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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예능 런닝맨보다 못한 짜임새에 무조건 달리기만 하는 런닝맨

by 썬도그 2013. 1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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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런닝맨은 무한도전의 한 꼭지를 확장 시킨 예능입니다. 처음에는 등짝에 붙은 이름떼기 놀이였던 이 런닝맨은 CG와 짜임새가 엄청나게 보강되면서 거대한 블럭버스터가 되었습니다. 요즘은 좀 보지 않지만 가끔 보면서도 이게 예능인가? 액션 영화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교한 연출과 스토리텔링은 혀를 내두를정도입니다. 

공교롭게도 이 인기 예능 런닝맨과 똑같은 이름을 가진 영화가 지난 봄에 개봉했습니다. 


액션은 꽤 볼만한 영화 런닝맨

런닝맨답게 엄청 달립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냥 냅다 달립니다. 만약 이 영화가 런닝맨이라는 제목을 쓰지 않았다면 추천하는 제목은 발바리입니다. 도망 전문 전과범의 고군분투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달리기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물량 공세도 꽤 있습니다. 카체이싱도 있고 액션도 있고 총격씬도 있습니다. 카트 타고 내려오기, 자전거 점핑, 자동차 점핑 등 한국영화에서는 보기 드문 강력한 액션도 있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야마카시 같은 아크로바틱하고 써커스 같은 액션은 없습니다. 성룡식 주변 사물을 이용한 액션이 살짝 보이기는 하지만 살짝만 보일 뿐 성룡식 액션도 아닙니다. 그냥 달리기만 합니다.

액션은 화려하지만 아쉬운 점도 꽤 있습니다. 액션 장면은 실사로 찍어야 맛이 있습니다. 비록 와이어를 달아도 실사가 좋죠. 그런데 차에서 굴러 떨어지는 장면 등을 CG로 처리하는 장면을 보면서 저래야만 했을까?라는 조소가 흘러 나옵니다. 그럼에도 유명한 장소에서 액션을 펼친 모습 등이 좋아서 후하게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상담동 월드컵 경기장이나 청계천가에서의 액션은 꽤 좋네요. 영화 '용의자'가 종로3가에서 촬영을 했다고 하는데요. 우리가 익히 아는 일상의 장소에서 액션을 펼친 모습은 참 창의적인 액션입니다. 





그러나 달리기 위해서 급조한 듯한 스토리는 최악

액션은 그런대로 후하게 평가를 해주고 싶지만 스토리는 어이가 없을 정도로 짜임새가 없습니다.
영화의 주인공인 차종우(신하균 분)은 잡범 출신(?)입니다. 좀도둑 수준이죠. 차종우는 어두운 과거를 버리고 차센터와 불법 콜택시를 운전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콜택시에 수상한 사람이 탑니다. 특정한 곳까지 태워주면 10만원 이상의 돈을 주겠다는 제안에 혹해서 수상한 사람을 태우고 달립니다. 그런데 이 사람이 도착하자 죽어 있었습니다.

이에 놀란 차종우는 그냥 죽은 사람을 둔 채 도망쳐 버립니다. 보통 이런 상황이면 그냥 자초지종을 말하면 됩니다. 그냥 도망치더니 다음날 경찰서에 자수하러 갑니다. 자수하면 됩니다. 자초지종을 말하면 용의자가 아닌 목격자가 되는 것이죠. 그런데 이 영화는 그런 상식을 따르지 않습니다. 마치 달리기 위한 변명을 만들기 위해서 경찰서에서 칼부림을 하면서 이유도 없이 도망칩니다. 

여기서부터 이 런닝맨은 꼬이기 시작합니다. 도망칠 이유가 전혀 없는데 도망치는 주인공을 바라보는 관객의 심정은 썪어갑니다. 당위가 있어야 액션이건 스토리건 캐릭터에 몰입이 되는데 감독이 액션!을 외치자 닥치고 달리는 신하균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배우 신하균이 안쓰러울 정도입니다. 


더 가관인 것은 주,조연 캐릭터 모두가 저질들입니다. 가장 튀는 캐릭터인 차종우의 아들인 차기혁(이민호 분)은 항상 썩소만 날리는 염세주의자입니다. 아버지와 세상에 썩소만 날리는 캐릭터입니다. 차기혁은 머리는 아주 똑똑하지만 아버지와 어머니가 원치 않은 임신으로 자기가 태어난 것이라고 믿고 세상을 시니컬하게 보죠. 

문제는 이 차기혁이라는 캐릭터의 부자연스러움이 영화 초반부터 끝까지 짜증나게 그려집니다. 아버지인 차종우라는 캐릭터도 멍청하고 철없어 보이는데 아들은 또 너무 어른스럽습니다. 부자지간이지만 영화를 보는내내 부자지간이 거꾸로 된 것 같다는 느낌 때문에 오히려 제가 시니컬하게 보게 되네요. 


독선적이고 독단적인 아들과 철부지 아빠의 사이는 영화 말미에 예상대로 해소 되지만 전혀 감흥이 없네요. 
런닝맨은 조연들도 참 어설픕니다. 신문기자는 그나마 좀 제대로 그려졌지만 안상기 형사(김상호 분)의 후반의 튀는 행동과 자연스럽지 못한 행동등도 이 영화의 어슬픈 스토리와 캐릭터에 큰 역할을 합니다. 

그나마 오정세와 조은지가 무너지는 스토리를 받들고 있네요. 


영화 후반에는 그나마 평정심을 찾고 영화가 제 궤도를 달리는 듯합니다. 반전도 그나마 좀 신선했고요. 그러나 첫 단추를 잘못 채우고 바지 지퍼가 열린지도 모르고 달리기만 하는 듯한 주인공에 대한 반감은 영화 끝까지 이어집니다. 어떻게 예능 런닝맨 보다 짜임새가 없을 수 있나요? 



억지 신파가 오히려 독이 된 런닝맨

차라리 그냥 처음부터 닥치고 달리기만 했으면 그나마 나을 뻔 했습니다. 문제는 억지 신파를 우겨 넣은 것이 탈이 나네요. 소원해진 부자지간을 억지로 복원 시키기 위해서 억지스런 캐릭터의 배치와 해소 과정은 감동 1g도 나오지 않습니다. 오히려 아들의 표정처럼 썩소만 날릴 뿐입니다. 

허리우드에서 직접 메인 투자를 한 영화라고 하던데 허리우드는 영화 스토리를 안 보나요? 액션의 창의성이나 박진감은 꽤 좋은데 스토리가 줄행랑을 쳐버린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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