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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변리사가 연봉 1위라고? 통계의 거짓을 말하는 '통계가 전하는 거짓말'

by 썬도그 2013. 1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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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한국은 참 좋아하는 나라입니다. 얼마 전 조사 자료를 보니 돈이 행복의 척도라고 생각하는 생각이 세계 평균 이상이더군요. 중국이야 전통적으로 돈을 좋아하고 돈이 많은 것이 성공이라는 문화가 있기 때문에 그렇다고 쳐도 한국의 돈을 숭배하는 모습, 그것도 최근에 급속하게 물질 만능주의에 물든 우리의 모습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그 어떤 기사보다 돈에 관련된 기사를 우리는 참 좋아합니다. 오늘 포털 인기 키워드를 보니 변리사라는 키워드가 떠 있네요. 

 

 

 

변리사를 클릭해보니 예상대로 변리사가 올해 최고의 연봉 직업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변리사는 특허전문 법률전문가입니다. 무려 연평균 6억 4천만 원이라고 하네요. 엄청나네요. 

 

변리사 다음으로는 변호사, 관세사, 회계사가 고소득 전문직 연봉 순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래서 '사'짜 직업들이 인기가 높은가 봅니다. 그런데 정말 변리사의 평균 연봉이 6억 4천만 원일까요? 에이! 설마 뉴스가 거짓말을 하겠어? 

전 변리사가 뜬 것을 보고 설마? 또 연봉 때문에?라고 생각 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얼마 전에 읽은 책 '통계가 전하는 거짓말'을 읽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우리가 흔하게 접하는 뉴스 속 통계가 얼마나 허술한 검증 절차와 착오와 착시 현상으로 오염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아주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통계가 전하는 거짓말'의 첫장에는 이 변리사의 연봉 1위가 거짓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 이유를 살펴보면, 변리사가 연봉 1위를 한 이유는 변리사 사업자들의 총매출을 단순하게 사업자 숫자로 나눴기 때문입니다. 수익이라는 것은 매출에서  여러 경비를 제하고 세금을 빼야 합니다. 그런데 단순하게 매출=수익이라고 판단했으니 여기서 현실과 큰 괴리감이 생깁니다. 이러저러한
제반 경비를 빼면 변리사 사무소의 수입은 약 3억 원 가까이 됩니다. 분명 이 돈도 많은 돈이고 큰돈입니다. 하지만, 변리사 사업자들이 혼자 일합니까? 그 안에는 경리도 사무장도 있을 것입니다.

아니면 변리사끼리 뭉쳐서 사무실을 차릴 경우 변리사는 여러 명이지만 1 사업자로 집계가 됩니다.  규모가 작은 변리사 사무소는 1~3명 큰 곳은 10명 이상의 변리사가 모여서 1 사업자로 등록이 됩니다.  때문에 1개의 사무소의 연평균 수익 3억 원은 다시 그 사무소 안에 있는 변리사 숫자로 나누어야 합니다. 이런저런 상황을 따져서 나오는 실제 평균 연봉은 1인당 약 6581만 원이 됩니다.


물론, 이 돈도 많은 돈이긴 하지만 아주 많다고도 할 수 없습니다. 저 연봉은 평균 연봉이라서 경력이 짧은 변리사는 더 적은 연봉일 것입니다. 또, 따지고 보면 대기업 사원 수준의 연봉일 수도 있고요. 
그런데 실제 연봉과 뉴스에서 나오는 연봉에는 무려 10배의 차이가 납니다. 왜 이런 오류가 날까요?


그 이유는 기자들 때문입니다. 요즘 '개나 소나 기자' 한다고 욕을 먹고 있습니다. 분명, 좋은 기자 똑똑하고 경륜이 많은 기자도 많지만 나이도 어리고 경험도 많지 않고 메뚜기처럼 이 부서 저 부서 옮겨 다니니 해박한 지식보다는 검색력으로 기사를 쓰는 기자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냥 마냥 국세청이 준 통계 자료만 보고 타이핑을 치니 저런 오류가 발생하는 것이죠 웃기게도
공중파라는 곳도 이런 오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웃었던 이유는 이 책이 어제 나온 책이 아닙니다. 무려 2008년에 나온 책이고 이 책에서는 2000년대 초부터 변리사가 연봉 1위라는 오보를 내고 있다면서 그걸 지적하고 있는데 기자들은 이 책 안 읽나요? 2013년 연말에 또 같은 오보를 하고 있습니다. 단언컨대, 다음 주부터 변리사 시험 학원이나 변리사에 대한 문의가 폭주할 것입니다. 이게 다 단순 무식한 기자님들 덕분입니다. 기사의 오류가 세상을 어떻게 왜곡시키는지에 대한 책임감 좀 가지고 사셨으면 합니다. '통계가 전하는 거짓말'은 1995년 한겨레 신문사에 입사해서 경제 전문 기자로 10년 간 일했고 지금은 기획재정부 출입 기자가 된 정남구가 쓴 책입니다. 5년 전 책이니 현재는 어떤 일을 하시는지는 모르겠네요. 현장 경험이 풍부한 전문 기자가 쓴 글이다 보니 이 책은 기자들과 뉴스가 실수하고 오류를 내는 통계 이야기를 제대로 집어주고 있습니다.  외국에는 이런 통계 오류에 대한 책이 여러 권 있지만 한국에는 이런 책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통계를 근거 자료로 들먹이면서 자신의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통계가 가장 객관적인 사실로 인식하고 이런 객관성을 바탕으로 주관적인 주장을 하는데요. 이 통계도 오류가 많다는 것을 이 책은 설명하고 있습니다. 

