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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정은임 아나운서가 생각나게 하는 이주연 아나운서(FM영화음악)

by 썬도그 2013. 1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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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하게 언제부터 MBC FM영화 음악을 들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고1때 단짝 친구가 영화광이었고 덕분에 저도 영화광이 되었습니다. 영화광이기만 할뿐 집에 VCR도 없어서 항상 친구네 집에 가서 같이 보곤 했습니다. 그렇게 영화에 서서히 물들어가던 시기에 밤 늦게 공부를 하면서 라디오를 끼고 살았습니다. 

이문세의 별밤은 기본이고 방학때는 아침부터 새벽까지 계속 들었던 것 같기도 하네요. 그러다 MBC의 FM 영화음악을 알게 되었습니다. 조일수 아나운서가 했던 것으로 기억 되는데요. 자주 듣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다 1992년 11월 2일 갸녀린 떨림이 그대로 전해지는 수줍은 말투를 가진 어여쁜 아나운서가 FM 영화음악을 맡았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정은임입니다. 세상엔 수 많은 아나운서가 뜨고 집니다. 그러나 이 정은임 아나운서만큼 제가 좋아하는 아나운서는 없습니다. 저 뿐이 아닙니다. 수 많은 팬들이 아직도 정은임 아나운서를 기억하고 추억하고 있습니다. 2004년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을 때 술을 좀 많이 마셨습니다. 말 한 번 섞어보지 못한 사람 때문에 술을 먹은 것은 정은임 아나운서와 노무현 전 대통령 밖에 없습니다. 

정은임 아나운서는 1992년 겨울 방학에 라디오를 통해서 저와 만났습니다. 그 겨울 내내 새벽에 하는 정은임의 FM영화음악을 들으면서 영화를 고르고 영화를 귀로 즐겼습니다. 정은임 아나운서가 좋았던 이유는 누나 같은 모습도 있고 영화에 대한 열정이 강했고 소양도 많았습니다. 모르는 것은 직접 공부를 해서라도 보충을 하더라고요. 이 열정과 함께 정은임 아나운서는 사회에 대한 비판과 쓴소리도 참 자주 많이 했습니다. 필요한 만큼의 한숨을 쉬면서 세상의 비열함에 단호하게 꾸짖었습니다.

라디오DJ가 사회 비판을 하는 모습은 그 당시도 생경스러운 모습이었지만 이런 과감한 모습과 소신있는 멘트 때문에 저는 정은임 아나운서의 팬이 되어 버렸습니다. 운동권 출신이셨나? 할 정도로 사회의 큰 사건 사고를 그냥 무관심하고 무심하게 보내지 않았습니다. 세상 어느 아나운서가 자신의 라디오에서 철탑 크레인에 올라간 노동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습니까?

그러나 세상도 무심하시지 이 아름다운 아나운서를 데리고 가버렸네요.
정은임 아나운서는 잠시 MBC FM영화음악을 떠나 있었습니다. 1998년 미국 유학 때문에 방송을 접었다가 2003년 다시 FM영화음악을 맡게 됩니다. 그리고 다시 떠나게 됩니다.  2003년 돌아 왔을 때는 잘 듣지 못했습니다. 라디오를 들을 시간도 없던 나날이었습니다. 

정은임 아나운서가 돌아 왔다는 것을 라디오가 아닌 TV로 알았습니다. 지금은 사라진 MBC의 책 소개 프로그램을 진행을 했었습니다. 이렇게 허망하게 떠날 줄 알았다면 좀 더 찾아볼껄 하는 후회도 됩니다.  이제는 정은임 아나운서를 볼 수 없네요.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어떤 분이 정은임 아나운서 라디오 방송을 모두 녹음해서 팟 캐스트로 올려 놓았습니다.

정은임의 FM영화음악 아이튠즈 팟캐스트 주소 https://itunes.apple.com/us/podcast/jeong-eun-im-ui-yeonghwa-eum/id409716345

가끔 다시 들어보고 있는데 듣다 보면 아직도 정은임 아나운서가 살아 있는 것은 아닐까 할 정도로 당찬 목소리가 너무 듣기 좋네요. 특히나 세상을 외면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묘사하고 비판하는 모습은 그 당시의 시국 사건과 사고들이 생각 납니다. 


정은임 아나운서가 떠난 후에 FM영화 음악을 다시 들어보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다 새벽에 작업을 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우연히 듣게 되었는데  이주연 아나운서가 진행을 하더군요. 이주연 아나운서도 목소리가 참 좋습니다. 거기에 진행 솜씨가 아주 탁월합니다.

영화적인 식견이나 소양도 꽤 좋고 무엇보다 영화를 진솔하고 믿음직스럽게 소개를 합니다. 저는 이주연 아나운서의 FM 영화 음악을 들으면서 여러모로 정은임 아나운서가 많이 떠올랐습니다. 왜냐하면 이주연 아나운서도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FM영화음악 시그널 음악과 함께 소개를 합니다.  아네트 베닝을 닮았다고 해서 애청자들이 아네트라는 애칭을 붙여주어서 아네트라는 이름이 더 많이 방송에서 들립니다.

