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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옛날 영화를 보다

부모가 되기 전의 나를 돌아 볼 수 있는 부모님들에게 추천하는 영화 5편

by 썬도그 2013. 1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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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상자료원에서는 매년 도전! 나도 프로그래머 이벤트를 합니다. 이 이벤트는 저와 같은 일반인이 영화를 선정하고 그 선정 이유를 적어서 보내면 추첨을 통해서 상품을 줍니다. 올해의 주제는 "부모님께 영화를 소개해주세요"입니다. 

영상자료원은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그와 함께 한국영화 VOD 서비스를 합니다. 무료로 상영하는 영화도 있고 유료도 있습니다. 유료라고 해봐야 500원 밖에 되지 않습니다. 저는 최신 영화도 많이 보지만 보고 싶었지만 시기를 놓쳐서 보지못한 옛 영화를 보면서 많은 감동을 받습니다. 나이가 차니 경험이 쌓이고 쌓인 경험은 시큰둥한 모든 것들을 꼭꼭 씹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느 정도 연륜이 차야만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이 새로운 시각을 가진 후에는 세상 모든 소설과 영화들이 재미가 있고 흥미가 있습니다. 허투루 지나가던 장면에서도 눈동자가 흔들리고 눈물이 고입니다. 아마도, 주인공의 심정을 오롯하게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되어서 그런가 봅니다.

1936년 미몽부터 2001년 소름까지 KMDB VOD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영화 중에서 부모님에게 소개해드리고 싶은 영화 5편을 모았습니다. 


"부모님께 영화를 소개해주세요"

사람은 인생을 두 번 삽니다. 한 번은 '자식의 삶'이고 또 한 번은 '부모의 삶'입니다. 인생은 '차이와 반복의 연속'입니다. 자식의 삶을 다 살고 난 후에 부모의 삶을 살기 시작하면 내 자식의 삶과 부모의 삶은 중첩되면서 어떤 점이 같고 다른지를 보면서 지나온 내 '자식의 삶'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인생은 태어나서 결혼하고 아기를 낳는 과정의 연속이고 유한한 삶은 2~3세대의 반복을 지켜보면서 사그라집니다.
50대 이상의 부모님들에게 소개할 영화라는 주제를 받아 들고 많은 생각을 해 봤습니다. 우리 부모님들은 어떤 영화들을 좋아 하실까? 어떤 영화들을 부모님들을 설레이게 할까요? 그리고 그 힌트를 가족앨범에서 찾았습니다. 가끔 제 부모님은 가족 앨범을 뒤적이면서 돌아올 수 없는 자신의 청춘 시절을 이야기 합니다. 사진이 귀하던 시절이라서 몇장 있지 않은 결혼하기 전의 자식으로의 삶을 들여다 보시면서 가끔 눈시울이 붉어지시더군요. 

많은 부모님을 넘어서 많은 사람들은 과거를 추억하며 그 돌아올 수 없는 시간을 그리워합니다. 올해 최고의 인기드라마인 '응답하라 1994'의 매력도 그 아련하고 풋풋하고 대부분이 새로운 경험이자 부모라는 무거운 어깨를 하지 않아도 되는  홀가분한 시절을 바스러지지 않은 추억으로 복원해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부모님이 부모가 되기 전의 시간들을 돌아볼 수 있는 영화들을 성장 과정 순으로 골라 봤습니다. 


국민학교  수학여행(1969)

제작년도 1969년. 감독 : 유현목  출연 : 구봉서, 문희, 황해, 장동휘

수학여행의 3요소는 여행지, 친구, 일탈입니다. 
1969년 상영된 유현목 감독의 수학여행은 그 3요소를 골고루 잘 담고 있습니다. 영화의 배경은 선유도 시골 분교입니다. 김선생(구봉서 분)은 서울과 초격차의 삶을 살고 있는 시골 아이들에게 서울이라는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고 싶어 하지만 여행 경비와 부모님들의 극심한 반대에 직면합니다. 끊임 없는 설득과 아이들의 염원과 노력으로 서울로 수학여행을 하게 됩니다. 서울의 화려함과 따스함을 느낍니다. 영화적인 스토리는 단선적입니다. 또한, 계몽적인 스토리는 지금 기준으로 보면 진부합니다. 하지만 이 수학여행만이 가진 매력은 1960년대 후반 당시의 선유도와 서울이라는 공간입니다. 

이 공간에 대한 추억을 가진 많은 부모님들과 때 묻지 않는 아이들의 웃음과 노력, 그리고 수학여행에 달뜬 표정들을 보면서 깊은 추억에 젖게 될 것입니다. 수학여행이라는 단어가 주는 생동감이 좋은 영화입니다. 부모님들의 유년 시절 기억을 길어올리는 마중물이 될 영화입니다. 



고등학교  '고교얄개'(1976)

제작년도 1976년. 감독 : 석래명  출연 : 이승현, 정윤희, 하명중, 김정훈, 진유영

좋은 때다 좋은 때! 어른들은 한숨 반 부러움 반으로 청춘들에게 이런 말을 자주 합니다. 그런 말을 듣는 청춘은 그 뜻을 잘 모릅니다. 대학 입시 때문에 고통스러운 나날인데 좋은 때라고 하니 이해가 안 갑니다. 그러나 나이들어보면 압니다.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러운 학창시절도 학생이라는 껍질을 입고 있는 상태에서는 많은 일들이 쉽게 용서 됩니다. 

