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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잉투기. 넘쳐서 잉여가 아닌 부족함을 위해 싸우는 청춘

by 썬도그 2014. 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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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여: 쓰고 난 나머지 
잉여인간 : 남아도는 사람, 세상에 꼭 필요한 사람이 아닌 쓸모 없는 사람
잉투기 : 잉여들의 투기 또는 ING + 투기, 우리는 싸우고 있다


세상 모든 사람은 쓸모가 있다고 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과연 세상 모든 사람이 쓸모가 있을까요? 히틀러가 쓸모가 있었을까요? 세상 수 많은 살인자와 독재자가 쓸모가 있었을까요? 각자 판단은 다르겠지만 분명 세상에는 쓰레기 같은 인간도 있고 쓸모 없는 사람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도의 산업화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세상 모든 것을 산업의 시선 즉 물질로 보는 경향이 심해지고 있습니다. 잉여라는 단어도 물질을 지칭할 때 사용하는 단어입니다. 과생산해서 쓰고 남은 것들 그냥 버리자니 아깝고 그냥 두자니 자리만 차지하거나 혹은 팔리지 않아서 떨이로 팔아야 팔릴지 장담을 못하는 상품들. 이런 단어가 인간이라는 단어와 함쳐지면 참혹스럽고 자괴감이 느껴지는 단어가 됩니다

잉여인간이라는 단어는 한국의 하위 컬쳐를 형성하는데 지대한 공헌을 한 디씨인사이드라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즐겨 사용하는 단어입니다. 찌질이란 단어와 함께 자주 사용되는 단어입니다. 이 디씨에는 교과서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인류학적인 사건 사고들이 참 많이 일어납니다. 아주 가끔 들어가서 뭐하는 곳인가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정말 병맛들의 향연이지만 묘하게 끌리는 재미도 있습니다. 

그 끌림이란 잘 닦인 고속도로나 일반 도로를 달리지 않고 길이 없거나 있어도 비포장 도로를 달리는 쾌감이죠.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독특한 이야기와 문화와 행동. 가끔은 패륜과 일탈이 도가 지나쳐서 법에 저촉되어 뉴스에 나오기도 하지만 그런 자유스러움이 가끔은 큰 재미를 느끼게 합니다. 아마도 한국이라는 보수사회가 만든 억압의 반발심들이 모인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뭐 요즘은 디씨의 파생상품인 일베가 제대로 일을 저지르고 다녀서 상대적으로 디씨가 온순해 보이긴 하지만 여전히 디씨는 병림픽의 향연입니다. 그럼에도 디씨는 존재해야 할 이유 자체는 있습니다. 바로 다양성 때문이죠

이 디씨에서는 몇년 전 유명한 현피가 있었습니다. 바로 칡콩팥이라는 닉네임을 쓰는 유저와 젖존슨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유저가 게시판을 뚫고 실제로 길거리에서 싸움을 하게 됩니다. 일명 현피죠. 현피는 여러가지 이유로 키보드로 시작한 싸움이 오프라인 싸움으로 이어진 것으로 가끔 뉴스에도 나오기도 합니다. 

놀랍게도 영화 '잉투기'는 이 디씨의 실제 사건을 영화로 만들어버립니다. 


종나 까인 칡콩팥 복수를 위해 싸움을 배우다

칡콩팥은 게임 아이템 거래를 위해 인천 간석 오거리에 나갑니다. 그런데 느닷없이 젖존슨이 나타나서는 칡콩팥을 뒤에서 때립니다.그렇게 개싸움이 시작됩니다. 일방적으로 맞기만 하던 칡콩팥 주변에는 많은 구경꾼들이 있는데 이들은 싸움을 말릴 생각은 안하고 스마트폰으로 촬영을 합니다.

전형적인 요즘 잉여들의 모습입니다. 이런 모습 때문에 방송과 언론과 어른들이 손가락질 하지만 이들의 세계는 그런 사회적인 상신선을 가볍게 무시힙니다. 그렇게 종나 까인 칡콩팥은 다음 날 부터 복수를 위해 젖존슨의 행방을 찾습니다. 여기저기 수소문을 하지만 행방은 알 수가 없습니다. 


칡콩팥(태식)이 화가 나는 이유는 자신이 맞는 장면이 동영상 사이트에 올려지면서 참을 수 없는 치욕감을 맞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치욕감에 치를 떨다가 주짓수라는 무슬을 가르치는 무도장에 아이디 쭈니쭈니라고 맥아리 없는 잉여 친구 희준도 같이 등록하게 됩니다. 

이 무도장에는 영자라는 여고생이 있는데 여고생 영자는 싸움을 너무나도 잘하는 고수입니다. 영자는 이 무도장 관장의 조카입니다. 그렇게 칡콩팥인 태식과 쭈니쭈니 희준 그리고 싸움 고수 영자 셋은 젖존슨을 찾으러 다니는 동시에 격투를 배워서 젖존슨과의 대결을 준비합니다. 



인터넷 문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영화 '잉투기'

왜 많은 영화들이 형사나 조폭들을 주인공으로 할까요? 평범한 사람들은 평생을 살아도 형사나 조폭을 만날 일이 없습니다. 그런데 영화 주인공만 일렬 종대로 세워보면 형사나 경찰 등 사건 사고를 자주 목격하고 담당하는 사람들이 꽤 많을 것입니다. 