그런데 이 이주연의 FM영화음악(이하 이영음)이 중단 되는 일이 발생 합니다. 최장시간의 방송 파업을 기록한 2012년 MBC파업은 많은 아나운서들이 동참을 했고 이주연 아나운서도 동참을 하게 되면서 새벽 시간에 작가가 진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긴 시간 후에 파업이 끝난 후에 복귀 소식을 알리자마자 출산 때문에 방송을 그만 두게 되었습니다. 출산 후에 다시 복귀할 줄 알았는데 이상하게도 다른 아나운서들이 계속 진행을 하더군요. 

떠난다는 말도 없이 박혜진 아나운서가 진행을 하다가 이주연 아나운서가 복귀하면 다시 자리에서 물러 나겠지 하고 참고 견디었는데 박혜진 아나운서가 물러나도 손정은 아나운서가 진행을 하더니 유학 때문에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김소영 아나운서가 진행을 합니다. 아니! 이주연 아나운서는 안 오고 왜 다른 분들이 진행을 하지? 너무 화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특히나 김소영 아나운서 같은 경우는 급하게 맡았는지 영화에 대한 소양이나 식견이 일반인 수준이여서 방송 듣기가 거북스러울 정도였습니다. 그렇다고 김소영 아나운서를 비판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 자리에 앉으라고 한 MBC의 못난 국장들 때문이죠. 솔직히 요즘 MBC가 방송국입니까? 어영방송 단체죠. 

김소영 아나운서는 MBC 뉴스데스크 앵커로 발탁되면서 100일도 못 채우고 떠났습니다. 마지막 방송이 생각나네요. 한 청취자가 뉴스데스크 앵커 되어서 정권의 나팔수가 되지 말라고 신신 당부하면서 어차피 이 사연은 방송에 내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자기 검열을 하는 글을 썼는데 이 모든 것을 김소영 아나운서는 방송에서 읽었고 자신도 그런 비판 잘 알고 있다면서 지켜 봐달라고 했습니다. 

전 솔직히 지켜보고 싶지 않습니다. 이미 무너진 신뢰는 다시 구축하기 힘들고 여자 아나운서 한 명이 MBC뉴스데스크의 신뢰도를 올려놓지도 방향성을 바꾸지도 못합니다. 김소영 앵커는 김정은이 왜 눈썹을 밀었는지에 대한 뉴스를 전하는 모습이 페이스북에 돌던데요. 제 예상대로입니다. 개인이 MBC 뉴스를 되돌려 놓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아네트가 다시 돌아 왔습니다. 제가 라디오는 좋아해도 라디오에 사연 보내고 신청곡 보내는 것은 거의 안 합니다. 유일하게 아네트인 이주연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FM영화음악에만 보내 봤고 작년 연말에는 제 사연도 가끔 소개 되더라고요. 그 만큼 가장 애착을 가진 라디오 프로그램이 이영음입니다.

생방을 매일 듣지는 못합니다. 대부분은 팟캐스트로 다운 받아서 듣죠. 오늘 지난 방송을 들어보고 있는데 호랑이에 물려서 죽은 사육사에 대한 이야기, 독일은 등록금을 폐지 시켰는데 한국은 돈이 없다면서 반값등록금 공약을 2015년을 1년 미룬 이야기를 오프닝 멘트에 말했습니다.

정은임, 이주연 이 두 사람은 참 닮은 것이 많습니다. 시사에 대한 관심과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고민을 거부하지 않고 방송에 담고 있습니다. 다른 진행자들이 꽤 많이 스쳐 지나갔지만 FM영화음악은 정은임이 만들고 이주연 아나운서가 완성시키는 듯 합니다.  


"신경 안 쓴다는 말은 20세기에서 제일 게으른 단어야"  - 영화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 중에서 벤자민의 대사-
21세기에는 가장 무서운 단어가 아닐까 하네요. 

보름전에 호랑이에게 물렸던 사육사가 일요일에 숨을 거두었습니다. 
호랑이 관에 절반 밖에 안되는 여우 관에 호랑이를 집어 넣고 28년 동안 곤충을 전문으로 담당했던 사육사를 호랑이 관에 발령 했습니다
호랑이는 며칠 동안 이상 증상을 보였는데 곤충 전문 사육사가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동물원이 신경 안 쓰는 동안 사람도 동물도 끔찍한 일을 당했습니다. 

우리가 접한 뉴스를 보면 신경 안 쓴다는 말은 너무나 무서운 단어가 됐어요, 
사람도 동물도, 무신경,무심, 무지, 무뢰 속에서 안전을 위협 받고 있습니다. 

2013년 12월 10일 이영음의 오프닝 멘트 중에서 

라디오에서 시사를 이야기하면 안 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자기 검열이 난무한 세상, 무신경이 종교가 되어가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제가 가장 사랑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인 이영음을 사랑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이렇게 무신경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앞으로도 새벽을 지키는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어주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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