에 본 밀리터리물 중에서도 가장 리얼함이 뛰어났습니다. 마치 내가 전장터에 있는 것처럼 디테일이 대단히 좋아서 몰입도가 무척 뛰어납니다. 

미국 드라마가 흥미로운 것은 이야기 전체는 크게 재미있는 것 같지 않지만 쪼는 맛이라고 하는 디테일이 최강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표현이 맞을 지 모르겠지만 론 서바이버는 전투씬의 쪼는 맛이 상당합니다. 어떻게 소총 무기류로 싸우는 전투가 이렇게 긴박감이 있고 몰입도가 높을까? 할 정도로 아주 훌륭한 전투씬을 담고 있습니다., 



론 서바이버 후반은 전투가 끝이나고 생존자인 론이 아프카니스탄 부족의 도움을 받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 부분은 더 자세히 다루면 영화 보는 재미가 없기에 자세히 다루지는 않겠지만 영화는 전투애와 인간애를 아주 잘 섞어 놓았습니다. 




전쟁은 아군과 적군이 아닌 선과 악의 대결이다

어린 시절 북한 사람들은 모두 뿔이 달려 있는 악마들인 줄 알았습니다.  이렇게 편견을 가지게 된 이유는 철저한 반공 교육 때문입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고 민주화가 되면서 이런 생각은 바뀌게 되었습니다. 북한에도 우리와 같은 말을 쓰고 같은 문화적 연대를 가진 같은 민족이 살고 있었습니다. 

전쟁은 아군과 적군과의 싸움입니다. 아군은 천사, 적군은 악마라고 흔히들 생각합니다. 
그러나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적군도 아군도 각자의 당위를 위해서 전쟁을 합니다. 따라서 각자의 신념에 따라서 총을 쏩니다. 중요한 것은 상대의 당위와 우리의 당위가 충돌 했을 때 어떤 당위가 인류 보편적이고 설득력이 있느냐에 따라서 국제 여론과 외부의 시선은 옹호냐 비판이냐로 바뀌겠죠.

예를 들어 이라크 전쟁 같은 경우 미군은 평화 수호의 당위를 가지고 전쟁에 참여하지만 911테러의 당사자인 빈 라덴은 아프카니스탄에 있고 이라크에 있다는 대량살상무기는 전혀 없어서 전쟁의 당위가 떨어지게 됩니다. 결국, 이라크전은 추악한 전쟁이라는 오명을 얻게 됩니다. 

이런 당위에는 거대한 당위도 있지만 개개인의 당위도 있습니다. 
영화 '론 서바이버'에서 양치기 민간인을 사살했다면 살인자라는 오명을 쓰게 됩니다. 그러나 그들을 풀어줌으로써 자신들이 위험에 처할 수도 있습니다. 그걸 알면서도 풀어주는 머피 중위의 행위는 선입니다. 그러나 그 선이 꼭 선으로 돌아오지는 않습니다. 풀어준 양치기는 뒤도 안 돌아보고 마을로 내려가서 탈레반에게 미군들이 있다고 보고 합니다. 

이 양치기는 악합니다. 선의를 악으로 받아쳐죠. 여기까지만 보면 아프카니스탄 민족에 대한 편견이 생길 수 있고 흔한 람보류의 영화가 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영화 후반에는 아프카니스탄의 한 부락이지만 탈레반과 맞서 싸우는 부족도 나옵니다. 또한, 이 부족은 자신들의 마을 전체가 위협에 빠지는 것을 무릅쓰고 미군을 돕습니다. 이렇게 영화는 미군과 탈레반의 대결구도도 나오지만 그 안에서 벌어지는 수 많은 선택을 통해서 선과 악이 아군과 적군이 아닌 우리 안에서 일어나는 것을 담고 있습니다. 아군의 민간인 학살은 분명 악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걸 과연 악으로 바라보고 지적 할까요? 이런 물음을 가지게 하는 영화입니다. 

론 서바이버에는 배틀쉽과 존 카터의 주연배우인 테일러 키취와 에릭 바나, 마크 윌버그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배우들의 열연도 볼만 한 잘 만들어진 밀리터리 영화입니다. 저는 꽤 흥미롭게 봤지만 이 영화는 미군 홍보 영화라는 시선을 완전히 배재할 수 없습니다. 이게 가장 큰 약점이자 어쩔 수 없는 아쉬움일 수 밖에 없습니다.

미국인들이야 자국의 군인들의 활약상을 보는 재미가 있을지 몰라도 과연 한국인들이 이 영화를 그렇게 볼까?에는 의문이 듭니다. 그럼에도 밀리터리 매니아나 군 문화를 좋아하는 남자 분들에게는 흥미로운 영화일 것입니다. 




론 서바이버 (2014)

Lone Survivor 
9.4
감독
피터 버그
출연
마크 월버그, 테일러 키취, 벤 포스터, 에릭 바나, 토미 오라일리
정보
액션, 드라마 | 미국 | 121 분 | 2014-04-03
글쓴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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