오히려 우리에게 더 친근한 것은  인터넷 문화입니다. 그러나 드라마 '유령' 말고는 온라인 문화에 대해서 제대로 다룬 영화나 드라마가 거의 없습니다. 이런 면에서 영화 '잉투기'에게 후한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리니지의 '바츠 해방 전쟁'에 대한 이야기나 현실이라고 믿기지 않는 아프리카의 먹방VJ를 적극 활용 합니다. 

모르는 분들도 많겠지만 아프리카 TV에 가면 자신의 밥 먹는 장면을 생중계로 보여주면서 한 달에 1천만원을 버는 먹방VJ도 있습니다. 이해가 안가는 문화이기만 실존하는 문화이고 이해를 못한다고 손가락질을 할 문화는 아닙니다. 여고생 영자는 학교에는 관심없고 먹방VJ에서 즐거움을 찾고 있는 여고생입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스마트폰으로 아프리카TV 생중계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런 꼼꼼함과 인터넷 문화 생태계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인 모습이 이 영화의 큰 미덕이자 유의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매일 같이 접하는 인터넷, 심지어 교황은 하나님의 선물이라고 까지 하는 인터넷이란 공간을 '잉투기'는 잉여롭지 않게 잘 담고 있습니다. 


젖존슨 대신 찾은 것은 현실감 

젖존슨을 찾으러 다니면서 태식(칡콩팥)은 찾고 싶은 젖손슨은 찾지 못하고 점점 현실감을 찾아가게 됩니다. 
태식(칡콩팥)은 젖존슨을 찾으러 다니면서 자신의 현재 모습을 점점 깨닫게 됩니다. 하고 싶은 일도 뭐가 되겠다는 꿈도 없이 하루를 대충 때우자고 살자라는 허무와 목표 의식 없이 사는 태식은 젖존슨에게 얻어 맞고 명징한 목표의식이 생겼고 그 목표 의식을 주입하고 달리다보니 점점 자신의 실제 모습과 만나게 됩니다

자신에게는 심각한 고민이자 목표이지만 수 많은 다른 잉여들에게는 하나의 구경꺼리 밖에 되지 않는 현실, 외로움에 손을 내밀지만 싸움을 하라고 부축이는 주변 사람들. 그리고 그 모습을 말리기는 커녕 스마트폰으로 촬영하고 아프리카TV로 생중계하는 모습. 상식 보다는 대박!이라는 소리를 먼저하는 찌질한 인생들의 잉여스러움을 보게 되고 자신이 어떤 잉여인지 알게 됩니다. 


잉여찬미 '잉투기'

대졸자 태반이 백수로 놀고 있는 현실, 잉여는 일부일 때 잉여로써 가치가 있고 비주류의 삶을 살수 밖에 없지만 대다수가 잉여인 세상에서는 잉여가 주류가 됩니다. 이런 역전 현상을 우리는 매일 같이 목도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다치거나 안 좋은 일을 보거나 도와줘야 하는 일이 발생했는데도 먼저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는 모습이나  바로 앞에 있는 남의 불행을 이용해서 자신을 돋보이려는 한심한 작태들이 매일 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찌질한 잉여들은 일부이고 대다수의 잉여는 쭈니쭈니(희준) 같은 목표 의식도 크지 않고 꿈도 없고 그냥 뭐가 되겠지라고 사는 희준이 같은 모습일 것입니다. 감독의 의도였는지는 모르겠지만 희준이 잉투기라는 격투 대회에 출전해서 코피를 흘리고 졌지만 그 어느 때 보다 환한 미소를 짓는 모습에서 저렇게 깨지더라도 정정당당하게 깨지는 것이 진실 된 삶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잉여 중에서도 목표의식을 가진 각성하는 잉여가 있는가 하면 진짜 잉여도 있다고 느껴지네요. 


거리두기가 삶의 태도가 되어 버린 듯한 잉여들 

친목하지 말고 거리두기 한 말 많은 극우 꼴통 성향의 커뮤니티는 이 행동강력을 내려 놓았습니다. 친함이 목적인 커뮤니티인데 친해지지 말고 거리를 두라는 모습.  영자는 자신이 무술과 체력훈련을 가르친 칡콩팥이 길바닥에서 개싸움을 하자 그 모습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해서 인터넷 방송을 합니다.  

보여주기 위한 삶. 수 많은 다수에게 재미있는 모습을 무조건 중계하고 보여주면서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영자의 모습을 보면서 요즘 사람들의 정서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저도 이 인터넷이라는 공간에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영자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그래서 영자와 칡콩팥이 잉여라고 느껴지지만 좀 더 넓고 느슨하게 생각하면 나 또한 잉여라는 생각이 드네요.

윤형주의 '우리들의 이야기'가 흐르면서 영자는 모니터와 스마트폰 뒤쪽에 있는 익명의 존재들에게 반 친구들을 재료로 삼습니다. 과연 이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고 그게 건강한 삶일까요? 판단은 각자 해야 할 것입니다. 저는 칡콩팥이 현실을 직시할 때 그때부터가 잉여의 삶이 아닌 태식의 삶이 시작 될 것으로 느껴지네요. 현실 도피의 세계가 되어버린 듯한 인터넷 공간. 

그 공간에서 머물고 있다면 그 인터넷은 하나님이 준 선물이 아닌 하나님이 내린 감옥일 것입니다. 
잉투기에서 잉여들은 넘쳐서 잉여가 된 것이 아닌 현실에서 찾지 못한 것 혹은 부족함 것을 인터넷에서 찾은 잉여들 같아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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