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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세상에 대한 쓴소리

한국의 스포츠 민족주의를 조롱한 듯한 러시아

by 썬도그 2014. 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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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쓴 << 소치 동계 올림픽에서 터진 엘리트 체육의 병폐 5가지 >>라는 글은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그냥 내 생각을 내뱉듯 적었는데 언론사에서 연락이 올 정도로 인기가 많았습니다. 참고로 언론사 특히 조중동은 어떠한 협조나 인터뷰를 앞으로 평생 할 생각 없으니 관심 가져주지 마세요. 

저는 이번 소치 올림픽 보다가 말았습니다. 여전히 한국인들의 민족주의 적인 성향에 질려버려서 보다가 말았습니다. 적당한 민족주의라면 누가 뭐라고 하겠습니까만, 이 민족주의와 전체주의가 만나면 그게 바로 나치가 되는 것입니다. 히틀러는 독일의 민족주의를 자극해서 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고 일본 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문제는 한국이 구시대의 산물인 민족주의를 아직도 국가 운영체제로 이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직도 애국심 마케팅이 먹혀 들어가는 나라가 한국이고 정치인들은 자신들에게 불리한 사건이 터지면 독도는 우리땅!이라고 외칩니다. 왜 외칠까요? 어그로 끄는 만병통치약이 바로 독도와 태극기이기 때문입니다

적당한 애국주의 민족주의는 하나라는 소속감을 느끼게 해줄 수 있지만 이 민족주의가 도를 넘어버리면 극단적 애국주의인 징고이즘으로 변질되어서 이성적 판단보다는 광끼어린 행동들이 상식이 되어버립니다. 나치의 유태인 학살도 이 징고이즘의 결과물입니다. 


러시아 선수를 응원한 한국

한국은 스포츠도 민족주의적인 시선으로 관람합니다. 평소에는 하지도 관심도 없는 종목이 결승에 올라가면 온 가족이 모여서 대한민국을 외칩니다. 여기까지는 괜찮습니다. 자국 선수를 응원하는 것은 전 세계의 공통적인 행동이니까요.  그러나 이번 소치 동계올림픽은 묘한 풍경이 하나 보여졌습니다.

러시아 대표로  빅토르 안 선수를 한국인들이 응원했습니다. 
응원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빙신연맹이라는 이름이 더 어울리는 빙상 연맹의 무능과 파벌 그리고 엘리트 스포츠의 병폐와 구타 사건 등등 다양한 이유 때문에 안현수 선수는 운동만 할 수 있는 러시아로 귀화를 했고 러시아 국가대표로 출전해서 무려 3개의 금메달을 땁니다. 

안현수는 빅토르 안으로 불리면서 러시아는 안현수를 무등에 태워서 좋아하고 있고 이런 모습에 한국분들은 빙상연맹을 집단 구타하고 있습니다. 많은 한국 사람들이 안현수를 응원했습니다. 그 이유는 한국에서 버림 받은 안현수에 대한 동정과 함께 한국의 무능한 빙산 연맹이 욕먹을 것을 즐기기 위함도 있었을 것입니다. 미국의 한 언론은 이런 묘한 풍경을 뉴스에 담기도 했습니다. 러시아 선수를 응원하는 한국이라는 그 뉴스는 이방인에게는 이상하게 보였을 것입니다. 


안현수가 메달을 하나도 못 땄다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전 이 모습을 보면서 여러 생각이 들더군요. 안현수가 금메달뿐 아니라 아무런 메달을 따지 못했다면 어땠을까요? 아니 예상대로 한국 남자 선수들이 금메달을 2개 이상 따고 안현수가 하나도 따지 못했다면 이렇게 까지 광분을 했을까요? 모르긴 몰라도 한국 선수가 메달을 휩쓸었다면 빙신 연맹이라는 소리는 잦아 들었을 것입니다. 뭐 김연아 은메달 때문에 욕을 먹긴 했었겠지만 적어도 한국 남자 쇼트트랙의 노메달과 안현수의 금메달 때문에 크게 흥분을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여전히 우리는 메달 지상주의자들이 가득한 나라니까요.  러시아에 맡겨둔 메달 찾아오는 것을 올림픽으로 아는 사람들이 참 많은 나라니까요. 물론, 예전보다는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방송3사와 언론은 금메달만 좋아합니다. 



스포츠와 민족주의가 결합되어 귀화 선수를 너그럽게 보지 않는 한국


전 이런 생각도 해봤습니다. 러시아는 왜 동양인 선수를 자신들의 국가대표로 발탁 시켰을까? 반대로 한국이라면 가능 했을까? 예를 들어 스키 잘 타는 백인이 독일 국가대표에서 탈락한 후에 보다 쉽게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는 한국을 선택하고 자신을 올림픽에 출전 시켜달라고 부탁을 하면 한국은 들어줄까요?

