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은 온라인 광고 회사로 수익을 내고 있습니다만, 광 케이블 사업이나 해저 케이블, 태양광 사업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회사입니다. 그럼에도 구글의 핵심 사업은 소프트웨어 쪽이고 주요 매출과 사업도 소프트웨어입니다. 다만, 다른 회사와 다른 점이 있다면 그건 바로 검색 엔진이라는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정보 꿀단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구글을 통해서 마케팅을 설명하고 있는 '내가 알아야 할 마케팅의 모든 것은 구글에서 배웠다'
이 책의 가장 큰 실책은 너무 긴 책 제목입니다. '구글 마케팅'이라고 하면 너무 아쉬웠을까요? 그렇다고 부제를 사용하지 않고 그냥 부제를 제목으로 담아 버렸네요. 책 마케팅적인 측면에서는 너무 긴 제품은 집중력을 떨어트리는데 이에 대한 통찰은 없었나 봅니다. 하지만, 책 제목의 아쉬움과 달리 이 책은 마케팅을 업으로 하는 분들에게는 꼭 읽어 볼만한 책입니다.
이 책은 독특하게도 구글을 통해서 마케팅의 핵심을 꼼꼼하고 다양한 예제로 소개를 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포춘지가 선정한 500대 기업의 마케팅 부분에서 컨설턴트로 활약해온 '아론 골드먼'입니다. 구글리레슨닷컴(http://googleylessons.com/) 을 통해서 독자와 피드백을 하는 뛰어난 스토리텔러이기도 합니다. 이 책은 2013년 국내에서 출간되었지만 책 내용을 보면 2010년에 멈춘 것으로 봐서는 2010년 경에 미국에서 출간되었다가 3년 후에 국내에서 소개된 책 같네요. IT분야의 3년은 다른 분야의 10년과 맞먹기에 이런 3년의 차이가 분명 좋지는 않지만 책을 읽어보면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연관성, 이것이 바로 마케터인 당시에게 주어진 도전 과제다. 당신의 회사를 어떻게 연관성 있게 만들 것인가? 그렇게 해서 고객과 잠재 고객이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할 것인가?
<내가 알아야 할 마케팅의 모든 것은 구글에서 배웠다 중에서>
이 책은 이런 식의로 구글의 인기 비결과 구글 서비스의 성공 비결 혹은 구글 서비스의 특징을 마케팅과 접목시켜서 소개하는 스토리텔링이 무척 뛰어난 책입니다. 총 21개의 챕터로 이루어져 있는데 곳곳에서 새겨들을만한 이야기들이 툭툭 튀어나오네요
예를 들어 챕터 2, 대중의 지혜를 빌려라에는 이런 말이 나옵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포커스 그룹이라고 해서 시장을 대표하는 각계각층의 사람을 선정해서 테스트를 하거나 의견 청취를 합니다. 하지만 이런 특정한 사람들을 선택한 후에 의견을 듣는 것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그 사람들보다는 오히려 홈페이지를 활성화시켜서 자유 게시판이나 고객 게시판을 오픈해서 많은 의견을 듣는 것입니다
분명, 악질 선동꾼들도 있을 것입니다. 근거 없는 제품에 대한 흠집 내기를 하는 분들이 있지만 커뮤니티가 활성화되면 오히려 다른 사용자에게 공격을 받고 정화가 됩니다. 좋은 예로 아이리버 신화를 쓰던 초기, 아이리버는 뛰어난 커뮤니티를 가진 회사였습니다. 고객들의 진지한 질문과 의견을 바로바로 피드백하고 개선하면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렇게 사용자를 충성 고객으로 그걸 넘어서 제품 전도사로 탈바꿈시켰습니다.
이런 핵심 커뮤니티를 잘 키우는 것이 포커스 그룹에서 의견을 듣는 이상으로 더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요즘 한국기업을 이런 커뮤니티가 발달한 회사가 없죠. 대부분의 고객센터는 비공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는 니들 말 필요 없다. 우리는 우리가 항상 옳고 니들은 불만쟁이 들일뿐이다라고 생각하는 편협스러운 시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챕터 5, 콘텐츠 역할을 하라에서는 구글의 페이지랭크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구글 검색 알고리즘은 2004년이나 2014년이나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신뢰도 높은 웹페이지가 링크한 사이도 신뢰도가 높다는 논리로 웹사이트마다 순위를 매깁니다. 내 블로그가 높은 페이지랭크를 받으려면 다른 블로그나 다른 웹사이트에 많이 링크가 되면 될수록 좋은 블로그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죠. 이렇게 링크의 개수로 신뢰도를 구축하는 페이지랭크 시스템으로 구글 검색 상위에 나오느냐 못 나오느냐가 나뉩니다.
