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 그렇게 놓으면 안 돼요. 이 일몰 사진을 찍으려면 F8에 놓고 찍어야 해요. 셔터 스피드는 1/250초에 놓고요.
한 사진을 좀 찍는 생활 사진가 60대 아저씨가 한 50대로 보이는 생활 사진가 아주머니를 타박하며 나무라면서 그 숫자를 고집하고 있습니다. 옆에서 일어나는 일이라서 한참을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그 60대 아저씨는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면서 생활 사진가들의 야경 촬영에 훈수를 두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해는 지고 그 아저씨는 사라졌습니다.
응? 일행이 아니었나? 그런데 뭐 그렇게 닦달하고 다그치셨을까?
오지라퍼인 제가 아까 그 아저씨 일행 아니셨어요?라고 아주머니에게 여쭈었더니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하시네요.
그렇게 인천대교 야경을 같이 촬영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아주머니와 했습니다.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셔터스피드도 조리개 수치도 작동 원리도 잘 모르고 계십니다. 카메라는 고급 기종인데 한 2년 전에 큰맘 먹고 샀는데 처음에 몇 번 찍다가 무겁고 어렵고 흥미가 떨어져서 장롱 속에 넣었다가 오늘 오랜만에 꺼냈다고 합니다
셔터 스피드와 조리개 관계를 모른다면 초보 중에서도 생초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분에게 조리개, 셔터스피드 숫자 찍어줘 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제가 약 1시간 동안 천천히 그리고 차분하게 촬영을 해보시면서 직접 느껴보라면서 알려주었습니다. 가장 먼저 노출 과다, 노출 부족, 적정 노출을 촬영으로 보여주면서 왜 그런 현상이 일어나는 지를 알려 드렸고 노출을 바꾸려면 조리개와 셔터 스피드의 관계를 살짝만 알려 드렸습니다.
사실, 초보 사진가에게 조리개, 셔터스피드를 알려면 꽤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이런 분들에게 가장 먼저 알려 드릴 것은 노출입니다. 그리고 앵글이죠. 노출 , 앵글 이 2가지면 됩니다. 그러다 흔들린 사진이 자주 찍히면 물어보겠죠. 왜 이리 내 사진은 흔들릴까요? 그때 셔터 스피드를 알려주면 됩니다. 처음부터 어려운 개념 심어줄 필요 없습니다.
수많은 사진/카메라 관련 책들이 서점에 나와 있습니다. 엄청나게 두꺼운 사진/카메라 관련 책들이 많은데 그 무거운 책들은 꼼꼼하고 자세하긴 하지만 무거운 DSLR처럼 무거워서 잘 안 보게 됩니다. 집에서 공부하듯 읽다가 정작 현장에서 책 내용을 떠올려보려고 하면 떠올려지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책 내용이 너무 복잡하고 무겁기 때문입니다.
카메라의 몇 안 되는 그 숫자들을 나열하고 쉽게 말할 수 있는 것도 엄청나게 어렵게 말합니다.
사진이 왜 쉬울까요? 그건 만국 공통어이기 때문입니다. 수천 단어로 이루어진 글 보다는 잘 찍은 사진 한 장이 주는 정보량이나 감동과 느낌이 더 좋을 때가 많고 단박에 정보와 감정이 전달되기 때문에 사진이 쉽고 친근합니다. 그럼 충분히 사진으로 전달할 수 있는 정보도 왜 그리 깨알 같은 글로 전달을 하려고 할까요? 그 글들이 초보 사진가들에게 생각이 날까요? 안 납니다. 현장에 가면 백지상태가 됩니다. 차라리 얇고 가벼운 책이 훨씬 좋습니다. 카메라 가방에서 꺼내서 바로 현장에서 적용해 볼 수 있는 얇은 책이 좋고 얇으면서도 정보량이 알맞고 사진 예제가 많은 책이 좋습니다. 출사 현장에서 책 놓고 공부할 수는 없잖아요.