안현수 선수가 러시아 국가대표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안현수의 올림픽 출전 욕망과 러시아의 금메달에 대한 욕구가 화학 반응을 일으켰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안현수가 세계적인 선수라고 해도 러시아가 우리는 러시아 태생 선수가 아니면 국가대표 자리를 줄 수 없었다고 했다면 안현수는 이번 소치 올림픽에 나갈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2개의 욕망이 잘 맞았기 때문에 금메달 3개가 가능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금메달을 따기 위한 편법이라면 편법이 귀화선수를 올림픽에 출전 시키는 것입니다. 
그러나 요즘은 이걸 편법이라고 크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전 세계 스포츠계의 흐름은 귀화선수를 적극 활용하고 너그럽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이 귀화 선수에 대한 유혹을 한국도 많이 받았습니다만 아직까지는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민족주의 성향 때문입니다. 특히 인기 스포츠일수록 이런 경향이 더욱 강합니다. 

찾아보면 한국도 귀화 선수들이 좀 있긴 했습니다. 
대표적인 선수가 화교 출신은 후인정, 2008년 베이징 올림픽때 국가대표로 뛰어 단체전 동메달을 딴 중국 출신의 당예서와 농구의 혼혈 선수인 이동준이 대표적입니다.  그러나 많지 않는 편이고 귀화도 비슷한 외모인 중국 또는 화교이거나 한국인 부모님을 둔 혼혈 선수 정도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몇년 전 그리고 지금도 축구 국가대표로 라돈치치라는 귀화 선수를 축구 국가대표로 선발하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여전히 한국의 민족주의 성향 때문에 귀화선수가 한국 축구 국가대표가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반면, 일본은 예전부터 귀화 선수를 축구 국가대표에 선발하고 있습니다. 



스포츠 민족주의를 넘어서 스포츠 자체를 즐겼으면 한다


귀화 선수라는 치트키를 사용하면서까지 금메달을 따는 것이 과연 합당한가?라는 물음을 우리는 하게 됩니다. 
국가대표=한국인(한국태생)이라는 시선이 강합니다. 다국적, 다인종 팀을 원한다면 용병이 뛸 수 있는 프로리그 경기를 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국가 대항전인 국가대표에 대한 개념도 많이 느슨해졌습니다. 파란눈의 선수가 일본 대표로 뛴다고 손가락질 하지 않습니다. 

해외 언론들이 안현수라는 동양인 선수가 러시아 국기를 달고 뛴다고 이건 반칙이야!라고 하나요? 오히려 왕년의 스타가 다른 국가 국가대표가 된 이유만 궁금해하고 3관왕을 축하해줄 뿐입니다. 우리가 그렇게 목숨같이 여기는 해외반응이 이럴진데 우리가 꼭 한국 태생의 선수만 국가대표로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이런 시선 즉, 한국 태생의 한국인만이 한국 스포츠 국가대표가 되는 이 강력한 결속은 우리안의 민족주의 성향 때문이라고 봅니다. 이미 서양에서는 19세기와 20세기의 나치와 파시즘이 강력한 민족주의를 바탕으로 한 것이고 그 민족주의가 지나치면 상식마져도 쉽게 파괴 되는 모습을 보고 그 민족주의 운영체제를 버렸습니다. 

그런데 우리와 중국 일본은 여전히 민족주의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면서 국민들의 관심사도 가리고 덮어놓고 하나가 되자는 미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럴때 마다 우리는 그 정치인과 기업들의 민족주의 마케팅에 파닥파닥 낚이고 있습니다. 여전히 해외에 나가서 삼성전자 마크를 보고 저거 한국 기업이야!라고 외치고 좋아합니다. 

너 한국아니? 너 삼성전자 아니? 김치 먹어봤니?라는 말을 인삿말처럼 하는 한국인들이 많습니다. 왜 자신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나라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꺼낼까요? 한국이라는 후광을 얻고 싶은 것일까요? 

이런 민족주의 성향으로 인해 한국에 거주하는 러시아 여학생에게 사이버 테러를 하는 사람들이 생기는 것이죠. 국가와 나를 너무 결속하고 민족과 나를 결속하는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가지고 태어난 듯한 한국인들. 이런 민족주의 성향을 러시아는 안현수라는 한국 태생의 선수를 국가대표로 내보내며 조롱했습니다.

솔직히 올림픽은 이제 한 물간 스포츠 이벤트입니다. 시청률만 봐도 알 수 있죠. 80년대 같이 냉전이나 국가간의 경계가 뚜렷했던 시대가 국가 대항전이 인기를 끌었지 이제는 국가 간의 경계가 느슨한 세계적 흐름에 언제까지 민족만 외치고 있습니까? 정작 같은 민족인 북한과는 수십년 간 분단된 상태인 나라라는 것은 코메디 같아 보입니다. 

한국인의 자긍심 이전에 자신에 대한 자긍심이나 좀 챙기면서 살았으면 합니다. 한국인처럼 자존감이 없는 사람들은 항상 외부 반응에 휩쓸려서 살아갑니다. 남의 시선을 너무 의식한다는 자체가 자존감이 없다는 증거이니까요.  민족주의는 이제 구태입니다. 좀 버렸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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