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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세상에 대한 쓴소리

고대 대자보에 대한 사회적 반응이 뜨거운 이유는 이타심과 울분 때문이다

by 썬도그 2013. 1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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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웁니다. 우는데 울게 냅 두었습니다. 어떠한 위로의 말도 어떠한 부축임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속에 있는 감정 다 쏟아내라고 지켜만 봤습니다. 친구가 필요했던 것은 위로가 아니였습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어 줄 누군가가 필요 했습니다. 평소에 속내를 잘 말하지 않던 그 친구는 술에 취하더니 말이 많아졌고 자신의 고민을 토로 했습니다. 그리고 펑펑 울었습니다. 제가 할 일은 그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뿐이였습니다. 그래서 정신과 의사들은 크게 하는 일이 없다고 하잖아요. 환자들 스스로 해결 방법을 다 알고 있고 단지, 자기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 한 것 뿐이라고 합니다. 


고대생의 대자보가 몰고 온 울분의 목소리들

2011년  서강대에서 본 대자보입니다. 2011년 대학생 아니 한국의 뜨거운 이슈는 반값 등록금이었습니다. 부모님 등골을 휘다 못해 접어 버리게 만드는 살인적인 높은 등록금은 대학생들을 분노하게 만들었습니다. 결국 전국의 대학생들이 반값 등록금을 외쳤습니다. 


정부는 화들짝 놀랐습니다. 강경 대응을 한다느니 하는 엄포를 놓았지만 대학생들은 모였고 이 목소리는 정치인들을 후들 후들 떨게 했습니다. 결국, 대학 당국은 매년 올리던 등록금을 동결하거나 내리는 방안을 선보였습니다. 그리고 2012년 대선에서 청년 키워드 중 1순위가 대학 반값 등록금이었습니다. 

그러나 비판의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대학생들이 자신들의 문제에만 집중하는 모습 때문입니다. 이 대학 등록금 문제는 대학 등록금으로만 보면 안 됩니다. 20대 태반이 대학생인 문제, 과잉 학력에 대한 개선이 먼저 이루어져야 하고 그러려면 대학에 가지 않아도 잘 먹고 잘 살고 인간답게 사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런 근원적인 사회의 모습을 개혁하는 목소리는 전혀 없고 단지 학력 인플레이션에 대한 결과만 가지고 분노하고 달래는 모습이었습니다. 

크게 보자면 대학 반값 등록금은 대학생들의 이기적인 행동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게 문제가 있다고 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만 적어도 80년대 대학생들과는 좀 다른 시위였습니다. 


6~80년대의 대학 시위는 자신들의 이익에 대한 시위가 아닌 민족과 사회에 대한 시위였고 이타심에서 나온 행동들이였습니다.  물론, 과격한 투쟁의 방법이나 너무 이념에만 몰두하는 모습은 좋은 모습은 아니였지만 적어도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 행동하지는 않았습니다. 다시 한 번 더 말하지만 반값 등록금을 외치는 모습을 탓하는 것은 아닙니다. 모든 집단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투쟁을 하고 시위를 하니까요. 

다만, 그런 시위는 그 집단에서만 공감을 받지 사회적인 공감은 크게 받지 못합니다. 미국 쇠고기 사태도 전국민의 건강을 위협하기에 이기심에서 분노가 폭발 한 것이죠. 그런데 실로 오랜 만에 이타심에 나온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한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학생이 안녕들 하십니까! 라고 시작하는 대자보에서 밀양에서 사람이 죽고 철도노조가 민영화에 반대해서 시위를 하는데 우리는 지켜만 보고 있다면서 안녕들 하시냐고 물었습니다. 이는 이타심에서 나온 행동입니다.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한 목소리가 아닌 이타심의 목소리는 이제 전국을 돌아 고등학교 학생까지도 안녕하지 못하다고 대자보를 붙이고 있습니다. 