통계자료를 언론에 제공하는 사람들은 대개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언론의 오보를 유도한다. 우리는 이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통계가 전하는 거짓말 중에서>

뉴스 이면을 보는 사람만이 제대로 뉴스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단순하게 전달하는 뉴스 그대로를 섭취하면 그 뉴스에 어떤 목적성을 가진 거대 권력의 꼭두각시가 될 수 있습니다. 왜 저런 뉴스를 낼까? 하는 의문이 필요하고 파고들어봐야 합니다. 


그런 사람들이 사람들이 더더욱 의심도 하지 않는 통계의 오류를 유도 합니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내용만 보도하죠. 2009년
경으로 기억하는데 이명박 정부는 물가 상승률을 낮추기 위해서 특정 물품의 가중치를 내리거나 삭제하는 행동을 합니다. 반대로 조선일보 같은 보수 신문은 노무현 정부를 비판하기 위해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보 만을 가공한 통계를 들고 정부를 비판합니다.  예를 들어 이런 것이죠


2007년 조선일보는 '저학력 고용율 하락'이라는 기사를 내면서 노무현 정부를 비판했습니다. 기사만 보면 노무현 정부가 저학력자들의 고용률이 떨어지는데도 가만히 있다고 하는 것이죠. 이는 당시 조선일보가 노무현 정권 내내 돌림노래로 말했던 '양극화'의 한 가지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는 명백한 의도를 가진 기사입니다. 


저학력 즉 초졸인 사람들의 고용율고용률 하락은 정부의 차별이나 사회의 차별이 아닌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나이가 많은 분일수록 학력이 높지 않습니다. 이런 분들이 나이가 더 들어서 은퇴할 나이가 되니 자연스럽게 고용률은 낮아지는 것입니다. 또한, 재취업도 하기 힘든 나이니까요. 이런 자연스러운 현상을 나쁜 의도를 가지고 사실을 왜곡하는 모습은 한국 언론들이 아주 잘하는 특징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한국 언론은 결론을 정해 놓고 기사를 만든다는 소리도 하잖아요. 

잡스식 프레젠테이션의 십계명 가운데 하나로 '숫자를 의미 있게 만들어라'를 꼽았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잡스는 "지금까지 아이폰 400만 대가 팔렸다"고 말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하루 평균 2만 대 꼴이죠"라고 덧붙인다..... 추상적인 숫자를 사람들이 쉽게 알아챌 수 있는 다른 숫자로 바꾸어 표현하면 설득력이 높아진다. <통계가
전하는 거짓말 중에서>

반대로 같은 통계 내용도 얼마나 적절하고 먹기 좋게 전하느냐에 따라서 듣는 사람의 귀에 쏙쏙 박히게 합니다. 

잡스가 이런 것을 아주 잘합니다. 1년에 400만 대가 팔렸다고 하면 400만 개를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은 그냥 무지 많구나 하고 맙니다. 그러나 하루에 2만 대 또는 1초에 몇 대 식으로 우리가 본 개수로 줄여주면 통계는 좀 더 이해하고 공감하기 좋아집니다. 이 책은 수 많은 재미있는 통계 이야기를 통해서 통계 기사의 이면과 진실의 이야기, 통계 기사의 허점과 제대로 보는 법과 오류가 발생하는 이유 등등을 아주 꼼꼼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 통계기사를 그냥 받아들이기보다는 한 번쯤은 의심하고 보게 되는 습관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의심을 하지 않으려면 언론들이 진실을 말해야 하는데 진실 보다는 자신들의 하고 싶은 말의 보조 수단으로 여기니 쉽게 왜곡하는 것 아닐까 하네요.  통계 기사를 제대로 보는 힘을 길러주는데 일반인보다는 오늘 같이 대형 오보를 매년 내는 기자들이 꼭 읽어 봤으면 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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