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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영화 변호인의 주연이 송강호, 당신이여서 다행이고 감사합니다.

by 썬도그 2013. 1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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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변호인을 보고 왔습니다. 영화는 블랙 코메디였습니다. 고문 장면이 나오고 몰상식한 장면이 나와도 그냥 묵묵히 봤습니다. 우시는 분들도 많았지만 전 눈물이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세상에 너무 길들여졌나봐요. 일장춘몽을 꾼 후 악몽을 6년 째 꾸고 있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4년을 더 꿔야 한다는 것이 화도 나지만 이런 악몽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꿈을 꾸지 않으면 되기에 철저하게 꿈을 외면 하고 살았습니다.

희망, 바람, 소망? 그 따위의 헛된 욕망은 집어 던졌습니다. 한 두번 속아요? 이젠 안 속아요? 견뎌요? 필요 없어요. 그냥 무신경, 무관심 하게 살면 편해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 지난 1년 편했습니다. 그런데요. 영화관을 나온 그 눈이 내리는 거리에서 눈물이 쏟아지더라고요. 왜 영화관에서는 안 나오던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지 모르겠네요. 정체를 알 수 없는 눈물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눈을 피하느라고 혼자 멀리 떨어져서 걸었어요. 

그리고 알았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향한 그리움 때문이라는 것을요. 영화 리뷰를 쓰고 자고 싶지만 오늘은 쓸 수 없습니다. 이 감정 그대로 담았다가는 엉망이 되어버릴 듯 합니다. 하지만 고마움은 적어야 잠이 올 듯 합니다. 

돼지국밥 한 사발 먹고 싶지만 이 글로 속을 좀 풀고 자야겠습니다. 


송강호, 당신이어야만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송강호가 연기를 하지 않았다면 이 영화는 이렇게까지 큰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했을 것입니다. 변호인이라는 영화가 '인권 변호사 노무현'을 모델로 하고 있지만 모두 똑같지는 않습니다.  영화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넣어야 하는 긴장감과 드라마를 좀 더 추가 해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스토리 자체가 다이나믹하지는 않습니다. 

부동산 등기나 세금 전문을 하던 속물 변호사가 부림 사건을 통해서 인권 변호사로 변한다는 줄기는 참 좋습니다. 스토리의 힘은 좋지만 다이나믹함은 크지 않습니다. 영화 전반과 후반을 이어가는 이음새도 조금은 설득력이 떨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후반 지루할 수 있는  법정 드라마를 감독은 롱테이크 같은 기법을 사용하면서 긴장감을 놓치지 않으려고 많은 노력을 합니다. 법정 드라마의 묘미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데 있습니다. 검사와 변호사가 제시하는 논리와 증인, 증거물 등으로 인해 사건 전체가 재조립하는 과정을 보면서 끊임없이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죠.

그러나 변호인은 그런 것이 많지 않습니다. 없지는 않지만 기존 법정 드라마에 비한다면 좀 무디죠. 
특히, 실화를 바탕으로 했기에 크게 튈 수도 없습니다. 실화라는 제한된 그릇 안에서 이 영화가 후반을 이끄는 힘은 바로 송강호입니다. 

 

송강호를 처음 스크린에서 만난 것은 1997년에 개봉한 '초록물고기'였습니다
당시 아주 작은 역할인 깡패로 나왔지만 영화를 보고난 후 관객들이 실제 조폭이 아니냐고 할 정도로 뛰어난 연기를 합니다. 
이후 그는 2천년대를 지나서 현재까지 국내 최고의 톱배우 자리를 놓지 않고 있습니다. 이렇게 십 수년 이상을 톱배우로 자리하는 배우는 많지 않습니다. 쳤다하면 홈런을 치던 한석규도 2천년대 중 후반부터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지만 송강호는 푸른 소금, 하울링을 빼면 흥행에서도 항상 기대치에 부응하는 성적을 보여줍니다.



송강호 최고의 영화는 뭘까요? 송강호 필모그라피를 쳐다보고 있으니 남극일기, 관상만 빼고 다 봤네요. 송강호 팬은 아닙니다. 다만, 좀 믿음이 가는 배우 정도로 생각했는데 재미있게도 그의 영화 대부분을 봤네요. 

많은 영화을 찍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송강호 최고의 작품은 아마도 '살인의 추억'이나 '괴물'을 생각할 것입니다. 봉테일(봉준호)감독과 촬영한 영화들을 꼽는데요. 감히 말하겠습니다. 영화 '변호인'이 송강호 최고의 영화입니다. 저는 송강호의 말투와 옹골찬 투사의 모습을 보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생각 났습니다. 외모는 다르지만, 그의 말투, 행동 하나 하나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생각나게 합니다. 

특히, 법정에서의 모습은 같은 변호인단도 말릴 정도로 세상이 그냥 받아들이고 살어!라고 외치지만 유일하게 송강호가 연기한 송우석 변호사는 이건 잘못 된 것입니다!라고 소리 높여 외칩니다. 융통성이 없어 보일 수 있지만 과연, 우리는 그런 융통성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나쁜 짓을 합니까? 오히려 입바른 소리를 하는 사람을 험단하고 앞에서 뒤에서 두들겨 패서 세상에 순응하라고 강요하죠. 찢어지게 가난하게 자라고 살아서 대학도 못간 송변이 속물이 되고 그 속물이 안에 있던 속물을 게워내는 모습은 송강호였기에 가능 했습니다.  그래서 고맙습니다. 당신이어서 가능했어요. 영화 관상이 기획영화 냄새가 너무나서 안 봤는데 꼭 볼께요.  이 영화 변호사를 찍고 작품 섭외가 안 들어온다고 하는 뉴스를 봤는데 걱정 마세요. 돈은 감정이 없어서 변호인 대박나면 또 줄을 설거예요. 

