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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사진/사진에관한글

전쟁 사진작가의 삶을 담은 다큐 '전선으로 가는 길'

by 썬도그 2013. 10.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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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월 영국 베네티 페어라는 잡지 1월호에 실린 사진입니다. 이 사진은 전쟁 보도사진가  '팀 헤더링턴(Tim Hetherington)이 촬영한 사진으로 2007년 퓰리처 상 후보에 오르고 2008년 세계보도사진 대상을 받은 사진입니다. 

이 사진은 아프카니스칸 북동쪽 korengal계곡에서 한 미군 병사가 휴식을 취하는 장면을 찍은 사진으로  최전방의 군인의 고통을 담고 있습니다. 

어제부터 다음 주 금요일(18~25일)까지 EBS에서는 EIDF라는 다큐 페스티벌을 하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챙겨보지 못했고 올해도 그냥 지나치려다가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가 '전선으로 가는 길'(Which Way Is the Frontline from Here? The Life and Time of Tim Hetherington)이라는 다큐를 방영한 지 반 정도 지나면서부터 봤습니다. 

이 다큐는 팀 헤더링턴 전쟁 보도 사진작가의 삶을 담고 있는 다큐멘터리입니다. 

다큐는 팀 헤더링턴과 함께 아프카니스칸 전쟁을 동영상으로 담은 동료인 세바스찬 융거가 촬영한 팀 헤더링턴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위 사진을 촬영하는 과정과 함께 전장의 최전방에서 겪는 전쟁 사진작아의 고뇌와 고민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 미군 병사의 죽음을 카메라로 촬영하다가 한 미군병사가 불 같은 화를 내는 모습에 움찔 놀라서 뒤로 물러나야만 하는 모습 속에서 타인의 고통을 촬영해야만 하는 전쟁 보도 사진작가의 딜레마를 묵묵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저도 이런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2009년 시우대와 경찰이 광화문 4거리에서 차벽을 쌓고 서로 물대포를 쏘던 나날들이 있었습니다. 그 날은 유난히 물대포를 서로에게 많이 쏘더군요. 시민들은 차벽 위에 올라서 시민들에게 물대포를 쏘는 전,의경에게 쏘고 전,의경들은 시민들에게 물대포를 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격렬한 시위가 지난 후에 저는 차벽 사이를 우연찮게 들어갈 수 있게 되었고 그 차벽 뒤에서 물대포를 맞고 저체온증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전.의경을 보게 되었습니다. 20대 초반의 동생 같은 젊은이들이 고통을 받는 모습을 알리고 싶어서 카메라에 담고 있는데 한 사람이 저에게 화를 내더군요

"당신 뭔데 사진을 찍어"

남의 고통을 촬영하는 것은 분명 불경스러운 일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것을 알려야 사람들이 모르는 미디어 이면의 세상을 알 수 있기에 찍었고 블로그에 소개를 했습니다. 제 블로그를 자주 오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저는 진보주의 성향의 블로거이고 어쩌면 그런 모습들이 광우병 시위대들에게는 안 봤으면 하는 풍경이었지만 세상의 목격자의 입장에서 과감하게 소개를 했습니다. 역시나 양쪽에서 저에게 욕을 하더군요. 시위대는 정부를 이롭게 한다면서 화를 내고 극우주의자들은 저에게 빨갱이라고 합니다. 

이런 양쪽에서 린치를 맞으니 새삼 전쟁 사진작가들의 삶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전쟁 보도 사진작가들은 이런 소리를 수없이 듣습니다. 타인의 고통을 촬영해서 돈을 번다는 죄책감을 항상 가지고 있죠. 
팀 헤더링턴도 이런 고민을 안 할 수 없었습니다. 더구나 그는 이 사진으로 세계적인 권위의 보도사진상인 '세계보도사진상 대상'까지 받았고 동료인 세바스찬 융거와 함께 찍은 아프카니스탄 전쟁 다큐멘터리 <레스트레포>로 아카데미 다큐멘터리 부분 후보에 올라서 레드카펫까지 밟게 됩니다.

또한, 여러 강의를 하게 되고요. 

 


그는 2010년 한 강의에서 이런 말을 합니다. 
전쟁 사진을 더 이상 찍기 힘들 것 같다고 말합니다. 그 이유는 늙은 보도 사진작가들이 전장터에서 가장 많이 죽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왜 그런가 설명을 해주는데 체력이 딸려서 죽는 것이 아닌 전쟁에 너무 익숙해지다보니 위험에 대한 경계심이 느슨해지고 어디서 찍으면 사진이 잘 나오고 좋은 사진이 나오는 것을 귀신 같이 아는데 문제는 그 좋은 사진이 나오는 장소가 가장 위험한 장소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더 이상 전쟁 사진을 찍는 것을 두려워하면 그만 찍겠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는 2011년 리비아 내전을 취재하러 떠납니다. 
왜 떠났을까요? 그건 아마도 이 팀 헤더링턴이 전쟁에 중독 되었기 때문입니다. 