드디어 울분이 터졌습니다. 뭔가 꽉 막힌 듯한 세상. 희망 보다는 절망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억압 받고 당하고 만 사는 것이 운명인양 받아들이던 순응주의적인 사람들이 들고 일어서고 있습니다. 이런 이타심은 철도노조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철도노조의 시위로 인해서 전철이 늦게오거나 고장나고 많은 불편을 야기하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지지하고 있습니다. 꾹 참고 있던 울분들을 터트리면서 이 울분이 계속 퍼지고 있습니다. 꽉 막힌 세상에 꾹꾹 참고만 살았던 벌레 취급 받던 사람들이 이제는 못참겠다면서 대자보를 쓰고 있습니다. 

철도노조 분들도 당혹스러워 하고 있습니다. 몇년 전에 했던 시위에서는 냉소적으로 대응하던 시민들이 이번 철도노조 파업에는 적극 지지하고 있습니다. 그 차이는 바로 이타심입니다. 짤리거나 심한 보복을 당하는 것을 알면서도 파업을 했고 그런 이타심에 국민들이 냉소가 아닌 따스한 눈길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런 이타심과 울분은 99도까지 끓어 오른 분노를 팔팔 끓게 하고 있습니다. 


이기심이건 이타심이건 모여야 합니다. 그리고 행동해야 합니다

전파 속도가 빠른 이유는 이타심 때문입니다. 고대생은 자신 보다는 세상의 이야기에 대한 울분을 토로 했습니다. 이런 이타심은 이기심보다는 빠르게 전파 합니다. 그렇다고 이기심을 지적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은 근본 적으로 이기적입니다. 단체사진에서 가장 먼저 자신을 찾은 것은 자연스러움입니다. 다만, 공감 속도나 전파력은 이타심이 더 멀리 빨리 날아 갑니다. 

모여야 합니다. SNS로 백날 10만 좋아요 눌러봐야 멀리 전파 되지 않습니다. 전 이게 참 불만입니다. 오프라인 따로 온라인 따로 사는 세상 같습니다. 마치 온라인이 무슨 가상 세계인양 취급 하는지 언론들은 아직도 구시대적으로 온라인 이슈는 가쉽거리로 취급하고 오프라인 행동은 즉각적이고 거대하게 포장합니다. 페이스북 글이 10만 좋아요를 받아서 뉴스 되는 것 보다는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 하다가 끌려가는 것이 더 뉴스화 되기 쉽습니다. 

이번 고대생의 대자보껀도 그렇습니다. 대자보라는 물리적인 행동을 했기에 뉴스화 되었지 똑같은 글을 온라인에 올렸어봐요. 뉴스 깜이 아니라고 무시했을 것입니다. 아무튼 세상이 그 모양이니 힘들고 짜증나더라도 오프라인에서 모여야 합니다. 이는 한국만 그런 것은 아닌가 봅니다.  

2010년 프랑스에서는 고등학생까지 동참하는 대규모 시위가 있었습니다. 이 시위는 이기심에서 나온 시위였습니다. 
고등학생까지 시위를 한 이유는 연금개혁안 때문입니다. 2010년 당시 사르코지 프랑스 정부는 정년을 60세에서 62세로 연장 하려고 했습니다. 이렇게 정년을 연장하면 청년들이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워집니다. 무려 150만 개의 젊은이들의 일자리가 정년 연장으로 사라질 것이라고 예상되자 대학생은 물론, 한국 기준으로는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고등학생도 시위에 동참 했습니다. 
이에 프랑스 정부는 당혹스러워 했습니다. 집권 여당은 야당을 탓했습니다. 