이럴 때는 돈이 참 좋아요. 돈은 이념이 없고 오로지 돈을 새끼 치는데만 관심있으니까요,




변호사님아! 내 좀 도와도~~~

원로 배우라고 하기엔 너무나 젊어 보여서 조금은 당혹스러웠던 김영애씨가 연기한 국밥 집 어머니 연기는 큰 울림이 있습니다. 자식이 30일 넘게 집에 들어오지 않자. 속물이라면서 단골인 송변에게 소금을 뿌리던 국밥집 어머니는  송변 사무실 앞에서 송변을 기다리다가 이렇게 말합니다.

변호사님아! 내 좀 도와도~~~
울컥 했습니다.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것 같은 모습은 필시 자식을 잃은 애미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그 그렁거리는 눈 빛에 제 동공은 같이 흔들렸습니다. 김영애의 깊은 연기가 이 영화의 깊이를 더 깊게 만들었네요. 




곽도원! 살아있네

2011년 범죄와의 전쟁에서 검사로 나와서 단박에 이목을 집중한 곽도원은 2011년 최고의 라이징 스타 중 한 명이었습니다. 드라마 '유령'으로도 큰 인기를 끌었는데요. 아쉽게도 그가 나온 작품 모두가 다 인기를 끈 것도 아니고 각인되는 연기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였습니다. 

단언컨데, 송강호와 함께 최고의 연기를 보여준 배우는 곽도원이었습니다. 범죄와의 전쟁의 약간은 설익은 연기가 아닌 마치 악의 화신을 그대로 담았습니다. 특히, 송변과 법정에서 훈계하는 듯한 연기나 표정 하나 하나가 절대 악을 그대로 담고 있었습니다. 한 관객은 곽도원의 모습에 화가 났는지 저런 개새끼! 라는 말을 내 뱉을 정도였습니다. 

곽도원 최고의 연기였고 송변과 진검 승부를 하는 모습에서 이 배우의 에너지가 송강호 못지 않음을 느꼈습니다. 송강호도 조연에서 시작해 주연이 되었듯 곽도원도 꼭 주연하는 영화를 많이 찍었으면 합니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지만 주로 악역일 때 포텐이 터지는 것이 조금은 아쉽네요. 한 가지만 잘하기도 힘든데 악한 모습은 최고입니다. 그러나 드라마 '유령'에서의 순박한 모습도 참 좋았어요. 아직도 기억나요. 술 취해서 트윙클 트윙클 하던 그 모습이요. 



웃음 제조기 오달수, 주목할 만한 배우 시완

아이돌 그룹 제국의 아이들의 맴버인 시완은 올해 포털 다음이 만든 '미생 프리퀄'에서 주연을 했습니다. 부산 출신인 이 배우는 이 영화에서 고문을 당하는 국밥집 아들 진우로 나옵니다. 고문 장면이 꽤 나옵니다. 적나라하게 담지는 않았지만 몇몇 고문 장면은 고개를 돌리고 싶을 정도입니다. 

저는 고문 장면보다는 서로에게 기억을 강요하는 장면에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하지도 않은 것을 했다고 하고 만나지 않은 사람을 만났다고 서로 짜맞추는 장면에서는 긴 한숨이 나왔습니다. 시완의 연기는 신인 배우답지 않게 차분 했습니다. 앞으로 지켜 볼 만한 배우입니다. 


오달수야 뭐 딱히 설명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제는 어떤 연기를 해도 배역 이름이 아닌 오달수로 기억됩니다. 변호인은 생각보다 꽤 웃기는 영화인데요. 웃음의 8할은 오달수가 제조 합니다. 오달수와 송강호의 웃음 앙상블. 또 다른 영화에서도 꼭 봤으면 합니다. 



이외에도 조민기, 차광수, 이성민, 류수영의 모습을 보는 재미도 솔솔 합니다. 
송변이 말합니다. 데모 해봐야 계란으로 바위치기야. 그때 국밥집 아들인 진우가 말합니다.

바위는 죽은 것이고 계란은 살아 있습니다. 
뜨끔 했습니다. 난 지금까지 죽어 있던건가? 바위처럼 무신경 무덤덤 못본 척 하면서 세상을 살았나? 바위처럼 굳은 체로 살았나? 제 블로그에 최근 아니 지난 1년 시사, 이슈에 대한 글을 거의 적지 않았습니다. 아니 안 적었습니다. 적어봐야 악플만 달리고 오히려 그 댓글에 스트레스만 받아서 피했는데요. 다시 시작해야겠습니다.


오늘도 오랜 만에 시사 이슈 글을 썼다는 댓글을 봤습니다. 그런 댓글이 힘이 됩니다. 영화 변호인은 영화 자체 보다는 제 변화를 이끄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아닌 앞으로 자라라는 세대들을 위해서 우리가 좀 더 희생하고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외치는 영화입니다. 

배우들에게 감사하고 감독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놀랍게도 감독 양우석은 이 영화가 데뷰작입니다. 신인 감독이라고 하기에는 영화의 완성도는 꽤 좋습니다. 물론, 아쉬움도 있지만 적어도 사람을 변화 시키는 마중물이 된 영화를 만들었다는 자체 만으로 후한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배우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해야 잠이 올 듯 해서 주절 거리는 글 적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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