구글은 어떤 기업의 홈페이지가 검색 상위에 노출 되려면 보다 많은 콘텐츠를 쌓으라고 채근하고 있습니다. 그래야만 다른 사람들이 그 기업이 홈페이지를 링크하고 즐겨찾기 하기 때문입니다. 제 블로그의 인기 포스팅 중 하나는 TFT-LCD 기술에 대한 포스팅입니다. 그 포스팅은 책과 함께 가장 많이 참고한 사이트는 'LG 디스플레이' 홈페이지입니다. 여기에 가면 기술 정보가 많지는 않지만 잘 나와 있습니다. 제가 이 정보를 이용하고 여러 사이트의 정보를 섞어서 제 블로그에 쉽게 설명해 놓았더니 나중에는 LG디스플레이 블로그가 제 글을 소개하더군요이렇게 기업들의 웹 사이트에 기술정보나 콘텐츠 등 다양한 정보를 쌓는 자체가 홍보이자 마케팅입니다. 그러나 국내 대기업들 홈페이지에 가면 기술 정보는 거의 없고 선남선녀나 밑도 끝도 없는 과장된 단어들만 나열해 놓고 있습니다. 또한, 쓰잘덱 없이 메모리나 배터리 소모량만 늘리는 플래시로 된 웹사이트도 넘쳐나죠이'내가 알아야 할 마케팅의 모든 것은 구글에서 배웠다'는 이런 식으로 구글과 연관시켜서 마케팅에 대한 꼼꼼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구글이 따로 마케팅을 하지 않고도 인기가 있는 이유를 데이터 신뢰, 아니 데이터를 종교로 삼고 있는 구글 특유의 엔지니어링 습속에 대한 이야기도 나옵니다. 데이터를 쌓기 위해서는 시도가 중요하고 실패도 중요합니다. 실패도 하나의 데이터이기 때문이죠. 가장 못난 것이 입으로만 나불거리고 아무것도 안 하는 것입니다.
앞으로는 이런 개인 정보를 이용한 마케팅이 늘어갈 것이라고 책에서는 말하지만 동시에 개인 정보를 너무 이용하다가 오히려 소비자가 정색할 수 있다는 지적과 함께 개인 정보를 악용할 수 있는 문제점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글들도 보이는데요.
좋은 URL 법칙과 나쁜 URL 법칙을 소개한 글과 좋은 슬로건에 대한 이야기는 아주 유용하네요
효과적인 슬로건에 대한 9가지 특징 1. 시기적절하면서 유행을 타지 않는다.
2. 보편적이다. (다른 언어로 번역하기 좋다)
3. 다른 기업이나 제품으로 교체될 수 없다(슬로건에 다른 회사 브랜드명을 넣어봐라)
4. 보는 사람을 생각하게 만들지만 너무 많이 생각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5. 새로운 현실이나 새로운 삶의 방식을 정의한다
6. 행동을 하게 만든다
7. 사회적인 정체성을 전달한다
8. 변화의 약속을 전달한다
9. 브랜드에 인간미를 부여한다
전체적으로 책 내용이 괜찮습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구글 검색의 영향력이 미국과 같이 절대적이지 않고 오히려 네이버를 통한 마케팅이 대부분이라서 이 괴리감은 이 책의 한국에서의 유용함을 떨어트립니다. 그럼에도 이 책이 좋은 이유는 그걸 감안해도 좋은 이야기들이 꽤 많이 담겨 있고 마케터들이 놓치고 가는 것들과 자기만족에 빠져서 주변을 보지 못하는 맹점을 지적하는 소리는 아주 좋네요.
이 책이 주장하는 내용을 간략하게 적어보면 구글처럼 단순화 시키고 주제에 집중하고 콘텐츠를 많이 생산하고 그 콘텐츠를 스토리텔링으로 자연스럽게 소개하라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