2011년 반값 등록금 시위 때 정부는 얼마나 분주하게 움직이면서 20대 청년들을 달랬습니까? 그러나 지속성이 떨어진 시위는 흐지부지 되었고 투표율도 높지 않은 20대들은 개껌 취급하듯 무시했습니다. 결국은 박근혜 정부가 공약으로 내세운 반값 등록금 공약은 2014년 시작이 아닌 1년이 미루어진 2015년 시작한다고 합니다. 단언컨데, 제 경험상 한 번 약속을 어긴 사람은 계속 어깁니다. 2015년 가보면 이렇게 말할걸요

"나라 경제가 어렵다. 국가 위기다. 고통을 분담하자" 라고 할 것입니다. 그런 말에 발끈해야 하지만 침묵하고 울분만 쌓고 
"아호 짜증나 술이나 쳐 마셔야지"라고 한다면 2015년이 아닌 2030년 아니 다음 세대도 등록금은 반으로 내려가지 않습니다. 오히려 인구가 줄어서 폐교하는 대학이 늘고 대학끼리 경쟁하다가 저가 등록금 시대가 오면 몰라도 스스로 내리거나 정부의 지원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정치인들이나 공무원들은 구시대 사람들입니다. 이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것만 믿고 움직여야 행동을 합니다. 따라서 뭉치고 모이면 무시하는 척 하지만 오들 오들 떱니다. 그런데 현재는 전혀 그런 움직임이 없죠.

전 궁금한 게 노무현 정권 때 시청 앞에서 여의도에서 과격 시위를 한 350만 농민들은 왜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는 조용합니까? 정말 안녕들 하십니까? 정말 먹고 살기 좋은 세상이라서 불만이 없습니까? 만만한 정부는 시위를 하고 몽둥이 들고 있으면 조용한 것입니까? 아마도 대학생도 농민도 노동자도 구심점이 사라져서 이러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누가 나서서 나를 따르라라고 하는 사람이 없으니 뒤에서 눈치만 보고만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리더가 나와서 폭력 시위를 하라는 것은 아닙니다. 촛불 시위 때 현장에서 전경차 밧줄로 끌어내는 모습들은 저도 눈쌀이 지푸려지더군요. 그런 방식으로는 오히려 역공을 당한다고 생각했는데 결국은 정부의 역공의 재료로 쓰이더군요. 그런 재료들은 보수들에게는 아주 좋은 만찬이 됩니다. 

그냥 모이기만 하면 됩니다. 모여서 노래를 하고 구호를 외치든 아무것도 하지 않던 상관 없습니다. 그냥 많이 모일수록 세상은 놀라고 변화를 합니다. 이기적이려면 철저하게 내 것을 챙길 이기심으로 모여야 합니다. 자기 앞에 있는 식판을 다른 사람이 들고 가도 멀뚱히 손가락질만 하면 지키지 못합니다. 일어나서 다시 식판을  뺐어 와야 합니다. 그러나 이제는 순응주의에 점점 물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다 고대생이 이건 아닌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고 그 말에 많은 학생과 시민들이 동참을 하고 있습니다. 

부디 이 울분을 모여서 터트렸으면 합니다. 그래야 자기 밥그릇을 뺐기지 않습니다. 지난 대선의 결과가 바로 20대들에게 가고 있습니다. 20대 정책은 멸종했고 반값 등록금 공약도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 없이 1년 연기 했습니다. 노인 연금에 대해서는 미안하다고 사과라도 했죠. 20대에게는 박 대통령이 사과 한 번 안 했고 앞으로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 20대를 얼마나 업신 여기면 그러겠습니까? 나 같아도 투표도 안하는 사람에게 아양 떨지 않습니다. 정치인은 국민이 아닌 표를 주는 사람 앞에서 아양을 떨 뿐이죠. 

모이시고 뭉치세요. 그리고 요구하세요. 달라고 하세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다시 찾아올 수 없습니다.
그리고 여력이 된다면 다른 사람들의 고통도 챙기고 연대를 한다면 느리더라도 다시 한국이라는 비행기는 기수를 하늘로 올릴 수 있습니다. 지금 상황에서는 연대하라고 말 조차도 꺼내기 힘드네요. 일단은 내 몫이라도 모여서 챙기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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