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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100억을 써서 표현력은 좋으나 맹랑한 스토리가 모두 망쳐버린 영화 감기

by 썬도그 2013. 1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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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투수 놀음이고 
영화는 감독 놀음입니다. 오랜만에 충무로에 돌아온 김성수 감독이 감기라는 한국형 재난 영화를 들고 지난 여름 극장가에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기시감이 가득한 소재지만 살 풍경에 대한 흥미로움은 많다

영화 감기는 바로 전에 개봉한 좀비 영화이지만 오히려 전염병에 관한 영화였던 '월드워Z'의 아류작이라는 시선을 떨쳐 버릴 수 없었습니다. 소재 자체나 영화가 만들어내는 풍경들이 두 영화가 여러가지로 닮았습니다. 다만, 그 재난을 해결해가는 과정이나 인물들의 행동 방식은 다르지만 대규모의 군중들이 공포에 질려서 시내를 질주하고 뛰어 다니는 살 풍경은 두 영화가 상당히 비슷합니다. 

이런 살 풍경을 두 영화의 주된 흥미 요소이자 볼 거리입니다. 


영화 감기는 실제로 한국 영화에서는 보기 드문 대규모 군중 씬을 보여줍니다. 마트와 도로 그리고 탄천변의 대규모 군중씬과 인간 살처분의 장면 등은 이전의 한국 영화에서 보기 힘든 고퀄리티 비쥬얼을 보여줍니다. 규모의 미학은 확실하게 있는 영화입니다. 


그러나 규모의 미학만 있을 뿐 세밀함은 거의 없습니다. 왜 영화 괴물이 괴물 한 마리만 한강에서 뛰어 노는데도 사람들이 몰입하면서 봤을까요? 도망가는 사람도 감기에 비하면 아주 적은 모습인데요. 그 이유는 세밀함에 있습니다.  줌인 줌 아웃을 하면서 규모의 크기를 보여주면서 또 세세한 묘사도 해줘야 몰입이 됩니다. 

그런면에서 수용소에 있는 사람들과의 현실적인 마찰 부분과 대규모의 군중씬에 대한 유기적인 모습이 있어야 합니다만 이게 부드럽지가 않습니다. 예를 들어서 이런 것이죠. 조류 독감이 잠복기 48시간이 지나서 급속도로 감염자가 발생하는 장면을 보면 점진적으로 표현되는 것이 아닌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갑자기 환자가 급속하게 늘면서 긴급 회의를 하던 장소 밖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폭발 사고가 나면서 아비규환이 됩니다. 아무리 급속 전염병이라고 해도 그렇게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그냥 요식 행위 밖에 되지 않습니다.  서서히 서서히 끊어 올라야 하는데 이런 과정이 너무나 쉽게 지나친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눈요기 장면은 꽤 많습니다. 액션이나 CG의 표현력 등은 크게 지적하고 싶지 않습니다. 전투기 CG나 헬기 CG 등의 부자연스러움과 오버스러운 부분도 크게 티가 나지 않고 넘어갈 수 있습니다. 따라서 표현력과 액션의 규모로만 보면 크게 나쁘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이 감기라는 영화는 최악의 두 캐릭터가 나옵니다. 



최악의 두 남녀 주인공 캐릭터. 헛웃음도 안 나온다

배우 수애는 참 좋아하지만 왜 하필 이런 캐릭터를 연기 했는지 안타깝습니다. 많은 영화를 봤지만 내 기억 속 영화를 총 동원해도 수애가 연기한 여의사 인해 같은 민폐 캐릭터는 처음 봅니다. 

이 인해라는 여자 주인공의 행동 하나 하나를 나열하면 한숨이 나올 정도로 철저히 이기적인 주인공입니다. 
먼저 지구(장혁 분)라는 소방관이 추락 위기의 자동차에서 자신을 구해 준 후 한 행동이 자동차에 있는 논문 서류를 꺼내 달라는 것입니다. 황당하죠. 문제는 이런 모습이 영화 내내 나옵니다. 자신의 딸을 살리기 위해서 불법 행동을 자행하고 자기가 누구보다 더 잘 알면서 딸이 조류 독감에 걸리자 다른 사람에게 큰 위험이 될 수 있는 행동을 자연스럽게 합니다. 

이 이기적인 모습은 영화 내내 나오는데 참 보기 불편합니다. 
영화 감기는 이런 인해의 이기적인 행동을 모성애로 설명하려고 합니다. 그럴 수 있습니다. 자기 딸이 죽게 생겼는데 눈이 뒤집힐 수 있습니다. 네 이해는 합니다만 곱게 봐지지가 않네요. 

