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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극장에서 누구랑 어떻게 보는가에 대한 중요성을 말한 왕가위감독

by 썬도그 2013. 1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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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토요일과 일요일에 하는 공중파 방송 3사의 영화 소개 프로그램을 자주 봅니다. 
KBS의 영화가 좋다. SBS의 접속! 무비월드, 터줏대감인 MBC의 출발 비디오 여행은 우리가 주말에 영화 구경하는데 가장 큰 영향을 주는 프로그램입니다. 그러나 이 공중파 방송에서 하는 영화 소개 프로그램은 갈수록 가벼워지더니 이제는 헛 웃음만 나오는 프로들이 되고 있습니다. 그나마 접속! 무비월드의 이동진 평론가와 김태훈 팝 컬럼리스트가 진행하는 코너만은 저에게 유일하게 유의미한 코너입니다. 이 이동진 ,김태훈의 코너는 새끼를 쳐서 매주 금요일 새벽에 '금요일엔 수다다'라는 프로그램에서 영화를 좀 더 진중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지난 12월 13일 금요일은 수다다에서는 세계적인 거장인 '왕가위'감독이 출연해서 그의 작품 세계와 함께 왕가위가 추천하는 영화와 자신의 영화 이야기를 진득하고 했습니다. 이 금요일엔 수다다는 자주 챙겨 보는데 이번주가 가장 재미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왕가위 감독 때문입니다. 


누구와 어떤 영화관에서 어떻게 보는가가 영화의 완성이다

왕가위 감독은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를 했습니다. 영화의 완성은 누구와 어떻게 보느냐가가 영화의 완성이라면서 영화 자체를 넘어서 영화를 보는 전 과정과 같이 보는 사람의 중요성을 말했습니다. 이 말에 큰 공감을 했습니다. 우리는 수 많은 영화를 보고 난 후 영화 자체에 대한 이야기만 블로그나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짧게 혹은 길게 남깁니다.

그래서 수 많은 영화 리뷰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만 합니다. 
문제는 이 영화 리뷰에 영향을 주는 외부적인 요소에 대한 자기 묘사가 거의 없다 보니 제대로 된 영화 리뷰가 나오기 힘듭니다. 


누구와 함께 보느냐가 중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인테리어가 좋은 커피숍이나 호프집이나 술집을 추천 받으려고 합니다. 그래서 맛집 어플도 나오고 있고 우리는 그런 남들의 평가에 현혹되어서 맛집에 갑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장소가 아닐 수 있습니다. 가장 맛있는 음식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먹는 밥입니다. 

미운 사람과 별 5개 짜리 음식점에 가면 그게 맛이 나겠습니까? 허름한 분식집이라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먹으면 수만 원 짜리 스테이크보다 더 맛있습니다. 영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좋아하는 사람과 보는 영화가 가장 재미있고 재미 없더라도 수십년이 지나도 기억이 납니다. 남들이 명작이라고 하지 않지만 나는 명작이라고 생각하는 영화들 중에는 같이 영화를 본 사람의 추억이 한 겹 겹쳐져 있기 때문에 더 후한 평가를 줍니다. 



당시의 감정 상태와 시대도 중요하다

1990년에 본 '죽은 시인의 사회'를 보면서 많은 고등학생들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이 영화는 종로의 2류 극장에서 작게 개봉을 했는데 수 많은 고등학생들이 중간고사를 마치고 몰려 들어서 배트맨을 예매하지 못한 학생들이 선택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고 극장 안의 학생들은 눈물 바다가 되었습니다. 서로 다른 고등학교 학생들인데 대부분이 눈물을 흘린 이유는 이 당시의 상황 때문입니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는 개혁적인 성향의 키팅 선생님이 보수 사립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참교육을 하다가 학교와 학부모의 강압에 못 이겨서 학교를 떠나게 됩니다. 이 모습은 당시 전교조 사건으로 수 많은 선생님들이 학교에서 쫒겨나는 현실과 겹쳐지면서 학생들은 큰 눈물을 흘렸습니다. 좋아하고 사랑하던 정말 선생님 같은 선생님들이 노회한 학교 시스템에 의해서 교문 밖으로 나가는 모습은 당시 학생들에게는 큰 충격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모습을 우연찮게 '죽은 시인의 사회'가 그대로 담고 있어서 많은 학생들이 눈물을 흘리고 봤습니다.

지금 봐도 명작이지만 이런 아픔을 모르는 현재의 고등학생들이 이 영화를 보면 그 감정을 오롯하게 이해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이렇게 내 상태나 시대도 무척 중요합니다. 연인과 이별을 한 후에  연인이 헤어지는 멜로 영화를 보면 더 큰 눈물을 흘리 듯 내 심리 상태에 따라서 같은 영화라도 다르게 느껴지게 됩니다. 그리고 그 기억은 평생을 가져가게 됩니다.

저는 좋은 책과 영화는 10년 단위로 다시 보라고 권하고 있는데요. 그 이유는 내 감정상태가 볼 때 마다 다르고 내 경험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영화라도 다르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영화 박하사탕을 20대 때는 그냥 뚱하게 봤지만 30대에 다시보니 안 나오던 눈물이 흐르더라고요. 남자들은 잘 아실거예요 삼국지를 어려서 읽었던 것과 20대 30대 40대에 읽는 것이 다 다르다고 하잖아요. 자신의 경험을 영화에 투영하고 책에 투영해서 보기 때문에 영화나 책 내용은 변하지 않지만 느낌과 평가는 다르게 됩니다. 


어떤 영화관이냐도 중요하다

왕가위 감독이 말한 부분은 아니지만 전 영화관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CGV나 롯데시네마 같은 체인 형태의 영화관은 인테리아거 비슷비슷해서 큰 기억에 남지 않지만 '대한극장'이나 신촌 이대의 '아트하우스 모모' 같은 영화관들은 프렌차이즈 패스트점에서 느낄 수 없는 분위기와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뭐 요즘은 영화를 즉흥적으로 보고 심각하게 선택해서 보는 것이 아닌 편의점 들리듯 들리는 분위기라서 이게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지만 기억에 더 오래 남는 영화들 중에는 영화관의 영향도 분명 있습니다. 

영화를 느끼는 것은 영화표를 끊고 같이 볼 사람을 만나서 영화관에 도착하고 영화를 보고 난 후 집에 갈때 까지가 영화 감상의 시간이 아닐까 합니다. 영화 감상에 영향을 주는 외적 요소에 대한 통찰을 왕가위 감독에게 들으니 역시 명장은 명장이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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