사진 초보자에게 좋은 사진책 '좋은 사진을 만드는 ZAKO의 77가지 사진 잘 찍는 법'
사진 초보자들에게 좋은 가벼운 책이 바로 '좋은 사진을 만드는 ZAKO의 77가지 사진 잘 찍는 법'입니다.
이 책이 가볍다고 말한 이유는 물리적으로 가볍다는 것도 있지만 내용의 가벼움도 있습니다. 무겁고 딱딱한 내용을 싹 치우고 알차고 가볍게 사진 예제 위주로 77가지 사진 방법론을 담았습니다.
먼저 이 책을 쓴 저자를 소개해야겠네요. 이 책은 한, 두 사람이 쓴 책이 아닌 사진집단 ZAKO가 쓴 책입니다. ZAKO는 애플 앱스토어의 인기 사진 웹진인 '월간 ZAKO'로 유명한 사진집단입니다. 심은식, 김주원, 조경국, 유호종, 권오철, 이상현, 이윤환, 문승주, 이다로 구성된 이 사진집단은 다양한 출신들이 모여서 오로지 사진에 관련된 작업과 출판, 웹진 제작을 하고 있습니다.
심은식 사진작가 같은 경우는 작년 2012 서울사진축제의 강의에서 처음 얼굴을 뵙고 강의를 들어 봤는데 많지는 않지만 내가 들어 본 사진 강의 중에서 가장 재미있고 쉬우면서도 머리에 속속 들어오는 강의였습니다. 사진 잘 찍는 사람은 세상에 많습니다. 그러나 사진도 잘 찍으면서 강의도 잘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사진가들이 자신의 눈높이와 청중의 눈높이 조절을 하지 못하고 자신의 시각으로만 강의를 합니다. 전문 강의자가 아니기 때문인데요. 그에 반해서 심은진 사진작가의 강의는 전문 강의꾼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능수능란했습니다.
사진집단 ZAKO는 이런 분들이 모여 있는 곳입니다. 다 만나 본 것도 경험한 것도 아니지만 제가 경험한 김주원, 심은식 사진작가의 강의는 아주 쉽습니다. 쉽다는 것이 강점인데요. 이 노하우가 담긴 책이 바로 '좋은 사진을 만드는 ZAKO의 77가지 사진 잘 찍는 법'입니다.
이제 막 카메라를 든 초보 사진가들을 위한 책
이 책은 77가지의 사진 촬영 방법을 담고 있습니다. 첫장을 넘기면 흔하게 있는 카메라 종류 및 사용법에 대한 이야기는 없고 바로 사진 촬영 방법을 알려줍니다. 첫 장은 '반 셔터로 초점 고정하고 구도 잡기'입니다. 사진을 오래 촬영해 온 저도 가장 먼저 알려주는 것이 카메라 켜는 방법 다음으로 반셔터 사용법입니다. 반 셔터를 잘 다루는 분들이 사진을 흔들리지 않게 잘 촬영하죠. 또한, 반 셔터를 누른 상태에서 초점을 맞춘 후에 살짝 카메라 앵글을 이동시키는 기술도 잘 이용합니다.
책의 구성은 위와 같이 텍스트보다는 사진이 대부분입니다. 유아용 그림책같이 사진이 많아서 넘기기도 수월하고 이해하기도 쉽습니다. 따라서 초보자 중에서도 이제 막 카메라를 산 분들을 위한 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유식 사진 책? 이라고 해야 할까요? 난위도가 무척 낮습니다.
따라서 주변에 이제 막 사진을 취미로 삼고 싶어 하는 은퇴한 어르신들이나 대학교에 입학한 후에 본격적으로 사진을 촬영하고 싶은 대학생들이나 사진을 좀 제대로 배우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좋은 책입니다.