여기에 나이 들면 만나기 힘든 평생 친구들을 고등학교에서 많이 만납니다. 
고등학교 친구들이 왜 평생 친구가 될 확율이 높을까요? 그건 아마도 그 시절이 순수함으로 가득찼기 때문이 아닐까요?
영화 '고교얄개'는 그 파릇파릇한 청춘을 담은 영화입니다. 당시 최고의 청춘스타였던 이승현과 김정훈, 진유영의 개구장이 같은 팔팔한 청춘 내음이 가득한 명랑 청춘드라마입니다. 얄개 시리즈의 신호탄을 울린 이 영화를 보면서 부모님들은 호크 교복시절의 추억의 책가방을 열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대학생 '바보들의 행진'(1975)

제작년도 1975년. 감독 : 하길종  출연 : 윤문섭, 하재영, 이영옥, 김영숙


대학 입시라는 주어진 목표를 향해서 가리개 낀 경주마처럼 달리던 청춘은 대학이라는 결승점에 도착을 하면 큰 해방감과 자유를 느끼게 합니다. 주어진 삶이 아닌 스스로 개척하고 찾아야 하는 삶의로의 전환은 청춘들에게 다양한 즐거움과 고민을 가져다 줍니다. 70년 당시 대학생들은 이성과 학과에 대한 고민과 함께 청춘과 나라에 대한 고민을 함께 했습니다. 

그 청춘의 소용돌이와 해방감을 오롯하게 담은 영화가 바로 '바보들의 행진'입니다. 이 영화는 70년대 한국 영화의 대표작으로 지금 봐도 좋은 수작입니다. 철학과를 다니는 병태와 이성 친구인 영자와의 만남과 헤어짐을 통해서 청춘의 굴곡과 아름다움을 잘 담고 있습니다. 응답하라 1994가 청춘의 한 단면만 보여주고 있다면 '바보들의 행진'은 청춘의 모든 면을 잘 담고 있습니다. 70년대에 대학 생활을 한 부모님들에게는 추억의 보따리가 될 것입니다.



군대. 하얀전쟁(1992)

제작년도 1992년. 감독 : 정지영  출연 : 안성기, 이경영, 심혜진, 독고영재

청춘과 군대는 한국에서는 동전의 양면과 같이 거부할 수 없는 한 몸입니다. 가장 찬란한 나이에 가장 외롭고 고독하고 힘든 군대에 가는 이 아이러니함을 한국 남자라면 누구나 겪어야 합니다. 하나의 통과 의례이라고 할 수 있는 이 군대에 대한 영화가 바로 '하얀전쟁'입니다. 하얀전쟁은 군대를 넘어서 베트남 전쟁을 담은 영화입니다. 1940년 중반에 태어난 한국 남자들 중에 월남전에 간 분들이 많습니다. 국민들과 국가는 그들을 전쟁 영웅이라고 칭송하지만 그들의 전쟁에 대한 후유증은 잘 모릅니다. 영화 '하얀전쟁'은 그 베트남 전쟁을 통해서 파괴된 청춘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소설가 안정효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하얀전쟁'은 1980년대 후반 올리버 스톤 감독의 베트남 3부작을 통해서 베트남전에 대한 반성과 성찰을 담은 흐름을 90년대 초에 한국에서도 선보였습니다.  시대의 아픔을 담은 '하얀전쟁'은 국가와 민족을 위하는 대의 속에서 쓰러져간 개인의 삶을 조명하고 있습니다. 



결혼, 나의 사랑 나의 신부 (1990)

제작년도 1990년. 감독 : 이명세  출연 : 박중훈, 최진실, 김보연, 전무송

군대에 갔다 온 남자는 취직을 하고 돈을 모아서 결혼 준비를 합니다. 이제 부모가 될 준비를 해야 합니다. 
코흘리개 유년을 지나 까까머리 고등학교 시절을 지나 장발 치렁하게 늘어뜨리던 대학시절을 지나 군대에서 전역한 후에 취직을 합니다. 취직과 함께 본격적으로 결혼 준비를 하고 결혼을 합니다. 

결혼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영화는 이명세 감독의 '나의 사랑, 나의 신부'입니다. 신혼 부부의 깨소금을 시각화 한 영화라고 할 정도로 이 영화는 신혼 생활의 풋풋함과 즐거움과 귀여운 갈등을 너무나 사랑스럽게 담고 있습니다. 세트 촬영을 즐겨하는 이명세 감독 특유의 미장센과 박중훈, 최진실의 꽃봉오리 같은 연기가 신혼의 느낌을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결혼을 한 후 아기가 태어나면 우리는 부모가 됩니다. 그리고 그 부모는 자식이 커가는 것을 보면서 자식이었던 시절을 복습 하면서 자신에게 향했던 부모님의 시선을 이해하기 시작 합니다. 부모님 마음은 부모가 되어야만 이해 된다고 합니다. 부모님이 되기 까지의 추억과 그 시절을 되돌아볼 수 있는 영화들을 골라서 소개했습니다. 


이벤트 페이지 http://www.kmdb.or.kr/vod/eventPage_view.asp?idx=26&pag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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