영화 '허트 로커'가 위대한 이유는 전쟁 중독자를 그렸기 때문입니다. 전쟁에 중독이 되면 위험한 줄 알면서도 편안하고 안전한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아드레날린이 분출되는 그 쾌락에 물들어서 다시 전장터로 떠나게 됩니다. 이 다큐에서도 전쟁터의 병사들의 그런 모습을 보여줍니다. 

전투가 시작되면 살기 위해서 두렵고 떨리고 피하고 싶지만 또, 전투가 끝나고 끝없는 편안한 일상이 되면 또 전투가 일어나길 기다린다고요. 이는 군인뿐 아니라 같은 생사고락을 하는 전쟁 보도 사진작가에게서도 보여집니다. 그래서 팀 헤더링턴은 다시 리비아로 떠납니다. 마치, 로버트 카파가 허리우드에서 연인인 '잉그리트 버그만'과 같이 안락의자 같은 삶을 버리고 다시 베트남과 프랑스의 전쟁을 취재하러 갔다가 죽은 것처럼 그는 또 다시 전장터로 향합니다. 

이런 모습은 수 많은 전쟁 보도 사진작가들에게서 보이는데 영화 '뱅뱅클럽'의 주인공들이 겪는 고통과도 너무나도 닮았습니다.  


1994년 아프리카 수단의 기아문제를 촬영한 위 사진은 사진을 찍은 케빈 카터의 삶에 큰 영향을 줍니다. 이 사진으로 인해 그는 유명한 사진작가가 되었지만 이 사진 때문에 많은 고통을 받습니다. 그 고통이란 소녀를 구하지 않았다는 윤리적인 질타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이 사진 때문에 자살을 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동료 사진기자의 죽음과 이 사진으로 인한 사람들의 따가운 눈총에 크게 힘들어 했습니다. 


팀 헤더링턴은 리비아에 도착해서 최전방이 어디냐고 묻고 그곳으로 향합니다. 죽음에 가장 가까운 곳으로 향하는 헤더링턴의 모습을 보면서 전 로버트 카파와 영화 허트 로커가 떠올랐습니다. 

아! 이 사진작가 전쟁에 중독 되었구나! 그래서 위험한 줄 알면서도 늙은 보도사진작가처럼 그는 최전방을 향합니다. 그리고 박격포를 맞고 사망을 합니다. 참으로 안타깝고 씁쓸하고 한숨이 나오면서도 동시에 왜 그는 전쟁에 중독이 되었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분명 1년 전 강의에서 전쟁 사진작가의 위험과 문제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지만 왜 그걸 극복하지 못했을까요?
그를 매도하는 시선으로 담기는 것 같아 죄송한 생각도 들고 이런 보도 사진작가들이 있기에 전쟁의 참혹함과 현실을 알 수 있기에 숭고하다고 해야겠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무모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어차피, 대부분의 사진은 언론사의 자체 검열로 인해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못할 수도 있고 게이트 키핑을 강력하게 하는 미국이나 서방 언론들은 자신들에게 불리한 즉 지친 미군 병사나 총에 맞고 죽어가는 미군 병사의 사진은 예전처럼 싣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기도 합니다.

라이프지가 세상에 진실을 보여주겠다고 수 없이 많은 베트남에서 죽어가는 미군 병사들을 보여줬다가 반전 운동이 일어나자 지금은 전쟁터에서 사진기자가 사진을 촬영하더라도 모두 검사와 검열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소수의 용기 있는 언론들이 사진을 세상에 알리긴 하지만, 이제는 시민들도 그런 사진을 보고 놀라거나 정부 비판을 잘 하지 않습니다. 전쟁사진도 하나의 유행인지 이제는 어떤 사진을 보여줘도 사람들이 크게 놀라거나 큰 관심을 가지지 않습니다. 하물며, 리비아 내전은 미국과 서방 세계에 큰 영향을 주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팀 헤더링턴은 베네티 페어라는 잡지에서 사진을 실어 주기에 좀 다른 경우이긴 하지만 그래도 조금 더 뒤에서 촬영을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무엇보다 자신의 안위부터 챙겨야 하는데 아드레날린이 마약이 되어서 그의 현실 감각을 무디게 했습니다. 

그렇다고 그런 사진을 찍는 것은 무모하고 쓰잘덱 없다는 소리는 아닙니다. 다만, 너무 카메라를 깊숙히 들어가서 담는 것이 과연 효율적인가에 대한 생각도 하게 됩니다. 다큐는 언론에서 보여주지 않는 병사들의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강하고 씩씩한 미군이 아닌 아기처럼 순해 보이고 나약해 보이고 어린아이 같은 잠든 병사들의 모습을 보면서 한 없이 가엽게만 느껴집니다. 그게 바로 다큐의 힘이겠죠. 

더군다나 의미없는 전쟁인 아프카니스탄 전쟁 같은 위정자들이 만든 명분 없는 전쟁터에서 죽어가는 미국 청년들의 모습은 현실 감각을 잃은 홍위병 같은 언론을 크게 꾸짖고 있습니다. 전선으로 가는 길은 병사뿐 아니라 보도 사진작가들의 전쟁 중독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듯 해서 참으로 마음이 아프네요. 

팀 헤더링턴의 명복을 바라면서 이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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