여자 주인공에게 성모 마리아를 요구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어느 정도 공감을 할 수 있는 구석이 있어야죠. 그냥 성질머리 고약한 여자 의사로만 그려집니다. 내새끼리즘에 찌든 엘리트입니다. 더군다나 질병 관련의 일을 하는 의사가 다른 사람들에게 위험을 줄 수 있는 행동을 하는 모습은 바이러스 보다 더 정내미가 떨어지네요. 영화 사상 최악의 캐릭터가 아닐까 합니다. 


또 한명의 최악 캐릭터가 있는데 이는 인애와 정 반대인 맹목적 이타주의자인 지구(장혁 분)라는 소방관입니다. 
처음에는 흑심을 품고 인해에게 잘해 주었는데 알고 보니 인해 같은 예쁘고 말 잘하는 딸이 있는 것에 시큰둥해집니다. 여기까지는 이해를 하지만 그 이후에도 이 모녀에게 엄청난 에너지를 쏟습니다. 

네! 도와 줄 수 있습니다. 문제는 자신의 목숨까지 걸면서까지 도와주는 것이 과연 얼마나 공감이 갈까 의문이 들더군요. 
그건 그렇다고치죠. 콩깍지 씌우면 그럴 수 있습니다. 못난 성격의 여의사도 단지 예쁘기만 하면 도와줄 수 있다고 해도 이해가 갑니다. 남자란 그럴 수 있는 동물이니까요. 

그런데 이 지구라는 소방관의 행동이 너무나도 부자연스럽습니다. 소방관은 모든 사람을 다 구해줘야 한다는 명령어를 입력한 로봇과 같이 기능적으로 행동합니다. 인해가 모성애를 주입 받은 로봇처럼 맹목적으로 행동하듯 지구라는 캐릭터는 모든 사람을 구해라라는 명령을 입력 받은 로봇처럼 행동합니다. 한 마디로 두 주연배우의 스펙트럼이 없습니다. 

인간이라면 갈등과 번민의 연속인데 이건 뭐 그런 갈등과 번민은 없습니다. 딸을 위해서라면 불법도 자행하는 엄마와 두 모녀를 위해서라면 자신의 목숨도 받치겠다는 소방관의 모습은 헛웃음도 안 나옵니다. 



여기에 대통령과 총리 그리고 미군의 대결 구도도 어설프기만 합니다.
대통령은 전시 상황에서 전시 작전권이 미군에게 있다는 것에 분노하기만 할 뿐 상황을 슬기롭고 냉철하게 판단하고 대처하지 못하고 오로지 감정적으로만 처리합니다.

분당을 봉쇄하고 모두 몰살 시키는 작전을 홀로 막아서는데 그 모습이 많은 관객에게 박수를 받을 수 있을진 몰라도 냉철한 판단은 아닙니다. 반대로 총리라는 사람은 무조건 반대만 합니다. 마치 총리가 대통령 같고 대통령이 총리 같습니다. 또한, 전시 작전권이 없는 한국의 현실 비판을 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이게 제대로 그려지는 것 같지도 않습니다. 

가장 아쉬웠던 것은 정감이 안 가는 캐릭터들이 아닙니다. 개연성이 없는 우연의 연속이 너무 많습니다. 사람들을 통제하는 군인과 어머니의 우연한 만남이라던지 감염 검사를 한 후 인해와 지구가 옆에 자리 잡고 있는 다는 등의 우연이 상당히 많습니다. 어느 정도껏 해야죠. 너무 많으니 절망이 엄습해 옵니다. 마지막 장면도 자연스러운 장면이라기 보다는 보여주기식 장면입니다. 그림을 만들기 위한 장면이라고 할까요?


무슨 마라톤 결승 테이프도 아니고 사람들이 몰려오는 가운데 사격 준비를 하는 모습은 맹랑하기만 합니다



박민하 원톱 영화 '감기'

그럼에도 제가 이 영화를 흥미롭고 재미있게 본 이유는 이 박민하 때문입니다. 이렇게 귀여운 아역을 얼마만에 보는지 정말 깨물어 주고 싶을 정도입니다. 아나운서 박찬민의 딸로 이제는 전국민이 아는 국민 아역배우가 되었는데 영화에서 정말 깨물어주고 안고 다니고 싶을 정도로 귀여운 이미지로 나옵니다. 

미르 역을 한 박민하 양의 연기도 좋았고 이 미르 때문에 두 못난 엄마 아저씨의 행동을 참고 봤습니다. 박민하 원톱 영화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박민하만 보입니다. 


100억이라는 어마어마한 돈을 써서 때깔은 참 곱긴 하지만 저질 스토리가 다 망쳐버린 영화입니다. 전국관객 311만의 준수한 흥행 성적을 거두었긴 했지만 100억이라는 어마어마한 제작비로 손해를 봤을 듯 합니다. 

시간 때우기에는 그런대로 볼만한 영화입니다. 전염병에 대한 공포를 느끼게 하기에는 충분합니다. 그러나 짜임새는 엉망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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