좋은 사진을 만드는 ZAKO의 77가지 사진 잘 찍는 법
총 77개의 방법론이 담겨있는데요. 차례대로 넘겨서 봐도 되지만 이 책은 각 챕터가 분절되어 있기 때문에 어느 곳을 읽어도 상관 없습니다. 어떤 상황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이기에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됩니다. 다만 파트 1의 54가지 방법을 익힌 후에 9명의 작가 풀어내는 노하우인 파트 2를 읽어야 합니다.
이 ZAKO의 77가지 사진 잘 찍는 법의 포커스는 카메라 기종에 상관없이 사진을 찍는 동기 유발 또는 흥미 유발에 초점을 맞춘 책이기도 합니다. 어떻게 보면 책 내용은 시중에 나온 수많은 사진/카메라 테크닉 서적과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이 책이 가진 차별성이 있다면 모든 것을 다 알려주기보다는 이런 재미있는 촬영 방법도 있다! 따라 해 보시겠어요?라고 자연스럽게 손을 끌어 주는 것입니다. 이렇게 해야 한다! 저렇게 해야 한다는 서두에 말한 그 60대 아저씨의 말은 오히려 거부감이 들죠.
대신 아주머니에게 한번 찍어보세요! 왜 그렇게 나왔을까요? 이렇게 한번 해보세요! 이제 조금 낫죠? 이렇게 자연스럽게 권유하듯 알려주는 것이 부드럽고 거부감도 없습니다. 이 책이 그런 식의 유도법을 가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빈틈이 많은 책이기도 합니다. 현란한 카메라 용어나 테크닉 용어를 이 책은 잘 담고 있지 않습니다. 때문에 정보량은 다른 서적에 비해서 빈약합니다. 정말 하드 코어하게 배우고 싶다면 이 책 말고 보다 두껍고 비싸고 텍스트의 양도 많은 책이 좋습니다. 빈틈이 많다는 것은 여백이 많고 여유롭고 쉽다는 말로 치환될 수 있습니다. 딱 필요한 요소만 딱딱 적어 놓고 최대한 사진으로 예제를 보여주고 이끄는 부드러운 손길 같은 책이라고 할까요?
거기에 이런 삽화가 부드러움에 또 다른 부드러움을 추가 합니다.
파트 2에서는 작가들의 노하우가 담겨 있는데요. 천체 사진 잘 찍기로 유명한 권오철 작가의 별 사진 찍는 노하우가 흥미롭습니다.
좋은 사진을 만드는 ZAKO의 77가지 사진 잘 찍는 법은 사진 초보자들을 위한 책입니다. 사진 상황별 주제별로 다루었기 때문에 출사를 떠나기 전에 혹은 출사지에서 언제든지 꺼내 볼 수 있습니다.
저도 오랫동안 사진을 담긴 하지만 특정한 상황의 사진을 자주 찍는 것은 아닙니다. 뭐 이런 거죠. 야경사진, 일출, 일몰 사진, 천체 사진, 실내 인물 사진, 플래시 사진, 눈 사진 등등 다양한 상황을 항상 내가 원한다고 만나는 것이 아니기에 많은 노하우를 가진 것은 아닙니다. 그럴 때마다 저도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알고 있던 정보를 재확인하고 몰랐던 정보는 머리에 추가를 합니다.
예를 들어 갑자기 오늘 일몰 사진이 찍고 싶어졌다라고 생각되면 급하게 일몰 사진 잘 찍는 법을 검색하기도 합니다.
한 번은 제가 쓴 글을 내가 읽어 보기도 합니다. 기억력이 좋지 않은 것도 있지만 손에 익지 않기 때문에 그 상황을 만나게 되면 다시 한번 확인 차 자료를 찾아보게 됩니다. 초보자들에게도 좋지만 저 같은 특정 사진 상황을 만났을 때 가방에서 꺼내 보기도 좋습니다.
이 책으로 시작한 후 사진에 대한 흥미와 재미를 충분히 끌어올린 후에 다음 사진책으로 넘어가면 됩니다. 그런 면에서 문턱이 아주 낮은 사진 입문서이자 상황별 사진에 대한 매뉴얼을 알차게 잘 정리한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